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identified creature capture team RAW novel - Chapter 444
443화
“하하, 왜 히어로 메이커라고 자칭했나 했는데….”
이한울이 자조적으로 웃었다.
그는 이제까지 히어로 메이커가 어째서 그런 이름을 썼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이젠 박철중의 증언으로 그가 히어로 메이커라는 이름을 사용한 이유를 짐작할 수 있었다.
“다른 사람들을 영웅이라는 말로 유혹해서 범죄에 가담시키기 위해서 이런 위명을 사용한 거죠?”
“네.”
강신이 고개를 끄덕이자, 앞에서 고민하던 이채연이 입을 열었다.
“그런데, 히어로 메이커는 이런 행동을 해서 무슨 이득을 얻는 거죠?”
아무리 생각해도 히어로 메이커가 이런 행동을 하는 목적을 알 수가 없었다.
그건 강신이라고 해도 마찬가지였다.
“글쎄요, 그의 목적이 무엇인지 저도 잘 모르겠군요.”
히어로 메이커의 목적이 무엇일까, 머리를 굴려봤지만 당장 떠오르는 것은 없었다.
“돈은 아닐 거고 범죄자를 처리했다는 명예를 원하는 건가?”
“그게 아니면, 자신만의 복수를 위한 것일 수도 있죠.”
히어로 메이커의 정확한 목적은 직접 연락했던 박철중도 알지 못했다.
“지금 그게 중요한 게 아닙니다.”
그의 목적이 어떻게 되었든 그들에게 히어로 메이커는 체포해야 할 한 명의 범죄자에 불과했다.
그러니, 현재 중요한 건 그를 어떻게 체포할 것인가였다.
박철중을 통해 많은 소득이 있었지만, 그중에서 가장 큰 소득이라고 할 수 있는 것.
바로 히어로 메이커의 접선 장소였다.
“드디어 그 지긋지긋한 히어로 메이커가 어떻게 생겼는지, 볼 수 있겠네요.”
이채연은 기대가 된다는 것처럼 말했지만, 강신은 내심 걱정됐다.
당장 며칠 뒤 히어로 메이커를 만나는 것 자체는 문제가 없겠지만, 박철중에게 이야기를 듣다 보니 새로운 의문과 함께 공범에 대한 이질감이 느껴졌기 때문이었다.
‘만나는 것은 이틀 후, 청주에서도 외진 장소이긴 하지.’
그것도 박철중이 이바른을 살해하려고 했던 폐공장과 그리 멀지 않은 장소였다.
‘시체를 가지고 이동하는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 비교적 가까운 장소를 범행 장소로 정했다고 했지.’
여기까지는 이해할 수 있었지만, 문제는 그다음부터였다.
‘박철중이 범죄에 가담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야.’
처음인데도 히어로 메이커는 어떠한 검증도 없이 너무나 쉽게 박철중과 만날 약속을 잡았다.
이게 무슨 문제가 될까 생각할 수도 있었지만, 히어로 메이커에게 높은 현상금이 걸려있다는 걸 생각한다면 매우 이상한 행동이었다.
‘경각심이 없어도 너무 없어. 물론 박철중은 이바른을 살해하겠다고 마음먹은 이후로 아예 신고할 생각이 없어 보이기는 했지만….’
모든 사람이 박철중 같지는 않았다.
히어로 메이커에게 걸린 현상금은 상당히 높은 금액으로 누군가에게는 유혹적인 금액일 수도 있었다.
히어로 메이커는 나름대로 자기의 기준에 맞춰 사람들을 선정했겠지만, 돈에 눈이 멀어 배신하는 사람들은 얼마든지 존재했다.
사람을 죽이지 않고 히어로 메이커에게 걸린 현상금을 타려는 사람이 과연 이제까지 아무도 없었을까?
그렇지는 않았을 것이다.
‘분명 그런 사람들도 있었을 거야.’
그런데도 히어로 메이커는 지금까지 정체를 들키지 않고 대한민국을 어지럽히며 활보하고 있었다.
강신은 히어로 메이커와 만난 이들이 그와 접촉하면 모종의 이유로 그에게 감화되거나, 혹은 세뇌당하는 것이 아닐까 하는 추측했다.
‘그러니까, 장흥에서 체포한 사람도 히어로 메이커에 대해서 어떠한 말도 하지 않은 거겠지.’
그는 박철중보다 담이 작으면 작았지 더 크지는 않았다.
그런 소시민인 그가 압박을 가해도 히어로 메이커에 대해서 어떠한 말도 하지 않았다.
아주 사소한 내용도 입 밖으로 꺼내지 않은 것이다.
‘그래, 마치 언급 자체를 못 하는 것처럼.’
