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identified creature capture team RAW novel - Chapter 42
41화
박재성에게서 황색 봉투를 건네받은 강신 일행은 간단히 회의가 가능한 공간으로 이동했다.
계속 갇혀 있어 답답할까 걱정했던 설야는 다행히도 강신의 머리 위에서 곤히 자고 있었다.
그곳에서 강신 일행은 그가 건네준 묻지마 범죄를 다루고 있는 경찰들의 보고서와 현장의 사진들, 그리고 어떻게 수습했는지까지 상세히 적힌 정보들을 훑어봤다.
묻지마 범죄라는 것은 범행을 벌이는 어떤 이유와 동기 없이 저지른 범죄를 말한다.
깊게 들어간다면 불특정 다수의 증오나 사회에 대한 불만 때문이어서 동기가 없는 것은 아니었지만, 지금 중요한 건 그런 내용이 아니었다.
강신은 경찰이 처리한 사건 내용을 쭉 훑어보았다.
사건은 3일 전 저녁, 서면역 인근 골목에서 일어났다.
범인은 50대 노숙자로 추정되었고, 피해자는 총 세 명으로 모두 20대 초반의 남성이었다.
특이한 점은 다친 상처들이 모두 야생 동물에게 물리거나 할퀴어진 흔적처럼 보인다는 것이었다.
근처를 지나가던 행인의 증언을 들어 보자면, 비명이 들리고 골목에서 노숙자로 보이는 사람이 황급히 그곳을 벗어났다고 진술했다.
“사망자가 없어서 다행이긴 한데, 20대 초반 세 명이 노숙자로 보이는 중년의 남성을 제압하지 못해서 이런 상처가 생겼다는 것 자체가 조금 이상하네요. 범인이 무기를 사용했나요?”
김 대리가 피해자의 상처 부위가 찍힌 사진을 들고 흔들었다.
“가해자를 잡아서 범행 동기를 물어본 것도 아닌데, 피해자의 증언만으로 묻지마 범죄가 된 것도 상당히 이상하군.”
척준신이 이야기하자, 강신도 고개를 끄덕이며 자신이 느낀 이상한 부분을 말했다.
“그것 말고도 피해자 증언이 조금씩 달랐다고 하는군요. 이건 좀 찾아봐야겠어요.”
이번 사건에 U.M.A.가 관련되어 있으니, 상처나 주변 상황은 이상할 수 있다. 하지만 피해자들의 증언이 일관되지 않은 건 이해가 가지 않았다.
“그리고, 강 선임님 이것 좀 보세요.”
김 대리가 몇 장의 사진을 강신이 잘 보이도록 들어 올렸다.
“사건 현장을 촬영한 것인데, 여기 보시면 피해자들이 다친 상처와 비슷한 상흔들이 건물이나 주변 도로에도 남아 있었답니다. U.M.A.의 흔적을 남길 수 없어서 사진으로만 남기고, 부산 지원팀에서 흔적을 지웠다고 하네요.”
사진을 함께 본 척준신이 먼저 입을 열었다.
“마치 늑대 같은 동물이 공격한 것 같군, 강 선임 혹시 늑대 인간과 비슷한 U.M.A.가 존재하나?”
척준신의 질문에 강신이 고개를 끄덕였다.
“있긴 합니다. 그런데, 아마도 늑대 인간은 아닐 겁니다.”
강신의 확신에 찬 대답을 들은 척준신은 고개를 갸웃했다.
“어째서지?”
“여러 이유가 있긴 하지만, 만약 가해자가 늑대 인간이었다면 피해자들이 그냥 다치는 정도로 끝나지 않았을 테니까요.”
“그렇군.”
강신은 일관성 없는 피해자들의 진술이 적힌 내용을 꺼내 확인했다.
“이 사람은 길을 지나가고 있는데, 가해자가 어디선가 튀어나와서 검은색 흉기를 휘둘렀다고 증언했네요.”
강신이 많은 서류 중에서 피해자의 진술들을 찾기 시작하자, 다른 사람의 진술을 찾은 김 대리가 입을 열었다.
“이분은 친구들끼리 골목으로 담배를 피우기 위해서 들어갔는데, 그곳에 있던 노숙자가 자기와 친구들을 덮쳤다고 했군요. 다친 세 명이 친구인가 봐요. 범행 당시 가해자의 무기는 어두워서 보지 못했다고 하네요.”
김 대리의 이야기가 끝나자, 마지막 피해자의 진술을 찾은 척준신이 적혀 있는 내용을 읽었다.
“이 친구도 앞부분은 김 대리가 읽은 내용처럼 담배를 피우기 위해 이동했다고 진술했지만, 자신들을 공격한 것은 노숙자가 데리고 있었던 커다란 개라고 하는군.”
박재성이 건넨 서류를 통해 얻을 수 있는 모든 정보를 얻었다.
