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identified creature capture team RAW novel - Chapter 415
414화
하일브론의 유령이 시간이 약해진다는 걸 알게 된 이후로 강신과 일행들은 첫날처럼 전력을 다하지 않았다.
물론 설렁설렁한 건 아니었지만, 그 모습은 하일브론의 유령에게 내심 불만으로 느껴졌던 것 같았다.
강신은 마지막이라는 그녀의 말을 듣고 평소보다 더 적극적으로 움직이는 일행들을 볼 수 있었다.
그런 그들을 상대하는 하일브론의 유령이 미소를 짓는 걸 본 강신은 생각했다.
‘그러니까, 저렇게 즐거워하지.’
“나는 분명 전력을 다하라고 했는데?”
이미 충분히 즐기고 있는 것처럼 보이는 그녀는 참전하지 않고 자신을 바라보는 강신을 보며 말했다.
강신은 그녀의 입에 걸린 천진난만한 미소를 보고 자신도 모르게 피식하고 웃어버렸다.
그리고는 신하린과 송기덕이 치열하게 그녀를 잡기 위해 움직이는 곳으로 향했다.
강신까지 참전하자, 하일브론의 유령에 움직임이 더욱 바빠졌다.
그녀는 더는 감추는 게 없는 것처럼 육체가 느려진 만큼, 단거리 순간이동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며 평소보다 활발하게 움직였다.
그런 그녀의 모습은 마치 사그라들기 전 자신의 몸을 불태우는 커다란 불씨와 비슷해 보였다.
“이야, 그래 이걸 원했어.”
그녀는 숨을 몰아쉬면서도 즐거웠는지, 계속 미소를 짓고 있었다.
“그럼, 잠시 숨을 돌려 볼까.”
그녀가 첫 번째 장거리 이동으로 현재 장소를 벗어났다.
프로네시스는 그녀가 어디로 향했는지, 바로 알려주었다.
하지만 강신은 잠시 일행들을 불러 새로운 작전을 하달했다.
그리고 작전을 들은 일행들의 표정은 오묘했다.
“정말 그렇게 합니까?”
작전 내용에 의문이 든 송기덕이 반문했지만, 강신의 대답은 바뀌는 것이 없었다.
“네, 이렇게 할 겁니다.”
“아니, 초월체의 장난감은 악한 존재라고 하셨잖아요. 그런 존재를 위해 저희가 그렇게 해 줄 필요가 있습니까?”
“제가 틀렸습니다.”
“네?”
“초월체의 장난감을 만드는 초월체들이 모두 그런 건 아니었나 봅니다.”
강신은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고는 이전에 했던 말을 번복했다.
자신이 쓴 소설도 가끔은 틀린다는 걸 알게 된 이후로 강신은 자신이 만든 데이터를 더는 맹목적으로 믿지 않았다.
그보다 자신의 눈으로 직접 보고 겪는 걸 더 믿기로 다짐했다.
그리고 그렇게 이곳에서 보고 겪은 것을 토대로 생각했을 때, 하일브론의 유령은 악한 초월체가 아닐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잘못이 없는 건 아니지만….’
하일브론의 유령이 살인 사건에 개입해 자신의 흔적을 남겨 수사에 혼란을 준 건 엄연한 사실이었다.
하지만 이는 인간이 저지른 범죄들을 생각하면 정말 사소한 범죄였다.
‘오히려 정말 나쁜 짓을 하는 것은 살인 사건의 범인이지.’
그것 말고도 현재는 소강상태지만, 이전에 카르텔이 민간인을 대상으로 했던 총기 난동이 더 끔찍한 일들이었다.
그녀와 대화를 하면서 강신은 그녀가 하는 행동에 악의가 없다는 걸 알 수 있었다.
‘그러니, 순순히 자신의 마지막을 알려줬겠지.’
초월체는 오늘 자신이 장난감을 잃을 걸 알고 있음에도 화를 내지 않았다.
