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identified creature capture team RAW novel - Chapter 45
44화
강신이 데리고 온 용의자의 몸 상태는 예상했던 것처럼 심각한 상태였다.
“며칠 동안 아무것도 먹지 못해서 영양실조는 기본이고……. 원래 당뇨병과 고혈압도 앓고 있었네요. 그리고 며칠 안 된 타박상도 온몸에 남아 있습니다.”
지적인 안경을 쓰고 가운을 입은 의사가 차트를 들고 강신에게 설명했다. 옆에 있던 김 대리가 얼굴을 굳히며 말했다.
“심각한 상태인가요?”
그러자, 안경을 고쳐 쓴 의사가 인상을 찌푸리며 말했다.
“말이라고 하십니까. 타박상은 둘째치더라도 고혈압인데, 약을 드신 지도 오래되신 것 같고 영양실조까지 올 정도면 몇 번 정신을 잃으셨을 텐데……. 솔직히 말하면 지금 어떻게 살아 있는지 궁금할 정도입니다.”
분명 죽을 정도로 괴롭고, 고통스러웠을 것이다.
그럼에도 죽지 못해 초월적인 인내심으로 버텨 낸 의식이 없는 용의자를 강신은 측은하게 바라봤다.
이미 밖은 해가 져서 어두워졌고, 숙소로 가려는 일행들에게 강신은 병원에 남는 것을 자처했다.
인력을 지원받아 다른 요원들을 배치할 수도 있었지만, 강신은 아직 자신의 할 일이 끝나지 않았음을 알고 있었다.
일행들 모두가 돌아가고 병실에는 강신과 용의자만 남았다.
그러자, 모습을 감추고 있었던 U.M.A.가 모습을 드러냈다.
-끼이잉….
자고 있는 주인이 걱정되는지, 그림자 반려는 용의자의 팔과 몸 사이로 자신의 몸을 비비며 파고들었다.
그 모습이 강신에게는 어딘지 모르게 애처롭고도 슬프게 다가왔다.
주인의 품속에 자리를 잡은 U.M.A.는 턱까지 주인의 몸 위로 올리고 주인의 얼굴을 뚫어지라 바라봤다.
그저 그것만으로도 U.M.A.는 행복해 보였다.
얼마나 그러고 있었을까, 스스로 만족한 것인지, 아니면 시간이 없기 때문인지, 알 수는 없었지만 U.M.A.는 자신의 주인이 깨지 않도록 슬며시 몸을 일으켰다.
그리고.
할짝, 할짝.
자신의 주인이었던 사람의 얼굴을 몇 번 핥았다.
유독 까끌까끌한 자신의 혀를 좋아했던 주인.
지금은 비록 다른 모습을 하고 있어서 다른 느낌이 나겠지만, 그래도 상관없었다.
그 모습은 마치 주인에게 마지막으로 하는 인사 같아 보였다.
핥는 것이 끝나자, U.M.A.는 그대로 주인이 있는 침대에서 뛰어 내려와 강신 앞에 앉았다.
U.M.A.의 모습은 처음과는 많이 달라져 있었다.
처음에는 위협을 느끼고 자신의 두려움을 감추기 위해 흉악한 모습을 했었고, 이후에는 잔뜩 마른 성체의 골든 리트리버 모습으로 변했었다.
지금 U.M.A.는 강신의 앞에서 자기가 가장 행복했었던 어렸을 때의 모습으로 돌아가 있었다.
작아진 U.M.A.의 모습은 귀여웠지만, 슬픔이 가득 담긴 시선으로 강신을 바라봤다.
그리고 강신은 현재 U.M.A.가 어떤 상황인지 잘 알고 있었다.
“이제 사라질 생각이구나.”
-멍!
긍정이 가득한 짖는 소리.
U.M.A.는 분명 자신의 주인이 깨어난 모습을 보고 싶지만, 자신이 계속 옆에 있으면 정말 좋아하는 주인이 영영 일어나지 못할 것을 스스로가 가장 잘 알고 있는 듯했다.
그래서 마지막으로 주인에게 응석을 부리고, 주인을 도와준 강신에게 감사의 인사를 하기 위해서 침대에서 내려온 것이었다.