강신 일행은 다음으로 해야 할 일을 찾아야 했다.
먼저 의견을 제시한 것은 김 대리였다.
“사건 현장을 먼저 확인하는 편이 낫지 않을까요?”
하지만 그런 김 대리의 의견을 척준신이 반대했다.
“현장 확인보다 가해자인 노숙자를 먼저 확보하는 것이 더 급하네. 확보가 늦어지면 그만큼 다른 피해자가 생길 수도 있어.”
“그래도, 현장을 보지도 않고 바로 쫓는 것은 너무 성급한 것 같은데요…….”
두 사람의 의견은 엇갈렸지만 둘 다 일리가 있는 의견이었다.
하지만 강신은 두 사람과는 전혀 다른 의견을 제시했다.
“저는 피해자들을 먼저 만나 봤으면 좋겠는데요.”
“피해자들을요?
“네, 사건 현장은 이미 정리가 끝났다고 했으니, 사진이면 충분할 테고 무작정 가해자를 쫓는 것은 현재로서 굉장히 위험한 일입니다. 김 대리님이 경찰분들에게 범인을 찾으면 접근하지 말고 위치만 파악해 달라고 해 주세요.”
“네, 알겠습니다. 그러면 이왕 요청하는 거, 피해자들을 만날 때도 경찰의 협조를 받죠.”
김 대리가 앞으로 일정을 조정했지만, 강신은 고개를 저으며 반대했다.
“아니요. 피해자를 만나는 것은 경찰이 없는 상태에서 저희가 직접 접촉하는 것으로 하죠.”
“음? 굳이 그렇게 하는 이유가 있나? 경찰의 도움을 받으면 편하게 이야기를 들을 수 있을 텐데?”
피해자들은 U.M.A.와 전혀 관련이 없는 평범한 사람들이었기 때문에 척준신의 말이 이해되지 않는 것은 아니었지만, 그럼에도 강신은 그들을 직접 만나고 싶어 했다.
“그들의 진술이 통일되지 않은 게 의심스럽거든요.”
“그냥, 그 상황이 너무 갑작스러워서 통일되지 않은 것일 수도 있지 않나? 혼란스러운 경험이니, 당연히 상황 판단이 제대로 되지 않았을 테지.”
척준신은 U.M.A.와 관련된 작전에서 이런 경우를 몇 번이나 보았기 때문에 그럴 수 있다고 생각했다.
“맞는 말씀입니다만…. 여기 보시면 진술의 전제부터가 잘못되었습니다. 그들이 어떻게 습격을 당했는지, 이 부분이 통일되지 않았다면 저도 그냥 넘어갔을지도 모르죠.”
“그러니까 습격당한 부분 말고, 다른 부분들이 이상하다고?”
“네, 그들이 진술한 바로는 셋이 친구라고 했잖습니까?”
“그런데?”
“그렇다면 같이 이동하는 중이었을 텐데, 습격당하기 전부터 진술이 갈린다는 것은 조금 이상하죠. 저는 그들이 제대로 경찰에게 진술하지 않은 이유가 있다는 생각이 드네요.”
강신의 설명을 들은 김 대리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러니까, 강 선임님 말은 그들이 진실을 말하기에는 뭔가 켕기는 것이 있다는 거군요.”
“그렇습니다.”
“그런데 그것과 경찰의 도움을 받는 게 무슨 상관인가?”
“피해자들과 직접 대화를 좀 해 봐야 알겠지만, 아마 경찰들을 통해 만나게 된다면 그들은 경찰에게 했던 말을 그대로 저희에게 할 겁니다.”
“흠……. 그러니까, 뭔가 숨겨진 이야기를 들어야 한다는 거지?”
“그렇습니다.”
척준신은 더 물어보고 싶은 것이 있어 보였지만, 이내 머리를 흔들었다.
“강 선임이 원하는 대로 진행하지.”
“감사합니다.”
회의가 거의 마무리되자, 박재성이 울프팀에 이야기했다.
“그럼, 회의는 다 끝나신 겁니까?”
“네, 박 대리님도 옆에 계셨으니, 아시겠지만 저희는 피해자가 입원한 병원으로 가고 싶습니다. 위치를 알고 계십니까?”
“물론입니다. 서면역에서 한 정거장 떨어진 곳에 있는 종합병원에 입원하고 있죠. 제가 안내하겠습니다.”
박재성은 강신 일행을 피해자들이 입원한 종합병원으로 데리고 갔다.
강신은 종합병원에 도착하자, 자신의 일행들과 박재성에게 근처에서 조용히 이야기할 수 있는 공간의 수배와 함께 몇 가지 자잘한 부탁을 했다.
척준신은 강신과 함께하려고 했지만 강신은 끝끝내 거절했고 강신은 혼자서 병원 안으로 이동했다.