아니, 오히려 이 순간 후회를 남기지 않으려고 최선을 다하는 것처럼 보였다.
그리고 살인 사건을 구경하는 것보다 직접 몸을 쓰며 땀을 흘리는 게 좋다고 했다.
모든 걸 종합해본다면 강신뿐만 아니라 다른 이들도 강신에게 공감해 줄 게 분명했다.
“어차피 매일 해오던 일인데, 그게 조금 늘어난다고 해서 뭐 어때요, 그냥 팀장님 말대로 하죠.”
신하린은 반대 의견을 내비치는 송기덕에게 핀잔을 주었다.
그녀는 강신이 말한 작전을 긍정적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비록 하일브론의 유령이 자신을 도발해왔지만, 짧은 기간 동안 그녀를 잡기 위해 움직였던 것이 상당한 훈련이 되었다는 걸 부정할 수 없었다.
괜히 빚지기 싫은 그녀는 이렇게라도 고맙다는 답을 하고 싶었던 것으로 보였다.
“음…. 그렇긴 하네요, 금방이라도 손에 잡힐 것 같으니까, 저도 모르게 조금 조급해졌나 봅니다. 좋습니다. 어디 오늘을 최고의 하루로 만들어 보죠.”
송기덕은 자신의 톤파를 빙글빙글 돌리며 의지를 다졌다.
강신과 일행들은 의욕을 불태우며 그렇게 다음 장소로 향했다.
그들은 다음 장소에서 기다리고 있는 하일브론의 유령을 보자마자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더 격렬하게 덤벼들었다.
송기덕이 그녀의 눈에 모래를 뿌리기까지 했으나, 그녀는 마냥 즐거워했다.
“초코야!”
모래를 막느라, 잠시 빈틈을 보인 그녀에게 초코가 달려들었다.
그러나 그녀는 살짝 뒤로 뛰는 것만으로도 간단하게 피해냈다.
신하린과 송기덕이 각각 몸과 다리를 노리고 공격을 가했다.
두 명이 달려들자, 그녀는 입고 있던 후드를 그들에게 집어 던져 시야를 확인하고는 옆으로 비켜섰다.
둘은 서로 엉켜 바닥을 굴렀고, 강신은 그들을 뛰어넘으며 바로 주먹을 내질렀다.
“하핫!”
자신을 향해 곧게 뻗어오는 강신을 본 그녀가 호탕하게 웃었다.
그 공격을 단거리 순간이동으로 피한 그녀가 멀찍이 떨어졌다.
“정말 즐거워. 왜일까, 너희들은 쉽게 질리지 않아.”
이제까지 그녀의 말을 대부분 무시했던 것과 다르게 강신이 대꾸했다.
“아직 말할 여유가 있으신가 보군요?”
그녀가 놀란 듯이 비취색으로 빛나는 눈을 동그랗게 치켜뜨다 이내, 흥이 올랐는지 작게 웃으며 말했다.
“그러엄~ 아직 여유는 넘치지, 자, 더 전력으로 덤벼봐.”
“그럼, 사양하지 않겠습니다. 초코야!”
강신의 그림자에서 소형견 크기의 초코가 튀어나와 그림자와 그림자 사이를 뛰어다녔다.
그렇게 정신없이 혼란을 주는 동안 강신은 그녀의 빈틈을 노렸다.
건틀릿을 낀 손으로 빠르게 수십 번의 잽을 날렸다.
파파팟!
강신의 주먹이 무섭게 바람을 갈랐지만, 그 말대로 바람만 가를 뿐이었다.
하일브론의 유령은 강신의 잽을 피하면서 초코의 방해가 거슬렸는지, 그림자에서 튀어나온 초코를 그대로 짓밟았다.
어째서인지, 초코는 그녀의 그림자로는 들어가지 못했고 발에 밟혀서 움직이지 못하게 됐다.
-켕!
귀찮게 하는 초코를 막는 건 좋았지만, 그녀는 초코를 밟고 있는 발을 뗄 수 없었다.
