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identified creature capture team RAW novel - Chapter 435
434화
강신의 생각이 맞았다.
메일을 확인하니, 그간 이채연이 이한울에게 최소한의 정보를 제공했음을 알 수 있었다.
“이채연 경감은 공범이 존재하는 쪽으로 수사의 방향을 잡고 있었네.”
옆에서 강신의 중얼거림을 들은 이한울이 화들짝 놀랐다.
그는 히어로 메이커에게 공범이 있을 거라는 이야기를 처음 들었기 때문이었다.
“어, 공범이 있는 건가요?”
“그럴 수도 있다는 거죠. 여기를 보시겠습니까?”
강신은 자신이 보고 있던 내용을 이한울도 함께 볼 수 있도록 홀로그램으로 띄워주었다.
거기에는 이한울이 처음 보는 수사 내용이 적혀 있었다.
꼼꼼한 수사 일지를 본 그는 시무룩하게 말했다.
“저는 정말 아무것도 모르고 있었네요.”
이채연이 보낸 자료는 그녀가 히어로 메이커를 수사하는 동안 얼마나 열심히 현장을 뛰어다녔는지, 간접적으로 알 수 있었다.
그런 그녀의 수사 기록에는 이한울의 이름은 찾아볼 수 없었다.
고의로 이한울의 이름을 빠뜨린 것이 아니라, 정말로 이한울이 수사에는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았기에 이름조차 언급되지 않은 것이었다.
이한울은 협업이 시작되고 자신이 무엇을 했는지 뒤돌아봤다.
‘그래, 난 아무것도 하지 않았어.’
자신이 한 것이라고는 가끔 이채연이 보내주는 현장 물품들을 사이코메트리로 확인하는 것뿐이었다.
그리고 그마저도 범인을 특정할 수 있는 정보를 제공하지 못했다.
부끄러웠다.
이채연이 강신에게 당하는 모습을 보며 내심 속으로는 통쾌하다는 생각을 했다.
티는 내지 않았지만, 그녀가 자신에게 화를 내는 것에 불만이 쌓이고 있었다.
그런데 그녀가 그간 얼마나 노력해왔는지, 그녀의 수사 일지를 보니 알 수가 있었다.
‘그동안 아무것도 알려고 하지 않았던 내가 그런 그녀를 비난할 자격이 있을까?’
아니, 없다.
이채연은 협업과 공을 핑계로 편의성만 받긴 했지만, 수사만은 게을리하지 않았다.
잠시 고민에 빠진 이한울을 보며 강신은 고개를 끄덕이며 생각했다.
‘아주 맹탕은 아니었네.’
이렇게까지 했는데, 이한울이 아무것도 느끼지 못했다면 강신도 크게 실망했을지 몰랐다.
다행히도 그는 스스로 무엇을 잘못했는지, 자각하고 있는 것 같았다.
강신은 그제야 속으로 미소를 지을 수가 있었다.
내심 뿌듯했지만, 그건 그거고 수사는 수사였다.
“한울씨, 이채연 경감이 보낸 수사 일지, 오늘 중으로 모두 숙지할 수 있겠습니까?”
“네?”
이한울은 강신의 질문에 당황했다.
그야 이채연이 보낸 수사일지는 일 단위로 작성되어 있었는데, 꽤 오랜 기간 작성해 그 양이 상당했기 때문이다.
그냥 한번 훑어보는 것만으로도 대략 6시간 이상 걸릴 것 같은 양을 자랑하고 있었으니까.
중요한 내용을 숙지하는 것은 하루를 통째로 사용해도 빠듯할 것처럼 보였다.
“왜요? 못하시겠습니까?”
강신이 덤덤하게 물었지만, 이한울은 자신의 팔에 오소소 하고 소름이 돋는 느낌이 들었다.
왠지 여기서 못하겠다고 말하면 뭔가 돌이킬 수 없을 것만 같았다.
짜악-!
갑자기 이한울이 양손으로 자신의 볼을 강하게 때렸다.
얼마나 세게 때렸는지, 때린 부분이 붉게 물들었다.
“해볼게요. 아니, 해내겠습니다.”
이한울의 눈은 이제까지 결여되어 있던 의지가 어느새 활활 불타오르고 있었다.
“그…. 그래요.”
설마 얼굴이 붉게 부풀어 오를 정도로 자기 뺨을 강하게 때릴 줄은 몰랐던 강신은 당황하며 생각했다.
‘만복이 같은 사람이 하나 더 있었군.’
강신은 이한울의 불타는 의지를 중 2병으로 취급했다.
이한울에게 자료를 넘겨주고 내보낸 뒤, 강신은 프로네시스에게 중요한 부분은 따로 검토해 달라고 부탁하며 속독으로 자료를 확인하기 시작했다.
얼마나 그렇게 수사 일지를 읽었을까.
