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identified creature capture team RAW novel - Chapter 429
428화
짧은 이야기를 끝으로 강신은 휴고와 헤어졌다.
남들은 뭐라고 할지 모르겠지만 강신은 휴고가 성신에 들어왔다는 걸 긍정적으로 생각했다.
‘실제로 성과도 내고 있고, 광신도에 대한 억제력이 생기는 것이니까.’
불안한 부분은 회사에서 적절하게 처리하고 있었으니, 자신이 걱정할 필요는 없었다.
그렇게 휴고와 헤어진 강신은 한동안 20층에 머물며 다른 이들과 인사를 나누었다.
그리고 다시 개인 큐브로 이동하려고 할 때, 반가운 얼굴을 발견했다.
그녀는 작은 평상에 앉아 손바닥만 한 사진들을 뚫어져라 보고 있었다.
“소은아.”
강신이 그녀의 이름을 불렀지만 꽤 집중하고 있는 건지, 그녀의 귀에는 강신의 목소리가 닿지 않은 것 같았다.
강신은 백소은이 무엇에 그렇게 집중하고 있는지, 호기심이 들어 가까이 다가가 그녀가 무엇을 보고 있는지 확인했다.
‘무슨 사진이지?’
그녀가 보고 있는 사진들은 증명사진처럼 사람의 얼굴과 상반신까지 나와 있었다.
“……이 사람은 사람을 해칠 사람으로는 안 보이는데.”
그녀는 사진을 보면서 혼잣말로 뭔가를 중얼거리고 있었다.
“소은아.”
강신이 가까이에서 다시 한번 백소은을 부르자, 그제야 그녀가 고개를 돌렸다.
“어? 아저씨? 언제 오셨어요.”
말끝마다 웃음소리를 붙였던 예전과 다르게 그녀는 많은 걸 극복했는지, 이제는 정상적으로 말했다.
강신이 반가운 듯 미소를 짓자, 강신도 웃으며 말했다.
“한국 들어온 지는 며칠 됐지, 그동안 별일 없었지?”
“죄송해요, 요즘 바빠서 오신 줄도 몰랐네요.”
그녀는 제법 어른스럽게 이야기를 했다.
“바쁜 일이라는 게 들고 있는 그 사진 때문이야?”
강신의 질문에 백소은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게 무슨 사진인데?”
“헤헿.”
강신이 묻자, 백소은이 곤란한 듯이 그저 웃었다.
“그거 회사에서 너에게 부탁한 일이 아니구나?”
성신에서 백소은에게 일을 준 것이라면 강신에게 말하지 못할 이유가 없었다.
애초에 강신의 보안등급이 백소은보다 높기도 했고, 백소은이 자기 일을 강신에게 숨기는 아이도 아니었다.
그런 그녀가 말하기 곤란해하는 것이라면 그녀의 개인적인 일이 아닌 다른 사람의 부탁받은 일일 가능성이 컸다.
강신은 그런 그녀가 곤란해할까 더는 사진에 관해서 묻지 않았다.
“그래, 음…. 나는 개인 큐브에 있으니까 혹시라도 도움이 필요하면 언제든 찾아와.”
“네!”
강신이 걱정스럽게 말하자, 백소은이 웃으며 활기차게 대답했다.
강신은 그녀의 대답을 듣고 만족한 미소를 짓고는 몸을 돌렸다.
백소은과 헤어진 강신은 그녀를 마지막으로 20층에서 벗어나 자신의 개인 큐브로 돌아왔다.
‘황량하네.’
이전까지는 북적였던 개인 큐브가 오늘은 사람의 발길이 끊어져 썰렁했다.
하지만 그 공허함은 오래가지 않았다.
얼마 지나지 않아 백소은이 찾아왔기 때문이었다.
강신은 도움이 필요하면 언제든 오라고는 했지만, 백소은이 이렇게 금방 자신을 찾아올 줄은 몰랐다.
그녀는 개인 큐브로 들어오자마자, 강신에게 말했다.
“아저씨, 도와주세요.”
다급한 그녀의 목소리에 강신이 얼떨떨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자, 그녀는 강신의 손을 잡아끌며 아까 자신이 있던 평상으로 강신을 이끌었다.
그곳에는 강신이 회사에서 처음 보는 남성이 앉아 있었다.
이제 막 스물 중반쯤으로 보이는 남성은 외모도 키도 평범했지만, 특이하게도 하얀 장갑을 끼고 있었다.
“아저씨! 정보꾼 아저씨 데리고 왔어요!”
백소은이 그 남성에게 아는 척 말을 걸었다.
그 남자는 평상에서 일어나 강신을 보며 말했다.
“아…. 당신이 정보꾼이신가요?”
‘정보꾼이라, 오랜만에 듣는 단어네.’
정보꾼은 성신에서 사용하는 자신의 코드네임이었다.
