Unidentified creature capture team RAW novel - Chapter 408
407화
로레오 컴퍼니, 회사 자체는 큰 기업 아니었지만 그렇다고 작은 기업도 아니었다.
이제 막 크기 시작한 중견 기업으로 지금 그들에게 중요한 건 성과였다.
엠마뉴엘레가 젊은 나이에 사외 이사가 된 건 그런 기업의 상황과 그가 가진 직감 덕분이었다.
‘이상하군…….’
그는 현재 마크 컴퍼니에서 의뢰를 받은 상태였다.
의뢰 자체는 하일브론의 유령이라는 걸 쫓는 것이었지만 그는 현재 하일브론의 유령과 전혀 상관없는 곳에 있었다.
“스읍…. 후……. 아니, 아예 상관없지는 않나.”
담배를 물고 깊게 숨을 들이마신 엠마뉴엘레는 품속에서 휴대용 재떨이를 꺼내 꽁초를 집어넣었다.
그는 한 건물을 응시하고 있었다.
“도대체 성신은 뭐 하는 거지?”
엠마뉴엘레는 현재 성신의 동태를 살피고 있었다.
이 업계에서 일하는 사람들이라면 성신이 어떤 회사인지 모르는 사람은 없었다.
하일브론의 유령을 잡는다면 성신은 아주 유력한 후보였다.
그러니, 염탐은 당연했다.
하지만 지금 성신이 하는 행동은 쉽게 이해할 수 없었다.
“이번 의뢰를 포기하려는 건가?”
그가 이곳에 대기한 지 벌써 이틀이 지났지만, 성신의 요원들은 숙소 주변을 산책하는 게 전부였다.
그때 성신의 숙소로 한 대의 차량이 다가왔다.
그리고 그 차량에서 내린 건 한 여성이었다.
‘누구지? 이제까지 감시하면서 보지 못했던 얼굴인데?’
엠마뉴엘레가 의문을 가지고 그녀를 조사하는 동안, 숙소에서 잘 나오지 않던 성신의 움직임이 돌변했다.
그리고 엠마뉴엘레의 고생은 그날부터 시작됐다.
* * *
“제가 왔어요!”
이제 울프팀 요원들과 어느 정도 안면을 튼 모니카가 활기차게 인사하며 숙소로 들어왔다.
하지만 모니카는 숙소 내부 상태를 보고 눈살을 찌푸렸다.
“아니, 돼지우리도 아니고 숙소가 너무 더러운 거 아니에요?”
콘월 지부에서 바로 이곳으로 왔기 때문일까.
울프팀의 피로가 생각보다 많이 쌓여 있었다.
그래서인지, 울프팀은 모니카가 도착하기 전까지 그 누구도 숙소를 치우지 않고 굴러다니기만 했다.
가끔 몸이 찌뿌둥한 사람은 산책을 다녀왔지만 그렇다고 해서 숙소를 치우는 사람은 없었다.
“치우지 않아도 괜찮습니다. 이제 숙소를 옮길 테니까요.”
일행 중에 비교적 깔끔한 장웨이가 모니카를 반겨주며 말했다.
“어휴……. 그래서, 제가 여기서 할 일이 뭔데요?”
모니카는 이동하는 동안 자세한 사정을 듣지 못한 건지, 자신이 할 일에 대해 물었다.
“크게 어려운 일은 아닙니다. 그냥 저희와 함께 유럽 여행이나 조금 다니죠.”
“여행이요?”
“네.”
강신은 가볍게 말했지만, 간단한 여행은 아니었다.
순례자들이 고행하는 순례자의 길처럼 고된 여행길이 그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자자, 이제 일합시다, 일.”
강신의 지시에 방금까지 게으르게 행동하고 있던 일행들이 서둘러 움직이기 시작했다.
모든 준비를 마친 일행들이 숙소 밖으로 나오자, 그들을 기다리고 있던 것은 바로…….
“캠핑카?”
“네, 유럽 전역을 돌아다녀야 하니까요.”
여건이 된다면 숙박 시설을 이용하겠지만 넓은 유럽 지역을 돌아다니다 보면 여건이 되지 않을 때도 있었다.
현장 요원들만 있다면 그냥 강행하겠지만, 울프팀에는 현장 요원들만 있는 건 아니었다.
장웨이, 맥스와 친구들, 카밀라, 그리고 이번 작전의 주역인 모니카까지.
체력이 조금 떨어지는 사람들이 있었고, 작전을 수행하기 위해서 그들의 도움이 필수였다.
그러니, 그들의 피로가 누적되지 않게 관리하려는 목적이었다.
“그런데 캠핑카가 두 대나 필요한 겁니까?”
“사람이 몇 명인데요. 그리고 여성분들도 생각해야죠.”
눈치 없는 질문에 여성들이 사나운 시선을 보내자, 송기덕은 더는 뭐라 말하지 못했다.
“자, 잡담은 여기까지 하죠. 장대리님, 따로 지원을 부탁한 물품은요?”