강신은 이채연의 능력이 자신이 생각했던 것보다 뛰어나다는 걸 인정해야 했다.
“확실히 이채연 경감이 엘리트는 엘리트야.”
그녀는 과학 수사담당관으로 재능 범죄를 수사하는 수사관이라는 명칭이 부끄럽지 않게 꼼꼼하게 사건 현장을 파고 있었다.
현장에서 나온 지문을 채취하고 피해자별로 상관관계를 깔끔하게 조사했다.
주변 CCTV 또한, 모두 확보했으며 착실하게 하나씩 하나씩 용의자 후보를 줄여나가는 중이었다.
그런데도 그녀가 범인을 잡지 못한 이유는 하나였다.
“결정적인 증거가 없어.”
그녀의 노력으로 용의자는 어느새 10명으로 추려졌지만, 문제는 거기서부터였다.
모두 의심되는 심증이 있었지만, 그와 반대로 각 후보가 확실한 알리바이 또한, 가지고 있었다.
“이채연이 용의자를 미행하는 동안 다른 곳에서 피해자가 계속 발생했다라….”
이채연이 직접 확인한 것이기에 이보다 더 확실한 알리바이는 없었다.
그렇다고 용의자에서 제외할 순 없었다.
“이때부터 수사의 진척이 더뎌졌구나.”
최종 용의자는 10명, 나이도 사는 곳도 직업도 성별도 모두 달랐다.
그들 중 지역이 맞닿은 곳에 사는 용의자도 있긴 했지만 서로 접점은 없었다.
“한 명은 회사원, 한 명은 여성 화장품 가게를 운영하는 점주, 나이 차이도 있고 접점이 나올만한 구석이 없어.”
회사원은 남성으로 여성 화장품 가게에 들릴 이유도 없었다.
“어째서 이채연은 이들을 용의자로 놓았을까.”
강신은 이채연이 세세하게 적어 놓은 이유를 읽기 시작했다.
-김민수, 회사원 31세.
3,6,9,12, 13번째 사건 현장 인근 CCTV에서 김민수의 차량이 찍혀 있었음.
사건 현장 인근에 살고 있긴 하지만 평소 행동 범위가 집과 회사, 헬스장인 그가 인적이 드문 장소들에 출몰한 것은 의심스럽다.
무엇보다 CCTV에 찍힌 시간이 평일 새벽인 걸 고려한다면 평범한 산책으로는 보이지 않음.
22번째 사건이 일어나기 전 김민수를 미행했으나, 그 사건과 아무런 연관은 없어 보임.
“흥미롭네.”
이채연의 조사대로 사건 현장 인근에서 그의 차량이 몇 번이고 찍힌 사진이 첨부되어 있었다.
이는 우연이라 보기에는 힘들었다.
그렇다고 그를 범인으로 몰기에는 앞서 말한 것처럼 결정적인 증거가 없었다.
김민수만 그런 것이 아니었다.
이채연은 김민수와 비슷한 이들을 찾았고, 그것이 용의자 후보에 올라와 있는 10명이었다.
강신은 그들의 프로필을 다시 한번 확인했다.
그리고는 그들의 공통점 아닌, 공통점을 찾을 수가 있었다.
“현재 같이 사는 사람이 없어.”
그들은 현재 모두 혼자서 살고 있었다.
“원래부터 고아인 사람도 있고, 사고로 가족을 잃은 사람도 있네. 이 사람은 미술로 전향하며 가족과 의절이라….”
이유도 모두 달랐다.
하지만 강신이 말한 것처럼 현재 그들이 홀로 살고 있다는 것만은 확실했다.
이게 중요한 정보인지는 판단하기 어려웠다.
일단 강신은 작은 것 하나 허투루 생각하지 않고, 수사 일지에 있는 정보들을 모두 머리에 쑤셔 넣었다.
* * *
이한울은 강신이 넘겨준 자료를 밤새 읽고 또 읽었는지, 눈 밑에 짙은 그늘이 생겨 있었다.
분명 피곤할 텐데도 그는 억지로 미소를 지으며 당당하게 강신을 바라보고 있었다.
“다 숙지했습니다!”
이한울이 스스로가 자랑스럽다는 표정을 하자, 강신은 피식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이제 수사를 시작하는 건가요? 뭐부터 할까요? 용의자들을 만나는 것부터 할까요?”
그는 이제까지와는 다르게 의욕을 내세우고 있었다.
“소은이가 오며 이채연 경감에게 가죠.”
“아….”
이한울은 지금 하는 수사가 경찰과 함께 하는 협업이라는 걸 떠올렸다.
강신은 자신이 말했던 대로 백소은이 개인 큐브로 오자마자, 이한울과 백소은을 데리고 서울 서대문역 근처에 있는 경찰 본청으로 향했다.
이미 이야기가 되어 있던 것일까.
