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identified creature capture team RAW novel - Chapter 432
431화
상사에게 한차례 깨진 이채연은 본청 근처에 있는 카페로 이동했다.
“그쪽에서 협업을 취소한 걸 왜 나한테 뭐라고 하는 거야.”
그녀는 자신이 했던 일들을 기억하지 못하는 건지, 모든 것을 성신의 탓으로 돌리고 있었다.
“안 그래도 히어로 메이커 때문에 골치 아파 죽겠는데.”
범죄자를 쫓는 것만으로도 힘든데, 내부에서 이런 트러블이 일어났으니, 짜증이 치밀어 올랐다.
“선배님도 너무 하시지.”
그녀는 자신이 본청을 나서기 전, 상사가 마지막으로 했던 말을 떠올렸다.
-성신이 우리에게 얼마나 많은 도움을 주는지 알고도 그런 행동을 한 거냐! 너 때문에 진행 중이던 모든 협업이 끊겨서 이번 사태에 원인이 되는 우리 부서가 지금 본청에서 욕을 먹고 있잖아!
-네가 책임지고 성신과 다시 협업할 수 있는 방도를 찾아오던가, 그와 비슷한 조건을 제시하는 기업을 잡아 오던가, 둘 중 하나를 하기 전까지 돌아올 생각도 하지 마!
도대체 성신이 뭐라고 자기가 이렇게까지 모욕을 당해야 한단 말인가.
그녀는 현재 자신이 처한 상황이 정말로 마음에 들지 않았다.
“아니, 애초에 기업의 지원을 받지 않으면 수사가 어렵다는 게 말이 되는 소리냐고.”
수사 자체가 불가능한 건 아니었지만, 성신과 협업하는 동안 그들이 제공하는 것들이 많았다.
지방에서 숙소를 잡을 때만 해도 시설이 낙후된 여관보다는 하루 피로를 편하게 풀어주는 고급 호텔이 좋으니까.
국가에서는 비싸다는 이유로 반려하는 장비들도 쉽게 대여해 주니, 협업이 끊어졌다는 소식에 원성이 나오는 건 당연했다.
“하여튼 다들 안락함에 중독되어서는…. 원래 수사는 굶주린 배를 부여잡으면서 해야 하는 거라고.”
홧김에 아무런 근거도 없는 말을 지껄이는 이채연.
그녀는 계속 구시렁대며 속이 후련해질 때까지 다른 이들을 욕했다.
“후…. 그래서 이제 어떻게 한담, 선배님 말대로 찾아서 사과를 해야하나….”
잠시 고민하던 이채연은 화가 난다는 듯 혼잣말을 내뱉었다.
“아니, 그건 아니지. 툭 까놓고 내가 틀린 말을 한 것도 아니잖아. 그리고 기업이 성신만 있는 것도 아니고 아무래도 다른 기업을 알아보는 것이 좋겠다.”
이때까지만 해도 이채연은 성신과 협업이 깨진 게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네? 거절하신다고요? 아니, 어째서요?”
-제시해 주신 의견을 검토해 보니, 말이 협업이지 저희에게 이득이 될만한 내용은 전혀 없더군요. 이건 뭐 그냥 기업보고 돈과 인력을 내뱉으라는 말로 보입니다만….
“아니, 무슨 말을 그렇게 하세요. 이게 다 국가를 위한 일이잖아요.”
-허, 국가를 위한 일이라고요? 말을 참 쉽게 하시는군요. 이런 태도를 보이니, 성신이 손절을 쳤지. 됐습니다. 저희는 그쪽과 협업할 마음이 없습니다. 그렇게 아시죠.
마지막에 들어서는 기분이 상한 건지, 상대방 쪽에서 거칠게 전화를 끊어버렸다.
“하, 씨….”
이채연의 입에서는 욕설이 맴돌았다.
이채연은 국내에 비밀 연구소를 운영하는 기업들에 모두 전화를 돌렸다.
하지만, 협업의 내용을 들은 기업들은 모두 수락하지 않았다.
그들은 기업에 이득이 될 게 없다는 등의 이유로 거절했다.
“돈의 망령들 같으니라고….”
이채연은 그들이 보인 모습에 화를 냈다.
그녀는 기업의 이익보다는 국가를 위한 공익의 이익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이었으니까.
“그래, 중견 기업은 우리와 협업하는 게 힘들 수도 있지.”
대기업인 성신과 다르게 중견 기업이라면 더 다루기 편하리라 생각했던 그녀였다.