“이미 캠핑카에 적재해 놨습니다.”
“좋군요, 그럼 잡담은 그만하고 바로 출발하죠.”
모니카를 기다리기 위해 숙소에 있었던 울프팀은 다른 팀과 비교해서 이틀이나 뒤처진 상태였으니, 느긋하게 있을 시간은 없었다.
그렇게 강신과 일행들의 유럽 여행이 시작됐다.
이번 행동에는 두 가지 목적이 있었다.
유럽 전역 어디에서 나타날지 모르는 하일브론의 유령을 추적하기 위해선 순간이동과 비슷한 일을 해낼 수 있어야 했다.
그래서 강신은 대모의 공간과 자신이 밟았던 땅을 연결하는 문을 만들 수 있는 모니카에게 도움을 요청한 것이다.
모니카를 데리고 유럽 전역을 돌아다니면 하일브론의 유령이 어디에서 나타나도 강신과 울프팀이 순식간에 그곳으로 갈 수 있다.
그리고 두 번째 목적은 살인 현장을 찾기 위해서였다.
하일브론의 유령이 나타나는 건 살인 현장이었다.
하지만 살인이 어디서 일어날지, 미래를 보는 게 아니라면 알 수 없다.
그래서 차선책으로 선택한 게 실시간으로 살인 사건 현장을 탐색하는 것이었다.
“과거 범죄 이력은 필요 없다는 거죠?”
“네, 그 당시 기록을 보면 하일브론의 유령을 잡지 못한 결정적인 이유는 그 존재가 나타나는 지점이 언제나 무작위였기 때문이에요.”
그들이 캠핑카를 타고 이동한 지 어느덧 일주일이라는 시간이 지났다.
강신과 일행들이 일주일 동안 한 것이라고는 독일의 도시들을 돌아다니는 일이었다.
물론 돌아다니기만 한 건 아니었다.
팅~
텁.
팅~
텁.
온종일 캠핑카에 있어서 무료한지, 송기덕이 단추처럼 생긴 무언가를 동전을 튕기듯 공중으로 띄우고 다시 받아내고 있었다.
“송대리님, 죄송하지만 그거 나름 비싼 물건이라 함부로 다루지 말아주시겠습니까?”
“아…. 네.”
장웨이가 주의를 주자, 송기덕이 사과하고 그가 들고 있던 물건들이 잔뜩 있는 상자에 다시 집어넣었다.
방금까지 송기덕이 심심풀이로 가지고 놀던 단추를 닮은 물건은 바로 초소형 CCTV였다.
“이런 물건 보면 우리 회사 연구원들이 대단하긴 해요. 설치도 쉽고 원격으로 볼 수도 있는데 배터리 걱정도 없다니.”
그것도 평범한 초소형 CCTV가 아니었다.
CCTV의 혁명이라고 불릴 수도 있는 물건이었다.
나노 카메라를 생각한다면 성신에겐 별것 아닌 기술일 수도 있다.
하지만 렌즈가 아니라 그 외 기술이 대단한 것이었다.
우선 설치하는 방법이 간단했다.
자신이 원하는 곳에 단추를 붙이면 끝이었다.
심지어 따로 에너지원이 필요한 것도 아니었다.
“벌써 연구 성과 결과 보고 때 나온 초소형 배터리가 개발되었다니.”
예전에 강신이 참석했던 연구 성과 결과 보고 때, 개발 중이던 배터리를 장착한 물건이었다.
“3개월 동안 배터리 교체가 필요 없다고 했죠?”
“네. 그리고 이것만 있으면 원격으로 영상을 확인할 수도 있죠.”
장웨이가 사람 팔뚝만 한 검은색 기둥을 꺼냈다.
장치에 와이파이 기능을 추가하는 것은 문제도 아니었지만, 보안을 위해 초소형 CCTV의 영상만 주고받는 보안 중계 허브를 만들었다.
“프로네시스가 직접 보안을 관리하니, 해킹당할 걱정도 없습니다.”
심지어 위치 추적 장치까지 설치되어 있어 후에 잊어버릴 걱정도 없었다.
“이런 물건을 세상에 공개하지 못한다니….”
송기덕이 아쉬워하는 목소리로 말했다.
나노 카메라와 마찬가지로 사람들이 악용할 가능성이 큰 물건이었기에 회사는 이 물건을 세상에 공개하지 않기로 했다.
물론 단점이 없는 건 아니었다.
작게 만들어지다 보니, 내구성이 약했으며 화면이 고정된다는 단점이 있었다.
하지만 앞서 말한 장점을 생각한다면 단점이 크게 느껴지지 않았다.
“그래도 CCTV 설치를 허가받아서 다행입니다.”
초소형 CCTV를 몰래 붙여도 상관없었지만 후에 각 나라 정부에 들켰을 때, 그 파급효과는 무시할 수 없었다.
지금 강신과 일행들이 하는 행동은 도시 전체를 넘어 어쩌면 나라 전체를 감시하는 일이었으니까.
