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identified creature capture team RAW novel - Chapter 437
436화
“안 그래도 이미 이야기해 두었습니다.”
하루 이틀 범죄를 수사한 사람이 아니랄까 봐 조도손의 자료를 가져왔던 형사가 끼어들며 말했다.
“그럼, 주변 CCTV는 확보되었나요?”
이번에는 이채연이 묻자, 형사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저희가 현장에 도착했을 때부터 이미 모든 CCTV가 망가져 있었습니다.”
CCTV가 파손됐다는 소리에 이채연이 한숨을 내쉬었다.
“범인의 범죄 수법이 날이 갈수록 느는군요.”
이전에는 CCTV를 파괴하지 않았던 걸 떠올리면 확실히 경험을 쌓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수사망을 쉽게 좁힐 수 없었다.
“목격자도 없고, 증거도 없고, CCTV는 나갔지. 여러모로 골치가 아프네요.”
사건 현장에서 할 수 있는 것이 고작 실타래를 수거하는 것뿐이라니, 절로 한숨만 나왔다.
그때 대화를 듣고 있던 백소은이 길게 하품했다.
“하아암….”
백소은의 눈이 반쯤 감겨 있는 걸 확인한 강신은 시간을 확인했다.
어느새 시간은 자정을 향하고 있었다.
강신은 피곤해 보이는 백소은을 위해서라도 오늘은 이것으로 마무리해야겠다고 생각했다.
“벌써 시간이 이렇게 되었네요. 오늘은 여기까지만 하고 근처 숙박 시설부터 먼저 잡죠. 조도손의 행적은 내일 아침이면 나올까요?”
“네, 충분합니다.”
“그럼, 그 부분은 아침에 확인하죠. 현장도 어두운 지금보다 밝은 상태가 살펴보기 편할 테니까요.”
그간 수많은 현장을 돌아다녔던 이채연도 백소은을 힐끔 바라보고는 수사를 강행하는 것보다 휴식이 필요하다고 판단해 고개를 끄덕였다.
“네, 그렇게 해요.”
강신과 일행들은 현장을 정리하는 형사와 짤막하게 인사를 나누곤 내일을 기약하며 현장을 떠났다.
그리고 가장 인근에 있는 숙소를 찾았다.
평소 이렇게 출장을 나오면 여인숙이나, 모텔을 이용하는 이채연이었다.
그런데 강신이 일행들의 피로를 고려해 편하게 쉴 수 있도록 큼직한 펜션을 빌리는 모습에 화들짝 놀랐다.
숙박비로 지정된 금액을 초과하는 비용이었다.
“이런 건 경비로 처리해주지 않을 텐데요….”
이채연이 걱정스럽게 말하자, 강신은 피식 웃으며 대답했다.
“괜찮습니다. 어차피 경비 처리할 생각도 없습니다.”
박봉을 받는 이채연과 다르게 강신은 금전적인 부분에서 상당히 자유로웠다.
살짝 눈치를 보는 이채연, 이한울과 달리 백소은은 당연하다는 듯이 하품하며 펜션으로 들어갔다.
그들도 부랴부랴 그녀를 뒤따라 들어갔다.
강신은 숙소에서 이채연을 따로 불러냈다.
“네, 무슨 일이시죠?”
“추가로 조사가 필요한 부분이 있어서 불렀습니다.”
“조사요?”
“네, 다름이 아니라, 경감님이 넘겨준 자료 중에 10명의 용의자가 있었잖아요?”
“아, 용의자들 그렇죠.”
“그들에 대해 알고 싶은 부분이 있습니다.”
“네? 용의자의 정보라면 분명 같이 전해드렸을 텐데….”
자기가 자료를 빠트렸나 싶어 이채연이 당황하자 강신이 그런 그녀를 진정시키며 말했다.
“보내 주신 자료에 신상 정보는 있지만 제가 알고 싶은 건 조금 다른 거라서요.”
“어떤 것이 궁금하신데요?”
“용의자 중 다른 범죄에 관련된 사람이 있는 것 같습니다.”
“으음…. 그 부분이라면 이미 조사가 끝났습니다. 그들 중 과거 범죄를 저지른 기록이 있는 사람은 없었어요.”
“아니요, 범죄를 저지른 것이 아니라 범죄의 피해자로서 관련된 정보가 필요합니다.”
“아하, 저번에 뺑소니처럼 말이죠?”
“네.”
“그걸 조사해 달라는 것을 보니, 강책임님은 이번 사건이 원한 범죄라고 보시는 건가요?”
“비슷하지만 조금 다르게 보고 있습니다. 아직 확실하게 판단이 서진 않아서 지금 당장 확답하는 건 어렵겠군요.”
“알겠습니다. 일단 원하는 자료는 바로 구해보죠. 대신 나중에 확실해진다면 꼭 알려주세요.”
“물론이죠.”
이채연은 강신이 부탁한 자료를 구하기 위해 서울에 있는 부서 사람들에게 전화를 걸었다.