그와 박철중이 다른 점이 있다면 단 한 가지였다.
박철중과 다르게 그는 히어로 메이커와 직접 만났다는 것이다.
이쯤 되자 강신은 히어로 메이커가 상당히 위험한 인물이라고 판단했다.
‘내가 모르는 U.M.A를 범죄에 사용하고, 세뇌의 가능성까지. 골치 아프군.’
강신이 이런저런 고민을 이어가는 동안 뭔가 신이 난 이채연이 입을 열었다.
“미리 접선 지역에 경찰들을 대기 시켜 놓는 건 어떤가요?”
하지만 강신은 이채연의 제안에 고개를 가로저었다.
“아니요, 그것보다는 소수 정예로 움직이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만….”
“그렇게 생각하는 이유를 들어볼 수 있을까요?”
강신은 방금 자신이 생각했던 것들을 그녀에게 알려주었고 말을 이어갔다.
“히어로 메이커를 잡지 못하는 건 괜찮지만, 최악의 경우 그곳에 있는 아군들끼리 골육상쟁을 벌일 수도 있습니다.”
“그게 정말이라면…. 소수 정예로 움직여도 위험한 것은 똑같은 게 아닌가요?”
강신의 말대로 아군이 적이 될 수도 있는 상황이라면 오히려 정예 병력이 더 위험할 수도 있었다.
“만약 우리가 이런 상황을 모르고 접선 지역에서 마냥 히어로 메이커를 기다렸다면 그럴 수도 있겠죠. 하지만 저에게 좋은 계획이 있습니다.”
계획이 있다는 말에 이채연의 눈이 이채를 띠었다.
“그 계획이라는 걸 어디 한번 들어볼까요?”
그간 강신이 보여준 모습 덕분일까.
이전과는 다르게 이채연은 강신을 신뢰하는 것처럼 보였다.
강신이 입을 열어 자신이 세운 계획을 일행들에게 설명하자, 이상하게도 일행들은 모두 다른 표정으로 강신을 바라봤다.
“그…. 저도 꼭 참여해야 합니까?”
이한울은 작전에 참여하는 것이 부담스러운지, 불쌍한 표정을 지었고,
“아, 저는 왜요!”
항상 방실방실 웃고 다니는 백소은은 드물게 불만이 가득한 표정으로 볼을 부풀렸다.
“괜찮은 계획이네요. 이대로 한번 진행해보죠.”
이채연은 흥미롭다는 표정으로 강신의 계획에 동의했다.
강신은 불만을 보이는 이한울과 백소은을 설득시켰다.
결국, 그들도 강신의 작전을 이해할 수밖에 없었다.
“그럼 준비할 것도 있고 도움 받아야 할 사람들도 있으니, 바로 움직이죠.”
그들에게 주어진 시간은 고작 이틀, 모든 것을 준비하기 위해서는 지금부터라도 바쁘게 움직여야 했다.
그렇게 강신은 이채연을 보내고 회사에서 작전에 필요한 것들을 준비했다.
* * *
이틀이라는 시간이 쏜살같이 흘러 박철중이 히어로 메이커를 만나기로 했던 날이 되었다.
그가 범행 장소를 폐공장으로 정한 이유는 폐공장 근처에 있는 공장들이 가동을 중지해 사람들이 잘 오지 않는 장소라는 점 때문이다.
그리고 앞서 말한 대로 히어로 메이커와 만나기로 한 장소가 가까웠다.
그리고 현재, 박철중은 히어로 메이커와 만나기로 한 다른 폐공장에 나와 있었다.
꿀꺽.
잔뜩 긴장한 그가 마른침을 삼켰다.
‘어쩌다가 이렇게 되었지?’
그는 그저, 살면서 한 번쯤은 다른 사람들의 영웅이 되어보고 싶었을 뿐이었다.
물론 그 방법이 법을 어기는 것이고 사람을 죽여야 하는 극단적 일이었다는 건 알고 있었다.
하지만, 자신이 이바른에게 했던 것처럼 누군가가 자신의 모든 재산을 가지고 잠적했던 빌어먹을 놈에게 똑같이 복수해준다고 생각하자, 이바른에게 쉽게 대입할 수 있었다.
그래도 사람을 죽이는 것은 처음이었다.
이바른을 죽어 마땅한 악당이라고 스스로 위로하며 얼굴을 보지 않게 복면을 씌워 두들겨 팼다.
처음에는 사람을 때린다는 죄책감이 들었지만, 그가 저지른 범죄들과 출소하고도 피해자들을 조롱했다는 걸 떠올리자 점점 죄책감이 씻겨 내려갔다.