이미 박재성에게 피해자들이 입원한 병실의 호수를 들었기 때문에 강신은 헤매지 않고 곧장 피해자들이 있는 곳으로 이동할 수 있었다.
병실에서 그들을 찾는 것은 그리 어려운 일은 아니었다.
친구 관계인 세 명이 한 병실에서 모여 시끄럽게 떠들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야야, 얘 어떠냐? 이번에 번호 딴 여자애인데?”
“와씨. 개이쁘네. 너는 어떻게 그따위로 생겨 놓고, 맨날 이런 애들을 만나냐.”
“뻔하지. 맨날 명품 짝퉁 걸치고 있는 척 허세 부려서 그런 거일걸?”
“지랄. 너희들이 모르는 나의 진정한 매력을 느껴서 그런 거지.”
“너나 지랄한다.”
세 명의 피해자는 말끝마다 욕을 붙이며, 주변의 불편한 시선을 무시한 채 자기들끼리 시끄럽게 수다를 떨고 있었다.
강신이 피해자들에게 다가가며 입을 열었다.
“서창원 씨?”
강신이 피해자 중 유일하게 초반 증언이 다른 사람의 이름을 불렀다.
피해자들이 대화를 멈췄고, 그중에서 자신의 이름이 불린 피해자가 대답했다.
“네? 누구세요?”
“안녕하세요. 저는 파워헬스라는 잡지를 출간하는 메카턴이라는 출판사에서 일하는 김민수라고 합니다.”
강신은 직장뿐만 아니라 자신의 이름까지 가명으로 알려 주었다.
“파워헬스요? 처음 들어 보는데, 너 아냐?”
“아니, 나도 처음 들어 보는데….”
“작은 잡지사라서 모르실 수도 있겠네요. 저희 잡지는 건강과 육체 관련된 내용을 다루는 잡지입니다.”
“아, 네. 그런데……. 저를 어떻게 아세요?”
“서창원 씨가 묻지마 범죄와 관련되어 있다고 들어서요.”
묻지마 범죄 이야기를 꺼내자, 피해자들은 모두 입을 다물고 강신을 경계하는 눈빛으로 바라봤다.
“이미 TV에서도 보도된 내용이니까요. 위험했던 묻지마 범죄 상황 속에서 정의감을 갖고 범인에게 달려들었다고 들었습니다. 그래서 부상을 입고 범인을 내쫓아서 다른 사람들이 다치지 않게 만들었다고. 제가 서창원 씨를 찾아온 이유는 다름이 아니라, 그 상황에 대해서 조금 인터뷰하고 싶어서요. 혹시 괜찮으시겠습니까?”
강신이 일부러 피해자를 치켜세워 주자, 그는 강신의 말에 기분이 좋은지 입꼬리가 귀에 걸려 있었다.
“흠흠, 굉장히 위험하기는 했죠. 그래서 그런가 그때 상황이 잘 기억이…….”
서창원은 입가에서 미소를 지우지 않고 강신에게 무엇인가를 요구하는 것처럼 행동했다.
그리고 강신은 눈치 빠르게 그것이 무엇인지 바로 잡아냈다.
“이런 그런 고생을 하셨는데, 그럴 만도 하시겠네요. 그래서 힘든 창원 씨를 위해서 저희 잡지사에서 쾌유하라는 의미에서 소정의 선물도 준비했는데…….”
강신이 입고 있는 정장의 품속에서 미리 준비해 두었던 하얀 봉투를 살짝 꺼내서 보여 주자, 서창원뿐만 아니라 다른 피해자들도 눈에서 탐욕이 번들거렸다.
“제, 제가 그때 일을 잘 기억하고 있습니다. 이 녀석보다 제가 더 자세히 알려 드릴 수 있어요.”
다른 피해자가 급하게 손을 들고 이야기하자, 서창원이 서둘러 말을 바꾸었다.
“하하, 잘 생각해 보니까 기억이 날 것 같네요. 얘들은 무시하고 저와 인터뷰하죠.”
“야, 치사하게 혼자서 그러기냐.”
“그래, 같이 고생해 놓고 너 혼자 그러면 안 되지.”
그들이 스스로 같은 현장에 있던 것을 이야기하자, 강신은 놀란 척 눈을 크게 뜨고 말했다.
“아, 두 분도 그 자리에 함께 계셨습니까?”
“그럼요! 이 녀석과 함께했죠.”
“잘됐군요. 그럼 세 분 다 함께 인터뷰를 진행하시죠. 물론 두 분의 선물도 준비하겠습니다, 그럼 조용한 곳으로 이동해서 이야기를 나누어 보실까요?’
“네!”
세 사람은 입원한 병원에서 외출 신청을 하고, 강신을 따라 병원 밖으로 나섰다.
이 선택 때문에 앞으로 어떤 고생을 하게 되는지 그들은 몰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