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identified creature capture team RAW novel - Chapter 447
446화
‘사상이 뒤틀린 게 문제가 아니야, 저건 그냥 미친 거다.’
히어로 메이커가 갑작스럽게 화를 내는 건 분노 조절 장애라고 볼 수도 있었지만, 저렇게 한 번에 화가 식는 것은 더 큰 정신적 장애였다.
‘도대체 어떻게 저런 성격으로 다른 사람들을 회유한 거지?’
저렇게 성격이 제멋대로인데, 어째서 사람들은 히어로 메이커를 두둔하는 것일까.
‘아까 박철중에게 하려는 행동과 연관이 있나?’
강신은 히어로 메이커가 박철중에게 하려던 행동을 떠올렸다.
‘분명 하얀 실들로 뭔가를 하려고 했었던 것 같은데….’
강신은 생각하면서도 히어로 메이커를 견제했다.
히어로 메이커는 근접전은 자신에게 불리하다고 생각했는지, 멀리서 하얀 실을 날려 보냈다.
핏핏!
다행히도 하얀 실이 날아오는 속도는 그리 빠르지 않았다.
하지만 아주 작은 점 공격을 해오는 하얀 실을 막는 것은 강신이라 해도 부담되는 일이었다.
심지어 보호 장비뿐만 아니라 강화된 몸을 쉽게 뚫었던 걸 생각하면 공격을 막기보다는 피하는 게 낫다고 생각했다.
강신이 뒤로 뛰자, 방금까지 자신이 있던 자리에 하얀 실이 꽂혔다.
푹, 푹.
하얀 실이 지면에 두부처럼 쉽게 박혔다.
‘혼자서는 안 되겠네.’
“초코야.”
히어로 메이커에게는 들리지 않을 정도로 작은 목소리로 중얼거리자, 강신의 그림자가 자세히 보지 않으면 모를 정도로 꼼실되었다.
강신이 자신을 향해 날아오는 하얀 실을 보며 다시금 몸을 뒤로 날렸다.
그러자, 어김없이 실들이 바닥에 내리꽂혔다.
강신이 자신의 공격을 피하는 모습을 보며 히어로 메이커가 감정이 없는 것처럼 무표정한 얼굴로 말했다.
“빠르네요. 지금이라도 항복한다면 자비를 베풀어 드리겠습니다.”
그는 계속 도망치는 강신을 보며 이미 자신이 이긴 것처럼 말했다.
사실 누가 봐도 히어로 메이커가 유리해 보였다.
강신은 계속 달리면서 하얀 실을 피하고 있지만, 하얀 실을 날리고 있는 히어로 메이커는 느긋하게 걸었다.
하지만 그런 히어로 메이커의 자만은 길게 이어질 수 없었다.
퍽!
“윽!”
처음으로 히어로 메이커의 입에서 비명이 흘러나왔다.
평소의 그였다면 그런 공격에 비명 따윈 내뱉지 않았겠지만, 지금은 강신을 공격하기 위해 하얀 실을 전방으로 집중해 놓은 상태였다.
덕분에 등은 비교적 취약한 상태였고 누군가가 하필이면 그 부분을 후려친 것이었다.
히어로 메이커는 자신을 공격한 것이 누구인지 확인하기 위해 뒤를 돌아봤다.
“뭐지?”
뒤를 돌아본 그는 자신을 공격한 사람을 찾을 수 없었다.
꽤 묵직하고 거대한 물건으로 후려친 느낌이었다.
그런데 막상 돌아보니, 아무것도 보이지 않자 당황스러웠다.
강신은 그 빈틈을 놓칠 사람이 아니었다.
접근해서 주먹을 날려봤자, 다시 막힐 것을 알고 있었기에 강신은 바닥에 꽂혀 있는 실들이 아직 히어로 메이커와 연결되어 있다는 것을 노렸다.
드드득!
강신은 바닥에 박혀 있는 실들을 뽑아내 움켜쥐고 그대로 실을 당겨서 휘둘렀다.
부우웅~
실과 연결된 히어로 메이커가 힘없이 휘둘러지며, 건물의 바닥과 벽면을 온몸으로 긁으며 이내 벽면에 처박혔다.