이채연이 본청 앞에서 그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그럼, 안내하겠습니다.”
그녀는 강신과 일행들을 따로 준비한 공간으로 데리고 이동했다.
그녀가 안내한 곳은 테이블 하나에 의자 몇 개, 넓은 화이트보드가 전부인 공간이었다.
공간은 넓었지만 이런저런 물건들이 널브러져 상당히 더러워 보이는 장소였다.
하지만 화이트보드에 덕지덕지 붙은 내용과 바닥에 떨어진 내용을 보아하니, 이채연이 수사본부로 사용한 공간이라는 걸 쉽게 알 수 있었다.
이채연은 강신의 눈치를 살피며 조심스럽게 테이블을 위에 있던 물건들을 바닥으로 쓸어내렸다.
그리고는 모두 모양이 다른 컵에 인스턴트커피를 담아 강신 일행에게 주었다.
“잘 먹겠습니다.”
백소은이 활기차게 인사하고는 뜨거운 커피를 홀짝거리며 마셨다.
“오시느라, 고생이 많으셨습니다.”
인사를 건네는 이채연의 시선은 강신을 향해있었다.
그 모습에 이한울은 내심 섭섭하기도 했지만, 그간 자신이 저지른 과오가 있었으니, 뭐라 할 수가 없었다.
‘지금부터라도 잘하면 돼.’
그저 애써 자신을 위로할 뿐이었다.
“그럼, 간단하게 현재까지 수사가 진행된 부분을 브리핑해도 될까요?”
“아니요, 그건 괜찮습니다. 보내주신 자료를 모두 봤으니까요.”
이채연은 살짝 놀란 눈치였다.
“그럼, 지금 마지막에 일어난 사건 현장에 관해서 이야기해야겠네요.”
“청송에서 일어난 사건 말이죠?”
사건이 일어난 지 얼마 되지 않았기에, 제대로 정리가 되어 있지 않았던 걸 강신이 떠올렸다.
“네.”
현재 모방범이 전국 각지에서 설치고 있지만, 히어로 메이커와 모방범은 아주 쉽게 구별하는 방법이 있었다.
히어로 메이커라는 각인은 누구나 새길 수 있지만 피해자의 피부를 당기고 있는 하얀 실은 누구도 따라 할 수 없었다.
피해자의 피부 가죽을 꿰고 있는 실은 평범한 실이 아니었으니까.
“이틀 전, 경북 청송의 한 야산에서 등산객의 신고로 피해자가 발견되었습니다.”
이채연은 능숙하게 사건 현장의 사진을 화이트보드에 붙였다.
다행히도 그녀가 붙인 사진에는 피해자의 모습은 찾아볼 수 없었다.
피해자가 있었던 자리는 하얀색 페인트로 표시되어 있었다.
피해자가 나온 사진도 가지고 있겠지만, 이채연 나름대로 백소은을 배려한 행동으로 보였다.
“보시면 아시겠지만, 사람들 눈에 띄지 않는 곳이 있음에도 굳이 등산로에서 보이는 장소에 흔적을 남겨 두었습니다.”
히어로 메이커는 마치 다른 사람들이 발견하길 바란 것처럼, 피해자의 시신을 사람들이 발견하기 쉬운 곳에 가져다 두었다.
“그건 이번 피해자뿐만이 아니라, 이전 피해자들도 마찬가지죠?”
강신이 묻자 이채연이 고개를 끄덕였다.
“맞습니다. 이전에도 그랬죠.”
“그래서 마지막 피해자는 신원은 확인되었습니까?”
“네, 피해자 이름은 이철진, 45세, 이전에는 평범한 화물차 운전자였습니다.”
“였다? 과거형이군요.”
“네, 아시다시피, 히어로 메이커는 범죄자였던 이들을 대상으로 하고 있습니다. 피해자 역시 징역을 살았고 출소한 지 한 달이 되지 않습니다.”
“무슨 범죄를 저질렀습니까?”
“졸음운전으로 사람을 치고 그대로 달아났습니다.”
피해자가 저지른 범죄는 바로 뺑소니였다.
“화물차가 인도에 있는 가족을 덮쳤고 불행하게도 단 한 명을 빼고 모두 현장에서 사망했습니다.”
“흠….”
사람을 쳤으니, 겁이 났겠지.
아니면 집에 있는 다른 가족이 생각났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의 행동은 크게 잘못되어 있었다.
“그런데…. 형량이 생각보다 적게 나왔습니다.”
그가 교도소에 있던 기간은 고작 5년이었다.
뺑소니로 사람을 사망에 이르게 한 것치고는 애매한 형량이었다.
어찌 되었든 그는 법에 따라서 처벌을 받고 출소한 것이다.
강신은 그러다 문득 자신이 머릿속에 집어넣었던 용의자들의 정보를 떠올렸다.
‘사고로 가족을 잃었던 용의자가 있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