들킬 확률은 낮았지만, 제로는 아니었기에 강신은 각 국가에 허락을 구해야 했다.
평상시였다면 절대 허락하지 않았을 일이다.
하지만, 하일브론의 유령은 U.M.A 국제회의에서조차 놓친 개체.
그 존재 자체만으로도 사회의 혼란을 줄 수도 있었다.
허락하고 싶지 않은 국가가 있었는진 몰라도 U.M.A 국제회의에서 승인이 떨어졌고, 그들은 승인할 수밖에 없었다.
그 대신, 각 정부는 몇 가지 제한을 두었다.
우선 설치한 CCTV는 온전히 하일브론의 유령을 잡는 것에만 사용돼야 하며 작전이 종료되면 모든 CCTV를 수거해야 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CCTV 영상을 검토할 인원에 제한을 두었다.
첫 번째와 두 번째, 조건은 쉽게 수긍할 수 있었다.
‘처음부터 그러려고 했으니까.’
악용을 막기 위해 출시하지 않은 물건을 악용하는 모순을 만들고 싶지 않았다.
CCTV에 위치 추적기가 달린 것도 그런 이유에서였다.
하지만 영상을 검토하는 인원을 제한하는 건 쉽게 수긍할 수 없는 일이었다.
수천, 혹은 수만, 그것도 아니면 수십만 개의 CCTV를 제한된 인원을 데리고 실시간으로 범죄 현장을 찾는 건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었으니까.
하지만 이 문제는 의외로 너무나 쉽게 해결되었다.
“네시스, 어때?”
-당장 이상한 구역은 보이지 않는데, CCTV 중 몇 개가 원래 있던 자리에서 이탈했어.
“몇 개 정도는 괜찮아.”
-떨어진 것 말고 누군가가 의도적으로 가지고 간 것 같은데….
“그건 주변 다른 지부 요원들에게 수거를 부탁해.”
-그렇게 할게.
강신에게는 프로네시스라는 뛰어난 AI가 있었다.
그간 강신의 명령으로 분석기와 연구 보조로 연산을 나누어 놨다.
하지만 지금 일은 프로네시스의 연산 능력으로도 힘들 수 있었기에 다른 일들은 모두 중지시켜놓고, 이곳에 연산을 집중시켰다.
신나서 떠드는 그들과는 다르게 의자에 죽은 것처럼 축 처진 빌리가 중얼거렸다.
“으으…. 여러분은 힘들지도 않습니까?”
일주일이라는 시간 동안 차에서 살다시피 했다.
그리고 도시나 마을에 도착하면 범죄가 일어날 것 같은 장소에 CCTV를 붙이고 다녔다.
말로 설명하면 간단해 보일지 모르겠지만, 이는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
물론 성신 지부가 있는 도시에서는 지원이 나와 울프팀을 도와주기도 했지만, CCTV를 붙이는 게 더 빨라졌을 뿐이다.
그들이 쉬는 시간이 늘어나는 건 아니었다.
‘역시…. 수습들은 아직 체력이 부족한가.’
다른 캠핑카를 타고 쫓아오는 신하린과 카밀라는 크게 힘든 기색을 보이지 않았지만, 맥스와 친구들이 부쩍 힘들어하는 모습을 보였다.
‘어쩔 수 없지, 다음 도시에는 모니카와 함께 차에서 대기 시켜야겠어.’
아직 돌아다닌 지역보다 돌아야 할 지역이 훨씬 많았다.
벌써 지친다면 상당히 곤란했다.
강신이 장웨이와 눈을 마주치자, 그가 따로 말하지 않아도 알겠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운전 교대하죠.”
다크써클이 코밑까지 내려온 케빈을 보며 말하자, 그의 얼굴에 화색이 돌았다.
“네!”
운전 교대를 한 이곳과 다르게 뒤쪽에서 따라오는 캠핑카에서는 이순자가 운전을 맡고 있으니, 따로 걱정할 필요는 없었다.
그녀는 강신 다음으로 체력이 좋은 팀원이었으니까.
그렇게 강신과 울프팀은 쉬지 않고 부지런하게 움직였다.
시간이 지날수록 체력이 약한 이들이 지치는 것은 당연했다.
그나마 그들이 계속 버틸 수 있었던 건 방전되기 전, 강신의 배려로 조금이나마 휴식을 취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일정을 알고 있는 이들도 힘든 강행군이었다.
그러니, 그 강행군을 몰래 쫓는 이가 더더욱 힘든 것은 당연했다.
“우욱…. 젠장….”
남성은 과한 피로로 입맛이 없어 음식도 먹지 않았건만, 메스꺼움을 이기지 못하고 헛구역질을 했다.
“X발, 그냥 다른 사람에게 맡길걸…….”
남성은 길거리 노숙자처럼 더럽고 꾀죄죄했다.
만약 그를 아는 사람이 그를 봤다면 깜짝 놀랄만한 모습이었다.
그 남성은 태도는 껄렁껄렁했어도 모습만큼은 깔끔했던 엠마뉴엘레였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