터더더덩!
콰과광!
강신의 공격은 그걸로 끝나지 않았다.
“흐읍!”
기합과 함께 힘을 주어 히어로 메이커를 처박았던 반대 방향으로 다시금 휘두르려 했다.
하지만 방금과는 다르게 히어로 메이커는 끌려 오지 않았다.
그가 힘으로 버틴 건 아니었다.
강신이 잡은 실들이 갑자기 가벼워졌다.
강신은 그 현상이 무엇인지 단번에 파악했다.
“쯧, 연결된 실을 끊었나?”
강신은 그 짧은 사이 자신의 팔을 뚫고 들어온 실들을 뽑아내며 실을 바닥에 던졌다.
두둑.
히어로 메이커와 떨어졌기 때문일까, 활발하게 움직였던 실들은 더는 움직이지 않았다.
그러는 사이, 다시 벽에 처박혔던 히어로 메이커가 화가 잔뜩 나 있는 표정으로 달려왔다.
“빌어먹을 범죄자 새끼! 한 번도 아니고 세 번이나 나를 던졌겠다!”
느긋하게 움직였던 것과는 정반대되는 모습이었다.
“시체로 다른 놈들에게 경고를 남기려고 아끼고 있었는데, 이제 됐다. 너에게 모조리 쏟아주마!”
그가 조종하는 하얀 실 또한, 전과 다르게 매우 빨라졌다.
푸푸푹!
빠른 속도로 하얀 실이 강신을 노리고 바닥에 꽂혔다.
강신은 하얀 실을 피하고 다시 그것을 잡으려고 했지만 바닥에 꽂히자마자, 히어로 메이커가 자신의 몸에서 하얀 실을 끊어냈다.
이제까지 보여주지 않았던 모습이었다.
강신은 그의 행동과 말들을 조립해 한 가지를 쉽게 유추할 수 있었다.
‘저 하얀 실을 사용하는 건 한계가 있는 거야.’
그렇지 않았다면 이제와서 저런 말을 할 이유가 없었다.
‘나를 속이기 위해서일 수도 있으니, 조심은 하겠지만 저 이상한 성격을 보면 그런 생각은 할 수 없었겠지.’
스스로 감정을 조절하지 못하는 히어로 메이커는 수 싸움에 매우 약할 것이라 판단했다.
감정이 획획 바뀌는데, 과연 생각이라는 것을 할 수는 있을까?
분명 자신의 감정을 추스르기도 바쁠 것이다.
그렇다면 강신이 해야 할 일은 정해져 있었다.
‘저 실을 계속 소모하게 만들어야 해.’
현재 강신에게 부담이 되는 건 모두 하얀 실에서 비롯되었다.
하얀 실만 빠진다면 히어로 메이커는 정신이 조금 이상한 일반인에 불과했다.
전투의 양상은 똑같이 이어졌다.
강신은 히어로 메이커가 날리는 하얀 실들을 피해 다녔고, 그림자를 이용해 이리저리 움직이는 초코는 그런 히어로 메이커의 빈틈을 노려 공격했다.
그럴 때마다 강신도 공격을 시도해 착실하게 하얀 실을 소모하게 했다.
히어로 메이커의 공격은 단조로웠다.
보통, 이 정도로 통하지 않는다면 당연히 방법을 바꿔야 하지만, 히어로 메이커는 그러지 않았다.
어째서일까, 감정은 시시각각 변화하면서도 공격 방법은 변화시키지 않는 그의 모습에 강신은 의문이 들었다.
정신병을 앓고 있어 그런 행동을 보인다고 생각했지만 상대하면 상대할수록 뭔가 위화감만 들었다.
그 위화감이 무엇인지, 알아내고 싶었지만 아쉽게도 강신에게는 남은 시간이 그리 길지 않았다.
‘날개 가루 효과가 얼마 남지 않았어.’
이 효과가 없었다면 강신은 지금처럼 전투에서 우위를 잡을 수 없었을 것이다.
안 그래도 길지 않은 효과였는데, 히어로 메이커가 약속 시각보다 조금 늦게 도착해서 시간이 더 부족했다.
