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identified creature capture team RAW novel - Chapter 439
438화
“그게 정말 U.M.A라고요?”
이번만큼은 강신도 매우 놀랐다.
강신이 세상 모든 U.M.A를 모두 아는 건 아니다.
하지만, 히어로 메이커가 범행에 사용한 실타래가 재능으로 만든 물질이 아니라, U.M.A였다는 건 강신도 전혀 예상하지 못한 일이었다.
“뭐, 믿지 못하는 것도 당연하지, 나도 처음에는 이게 U.M.A라고는 전혀 생각지 못했으니까.”
처음 실타래를 넘겨받은 권영식은 강신의 부탁대로 실에 대한 모든 것을 조사했다.
하지만 실타래를 구성하는 물질은 괴이할 정도로 특이했다.
지구상에는 그 어떤 물질과도 일치하는 것이 없었다.
더 이상한 건 실이 가지고 있는 특징들이었다.
이미 사전에 들었듯이 내화성, 강도, 유연성, 탄력까지 모두 높다는 걸 들었지만, 그 정보는 어디까지나 정부에서 알려준 내용이었다.
“정부에서 가지고 있는 물건으로는 제대로 검증하기 어려웠겠지만 우리는 아니라고 생각했지.”
정부가 가진 절삭력을 실험하는 장비?
그게 무엇이 되었든 성신이 소유하고 있는 인지하면 안 되는 존재의 발톱만 못했을 것이다.
그리고 내화성을 확인하는 불길도, 성신이 가진 마그네틱 용광로보다 화력이 좋을 순 없다.
“하지만 모든 게 소용이 없더군.”
실이 가진 특징은 권영식이 생각했던 것보다 더 뛰어났다.
보호 장비를 뚫을 수 있을 만큼 뛰어난 절삭력을 가진 인지하면 안 되는 존재의 발톱으로도 실은 끊어지지 않았다.
그리고 마그네틱 용광로를 이용해도 작은 불씨조차 남기지 못했다.
자신의 모든 예상이 빗나가자, 권영식은 당황하기보다는 더 의욕을 갖고 조사에 임했다.
강신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알기에 권영식은 정말 열심히 실험했다.
물에 담그고 그것을 얼리고 전도율이 얼마나 되는지, 전류를 주입해보기도 했다.
망치로 내려치거나 수없이 꼬아보기도 했다.
“시도해볼 수 있는 건 다 해봤지.”
그래도 소용이 없었다.
실은 자신을 변화시키려는 모든 걸 거부하는 것처럼 어떠한 영향도 받지 않았으면 홀로 오롯이 존재했다.
“즐겁긴 하지만 난감하더군.”
권영식은 분명 즐거웠다.
하지만 그것과 별개로 한편으로는 곤란했다.
강신이 실타래를 굳이 자신에게 가지고 온 이유를 알고 있었기에 더 그랬다.
강신은 이 특별한 실을 사용하는 히어로 메이커와 전투를 대비하고 있었다.
그래서 이 실을 무기로 사용하는 적을 상정하고 대처할 방법을 찾아달라고 부탁한 것이다.
하지만 권영식은 정부와 똑같이 아무것도 알아내지 못했으니, 실타래를 받았을 때 큰소리쳤던 자신이 부끄러워졌다.
그러던 그때 우연에 우연이 겹친 일이 일어났다.
“휴고가 찾아왔네.”
“휴고요?”
전혀 생각하지 못한 사람의 이름이 들려왔다.
전 광신도 소속이자, 파이로 키네시스의 재능을 가진 현 폭스팀의 요원 중 하나였다.
그가 어째서 연구실로 들어왔을까, 권영식은 그 이유부터 천천히 설명했다.
“광신도를 때려잡아 준다고 하니, 기특해서 장비를 만들어 준다고 했었거든.”
강신 못지않게 권영식도 비밀 종교에 쌓인 것이 많은 사람이었다.
그런데 자신을 대신해 그들을 두들겨 패 준다니, 이 얼마나 후련한 일인가.
그래서 권영식은 휴고에게 장비를 만들어 주겠다고 말했다.
원래라면 제작이 끝나고도 남았을 시간이었지만, 중간에 울프팀이 사용하던 장비들이 모조리 고장이 나는 바람에 일정이 뒤로 밀렸다.
그 사실을 모르는 휴고는 아직까지 소식 없는 장비 제작의 일정을 묻기 위해 권영식을 찾아온 것이었다.
우연은 그것뿐만이 아니었다.
마침 권영식은 강신에게 받은 실타래를 실험하기 위해 연구실 곳곳에 길게 펼쳐 놓았다.
연구실로 들어온 휴고는 그 실들을 보며 거미줄로 착각했다.
“휴고가 앞에서 얼쩡거리는 거미줄을 태우기 위해 손에 작은 불꽃을 만들었고, 그대로 실에 갖다 대자 놀라운 일이 일어났네.”
이제까지 어떠한 반응도 보이지 않았던 실이 사람에게 밟힌 지렁이처럼 격렬하게 꿈틀대기 시작한 것이다.