점점 흩어지는 그림자를 보고 강신은 안타까운 마음에 U.M.A.에게 말을 건넸다.
“앞으로 함께하지는 못하겠지만, 그래도 주인이 깨어난 모습을 보고 싶지 않니?”
* * *
회사와 연계된 제휴 병원은 성심을 다해 용의자를 돌봐 주었고, 그 결과 그는 3일 후 깨어났다.
그가 일어나자마자, 병원 측에서는 강신에게 연락을 했고 강신과 일행들은 점심을 먹다 말고 허겁지겁 병원으로 돌아왔다.
용의자는 강신이 도착하기 전, 깔끔하게 씻고 면도까지 했는지 볼품없었던 첫 모습과는 다르게 깔끔한 모습을 하고 있었다.
그는 병실로 들어오는 강신을 보고 미리 병원 측에서 이야기를 들었는지, 인사를 건네 왔다.
“쓰러진 저를 도와주셨다고 들었습니다. 감사합니다.”
그는 산에서 강신을 본 것이 기억이 나지 않는 것 같았다.
깨어난 그의 표정은 모든 것을 잃어 세상의 미련이 없는 사람처럼 보였다.
‘마치, 삶의 의지가 없는 것처럼.’
“아닙니다. 누구라도 했을 행동인데요.”
“그런가요. 죄송합니다만 제가 가진 것이 없어서 아무것도 보답할 수 있는 게 없군요.”
“그런 걸 바라고 한 일이 아니었는걸요.”
“감사합니다. 병원비가 더 나오기 전에 빨리 퇴원해야겠네요.”
용의자는 바로 퇴원하기를 원했다.
강신은 이대로 그냥 퇴원시켜서 보내기에는 조금 찜찜한 것도 있었고, 3일 전의 약속을 떠올리며 그를 붙잡았다.
“잠시만요. 대가를 바란 것은 아니었지만 그 대신 대화를 조금 하지 않으실래요?”
“저와 말입니까? 저와 대화해 봐야…….”
자존감이 바닥을 치는 남성의 말을 들은 강신은 일행들에게 눈치를 주어 병실에서 내쫓았다.
“그냥 사람 사는 이야기 하는 거죠. 그쪽이 누군지는 모르지만 어떤 삶을 살아왔는지 궁금해서요. 그것만으로도 충분합니다.”
“좋은 이야기도 아니고 시간 낭비일 텐데요…….”
“괜찮습니다.”
단호한 강신의 태도를 본 남성은 한숨을 내쉬고 결국 입을 열었다.
“저는…….”
* * *
남성의 이름은 신섭윤이었다.
그는 사실 노숙 생활과 거리가 상당히 먼 사람이었다.
처음부터 노숙 생활과 어울리는 사람이 어디 있겠냐마는 그는 평범한 가정처럼 아내와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자녀들도 있었고, 큰 공장을 운영할 정도로 삶에 부족함이 없는 사람이었다.
하지만 믿었던 친구에게 보증을 잘못 섰다가 한순간에 그 모든 것을 잃어야 했다.
심지어 자신의 아내도 빚을 참지 못하고, 아이들을 데리고 집을 나가 버렸다.
가지고 있는 것들을 모두 처분했음에도 보증 빚을 전부 해결하지 못해, 신섭윤이 어딜 가나 빚쟁이들이 따라왔다.
꽤 악질적인 빚쟁이들의 등쌀 때문에 다른 곳에서 일하는 것조차 쉽지 않았다.
결국 신섭윤은 빚쟁이들을 피해 노숙자 생활을 시작하게 됐다.
그날은 비가 많이 내리는 날이었다.
비를 피할 곳을 찾지 못해 굵은 장대비를 맞으며 돌아다녔다.
아직도 기억이 생생히 난다.
몸이 젖어 무거웠던 그날, 신섭윤이 비를 피할 목적으로 찾은 공간에 선객이 있었다.
자신보다 먼저 온 손님은 신섭윤과 마찬가지로 비를 맞아, 물에 빠진 생쥐 꼴을 한 작은 강아지였다.