‘괜찮아, 중간에 쓰러져도 충분히 대처할 방법은 준비해 두었으니까, 내 역할에만 집중하자.’
강신은 자신이 맡은 역할을 상기시켰다.
강신이 다른 현장 요원들의 도움을 받지 않고 설야의 날개 가루를 흡입한 채 단독으로 나선 이유.
그 이유는 만약 강신이 히어로 메이커에게 세뇌를 당해도 일정 시간 이후 무력화되는 걸 노렸다.
강신이 스스로 맡은 역할은 히어로 메이커의 제압보다는 부족한 그의 정보를 최대한 끌어내는 것이었다.
오히려 처음 계획보다 현재 상황이 좋다고 봐야 했다.
정보뿐만 아니라 히어로 메이커의 무기를 착실하게 소모하게 하고 있었으니까.
이대로라면 정보뿐 아니라 히어로 메이커를 제압하는 것도 가능할지 몰랐다.
하지만 그것은 강신만의 생각이었다.
“끼이이익!!”
계속 당해서 약이 오른 것일까, 히어로 메이커가 갑자기 괴성을 질렀다.
그것도 일반적인 괴성이 아니었다.
마치 칠판을 손톱을 긁는 듯한 소름 돋는 하이톤의 괴성이었다.
타격이었으면 모를까, 소리로 공격할 거라곤 계산하지 못한 강신은 괴성을 듣는 순간 몸을 움츠렸다.
이건 조건 반사와 같은 현상이었기에 강신도 어쩔 수가 없었다.
그 움츠림은 절대 크지는 않았다.
일반인이 봤다면 눈치채기도 어려울 정도의 주춤거림이었을 뿐이다.
하지만 수많은 하얀 실을 피하던 강신에게는 그 행동은 치명적인 행동이었다.
푹!
곧바로 움직였음에도 하얀 실 하나가 어깨에 박혀 들어왔다.
“큭.”
하얀 실의 관통력은 보호 장비를 꿰뚫을 정도였으니, 사람의 신체 따위는 우습게 뚫을 수 있을 터였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강신의 어깨를 꿰뚫은 하얀 실은 관통하지 않고 그대로 살을 파고들었다.
수많은 하얀 실을 피해내고 겨우 한 가닥에 불과했지만, 그 결과는 결코 무시할 수 없었다.
“흐하하, 이 날파리 같은 놈. 드디어 잡았다.”
강신의 몸에 하얀 실이 박힌 것을 확인한 히어로 메이커가 크게 웃으며 말했다.
강신은 인상을 찌푸리며 어깨에 박혀 있는 하얀 실을 뽑아내려했다.
하지만, 이번에는 히어로 메이커도 가만히 있지 않았다.
“안 되지, 안돼.”
어느새 하얀 실을 보낸 건지, 오른쪽 어깨에 박힌 하얀 실을 뽑으려는 왼쪽 손을 향해 다른 실들이 날아와 박혔다.
“큭!”
그게 시작이었다.
수많은 하얀 실이 강신을 강신의 몸을 파고들었다.
전과 같은 상황이었지만 강신은 쉽게 하얀 실을 뽑아내지 못했다.
강화 시간이 끝난 건 아니었지만, 살을 파고든 하얀 실이 문제였다.
‘으윽. 끔찍한 느낌이야.’
이전에 몸에 박혔던 것보다 더 끔찍한 기분이었다.
지금은 벌레가 혈관을 기어 다니는 고통에 더해 하얀 실들이 몸속에 있는 근육을 건드렸다.
써야 하는 근육들이 풀려 힘이 제대로 들어가지 않는 느낌이었다.
‘좋지 않아.’
정말 상황이 좋지 않았다.
저쪽에서는 어째서인지, 강신을 죽이려는 것 같지는 않았다.
‘정말 죽이려고 했다면 굳이 이런 귀찮은 방식을 사용할 이유는 없으니까.’
만약 정말 죽이려고 했다면 몸을 장악하려는 이런 번거로움을 감수할 이유가 없었다.
보호 장비도 꿰뚫는 하얀 실로 몸의 장기에 구멍 내기만 해도 충분히 사람을 죽일 수 있을 테니까.