그래서일까, 이어지는 강신의 공격을 피하는 게 조금 늦어버렸다.
건틀릿이 그녀의 몸에 닿기 전 강신의 공격이 코앞에서 멈춰 섰다.
이게 강신이 일행들에게 추가했던 작전이었다.
그러자, 그녀가 조금 기분이 상한 것처럼 억지로 입꼬리를 올리며 말했다.
“하! 이미 이렇게 될 걸 알고 있었는데도 막상 겪어보니, 기분이 썩 유쾌하지는 않군.”
그녀의 말에 강신이 피식 웃었다.
“설마 이걸로 끝은 아니시겠죠?”
“건방지긴, 당연하지! 잘 따라오기나 해!”
그녀가 그 말을 끝으로 다시금 장소를 옮겼다.
그렇게 이동한 게 두 번이 되고, 세 번이 되고, 네 번이 됐다.
장소를 옮길 때마다 처음과 달리 하일브론의 유령은 점점 약해져만 갔다.
다섯 번째 이동을 한 후에는 강신이 아닌 송기덕 혼자서도 그녀를 잡을 수 있을 정도였다.
그녀가 얼마나 약해졌는지 모두 알 수 있었다.
잡을 수 있었음에도 울프팀은 강신이 그랬던 것처럼 끝까지 그녀를 잡지 않았다.
그리고 여섯 번째 이동을 하자, 강신은 설야의 날개 가루까지 섭취했다.
몸이 한계에 도달했다고 해도 최선을 다하는 게 그녀에게 예의라고 생각했다.
“그때, 그거구나.”
입에서 하얀 수증기가 흐르고 얼굴이 붉게 달아오르자, 그녀는 강신의 상태를 바로 알아차렸다.
“나도 긴장을 해야겠네.”
멀쩡했던 몸 상태로도 무리하면서 움직여야 했던 상대였다.
지금은 육체 여기저기 삐걱거리는 상황이니 그때보다 상황이 안 좋다고 봐야 했다.
하지만 그래도 포기할 생각은 없어 보였다.
그녀는 한계의 한계까지 움직이고 싶어 하는 것 같았다.
“그럼, 갑니다.”
이미 송기덕에게도 잡힐 정도로 약화된 몸으로 강화된 강신의 공격을 피할 수 있을 리 없었다.
강신은 그 어느 때보다도 빨랐다.
잡으려고 했다면 처음 손을 뻗었을 때, 끝났을 게임이었다.
하지만 강신은 겉보기에는 화려하지만, 실속 없게 일부러 닿을 듯 말듯하며 하일브론의 유령을 즐겁게 해주었다.
짧은 시간이 흐르고 도저히 피할 수 없다고 생각했는지, 단거리 이동으로 거리를 두고 뒤로 빠졌다.
“스읍…. 아쉽네, 이 몸뚱어리만 멀쩡했어도….”
아쉬운 다는 듯이 중얼거린 하일브론의 유령은 기어코 7번째 장거리 이동으로 사라졌다.
강신과 일행들이 마지막 장소로 향했을 때, 하일브론의 유령은 더는 도망가는 걸 포기한 것처럼 골목에 있는 커다란 쓰레기통에 걸터앉아있었다.
그런 그녀를 보고는 강신이 물었다.
“어떻게 더 하시겠습니까?”
“그러고 싶지만, 이 육체가 한계라 더 사용했다가는 계약 위반이 될 것 같으니까, 그만두지.”
초월체는 장난감과 계약했을 때 맺은 육체를 생명에 지장 없이 사용하겠다는 약속을 지켜야 했다.
“역시 아쉽네, 그래도 어쩔 수 없지. 언제나 끝은 있는 법이니까. 너희들과 노는 건 상당히 즐거웠어. 그러니까 내가 몇 가지 선물을 줄게.”
강신은 그녀가 선물을 준다는 이야기를 듣고 귀가 솔깃했다.