신섭윤은 처음에는 별생각 없이 선객과 함께 비를 피했다.
그런데 비가 그치고 그 자리를 벗어나려고 하자, 작은 강아지가 신섭윤을 따라왔다.
내쫓으려고 했지만, 그럴수록 이 강아지는 신섭윤에게 더 달라붙었다.
결국 어쩔 수 없이 신섭윤은 강아지에게 초코라는 이름을 지어 주고 함께 길거리를 전전했다.
강아지에 대해서 잘 알지 못했던 신섭윤은 조그맣던 강아지가 시간이 흘러 몸집이 거대해지고 나서야 초코가 골든 리트리버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처음에는 마냥 귀찮았던 초코였지만, 추운 겨울을 서로 끌어안으며 이겨 내고 먹을 것도 나눠 먹다 보니 금방 정이 들었다.
자신에게 아무리 착한 초코라도 커다란 덩치의 개를 싫어하는 사람에게는 공포의 대상이었다.
신섭윤은 최대한 사람에게 민폐를 끼치지 않기 위해서 인적이 드문 골목에서 초코와 잠을 청하곤 했다.
그리고 그날도 사람이 잘 다니지 않는 골목에 있던 신섭윤과 초코를 찾아온 불청객이 있었다.
둔기로 보이는 물건들을 들고 있는 세 명의 젊은 남성.
그들은 잠을 자고 있는 신섭윤을 갑자기 덮쳤다.
처음부터 작정한 것인지, 신섭윤이 정신을 차리지 못하게 들고 있는 둔기로 신섭윤의 머리를 내려쳤다.
갑작스럽게 머리를 맞자, 신섭윤은 몸을 가누지 못하게 되었고 이들은 그런 신섭윤을 어디론가 데리고 가려고 했다.
그리고 그 모습을 지켜보았던 초코가, 주인을 지키기 위해서 처음으로 사람을 공격했다.
사람을 좋아해서 잘 짖지도 않던 그 초코가…….
초코는 사납게 짖으며 신섭윤을 발로 밟던 청년의 다리를 강하게 물었다.
초코에게 물린 청년은 욕을 하면서 자신을 문 대형 견을 떼어 내려고 했지만, 초코는 끝까지 물고 늘어졌다.
청년의 친구들도 상황이 이상하게 돌아간다는 것을 깨닫고는 모두 초코에게 달려들었다.
청년을 물고 있는 입을 열 때까지 초코를 때리는 모습을 본 신섭윤은 사람들의 비명과 함께 결국 정신을 잃었다.
그렇게 시간이 지나 신섭윤이 깨어났을 때는 이미 병원으로 이송된 후였다.
그곳에서 자신을 도와준 사람의 이야기로는 신섭윤을 공격했던 청년들은 사람들이 몰리자, 도망을 갔다고 했다.
하지만 신섭윤은 그런 것보다 이제는 하나 남은 가족인 초코가 걱정되어 초코의 상태를 물었다.
그러자 자신을 도와준 사람은 말하기 곤란한 표정을 지었다.
뭔가 불길했다.
신섭윤은 그대로 병원에서 뛰쳐나와 자신이 쓰러졌던 그 골목을 찾아 정신없이 뛰어갔다.
그곳에 초코의 시체가 있었다.
당장이라도 눈을 뜨고 자신을 반겨 줄 것 같은데…….
다시 일어날 수 있을 것 같은데…….
초코의 몸은 차가웠고 이미 사후 경직이 일어나 굳어 있었다.
신섭윤은 벌레가 꼬여 있는 초코의 사체를 끌어안으며 온종일 그곳에서 울었다.
더 많은 것을 해 주고 싶었지만 그러지 못한 자신이 미웠고, 자신을 공격한 청년들이 증오스러웠다.
그때부터 갑자기 초코의 환청이 들리기 시작했다.
신섭윤은 자신의 원한을 풀어 달라는 소리로 생각했다.
그의 예상이 맞았는지, 자신을 공격했던 청년들과 가까워질수록 그 소리는 크게 들렸다.