벌레를 싫어하는 사람이 봤다면 그 혐오감에 정신을 잃을 정도로 끔찍한 몸부림이었다.
다행히도 권영식은 벌레를 싫어하는 것은 아니었다.
그는 휴고가 일으킨 작은 불이 실을 불태우는 걸 두 눈으로 확실하게 확인했다.
“그러니까, 팰로우님 말씀은 실인 줄 알았던 물건이 사실 U.M.A였으며 재능으로 만든 불에 매우 취약하다는 말씀이죠?”
“바로 그거네!”
안 그래도 복잡했던 상황에 U.M.A라니, 신경 쓸 것이 늘어서인지 점점 머리가 아파졌다.
히어로 메이커를 찾게 되면 전투는 필수 불가결한 문제였다.
현장에서 발견된 실이 재능에 의한 것이라면 그것만 주의하면 될 일이다.
하지만, U.M.A라면 상당히 말이 달라졌다.
‘소리를 먹는 가면 거미처럼 U.M.A를 사육하는 일반인인가? 아니면 메나, 로나처럼 인체 실험에 의한 결과물? U.M.A와 별개로 다른 재능을 보유했을 수도 있을지도….’
단 하나가 바뀌었을 뿐인데, 이제까지 없었던 변수가 생겨났다.
하지만 강신의 고민은 길지 않았다.
변수는 어쩔 수 없었지만, 권영식이 확실한 정보를 가져다주었으니까.
“어찌 되었든 재능으로 만든 불에는 취약하다 이거죠?”
“맞네.”
권영식이 들고 있는 것이 재능으로 만든 실이면 어떻고 U.M.A면 어떤가.
대처할 방법을 찾았으니 나머지는 몸으로 때우는 것으로 충분했다.
어차피 그것을 다루는 건 U.M.A가 아닌 인간일 테니까.
“알려주셔서 감사합니다.”
“고맙긴, 내가 해야 할 일을 했을 뿐이지. 이야기는 여기까지일세, 나는 아직 끝내지 못한 일들이 많아서 이만 가보도록 하지.”
권영식은 남은 실타래를 강신에게 넘겨주고는 자신의 연구실로 돌아갔다.
그가 떠나자, 강신은 곧장 이채연에게 전화를 걸었다.
몇 번의 신호음 끝에 이채연이 전화를 받았다.
-네, 강책임님.
“혹시 지금 올라오시는 중이신가요?”
-네, 앞으로 두 시간이면 수원에 도착할 것 같네요. 그런데, 갑자기 무슨 일이십니까?
“중요하게 할 이야기가 생겼습니다. 그것 때문에 아무래도 저희 쪽 협업 인원을 한 명 늘려야 할 것 같습니다만….”
-인원을 늘려야 한다고요?
“네, 자세한 건 저희 회사에서 이야기하는 편이 좋겠군요.”
-그렇게 하시죠.
* * *
2시간 뒤, 이채연은 수원에 도착했다.
원래라면 인근 카페에서 그녀가 원하는 자료만 넘기려던 계획과 달리 강신은 그녀를 비밀 연구소로 데리고 왔다.
아무리 강신이라고 하더라도 외부인을 함부로 비밀 연구소로 데리고 올 순 없었다.
그녀를 데리고 오기 위해서는 철저하고 꼼꼼한 절차를 따라야 했다.
이채연의 신상 정보를 적는 것은 물론이고, 정당한 방문 목적 그리고 신원 보증인도 필요했다.
그녀가 가진 모든 전자 장치는 입구에 맡겼다.
위치를 실시간으로 파악할 수 있는 위치 추적기가 달린 임시 출입증을 상시 목에 걸고 있어야 했다.
그리고 중무장한 2명의 보안 요원이 쫓아다니며 그녀의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했다.
또한, 강신과 일정 반경 이상 떨어지면 자동으로 경보장치가 울리며 차폐막이 내려가게 될 것이다.
마지막으로 비밀 연구소에서 봤던 모든 걸 외부에 알리지 않겠다는 보안 서약서까지 작성해야 했다.
그렇게 해도 그녀가 비밀 연구소에서 돌아다닐 수 있는 장소는 한정적이었다.
그녀의 출입 승인을 내려준 임상무가 강신에게 필요한 장소만 움직일 수 있게 몇 번이고 당부했을 정도였다.
이런저런 절차를 완료한 이채연이 드디어 비밀 연구소에 발을 내디뎠다.
그런 그녀의 표정은 선물을 앞둔 아이처럼 잔뜩 기대하고 있었다.
“내가 설마 성신의 비밀 연구소에 들어오는 날이 있을 줄은….”
주변을 둘러보는 그녀의 기분은 좋아 보였다.
이곳에서 연구를 진행하는 이들은 이제 익숙해서 별 감흥이 없을지도 모르겠지만, 처음 이곳을 방문한 이채연에게는 모든 게 신기해 보일 것이다.