그게 얼굴에 티가 났는지, 하일브론의 유령은 장난기 어린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선물이 무엇인지, 궁금하겠지. 그런데, 오늘은 괘씸해서 말해주지 않을 거야.”
그녀가 앉아 있던 쓰레기통에서 내려왔다.
그리고는 강신에게 손을 내밀었다.
“자, 이제 잡아.”
강신은 건틀릿을 벗고 맨손으로 그녀의 손을 잡자,
우웅…. 우웅….
이상한 소리와 그녀의 전신에서 비취색의 빛이 맴돌다 가슴으로 모이기 시작했다.
그리고는….
파앙~!
쨍그랑! 와장창!
그녀를 중심으로 보이지 않는 충격파가 발산됐다.
뭔가 깨지고 넘어지는 소리와 함께, 몸이 하늘로 공중을 날았다.
“으악!”
“꺄악!”
“흐이익!”
일행들의 비명이 들려왔고 공중을 날던 강신의 몸은 이내, 벽면에 부딪혔다.
쾅!
“윽….”
보호 장비 덕분에 벽에 부딪힌 충격은 크지 않았다.
하지만 충격파가 보호 장비를 뚫고 충격을 주었는지, 내부가 진탕된 기분이었다.
그와 더불어 때마침, 설야의 날개 가루 효과도 끝이 났고 온몸에 힘이 쫙 빠지기까지 했다.
엄청난 탈력감과 불편한 속.
충격으로 뇌까지 흔들렸는지, 시야가 흔들렸다.
강신은 더는 버티지 못하고 천천히 정신을 잃어가기 시작했다.
점점 어두워지는 시야 속에서 자신의 손을 잡았던 여성이 강신에게 다가와 속삭였다.
“그분이 전하라고 하셨습니다.”
이제까지 남성적 말투를 사용했던 것과 다르게 목소리에 차분함이 느껴졌다.
“정말 재미있었어. 나를 즐겁게 해줬으니, 나중에 만나면 한 번쯤은 도와줄게.”
호의가 느껴지는 내용을 들은 강신은 결국 정신을 완전히 놓아야만 했다.
* * *
강신이 초월체를 돌려보낸 직후 현장을 지원하던 이들은 모두 혼란에 빠져야 했다.
“모니카!”
“안돼요! 문을 열 수 없어요!”
갑자기 모니카가 열어둔 문이 모조리 닫혀버린 것이다.
심지어 새롭게 문을 열려고 시도해봤지만, 그것조차도 불가능했다.
무슨 일이 생긴 건지 전혀 예상되지 않았다.
외부와 연락이라도 된다면 현재 돌아가는 상황을 알 수 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이들은 이곳에서 완전히 고립되어 버렸다.
혼란에 빠진 건 비단 이들뿐만이 아니었다.
숙소에서 프로네시스와 연락을 주고받던 빌리와 카밀라도 혼란스럽기는 마찬가지였다.
갑자기 문이 닫힌 건 그렇다 치더라도 가장 큰 문제는 하일브론의 유령을 상대하던 현장 요원들과 모조리 연락이 끊겼다는 것이다.
-위치 추적 장치 작동 불능, 현장 일대 설치된 카메라 작동 불능.
강신과 일행들에게 무슨 일이 생긴 것이 분명했지만 어떤 일이 생겼는지, 알아낼 수가 없었다.
“케빈! 케빈이 추가 연락용 장치를 가지고 있습니다.”
-이미 연결을 시도했지만, 그쪽도 연락이 안 됩니다.
“윽….”
결국, 그들이 할 수 있는 건 현재 상황을 상부에 보고하는 것뿐이었다.
보고를 받은 상부는 강신과 일행들이 있던 마지막 현장과 가장 가까운 지부와 연락해 지원을 보냈다.
그러나 그들이 그 장소에 도착했을 때는 난장판이 된 골목뿐, 강신과 일행들의 모습은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었다.
그렇게 이날, 강신과 송기덕, 케빈이 현장에서 실종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