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identified creature capture team RAW novel - Chapter 425
424화
“일단 여기서 나가죠.”
강신은 떨어진 코인을 챙겨서 품속에 집어넣고는 괴로워하는 바리누의 뒷덜미를 잡아끌었다.
“켁, 켁! 이, 이거 놔!”
거대한 덩치의 바리누가 몸부림쳤지만, 강신은 아무런 흔들림 없이 그 거대한 체구를 바닥에 질질 끌며 이동했다.
강제로 방에서 나오게 된 바리누는 바닥에 아무렇게나 쓰러져 있는 파스라챠 패밀리 인원들을 발견했다.
이제서야 외부가 어째서 그렇게 시끄러웠는지, 그 이유를 알게 됐다.
“뭐…. 뭐야, 어떻게 된 거야.”
바리누는 마치 꿈을 꾸는 것 같았다.
그것도 지독한 악몽을,
‘설마, 이 적은 인원으로 저 많은 인원을 다 쓰러트렸다고?’
끌려가는 와중에 보이는 인원들만 해도 이미 서른이 넘어가고 있었다.
바리누의 눈에서는 조금씩 두려움이 싹트기 시작했다.
이곳을 지키는 인원이 아무리 파스라챠 패밀리의 정예가 아니라고 해도 일반인보다는 강하다.
그리고 파스라챠 패밀리는 수가 틀리면 바로 방아쇠를 당기는 이들이었다.
그런 이들이 크립티드 헌터라고 불리는 자들을 처리하지 못했다는 건, 자기 생각보다 강신 일행들이 훨씬 더 강하다는 뜻이었다.
바리누는 이곳에 자신을 구해 줄 수 있는 이가 남아 있지 않다는 걸 깨달았다.
‘안돼, 이대로 끌려가면 절대 곱게 죽지 못할 거야.’
아무리 빅브라더가 패밀리를 아낀다고 해도 배신자에게는 단호한 사람이었다.
조직 내 간부 스무 명을 병들게 만들고 비록 자신의 끄나풀이었지만, 패밀리에 소속된 사람 하나를 잔혹하게 죽인 바리누였다.
그를 용서할 리 없었다.
그러니, 이대로 끌려갈 순 없었다.
그때, 바리누의 눈에 뒤에서 따라오는 헤이든이 눈에 들어왔다.
‘그래, 아직 남아 있는 패가 있구나.’
바리누는 속으로 웃으며 반항하는 척 행동했다.
“이거 놔라! 파스라챠 패밀리가 운영하는 술집을 이 꼴로 만들고 나를 데리고 가면 그들이 가만히 두고만 보고 있을 것 같아?”
바리누가 아는 파스라챠는 자신의 영업소가 공격당한 이 상황을 곱게 넘어갈 인물이 아니었다.
만약 그가 이 상황을 안다면 빅브라더와 파스라챠 간에 전쟁이 시작될 것이다.
‘어쩌면 이미 소식을 듣고 전쟁 준비를 하고 있을지도 모르지.’
현재 빅브라더 패밀리의 간부들은 저주의 영향으로 제대로 된 전투력을 내기 힘든 상황.
전력을 따지면 파스라챠 패밀리 쪽이 조금 우세했다.
“지금이라도 날 놓아준다면 내가 둘 사이를 중재하겠다!”
바리누는 크립티드 헌터에게 자신의 제안이 통하지 않으리라는 것쯤은 알고 있었다.
하지만, 뒤쪽에서 따라오고 있는 헤이든은 달랐다.
리암의 열혈한 추종자인 그는 리암과 마찬가지로 무고한 피가 흐르는 것을 극도로 싫어했다.
카르텔 간의 전쟁은 많은 이들을 휘말리게 만든다.
“이 거리에 많은 피가 흐를 거다. 정말로 많은 피가…. 그리고 거기에는 패밀리 소속이 아닌 이들의 피도 포함되어 있겠지.”
헤이든의 눈동자가 빠르게 떨리기 시작했다.
누가 봐도 갈등하는 모습이었다.
그의 모습을 본 바리누는 그 기세를 몰아 계속 말을 이어갔다.
“조금 친하게 지냈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한패로 의심당해 죽는 이들도 수두룩할 거다. 막내야 생각해봐라.”
“…….”
“패밀리와 아무런 연관도 없는 네 친구들이 억울하게 죽어가는 모습을…. 그들은 처절한 비명을 지르며 죽어가며 너와 함께한 시간들을 후회하겠지.”
바리누의 이야기가 길어질수록 헤이든의 안색이 점점 안 좋아졌다.
‘좋아, 거의 다 넘어왔어. 이제 쐐기를 박아볼까.’
“막내야, 이들이 아무리 강하다고 한들 외부인일 뿐이다. 그것도 만난 지 며칠 되지도 않는 이들이야, 이들을 얼마나 믿을 수 있을까.”
