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identified creature capture team RAW novel - Chapter 416
415화
정신을 잃고 시간이 얼마나 흘렀을까.
온몸을 찌르는 듯한 격통에 강신은 인상을 쓰며 무거운 눈꺼풀을 들어 올렸다.
눈을 떠보니, 낯선 천장이 강신을 기다리고 있었다.
“여긴….”
머물던 숙소까지는 바라지 않았다.
적어도 병실에서 눈을 뜰 줄 알았는데, 강신이 깨어난 곳은 병실이 아니었다.
‘병실에 저렇게 비싸 보이는 장식들이 달려 있을 리는 없으니까.’
천장은 장인의 손길이 닿은 듯 오밀조밀하게 장식되어 있었다.
힘겹게 상체를 들어 올리자, 방 내부를 장식하고 있는 앤틱하고 고급스러운 가구들이 보였다.
병원에서 쓰기에는 고가의 물품이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강신이 현재 누워있는 침대는 조금 과장해서 성인 남성 스무 명이 누워도 될 만큼 널찍했다.
쓰고 있는 침구류 또한 깃털에 버금갈 만큼 가볍고 부드러웠다.
이 모든 걸 종합해 본다면 이곳은 절대 병실이 될 수 없었다.
강신은 서둘러 자신의 복장을 살폈다.
다행히도 입고 있는 옷은 쓰러졌을 때, 입고 있던 보호 장비 그대로였다.
그리고 자신의 무기인 건틀릿은 침대 옆 테이블에 고이 올려져 있었다.
강신은 서둘러 이곳의 상황을 살피며 필요한 정보를 수집했다.
그러던 그때,
틱. 틱.
집중하지 않으면 들리지 않을 작은 소리가 어디선가 들려왔다.
‘어디지?’
강신은 서둘러 방 내부를 살폈고, 곧 그 소리가 창가에서 난다는 걸 깨달았다.
강신은 아직 무거운 몸을 일으켰다.
“으윽….”
누워있을 때는 괜찮은 줄 알았는데, 일어서니 머리가 핑하고 돌며 속이 뒤집히는 기분이었다.
그래도 가만히 있을 수는 없었다.
강신이 힘들게 몸을 이끌고 창가에 도착하자, 그 이상한 소리가 어디에서 났는지 알 수 있었다.
“설야야.”
창문을 두드리고 있었던 것은 다른 이들에게는 보이지 않는 오색 빛의 나비였다.
강신은 서둘러 창문을 열려고 했다.
턱.
하지만 창문은 뭔가에 걸린 것처럼 열리지 않았다.
‘힘을 줘서 부수는 건 어렵지 않을 것 같긴 한데….’
이곳이 어디인지 모르는 상황에서 뭔가를 망가트리는 건 피해야 할 것 같았다.
끼이익~
강신이 고민하는 동안, 녹슨 경첩 소리가 누군가가 문을 열고 들어왔다는 걸 알려주었다.
“일어나셨군요.”
40대 중반, 혹은 50대 초반으로 보이는 외모였다.
그는 깔끔한 정장을 입고 있었다.
‘누구지?’
혹시나 아는 사람이 자신을 이곳으로 데리고 온 걸까 했는데, 모습을 드러낸 중년 남성은 일면식도 없던 사람이었다.
결국, 강신은 그가 누구인지 질문해야 했다.
“누구십니까?”
그는 강신의 질문에 바로 대답했다.
“이곳에서는 리암이라고 불리고 있습니다.”
중년인은 마치 이전에는 다른 이름이었던 것처럼 대답했다.
“그리고 이곳은 저희 패밀리가 운영하는 안전 가옥이죠.”
그가 소속된 곳이 어디인지 들은 강신이 그를 경계하는 표정을 지었다.
‘카르텔.’
그는 강신이 어떻게 반응할지 예상했던 건지, 서둘러 말을 덧붙였다.
“그렇게 경계하실 필요 없습니다. 해를 끼칠 생각이었다면 깨어나시기 전에 미리 손을 썼을 테니까요. 그리고 무엇보다 사용하시던 장비도 그곳에 두지 않았을 겁니다.”
그는 어째서인지, 강신에게 호의적인 모습을 보여주려고 노력했다.
하지만 이전에 장웨이가 설명해주었던 카르텔의 이미지가 너무 강했던 터라 쉽게 그를 믿을 순 없었다.
그런 강신을 보며 리암이 말했다.
“흠, 생각보다 신중하시군요. 뭐, 좋습니다. 저희를 좋아하지 않는 사람들은 차고 넘치니. 그보다 조금 비틀거리시는 걸 보아, 몸 상태가 좋지 않으신 것 같은데 우선 앉아서 대화를 나누시지 않겠습니까?”
그는 방 내부에 있는 티 테이블에 있는 의자에 앉았다.
‘대화라….’
강신도 궁금한 게 많았기에 경계심을 유지하고 그의 맞은편에 앉았다.