애써 자신의 제의를 거절한 기업들을 떠올리며 자기 멋대로 해석하기에 이르렀다.
“그럼, 대기업 쪽에 요청해볼까.”
이채연은 망설임 없이 한국에서 성신과 양대산맥을 이루고 있는 HG 그룹에 연락했다.
가끔 HG 그룹과 협업을 하며 친해진 사람이 있었기에 쉽게 연락을 한 것이었지만, 돌아오는 대답은 다른 중견 기업과 비슷했다.
아니, 정확히는 조금 다른 대답으로 거절해왔다.
-이채연 경감님, 죄송해서 어쩌죠…. 저희는 앞으로 경찰 쪽과 어떠한 협업도 하지 말라고 지시가 내려왔어요.
“네? 갑자기요?”
이채연은 당황스러웠다.
성신과 많은 부분에서 협업하고 있었지만, 그렇다고 다른 기업과 협업을 하지 않은 건 아니었다.
특히 HG 그룹은 성신과 경쟁 상대로 성신 못지않게 많은 물품을 지원해주는 기업 중 하나였다.
그런데 그냥 거절도 아니고 완전히 관계를 끊어내듯이 답하니, 당황스러운 게 당연했다.
“아니, 도대체 왜요? 회사에 무슨 문제라도 있으세요?”
-음…. 이건 알려드리기 곤란한데….
“저희가 하루 이틀 본 사이도 아닌데, 제가 이해할 수 있게 이유만이라도 알려주시면 안 될까요? 부탁드릴게요.”
여기서 HG까지 놓치면 더는 도움을 요청할 기업이 없었기에 이채연이 다급하게 부탁했다.
-아, 정말 안 되는데….
“그럼 누가 지시를 했는지만 알려주시면 안 될까요?”
-후…. 좋아요. 저희가 모르는 사이도 아니니까, 대신 제가 말했다는 것은 비밀로 해주셔야 해요.
“네, 물론이죠.”
-저도 자세한 상황은 모르겠지만 지시를 내린 사람은 회장님이세요.”
“……HG 그룹 회장님이요?”
-네.
“그분이 왜….”
현재 협업을 막는 게 대기업의 총수라는 말에 이채연은 당혹스러움을 감추지 못하고, 얼빠진 표정을 지었다.
* * *
“그럼, 부탁드리겠습니다. 회장님.”
-그래, 그 정도는 어렵지 않지. 그나저나 요즘 얼굴 보기가 너무 힘들군. 나중에 딸과 함께 식사라도 같이하지.
“네, 이번 일만 무사히 끝나면 연락드리겠습니다.”
-알겠네. 그럼 고생하게.
두 사람의 통화가 끝나자, 옆에 있던 이한울이 놀란 눈으로 강신에게 물었다.
“방금 전화하신 분이 정말 HG 그룹 구성만 회장님입니까?”
강신이 긍정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 모습에 이한울은 조금 혼란스러웠다.
아무리 강신이 정보꾼이라고 불려도 대기업 회장의 개인 번호를 알고 있는 건 놀라운 일이다.
그런데 거기서 그치지 않고, ‘사소한’ 부탁까지 들어줄 정도로 친분이 있으리라 생각하지 못했다.
‘로열 쪽인가….’
이한울을 강신이 흔히 로열이라고 불리는 재벌 중 하나라고 착각했다.
그는 이제 더는 놀랄 일이 없으리라 생각했다.
하지만 그 모든 건 그의 착각이었다.
강신은 구성만과 전화가 끝나고 바로 다시 전화를 걸었기 때문이었다.
“네, 국정원 4차장님에게 연결해 주세요. 네, 맞습니다. 성신의 강신이라고 전해주시면 됩니다. 네, 잠시 기다리죠.”
대기업 회장과 통화한 것도 놀라운데, 이번에는 국정원에 통화를 걸었고 이한울이 놀란 눈을 했다.
“네, 최철수 차장님 오랜만입니다. 네, 이번에 전화 드린 이유는 다름이 아니라….”
더는 놀라기도 힘들었다.
그러자, 그때 옆에서 태연하게 냉장고에서 꺼낸 아이스크림을 물고 있는 백소은이 말했다.
“강신 아저씨 대단하죠?”
그녀의 질문에 이한울은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최대한 빠른 시일 내에 조치하겠습니다.
“네, 그럼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휴대전화 너머로 최철수의 목소리를 마지막으로 통화가 끊겼고 강신이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후우…. 이 정도면 대충 조치는 끝났네. 음?”