“으흠…….”
“그리고 이들이 패밀리를 도와준다고 해서 동시다발적으로 일어나는 모든 분쟁에 개입해 무고한 사람들을 모두 지킬 수 있을 것 같으냐. 나도 너처럼 무고한 사람들이 다치는 걸 원치 않는다.”
바리누는 감정을 호소하며 말로서 헤이든을 흔들었다.
“비록 지금은 내가 파스라챠 패밀리에 붙긴 했지만, 이쪽에 붙은 이유는 그런 일들이 일어나는 걸 막기 위해서였다!”
심지어 그는 자신의 배신에 정당성까지 부여했다.
‘흐흐…. 조금만 더 흔들면 날 놓아줄지도 모르겠군.’
사실 바리누는 전쟁이 일어나 누가 죽어 나가든 전혀 신경 쓰지 않을 사람이었다.
전쟁이 끝나고 높은 자리 하나를 차지할 수만 있다면, 같은 패밀리였던 이들이 죽어나도 눈 하나 깜빡하지 않을 자신도 있었다.
‘자, 어서 날 놓아주라고 말해라.’
이곳에서 벗어날 수만 있다면 파스라챠 패밀리가 이곳으로 올 것이고, 그것만으로도 자신의 승리였다.
헤이든이 어렵게 입을 열었다.
“……죄송합니다만, 바리누 형님을 풀어주실 수 있을까요?”
헤이든은 전쟁을 막을 수 있다면 바리누 하나를 풀어주는 건 손해가 아니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 소리를 들은 강신의 생각은 달랐다.
고구마를 몇 개를 순식간에 먹은 것처럼 숨이 턱 막힐 정도로 답답했다.
바리누가 승리의 미소를 짓고 있을 때, 강신이 한숨을 내쉬었다.
“후…. 무슨 말을 하는지 보려고 가만히 내버려 뒀더니만, 개소리도 이런 개소리가 없네.”
“…….”
“뭐? 관계없는 이들이 피를 흘리는 걸 보고 싶지가 않아? 그간 카르텔이 해온 행위들만 봐도 이미 많은 피가 흘렀어.”
카르텔은 떳떳하지 못한 사업체들을 운영했다.
그리고 그중에서 큰돈이 되는 건 바로 ‘약’이었다.
그것도 국가에서 금지한 마약.
그런 약을 유통해 수많은 중독자를 만들어 가정을 파탄을 내는 건, 물론 그들이 이제까지 한 범죄 행위들을 떠올린다면…….
강신은 바리누뿐만 아니라 헤이든 또한, 저딴 말을 내뱉는 게 어이가 없었다.
“지금 네가 하는 말은 모순이고 궤변이지. ……하지만 의뢰주가 풀어 달라고 한다면, 어쩔 수 없군.”
강신은 기분이 나쁘다는 듯이 바리누를 가게 입구로 던져버렸다.
“크헥.”
갑자기 바닥을 구르게 된 바리누의 입에서 비명이 튀어나왔다.
고통스러워 보였지만, 그의 입은 미소가 그려져 있었다.
거칠긴 해도 자신을 움직이지 못하게 만들었던 강신의 손아귀에서 벗어날 수 있었으니까.
“움직이지 마!”
바리누는 어느새 숨겨두었던 권총을 꺼내 겨누었다.
“니들이 아무리 날고 길어도 총을 맞으면 죽는 건 똑같겠지! 쿨럭…! 젠장, 난폭하기는…. 하여튼 이래서 야만적인 노란 원숭이 새끼들이란, 쯧. 오늘 이곳에서 당한 수모는 절대 잊지 않겠다.”
완전히 해방되었다고 생각한 것일까, 바리누는 기고만장하게 떠들어댔다.
“흐흐, 내가 중재할 것 같으냐! 아니, 오히려 처절한 항쟁의 시작이다. 각오하는 게 좋을 거다. 헤이든!”
그는 처음부터 약속을 지킬 생각이 없었다는 듯이 떠들곤, 무거운 몸을 돌려 건물 밖으로 빠져나갔다.
‘흐흐, 지금쯤이면 파스라챠 녀석이 이쪽으로 병력을 보냈겠지!’
파스라챠가 아무리 막 나간다고 해도 패밀리의 보스였으니, 생각이 있다면 이곳에 병력을 보냈을 것이다.
“바리누, 이 개자식이!”
뒤늦게 속았다는 것을 알게 된 헤이든이 바리누를 쫓기 위해 움직이려고 했다.
뒤룩뒤룩 살찐 바리누가 아무리 뛰어봐야 쫓아가면 충분히 잡을 수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강신이 손을 들어 그런 그를 막아섰다.