생각이 길지 않았음에도 수많은 하얀 실이 사정없이 강신의 몸에 박혀 들어왔다.
푹푹푹푹!
“크악!”
하얀 실을 막을 수 있는 수단이 없는 강신은 속수무책으로 그 공격을 허용해야 했다.
중간에 초코가 강신을 구하기 위해 히어로 메이커를 공격했다.
그러나 집중해서 강신을 쫓았던 것과 달리 이미 여유가 생긴 그에게 공격이 통할 리 없었다.
“그림자로 만들어진 개라니, 신기하네요.”
그는 초코에게 흥미를 보이며 하얀 실로 초코를 잡으려고 했지만, 하얀 실로는 초코를 잡지 못한다는 걸 알고 관심을 거두었다.
그림자로 이루어진 강아지보다는 자꾸 날파리처럼 자신을 놀리는 듯한 강신을 잡았으니까.
“자, 그럼 그동안 날 약을 올린 사람을 제대로 봐야겠군요.”
히어로 메이커가 혼잣말하자, 온몸에 하얀 실이 박힌 강신의 몸이 갑자기 천천히 공중에 떠올랐다.
강신은 하얀 실에 매달려 발만 몇 번 허우적거리며 반항했지만, 결국 히어로 메이커에게 끌려갔다.
‘큭…. 젠장, 강화 시간이….’
때마침 타이밍도 좋지 않게 설야의 날개 가루 효과 시간이 끝나, 큰 탈력감이 강신을 덮쳤다.
“하하. 드디어 잡았군요. 이제 제가 좀 무섭습니까?”
기쁜 듯이 웃고 있었지만, 또 언제 성격이 변할지 모르는 사람이었다.
강신은 그를 자극하지 않게 경계하며 무거운 고개를 들어 히어로 메이커를 똑바로 바라봤다.
처음 봤을 때와 똑같은 대한민국의 평범한 20대 청년이었다.
그의 부자연스러운 표정 또한, 달라진 것이 없었다.
“후후…. 그 상태에서도 끝까지 입을 다물다니, 정말 과묵하신 분이군요.”
“저를 어떻게 할 생각입니까?”
강신이 입을 열어 묻자, 히어로 메이커가 더 크게 기뻐하며 질문에 답해주었다.
“원래는 그냥 죽이려고 했는데 말이죠. 당신 같은 인재를 쉽게 죽이기에는 너무 아까워서 말이죠. 그러다 보니, 깨달았죠. 내가 당신에 대해서 아는 게 없다는 것을….”
처음부터 제대로 된 대화가 성립되지 않았던 둘이었다.
그저 자신이 가지고 있던 이념에 대해서만 떠들었고, 그 이후 바로 전투로 이어졌다.
강신에 대해 알고 있는 게 더 이상한 일일 것이다.
“저와 친한 히어로 중, 사람을 조사하는 것에 능숙한 사람도 있습니다.”
히어로 메이커는 다시 신나서 수다를 떨어댔다.
“그 사람에게 부탁해 당신의 정보를 얻고, 당신이 만약 악당이 아니라면 히어로로서 움직여주길 바라고 있습니다.”
“그걸 제가 받아드리리라 생각합니까?”
“받아드리지 않아도 상관없습니다. 강제로 따르게 만들 거니까요.”
히어로 메이커의 말에 강신의 몸을 파고들었던 하얀 실이 더 격렬하게 움직였다.
‘으윽…. 여기까지야. 나는 더 버티지 못할 거야.’
뭔가를 더 알아내고는 싶었지만, 자신의 몸도 정신력도 이제는 한계였다.
끔찍한 고통에 강신은 욕심을 버리고 이를 악물고 말했다.
“지금!”
강신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히어로 메이커에게 작은 불덩이가 날아왔다.
“흥, 겨우 이까짓 불덩이.”
히어로 메이커는 그 불덩이를 보며 하얀 실을 이용해 날아오는 불덩이를 가볍게 쳐내려고 했다.
하지만 그 불덩이는 평범한 불이 아니었다.
화르륵!
불덩이를 막은 하얀 실들이 불을 막기는커녕 빠르게 타올랐고, 그 불은 순식간에 히어로 메이커를 집어삼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