몇 번이고 수정을 요청했었지만, 상부에서는 강신의 코드네임만으로 그를 노리는 단체를 혼동시킬 수 있다며 그 요청을 기각시켰다.
어쨌든 강신은 남성의 질문에 긍정하듯 고개를 끄덕이자, 남성이 손을 내밀며 자신을 소개했다.
“처음 뵙겠습니다. 저는 회사에서 ‘과거를 보는 자’라고 불리는 이한울입니다.”
그가 인사하자, 강신도 그가 내민 손을 잡고는 인사를 받아주었다.
“저는 소은이가 말한 것처럼 정보꾼이라고 불리고 있는 강신입니다. 작은 팀 하나를 맡고 있죠.”
그는 악수한 손을 위아래로 흔들며 웃으며 말했다.
“하하하, 안 그래도 소은에게 이야기는 정말 많이 들었습니다.”
“제 이야기를요?”
“네, 현재 상황에서 저희를 도와주실 수 있는 분이라고 하더군요.”
무슨 상황인지는 몰랐지만, 그 기대가 너무 무거웠다.
강신은 백소은을 바라봤고, 그녀의 반짝이는 표정에 꼼짝없이 코가 꿰여버렸다는 걸 깨달았다.
백소은의 기대를 저버릴 수는 없었던 강신은 결국 이한울을 도와주기로 했다.
“후…. 그래서 제가 뭘 도와드리면 되겠습니까?”
강신이 묻자 이한울이 방금까지 웃던 표정을 지우고는 심각한 표정을 지었다.
“요즘 사회적으로 크게 이슈가 되고 있는 히어로 메이커를 아십니까?”
“히어로 메이커?”
강신은 처음 듣는 단어에 의아해했다.
“요즘 언론에서도 난리인데, 들어보신 적 없으십니까?”
“아, 네. 제가 며칠 전까지 해외에 있다가 한국에 들어온 지 얼마 되지 않아서 뉴스를 보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히어로 메이커가 뭔가요?”
강신이 알고 있는 U.M.A 중 그런 이름을 가진 개체는 없었으니, U.M.A는 분명 아니었다.
강신이 히어로 메이커를 모른다고 말하자 이한울이 고개를 끄덕이며 입을 열었다.
“그렇군요, 그럼 처음부터 설명해야겠네요.”
히어로 메이커, 뜻을 직역하자면 그 말대로 영웅을 만드는 사람을 뜻했다.
“처음 히어로 메이커가 나타난 것은 약 6개월 전이었습니다.”
6개월 전이면 딱 강신이 한국을 떠나고 나서였다.
“그때까지만 해도 그는 그냥 평범한 범죄자 중 하나였죠.”
히어로를 만든다는 거창한 별칭과 다르게 그는 사람을 죽인 살인자였다.
“사람을 죽이는 범죄자라….”
“그가 처음 나타났다고 예상되는 사건 현장은 꽤 어설펐습니다.”
처음부터 잘하는 사람이 어디 있을까.
그가 처음 사람을 죽였다고 여겨지는 산속의 한 산장은 증거를 지우기 위해 불을 질렀다.
그래서일까, 경찰이 현장을 확인했지만 마땅한 증거를 찾을 수도 없었으며 딱히 다른 특징도 없었다.
그리고 두 번째 사건부터 그는 범죄에 자신감이 붙었던 건지, 자신만의 특이한 흔적을 남기기 시작했다.
“특이한 흔적이라면….”
“피해자의 피부를 마치 실 같은 끈으로 잡아당겨 주변 물체와 묶어 피해자를 고정해 놨습니다. 음, 그러니까….”
이한울을 말로 표현하기가 어려웠는지, 백소은은 보지 못하게 손으로 가리면서 피해자의 사진을 강신에게 보여주었다.
무릎을 꿇고 정좌한 자세로 실오라기 하나도 걸치지 않은 사람이 있었다.
그 사람의 몸에 수많은 하얀 실들이 연결되어 있었으며, 그 실은 살이 아닌 피부만 통과해 잡아당겨져 피부가 축 늘어져 있었다.
“……끔찍하군요.”
피해자의 몸은 꿰어진 실들로 인해 피부가 당겨져 본래 몸집보다 더 크게 보였으며, 마치 예술품처럼 전시해 놓은 것 같았다.
“이건 세 번째 피해자, 이건 네 번째 피해자입니다.”
피해자들은 자세와 장소만 다를 뿐, 두 번째 피해자처럼 피부를 통과한 실들이 피부를 잡아당기고 있었다.
“그리고, 이게 다섯 번째 피해자입니다.”
강신은 설명을 들으며 한낱 범죄자에게 히어로 메이커라는 명칭이 왜 붙었을까, 계속 의문이 들었다.
그리고 그 의문은 이한울이 꺼낸 다섯 번째 피해자의 사진을 보고 나서야 의문이 사라졌다.