하지만 아무리 그렇게 마음을 다잡아도 소시민이었던 박철중이 사람을 죽이는 건 어려운 일이었다.
‘어쩌면 그냥 화풀이 대상이 필요했는지도 모르지.’
사기를 당한 이후, 삶을 비관하며 사기꾼을 얼마나 저주했던가.
어쩌면 몸속에 남은 진득한 분노를 누군가에게 해소하고 싶었는지도 몰랐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그가 돌이킬 수 없는 짓을 저지르기 전에 누군가가 그를 강제로 멈춰 세웠다는 점이었다.
정신을 잃고 깨어났을 때, 두 명의 남성과 한 명의 소녀가 있었다.
조합은 이상했지만 이바른이 고용한 조폭이나, 킬러라고 생각했다.
‘무서웠지.’
삶을 비관해 죽고 싶다는 말을 입에 달고 살았지만, 막상 그런 상황이 닥치자 그가 가지고 있던 생존 본능은 살아남기 위해 움직였다.
결국, 겁에 질린 그가 히어로 메이커에 대해 줄줄이 실토하는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뒤늦게 그들이 경찰과 경찰에게 협력하고 있는 사람들이라고 밝혔다.
‘그래서, 내가 여기 있는 거겠지.’
그들은 자신에게 히어로 메이커라는 범죄자를 잡기 위해 협력을 요청했다.
박철중은 처음 제안을 들었을 때, 그들의 제안을 거절하려고 했다.
히어로 메이커가 법을 어기며 사람을 죽이고 있는 건 사실이나, 그만큼은 사회를 좀먹는 악들을 처단한 것도 진실이었기 때문이다.
-도와주지 않으셔도 상관은 없습니다만…. 박철중 씨는 사람을 폭행한 현행범으로 체포될 겁니다.
자신이 이바른을 폭행한 것은 사실이니, 어쩔 수 없다고 생각했다.
‘대충 깽값만 주면 되지 않을까?’
그렇게 쉽게 생각했다.
하지만 그는 자신이 누구를 건드렸는지 알지 못했다.
-저희가 거짓말을 하긴 했지만, 이바른은 정말로 조폭 쪽과 커넥션이 있습니다. 위험하실 수도 있습니다.
무엇이 위험하다는 것일까.
설마 이바른이 조폭에게 사주해 자신을 죽이기라도 한다는 걸까.
-그럴 가능성이 없지는 않습니다.
이바른은 애초에 자신의 이익을 위해 사람들을 죽음으로 몰고 간 범죄자였다.
-사람이 죽는다고 해도 눈 하나 깜빡할 사람이 아니죠. 그런 사람이 자존심이 상할 정도로 당했는데, 가만히 내버려 두겠습니까? 육체적으로도 정신적으로도 모든 방법을 사용해 당신을 괴롭히겠죠.
뒤늦게 위기감이 몰려왔다.
어쩌면 기회가 있을 때, 죽여야 하지 않았을까.
그러던 그때 자신에게 정보를 들었던 남자가 제안했다.
-우리를 도와준다면 여러 가지를 고려해 폭력 전과가 남지 않도록 도와드리는 건 물론 이바른이 당신에게 손을 쓰지 못하게 조치하겠습니다. 그리고 이바른이 정당하게 법의 처벌을 받도록 하겠습니다. 원한다면 공증을 받은 계약서를 작성하죠.
그는 자신이 했던 과격한 방법이 아니어도 그를 처벌할 방법이 있다는 걸 넌지시 돌려서 말했다.
자신이 했던 일들을 돌아보게 했다.
박철중은 고민 끝에 계약서에 서명하고 이곳에 나와 있었다.
-너무 긴장하지 마세요.
갑자기 들려오는 소리에 박철중이 깜짝 놀라 자신의 귀밑을 만지작거렸다.
살짝 이질감이 느껴졌다.
처음 멀미 패치처럼 생긴 스티커를 붙여줄 때만 해도 믿지 못했지만, 이렇게 깨끗한 목소리가 들려오는 이상 믿을 수밖에 없었다.
‘듣지도 보지도 못한 통신 장비라니….’
자신이 전자 장치 쪽에 문외한이긴 하지만 이런 장치가 흔하지 않다는 것쯤은 알고 있었다.
“후….”
짧게 한숨을 내뱉자, 답답했던 가슴이 한층 나아졌다.
솔직히 박철중은 무서웠다.
히어로 메이커는 지금 국내에서 가장 유명한 범죄자였다.
‘일이 틀어졌다고 나를 죽이려고 하면 어쩌지.’
걱정됐지만 그는 당장 경찰을 믿는 것밖에 할 수 있는 게 없었다.
그런 그의 옆에는 의자에 묶인 시체가 준비되어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