왜냐하면, 자신도 그랬으니까.
‘그래도 이렇게까지 좋아할 줄은 몰랐는데.’
주변을 둘러보던 이채연은 자신의 양옆에 서 있는 보안 요원을 보며 강신에게 다가가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강책임님, 이분들이 들고 있는 총은 진짜처럼 보이는데…….”
“진짜 총 맞습니다. 비밀 연구소에서만 사용하는 조건으로 정부에 허가받았다고 하더군요.”
“아, 그렇군요. 허가를 받은 거구나…. 그보다 여기 영화에서 나오는 스파이들의 비밀기지 같네요.”
이채연은 강신을 따라 이동하면서도 쉬지 않고 재잘댔다.
강신은 적당히 대답해 줄 수 있는 것들은 대답해 주면서 그녀를 3층으로 안내했다.
보통 외부인들이 비밀 연구소로 들어오면 안내하는 곳이 바로 3층이었다.
강신은 3층의 회의실 하나를 빌렸다.
그곳에는 이미 이한울과 백소은뿐만 아니라 강신에게 연락을 받은 휴고도 함께 있었다.
“아, 이분이?”
회의실로 들어선 이채연은 휴고를 보며 본능적으로 그가 강신이 전화로 말했던 사람임을 깨달았다.
“네, 휴고라고 합니다. 휴고, 이분은 이채연 경감님입니다. 서로 인사하시죠.”
강신이 중간에서 둘을 대신해 서로를 소개했다.
“휴고입니다.”
살짝 어눌하지만 능숙한 한국말에 이채연이 눈에 이채를 띄었다.
“어…. 한국말을 잘하시네요. 이채연입니다.”
이채연의 칭찬에 휴고가 잇몸이 보이도록 웃으며 대답했다.
“감사합니다.”
둘이 간단히 악수하자, 강신이 곧장 본론을 꺼내 들었다.
“그럼, 인사도 나누셨고 어째서 휴고를 이곳으로 데리고 왔는지부터 설명을 해야겠네요. 휴고.”
강신이 휴고를 부르자, 그가 손끝에서 작은 불씨를 피워올렸고 그것을 본 이채연의 눈이 화등잔만 해졌다.
“재능…. 인가요?”
“네, 맞습니다. 휴고는 파이로 키네시스의 재능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 재능은 이번 사건에서 꼭 필요합니다.”
의구심이 가득한 이채연의 표정을 본 강신은 미리 준비한 실 한 가닥을 휴고에게 건넸다.
미리 말을 해두었던 것인지, 휴고는 만들어낸 작은 불씨를 실에 갖다 댔다.
치지직….
그러자, 오징어 굽는 냄새와 함께 얇은 실이 미친 듯이 꿈틀대기 시작했다.
“꺄악!”
깜짝 놀란 이채연의 입에서 비명이 들려왔다.
아무리 잔인한 현장이라도 흔들리지 않았던 이채연이지만 실이 꿈틀대는 모습에서 본능적으로 거부감이 들었다.
“으으…. 이게 뭔가요.”
이채연이 드물게 약한 모습을 보였다.
“저희는 U.M.A로 판단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 U.M.A를 상대하기 위해서는 재능으로 만든 불이 필요하죠. 그래서 휴고를 협업에 참여시키고 싶습니다. 동의하십니까?”
이채연이 빠르게 고개를 끄덕였다.
“이해해주셔서 다행입니다. 휴고, 경감님의 표정이 좋지 않으니, 그냥 빠르게 태워주세요.”
강신의 지시에 휴고가 꿈틀대던 실을 그대로 잿더미로 만들었다.
그것을 본 이채연이 혐오감에 몸서리치며 제정신을 차렸다.
“저게 저렇게 끔찍한 생명체인 줄 알았다면 절대 만지지 않았을 거예요.”
이미 몇 번이고 실타래를 만졌던 게 떠올랐는지, 그녀는 몸을 부르르 떨어댔다.
그녀가 진정되자 강신은 준비했던 자료를 넘겼다.
“이게 4명의 용의자가 공범으로 추정하는 자료입니다. 한번 보시죠.”
이채연은 강신이 넘긴 자료를 확인했다.
그리고 비교적 최근 그들과 관련되어있던 범죄자들이 피해자가 되었다는 걸 깨달았다.
“이건 우연으로 보기 힘들겠죠?”
“네, 그 많은 범죄자 중에서 이들과 관련된 이들이 우연히 피해자가 되었다는 건 믿기 힘든 일이죠.”
“후…. 그렇군요. 확실히 말씀하신 것이 맞습니다. 이들을 공범으로 봐도 무방하겠네요.”
하지만 한가지 문제가 있었다.
저번 사건 현장에서 잡았던 공범과 다르게 이들에게는 심증만 있을 뿐 증거가 없어 체포 자체가 불가능했다.
아쉬워하는 이채연의 표정을 본 강신이 말했다.
“그래서 말인데, 저에게 좋은 작전이 있습니다. 한번 들어보시겠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