“원하신다면 차를 대접하죠.”
강신은 조금이라도 빨리 궁금증을 해결하기를 바랐기에 그런 그의 제의를 거절했다.
“아니요, 차는 됐습니다.”
“그러시다면야, 바로 이야기를 시작하죠. 우선 그쪽에서 궁금한 것이 많으실 테니, 먼저 질문하시겠습니까?”
리암은 강신에게 먼저 질문권을 주었다.
그러자 강신은 깨어나서 줄곧 궁금했던 질문을 던졌다.
“저와 함께 있던 제 일행들은 어디에 있습니까?”
현장에서 일행들의 비명을 들었다.
일행들도 아마 자신과 함께 정신을 잃었을 가능성이 컸다.
일행들의 위치를 묻자, 리암이 씩 웃으며 대답했다.
“일행이라 하면 함께 쓰러져 있던 분들을 말씀하신 것이겠죠. 함께 있던 남성 두 분은 이 건물 다른 방에 있습니다.”
강신은 리암의 말을 듣고 순간, 의문이 들었다.
‘둘?’
그곳에 있었던 건 자신을 제외하고 송기덕과 케빈, 신하린과 하일브론의 유령이었던 여성까지 총 네 명이었다.
‘하일브론의 유령이었던 여성은 자리를 떴다고 해도 하린이는 어떻게 된 거지?’
신하린이 멀쩡했다면 강신을 이곳으로 데리고 오는 걸 보고만 있었을 리 없다.
하지만 강신은 이상하다는 티를 내지 않았다.
일단 다른 방에 있다고 한 일행들을 걱정하는 척 그들의 안부를 물었다.
“두 사람, 모두 괜찮은 겁니까?”
“네, 제가 방금 말했던 것처럼 저희는 당신들에게 위해를 끼칠 생각이 없습니다. 그러니, 그렇게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저희 패밀리 전속 의사가 직접 진단했습니다.”
“…….”
“두 분, 모두 몸에는 이상이 없다고 했습니다만, 당신과 다르게 아직 깨어나지 못하고 있을 뿐입니다.”
일행이 멀쩡하다는 소리에 강신이 안도하며 경계심을 누그러트렸다.
“단순히 호의를 가지고 저희를 도와주려는 것 같지는 않고…. 저희를 이곳으로 데리고 온 이유가 있으신 거겠죠.”
“맞습니다. 호의만으로 한 행동이 아니라는 거 부정하지는 않겠습니다. 저희는 당신들에게 바라는 게 있습니다. 다만,”
그는 최대한 말을 아끼려는 모습을 보이다가 어렵게 뒷말을 이어갔다.
“부탁할 일이 아무래도 패밀리의 기밀과 관련된 일이라 쉽게 알려드리기는 조금 그렇군요. 이야기를 듣게 된다면 당신들은 무조건 저희를 도와주셔야 합니다. 그러니, 당신들이 누구인지 알아야겠습니다.”
강신은 리암과 대화를 나누다 문득 이상한 걸 깨달았다.
‘어째서 이렇게 정중하게 대하는 거지? 우리가 누군지도 모르는데? 그러면서 뭘 부탁하려고?’
아무리 생각해봤지만, 쉽게 답이 나오지 않았다.
그래서 강신은 생각하는 것을 잠시 멈추고 대놓고 질문했다.
“저희가 누구인지 아십니까?”
리암은 강신의 말을 듣고 고개를 가로저었다.
“저는 당신들이 정확히 누구인지는 모릅니다. 그래도 당신들이 하는 일은 알고 있죠.”
리암은 분위기를 잡고 중저음의 목소리로 말했다.
“크립티드라 불리는 괴물들을 상대하는 사람들.”
순간 강신이 리암의 말을 듣고 의자에서 튀어 오르듯 일어나 그를 경계했다.
“당신 누구야.”
카르텔은 뒷세계에서 활동하지만 U.M.A의 존재에 대해서는 모르는 이들이었다.
그들이 하는 일은 어디까지나 인간들을 대상으로 하는 일이기도 했고, U.M.A를 대상으로 뭔가를 하기 위해선 기본적으로 큰 자금력과 정보력, 그리고 ‘허가’가 필요했다.
그런데 리암의 입에서 크립티드라는 말이 흘러나왔으니, 강신은 크게 경계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리암은 그런 강신의 반응을 보고는 오히려 미소를 지으며 중얼거렸다.
“소문으로만 들었지, 실제로 크립티드라고 불리는 괴물들을 사냥하는 사람이 있는지는 몰랐는데, 반응을 보니 실존하고 있었군요.”
리암의 반응에 강신이 아차 했다.
리암이 크립티드를 입에 담은 것은 순전히 강신의 반응을 보기 위해서였다.
강신은 자신의 실책에 크게 혀를 찼다.
“그렇다면 저희 패밀리 막내가 했던 말이 사실이겠군요.”