이전 피해자들과 다르게 히어로 메이커는 다섯 번째 범행부터 자신의 흔적을 제대로 남기기 시작했다.
피해자의 몸 한구석에는 날카로운 흉기 같은 것으로 만든 지워지지 않을 흉터가 남아있었다.
-Hero Maker
“이래서 히어로 메이커였군요.”
“네, 그 이후로 그는 히어로 메이커로 불리게 됐고, 모든 현장에 그 이름이 새겨지기 시작했습니다.”
“흠….”
강신은 턱을 쓸며 잠시 이한울이 알려준 정보를 정리했다.
‘6개월 전부터 나타난 특이한 특징을 남기는 살인자라….’
그전에 강신은 한가지 짚고 넘어가고 싶은 것이 있었다.
“이 일은 정부 쪽에서 협업을 요청했나 보군요. 아니지, 정확히는 경찰 쪽인가요? 그리고 이한울씨 당신은 아마도 사이코메트리라고 불리는 재능을 사용하시는 분이시죠?”
강신의 대답에 이한울이 깜짝 놀랐다.
자신이 이야기한 건 지금 사회적으로 문제가 되는 히어로 메이커라는 범죄자 하나였다.
그런데 강신은 현재 자신이 누구와 일하고 있는지, 자신이 어떤 능력을 갖추고 있는 전부 맞추었다.
이한울이 백소은을 힐끔 쳐다보자, 그녀는 마치 자신이 한 일처럼 으스대고 있었다.
‘왜, 니가 으스대니….’
강신은 백소은의 모습을 보고 한숨을 내쉬었다.
“어떻게 아셨습니까?”
“당신에 대한 소문은 이전에 한 번 들은 적이 있어서 그리 어려운 추리는 아니었습니다.”
이한울이 인사를 할 때, 자신을 과거를 보는 자라고 소개했다.
그 소개를 듣고 강신은 출장 전 들었던 이야기를 떠올렸다.
‘경찰에서 탐을 내던 재능을 가진 이를 회사에서 스카우트했다고 했지.’
그 당시 원하는 장면을 콕 찍어서 볼 수는 없지만, 사이코메트리의 재능을 가지고 있다고 했다.
그리고 히어로 메이커가 일으킨 범죄는 그가 사람인 이상 엄연히 경찰의 업무였다.
국정원에서 U.M.A를 전담하는 팀이 있는 것처럼 경찰에도 재능을 이용한 범죄를 일으키는 사람을 잡는 특수팀이 있었다.
그들이 이번 일을 재능에 의한 범죄라고 판단하고 나섰다면, 이전부터 탐내던 이한울에게 협업을 요청하는 것도 이상한 일은 아니었다.
“과연 이래서, 소은이가….”
이한울은 혼자서 뭔가 이해한 것처럼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
뭔지는 모르겠지만 자신을 상당히 높게 평가하는 것 같았다.
그런 그를 보며 강신은 생각했다.
‘뭔가 오해가 있는 것 같지만, 일단 그냥 내버려 둘까.’
“이왕 이렇게 된 거 확실하게 다 밝히는 게 좋겠네요. 맞습니다. 제가 지금 협업하고 있는 이는 과학 수사담당관입니다. 그는 히어로 메이커를 잡는 것을 도와달라 요청했고 회사에서는 현 사태가 심각하다고 판단, 저에게 이 일을 맡겼습니다.”
이한울은 개인적으로 이번 일을 맡고 싶지 않았다.
자신이 사이코메트리의 재능을 가진 것을 사실이었지만, 자신의 능력은 수사와 맞지 않는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한 사물에 한번, 그것도 랜덤한 장면밖에 보지 못하는 하자 덩어리 능력을 수사에 어떻게 써먹어.’
정말 운 좋게 범죄의 현장을 봤다면 모를까, 4개월 동안 계속 허탕만 치고 있었다.
하지만 이한울은 강신과 다르게 작전 거부권을 가지고 있지 않았다.
즉, 회사에서 일하라고 지시했다면 할 수밖에 없는 처지였다.
계속 허탕만 치는 사이 히어로 메이커가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기 시작했다.
히어로 메이커가 단순히 살인 범죄를 일으켜 이슈가 된 것이 아니었다.
“그 범죄자가 유명해진 건 한 언론사에서 그에게 당한 피해자의 신분을 공개한 것 때문이었습니다.”
그들의 신분이 무엇이었길래 문제가 된 것일까.
“피해자는 법으로 처벌받은 이들이었습니다. 그것도 일반인이 봤을 땐, 지은 범죄에 비해 형량을 적게 받았다고 생각되는 이들이었죠.”
부동산 사기, 주가 조작, 보이스 피싱, 강도, 살인 치사, 방화, 강간, 음주운전 등등, 어떤 범죄든 상관없었다.
히어로 메이커는 흔히 사람들이 봤을 때 죽일 놈이라고 여길 만한 이들 잡아서 잔인하게 살해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