결국 그들을 찾아낸 그는 청년들을 덮쳤지만, 나이가 50대에 접어든 신체로는 젊은 사람을 한 명도 아닌 셋을 이길 수는 없었다.
오히려 청년들이 그를 알아보고 혹독하게 구타하기 시작했다.
그때, 초코의 환청뿐만이 아니라 원혼이 나타나 젊은 청년들을 공격했다.
발톱이 얼마나 날카로운지, 휘두를 때마다 피가 튀었다.
처음에는 넋을 놓고 있던 신섭윤은 사람을 좋아하던 초코가 죽어서까지 사람을 해치는 모습을 볼 수가 없었다.
하지 말라고 소리치자 초코의 원혼이 행동을 멈췄고, 신섭윤은 그대로 달아났다.
* * *
“으흐흐……. 못난 주인이 얼마나 미웠으면 원혼이 되어서 따라다닐까.”
그는 자책하며 소리 죽여 울었고 강신이 담담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그게 어딜 봐서 미워하는 겁니까?”
“자기를 지켜 주지도 못한 주인이니, 많이 미워했을 겁니다.”
“후…. 신섭윤 씨. 뭔가 착각을 하고 있는 것 같은데, 사람을 좋아하는 초코가 왜 사람을 물었겠습니까? 너무 당연하잖아요. 당신을 지키려고 그리고……. 환청과 원혼이요? 초코가 정말로 원혼이 되었다고 생각하십니까?”
“흐흐, 그래 그런 게 있을 리가 없겠죠…. 제가 미쳤나 봅니다.”
환청과 원혼이 따라다닌다는 말을 믿을 수 있는 사람이 몇 명이나 있을까.
U.M.A.의 존재를 숨기기 위해서는 신섭윤을 그냥 내버려 두는 편이 좋겠지만, 강신은 신섭윤과 초코의 관계가 오해로 끝나는 것을 원치 않았다.
“만약 원혼이 있다고 해도, 아저씨가 말했던 초코의 행동이 정말 아저씨를 미워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하세요?”
“그건 분명 원한을 풀어 달라는 울음소리였습니다.”
신섭윤의 말을 듣고 강신은 고개를 저었다.
“아니에요. 그건 위험한 사람들이 있으니까 피해 가라는 경고였을 겁니다.”
“…….”
“초코는 살아서도 죽어서도 오로지 당신을 생각한 거였어요.”
“…….”
이 험한 세상에서 오직 자신의 편이었던 단 한 마리의 강아지, 이제는 없는 초코.
더 좋은 것을 주지 못하고 더 함께해 주지 못하고, 더 행복하게 해 주지 못한 미안함에 결국 신섭윤은 큰 소리로 울음을 터트렸다.
“으허허헝.”
중년의 남성이 목 놓아 우는 것은 한참이나 계속되었다.
* * *
강신은 신섭윤이 계속 병원에서 있기를 바랐지만, 그는 결국 퇴원했다.
신섭윤이 퇴원 수속을 마쳤을 때, 강신은 휴대폰과 오만 원권이 잔뜩 들어간 지갑을 신섭윤에게 쥐여 주었다.
그는 한사코 거절했지만 강신의 계속되는 권유에 못 이기는 척 받아 들었다.
마지막으로 신섭윤이 병실 밖으로 나가자, 건강을 회복하고 난 뒤 들리지 않았던 초코의 환청이 들려왔다.
-멍! 멍!
놀라서 뒤를 돌아봤지만 강신이 미소를 지으며 손을 흔들 뿐 그 어디에도 초코의 모습은 찾을 수 없었다.
조금 전 들린 울음소리는 마치 자신에게 힘을 내라고 격려를 해 주는 것 같았다.
그가 다시 몸을 돌려 눈에 보이지 않게 되자, 강신의 그림자에서 대형 견 한 마리가 나타났다.
그리고 신섭윤이 사라진 곳을 하염없이 바라보았다.
“약속은 지킬게. 네 전 주인이 따뜻한 보금자리를 가질 수 있도록 노력할게.”
-멍!
구슬픈 초코의 울음소리가 병실 안을 가득 채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