리암은 강신 일행을 이곳으로 데리고 오기 전 상황을 떠올렸다.
* * *
처음 이야기는 패밀리 막내에게서 나왔다.
패밀리의 막내가 하는 일은 정보를 수집하는 일이었다.
그는 최근 문제가 된 히어로 코스튬을 한 인원들과 뒷골목을 누비고 다니는 이들에 대해 조사를 진행했다.
그리고 패밀리 회의에서 그 수집한 정보를 알렸다.
“히어로 코스튬을 한 인원들은 대부분 민간인이었습니다. 지금은 파스라챠 패밀리의 보복이 두려운지, 많이 줄어든 상태입니다.”
“…….”
“그리고 이곳 사람이 아닌데, 골목을 쑤시고 다니는 사람들 말입니다…. 몰래 그들의 대화를 엿들었습니다만, 크립티드라고 불리는 괴물들을 사냥하는 사냥꾼인 것 같습니다.”
막내의 말을 듣고 회의에 참석한 다른 가족들이 막내를 비웃었다.
“뭐? 괴물 사냥꾼? 너 무슨 약했냐?”
“아니, 이 나이 처먹고 아직도 크립티드를 믿어?”
그들은 막내의 말을 믿지 않았고 차가운 시선을 보내왔다.
막내는 누구보다 열심히 뛰면서 정보를 모았다고 억울해했지만, 그의 말을 헛소리 치부하며 회의는 종료됐다.
낙담한 막내가 길거리를 헤맨 곳이 바로 강신과 하일브론의 유령이 있던 장소였다.
아무도 없는 골목에서 대화하는 동양인의 남성과 뭔가 특이한 여성은 그의 호기심을 자극하기에 충분했다.
그는 조금 거리가 떨어진 곳에서 그들을 관찰했다.
그리고 강신과 그녀가 악수하는 순간, 하일브론의 유령이 내뿜는 충격파를 몸으로 직접 경험해야 했다.
근거리에서 충격파를 그대로 맞은 일행들과 달리 멀리 떨어진 곳에 있던 그는 잠시 정신을 잃기는 했으나, 금방 정신을 차렸다.
그는 휴대폰이 먹통이 된 걸 확인하고 직접 발로 뛰어 패밀리에게 이 소식을 전했다.
하지만 회의에서 그랬던 것처럼 그의 말을 믿는 이는 적었다.
아무도 그의 말을 믿지 못하자, 그는 패밀리 내에서 금기시되는 말을 꺼내버렸다.
“그냥 썩어 죽는 것보다 썩은 밧줄이라도 잡아봐야 하는 것 아닙니까!”
그가 그렇게 말하자, 순간 웃고 떠들고 있던 건물 내부가 싸하게 식어버렸다.
“뭐? 이 새끼가….”
“지금 니가 무슨 말을 했는지, 알고 있냐?”
“뚫린 입이라고 그렇게 막말하고 다닐 거면 내가 아예 다물지 못하게 뚫어줄까?”
패밀리의 분위기가 금세 험악해졌다.
만약 그가 정식으로 패밀리로 인정받은 막내가 아니었다면 당장이라도 들고 있는 총으로 몸에 구멍을 낼지도 몰랐다.
분위기는 계속 과열되었다.
그때, 가장 안쪽에 앉아 있는 빅 브라더가 입을 열었다.
“시끄럽군.”
크지 않은 목소리였다.
그 한마디에 다른 사람들이 모두 입을 다물었다.
“그래, 막내 말이 틀린 말은 아니지. 어디 한번 데리고 와봐.”
빅 브라더의 지시에 더는 누구도 토를 달지 않았다.
그렇게 리암은 빅 브라더의 지시로 강신과 송기덕, 케빈을 이곳으로 데리고 온 것이었다.
모든 설명을 들은 강신은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과연, 이 모든 게 우연일까?’
그럴 리가 없었다.
하일브론의 유령은 언제나 사람이 없는 곳에서 술래잡기를 진행했다.
그런 그녀가 근처에 사람이 있다는 걸 모를 리 없었다.
‘설마, 이게 말했던 그 선물인가?’
그녀가 사라지기 전, 분명 강신에게 선물을 준다고 했던 걸 떠올렸다.
“후…. 좋아요, 이왕 이렇게 된 거 말씀드리죠. 맞습니다. 저희는 U.M.A 그러니까 당신들이 말하는 크립티드를 사냥하는 사람들입니다.”
“역시….”
강신의 말을 들은 리암이 얼굴에 화색이 돌았다.
“그래서 그쪽 패밀리가 저희에게 부탁하고 싶은 것이 무엇입니까?”
크립티드를 사냥하는 사람을 찾고 있었다면 인간의 상식으로는 이해할 수 없는 일을 겪은 게 분명했다.
“이걸 봐주시겠습니까?”
그는 천천히 신고 있던 구두와 양말을 벗고 자신의 발을 보여주었다.
그의 발가락은 검게 물들어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