기본적인 조치를 끝낸 강신이 고개를 돌려 이한울을 보자, 그는 이전과 다르게 상당히 부담스러운 시선으로 자신을 바라보고 있었다.
‘왜 저런 눈으로 보는 거지?’
백소은과 똑같이 세상 물정 모르는 이한울을 보며 속으로 한숨을 삼키던 강신이었다.
분명 이한울의 시선은 저렇게 부담스럽지 않았었다.
이채연과 헤어지고 회사로 돌아왔을 때만 해도 그는 일에 실패했다는 심리적 부담감이 컸는지, 몸을 달달 떨어대며 연신 불안한 눈으로 강신을 바라봤다.
하지만 그 불안도 잠시.
강신이 아무렇지 않게 비밀 연구소의 총책임자인 권영식과 대외 총책임자인 임상무에게 불렀다.
그리고 자신이 당한 일을 설명하더니, 경찰에 대한 협업을 중지하고 싶다고 말했다.
그러자, 놀랍게도 그 둘은 고개를 끄덕였다.
다른 이들이 그런 소리를 했다면 분명 거절했을 텐데, 그 둘은 통보식으로 말하는 강신의 모습에도 그저 알겠다고 대답할 뿐이었다.
그 이후로 중견 기업 몇 곳과 HG 그룹 그리고 마지막에는 국정원까지 전화를 걸어 뭔가를 부탁했다.
그 모습은 이한울에게 놀라움 그 자체였고, 강신을 바라보는 시선이 바뀔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그것과는 별개로 따로 걸리는 게 있는 이한울이 조금 걱정스럽게 입을 열었다.
“그런데, 정말 괜찮을까요?”
“뭐가 걱정되십니까?”
“아니, 그래도 범죄자는 잡고 나서 생각해야 하는 게 아닌가 해서요.”
이러는 동안에도 히어로 메이커라 자칭하는 범죄자는 거리를 활보하며 피해자를 물색하고 있을 걸 떠올리니, 걱정이 되지 않을 수가 없었다.
“한울 씨.”
강신이 이한울을 불렀다.
“네?”
“공에 눈이 멀어 제대로 정보 공유도 해주지 않고 혼자서 범인을 쫓는 개념을 상실한 경찰과, 기업과 공권력의 힘을 합쳐 제대로 수사를 진행하는 것 중 뭐가 수사 진척도가 빠르다고 생각하십니까?”
“그야 당연히 후자가….”
“그렇죠?”
“하지만 이채연 경감님은 그렇게까지는 하지 않으셨….”
그 꼴을 당하고도 이채연의 편을 드는 이한울의 모습에 강신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강신은 그의 말을 중간에 끊어버렸다.
“정신 차리세요. 오늘 제가 봤던 당신의 모습은 그 여자의 감정 쓰레기통이었어요.”
악담에 가까운 강신의 비난에 이한울의 어깨가 축 처졌다.
“그 여자가 그렇게 혼자 수사하다가 범인을 잡았어도 문제였습니다.”
“아니, 그게 왜 문제가 되나요?”
“그야, 그 이후로 협업하는 다른 직원들에게도 한울 씨에게 했던 것처럼 행동할 테니까요.”
이한울이라는 좋지 않은 선례가 남아버린다.
이채연은 이한울에게는 구박해도 아무 문제가 생기지 않았으니, 다른 사람에게도 똑같은 행동을 해도 괜찮으리라 생각할 수도 있었다.
“그리고 전 우리 회사 사람이 밖에서 그런 취급을 받는 건 눈에 흙이 들어와도 못 봅니다.”
내가 가족을 욕해도 남이 우리 가족을 욕하는 건 참을 수 없는 것처럼, 도움을 주는데 욕까지 하는 이채연의 행태를 강신은 참을 수 없었다.
“뭐, 저도 시간을 오래 사용할 마음은 없습니다. 한울 씨의 말대로 범죄자를 잡는 게 우선이니까요. 곧 그 여자에게 연락이 올 테니, 잠시 이곳에서 대기해 주시죠.”
“……네.”
이한울은 심리적으로 매우 지쳐있었기에 강신의 말대로 개인 큐브에서 대기하며 휴식을 했다.
그리고, 시간이 조금 흐르고 강신의 말대로 이한울의 스마트폰으로 이채연에게 연락이 왔다.
-저번 일에 대해서 직접 만나 사죄를 드리고 싶습니다. 언제쯤 시간이 괜찮으실까요? 저번에 오셨던 외부인분들도 함께 봤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