“헤이든, 쫓지 않아도 됩니다.”
“네? 하지만….”
“나가서 보시는 편이 빠를 겁니다.”
강신이 느긋하게 일행들과 함께 건물 밖으로 나왔다.
그리고 어째서 강신이 자신을 말렸는지, 헤이든은 두 눈으로 확인할 수 있었다.
“……말도 안 돼.”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바리누의 생각이 맞았다.
파스라챠 패밀리는 건물 외부에 도착해 있었다.
물론 그들만 도착한 건 아니었다.
헤이든이 이전에 강신에게 인사를 건넸던 3팀 요원들이 함께 있었다.
멀쩡한 3팀과 다르게 파스라챠가 이끄는 간부진들은 쓰레기처럼 바닥에 널브러져 있었다.
“늦으셨네요.”
밖에서 기다리고 있던 이순자가 강신을 보며 말했다.
미소를 짓고 있었지만, 그녀의 손에는 얼굴을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망가진 파스라챠가 있었다.
그의 모습을 본 바리누는 희망이 산산이 조각난 것처럼 입구에 주저앉아 현실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있었다.
“아니야, 그럴 리가 없어. 저게 파스라챠일 리가 없어…….”
체구는 비슷해 보였지만, 얼굴이 망가져 제대로 확인할 수 없었다.
“어디서 대역을 가지고 와서 나를 속이려고 하는 거구나.”
“이건 또 뭔….”
바리누의 말에 이순자가 어이없다는 눈으로 강신을 바라보자, 강신이 피식 웃어버렸다.
“어휴, 그래 뭐. 믿기지 않을 수도 있지. 그럼, 증거를 보여줘 볼까.”
그러자, 이순자가 파스라챠의 겉옷을 찢어버렸다.
촤악!
그의 몸에 새겨진 특이한 타투들이 그가 정말 파스라챠라는 걸 증명했다.
“말도 안 돼…. 이건 말도 안 된다고!”
바리누가 자신의 불안한 미래를 떠올리며 울부짖었지만 현실은 변하지 않았다.
겁에 질린 그는 들고 있는 권총을 사용할 생각도 못 했다.
그는 너무나 억울해했지만, 사실 이곳에서 가장 억울한 건 바리누가 아니었다.
“으…. 어….”
얼굴이 짓뭉개져 제대로 말도 못 하는 파스라챠.
자신을 이렇게 만든 무서운 근육질 여성의 시선을 받고는 겁에 질려 부들부들 몸을 떨었다.
그는 술집이 빅브라더 패밀리의 공격을 받았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만 해도 이곳으로 올 생각이 없었다.
‘하, 까짓거 술집은 그냥 내어주지. 거기에 정신이 팔린 동안 나와 간부진들은 바로 빅브라더 패밀리의 아지트를 쳐주마.’
바리누가 있는 술집이 파괴되는 것만으로 빅브라더 패밀리의 간부진을 날릴 수 있다면 그쪽이 엄청난 이득이었다.
그래서 그는 자신의 패밀리 간부진들과 빅브라더 패밀리의 아지트를 칠 준비를 했다.
그러던 와중에 지금 자신을 잡은 여성과 한 무리의 사람들이 아지트를 습격했다.
그리고 그 결과는 지금 이 꼴이었다.
자신들을 습격한 적들에게 생채기 하나 내지 못했고, 오히려 자신과 패밀리는 그들에게 분쇄되어버렸다.
“끄흡….”
억울했다.
계획대로만 됐다면 이 지역은 자신의 발아래에 있었을 것이다.
“말도 안 돼! 나는 여기서 끝날 사람이 아니라고!”
바리누가 좌절하는 모습을 본 파스라챠는 생각했다.
‘저딴 돼지 새끼의 말을 듣는 게 아니었는데.’
파스라챠는 뒤늦은 후회를 해봤지만, 이미 상황은 늦은 후였다.
이순자가 꽥꽥대는 바리누를 보며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저거 참 시끄럽네.”
그리고는 들고 있던 파스라챠를 바리누에게 집어던졌다.
퍽!
둘이 부딪히고 나서야 바리누가 조용해졌다.
그제야 강신은 이순자를 보며 말했다.
“이 부장님 고생하셨습니다.”
“이 정도로 고생은 뭘요, 그냥 애들 장난이죠. 그보다 조금 늦었네요?”
“아, 그냥 느긋하게 처리했습니다.”
“그렇군요.”
헤이든은 둘이 화기애애하게 대화하는 모습에 자신의 볼을 꼬집으며 지금, 이 순간이 꿈인지 확인할 뿐이었다.
‘……패밀리 하나가 이렇게 쉽게 날아간다고?’
그날 이후로 이 도시에서 두 번째로 컸던 파스라챠 패밀리의 이름은 더는 찾을 수 없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