현재 강신이 이채연에게 부탁한 자료는 사실 수사본부에 있을 때 부탁하고 싶었던 자료였다.
다만, 갑작스럽게 사건 현장으로 출동하면서 뒤늦게 부탁한 것뿐이었다.
그녀가 도움의 전화를 걸기 위해 자리를 비운 동안 강신이 입을 열었다.
“네시스, 듣고 있지?”
-물론이지.
이제는 피부와 비교해도 손색이 없을 정도로 정교한 통신 패치를 통해 프로네시스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히어로 메이커가 살해한 피해자들, 그들이 저질렀던 범죄에 피해를 본 이들이 누구인지, 그들이 어디에 있는지 파악할 수 있을까?”
-가능하긴 하지만,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거야.
“왜?”
-살인이나 폭행 같은 단일성 범죄는 피해자를 찾기 쉽겠지만, 사기 같은 경우는 피해자의 수도 많고 제대로 집계되지 않았을 수도 있어. 강간 같은 범죄는 피해자가 신고를 하지 않는 경우도 있고.
“……그건 그렇겠네, 그럼 확실하게 특정할 수 있는 이들부터 먼저 확인해 줄래?”
-좋아, 그렇게 할게.
이채연에게 부탁한 용의자들의 정보와 프로네시스에게 부탁한 피해자들의 정보.
이 둘을 교차 검증하면 대략 이번 사건의 윤곽이 잡힐 것만 같았다.
“그럼, 결과가 나올 때까지 나도 쉬어야겠다.”
지치지는 않았지만 당장 할 수 있는 게 없으니, 강신은 내일을 위해 휴식에 들어갔다.
* * *
다음날이 밝았다.
강신과 일행들은 일어나자마자, 전날 일어난 사건을 담당하고 있는 인근 경찰서로 향했다.
그곳에서 강신과 일행들에게 이것저것 가르쳐주었던 형사가 그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짙은 다크서클과 어제와 같은 복장으로 보아, 밤새도록 일한 듯했다.
“아, 오셨군요. 언제 나오시나 했습니다. 이게 조도손의 행적을 기록한 지도입니다.”
그가 건네준 지도에는 전날 조도손이 어떻게 움직였는지, 시간별로 점과 선으로 표시되어 있었다.
“특별한 움직임은 없었군요.”
“네, 다른 날들과 비슷하게 자기 동네를 돌아다닌 게 전부입니다, 조금 특이한 것이 있다면 마지막 위치에서 파손된 전자 발찌가 발견된 것 정도겠네요.”
그는 파손된 전자 발찌가 찍힌 사진을 강신과 일행들에게 보여주었다.
“아쉽게도 따로 검출된 지문은 없었지만, 조각을 맞춰보니 송곳처럼 얇고 뾰족한 것으로 단번에 부서진 듯한 흔적이 남아 있더군요.”
사진 속에는 부서진 전자 발찌가 정성스레 맞춰져 있었다.
그의 말대로 균열들 사이로 얇은 구멍 몇 개가 뚫려 있었다.
형사는 송곳 같은 물건으로 뚫렸다고 말했지만, 강신 일행은 피해자의 몸을 꿰뚫었던 실에 의한 것임을 어렵지 않게 유추할 수 있었다.
그는 경찰서의 생각을 대변해 말했다.
“어쨌든 파손된 전자 발찌도 그렇고 이동한 기록도 그렇고. 스스로 사건이 일어난 현장으로 이동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게 저희의 판단입니다.”
강신과 일행들도 그 말에 동의하듯 고개를 끄덕였다.
조도손이 사는 동네와 시신이 발견된 장소는 절대 가깝지 않은 거리였다.
범인을 피해 그 먼 거리를 조도손이 달아난 것이라면 목격자가 있어도 이상하지 않았다.
하지만, 탐문 결과 목격자가 없는 걸 보면 자기 동네에서 살해된 후, 사건 현장으로 시신이 옮겨졌을 가능성이 컸다.
‘어째서 그랬을까. 굳이 그럴 필요가 있었을까?’
시신을 옮겼어야 하는 이유가 있었을지도 모른다.
‘수사에 혼선을 주기 위해서?’
그럴싸하긴 했지만, 시신을 남들 모르게 이동시키는 건 큰 리스크를 동반하는 일이었다.
배보다 배꼽이 더 큰 상황이었다.
‘아니면 조도손이 사는 동네에 우리가 알지 못하는 뭔가가 있는 건가?’
히어로 메이커는 전국 곳곳에서 나타났으니, 조도손이 사는 동네에 거주하고 있는 건 아닐 것이었다.
‘설마, 그건가?’
강신은 뭔가 의심되는 게 있었지만, 쉽사리 입 밖으로 꺼내지 않았다.
말을 아낀 강신은 자신을 도와준 형사에게 물었다.
“혹시 경찰서에 남는 회의실을 하나 빌릴 수 있을까요?”
“회의실이요?”
“네, 일행들과 중요히 의논할 사안이 생겨서요.”
“음…. 회의실은 비어있는 곳이 없을 겁니다. 그나마 밀폐된 곳이라면 취조실 정도일까, 그래도 괜찮으시다면 안내해드리죠.”
어느 공간이든 강신은 상관없었다.
다른 이들의 눈치를 보지 않고 일행들과 대화를 나눌 수 있는 공간이 필요할 뿐이었다.
“부탁드리겠습니다.”
“알겠습니다.”
형사는 피곤한 몸을 일으켜 강신과 일행들을 비어있는 취조실로 안내했다.
“이곳입니다, 필요하신 만큼 사용하십시오. 다른 사람들에게는 접근하지 못하도록 미리 말해두겠습니다.”
“감사합니다.”
강신이 일행들과 취조실로 들어가자, 안내했던 형사는 돌아갔다.
그곳에서 강신은 이채연에게 말했다.
“경감님, 제가 어제 부탁했던 자료 혹시 준비되었을까요?”
“아, 네. 준비는 되어 있습니다. 아무래도 보기 쉽게 출력해서 가져오는 편이 좋겠군요. 금방 다녀오겠습니다.”
이채연은 서둘러 자기 자리로 돌아간 형사를 뒤따라 나갔다.
그녀가 자리를 비우자, 강신은 넌지시 프로네시스를 불렀다.
“네시스, 어제 부탁했던 자료는?”
-이쪽도 준비됐어.
“좋아, 이채연 경감이 자료를 가져오면 그것과 교차 검증해보자고.”
-알겠어.
그 모습을 지켜보는 이한울을 강신을 도통 이해할 수 없다는 듯이 바라봤다.
강신과 자신의 조건은 똑같았다.
그야 계속 강신과 붙어 다니며 사건 현장을 돌아다녔으니, 당연했다.
하지만 자신의 눈에는 그 어떠한 힌트도 보이지 않았다.
현장에서 발견된 실타래에 사이코메트리를 쓸 수 있다면 범인의 얼굴을 볼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아쉽게도 히어로 메이커의 재능으로 만들어졌다고 추측되는 실은 사이코메트리를 사용할 수 없었다.
그런데, 자신과 똑같이 움직인 강신은 어째서 확신에 찬 모습인 건지, 이한울은 이해할 수 없었다.
아무것도 모르는 자신이 너무나 답답하게 느껴졌다.
‘나는 왜 아무것도 모르겠지. 협업이라면 내가 더 먼저 시작했을 텐데….’
만약, 협업 요청을 받은 게 자신이 아니라 처음부터 강신이었다면 지금처럼 많은 피해자가 발생하지 않았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한울이 스스로를 자책하며 시무룩해지자, 그를 본 백소은이 옆구리를 쿡쿡 찌르며 말했다.
“괜찮아요, 저 아저씨가 유별난 거니까요.”
위로한다고 꺼낸 말이었지만, 이상하게 하나도 위로가 되지 않았다.
그러는 사이 자리를 비웠던 이채연이 양손 가득히 종이 더미를 가지고 돌아왔다.
“어제 부탁하신 자료에요.”
이채연은 종이 더미를 책상 위에 쌓았고, 강신은 빠르게 서류를 읽어나갔다.
남이 봤을 때는 그냥 휙휙 넘기는 것처럼 보였지만, 이제 수준급에 오른 속독으로 모든 내용을 파악하며 넘기는 중이었다.
“용의자 10명 중 8명이 꽤 큼직한 사고를 겪었네. 이철수는 부동산 사기를 당했고, 이미자는 믿었던 친구에게 보증을 서줬지만 도망쳤어. 김공민은 고등학생 때 아버지가 퍽치기 사고로 사망하셨고….”
강신은 자료를 보며 혼잣말을 계속 중얼거렸다.
보통 속으로 생각하는 강신이 이상하게 혼잣말을 중얼거리는 데는 이유가 있었다.
-피해자 중 이철수에게 부동산 사기를 쳤던 사람이 있어. 이미자의 친구와 김공민의 아버지를 살해한 범인은 아직 복역 중이야.
그랬다.
강신은 혼잣말을 중얼거리는 것처럼 떠들며 프로네시스에게 용의자에 대한 정보를 넘기고 있었던 것이었다.
그렇게 한참을 떠들던 강신이 마지막 페이지를 넘기자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역시….”
“뭔가 아시겠습니까?”
“경감님.”
“네?”
“전에 히어로 메이커에게 공범이 있을 거라 말했었죠?”
“네, 그랬죠.”
강신도 히어로 메이커에게 공범이 있거나, 혹은 본인이 범죄자를 찾을 수 있는 공직에 앉아 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그 공범이 소수라고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었다.
“저희 생각보다 히어로메이커의 공범이 많은 것 같습니다.”
이채연이 건네준 10명의 용의자 중 공범으로 보이는 사람이 4명이나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