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identified creature capture team RAW novel - Chapter 456
455화
작전 시행일은 이틀 뒤였다.
시간이 얼마 없었기에 강신과 일행들은 분주하게 움직였다.
그들이 준비하는 동안 국정원도 그저 손 놓고 기다리고만 있었던 건 아니었다.
“그러니까, U.M.A 위치를 계속 파악하고 있다는 소리죠?”
강신이 묻자, 장웨이가 고개를 끄덕였다.
“네, 그렇다고 합니다. 잠깐씩 모습을 드러낼 때마다 예상 작전 지역으로 몰아가고, 모습을 감추면 수면을 관찰하며 계속 추적하고 있다고 하더군요.”
국정원이 그러는 동안 몇 번이고 U.M.A를 포획하기 위해 움직였지만, 그것도 쉬운 일은 아니었다.
“그물 같은 거로 도망가지 못하게 잡아두어도 모습을 감추자, 그물을 빠져나가 버렸다고 하더군요. 아마 강책임님이 말씀하신 대로 다른 생명체와 접촉하지 않으면 포획 자체가 어려울 것으로 판단됩니다.”
“그렇군요. 그럼 저희 쪽 준비는 어디까지 되었습니까?”
강신이 묻자, 장웨이 옆에 있던 맥스가 보고했다.
“사전에 저희가 정부에 요구했던 대로 그나마 적대적이지 않은 기업들이 있는 곳 위주로 배치해 주겠다고 했습니다.”
“언론 쪽은요?”
이번에는 백두산이 나서며 말했다.
“저희 팀은 강책임님이 말씀하신 대로 작전이 시작되면 시민들이 현장을 보게 될 확률이 높다고 판단했고, 저희가 먼저 선수 치기로 결정했습니다.”
평소 정치인이 일을 덮을 때 사용하는 방법이었다.
“다른 사건으로 U.M.A 사건을 덮으시려는 거군요.”
“네, 맞습니다.”
“그런데, 저희가 터트릴만한 정보가 충분합니까?”
“당장 터트릴 것은 연예계 스캔들이 전부이긴 합니다만….”
백두산이 말끝을 흐리자, 옆에 있던 맥스가 걱정스럽게 말했다.
“그걸로는 조금 부족하지 않겠습니까?”
“그래서, 이번 작전에 참여하는 다른 기업들의 도움을 받았습니다.”
성신이 가진 자료만으로는 사람들의 시선을 돌리는 게 어렵다고 판단한 백두산은 다른 기업에게 협력 요청을 했다.
그리고 그들은 기꺼이 도움을 주기로 했다.
“그냥 도와주겠다고요? 왜요?”
현장에서 기업들 사이가 좋지 않은 걸 몇 번이고 본 맥스가 묻자, 백두산이 웃으며 대꾸했다.
“어차피 일이 터지면 같이 수습해야 하니까요. 그런 일이 많다 보니, 저희끼리는 사이가 좋은 편입니다.”
“그렇군요.”
“어쨌든, 기사로 나갈 스캔들은 이미 작성되어 있습니다. 먼저 크게 한번 터트리고 그 이후로 U.M.A와 관련된 글이 올라올 때마다 추가로 터트릴 예정입니다.”
백두산은 그렇게 준비한 스캔들을 떠올렸다.
다른 기업도 연예인의 비밀 연애나, 깜짝 결혼 소식은 시선을 끌기에는 부족하다고 생각했는지, 하나 같이 자극적인 것들로만 준비했다.
음주 운전, 폭행, 마약, 심지어 최대한 피하려고 하는 정치 스캔들까지 준비했다.
아마 작전 당일은 여러 사건 사고로 대한민국 전체가 떠들썩해서 사람들이 2m 크기의 거대한 미꾸라지는 전혀 신경도 쓰지 못할 게 분명했다.
강신은 백두산의 조치가 퍽 만족스러웠는지, 미소를 지어 보였다.
“생각보다 준비가 잘되는 것 같네요.”
강신은 그 외에도 U.M.A를 포획했을 때, 그 개체를 이송하기 위해 사용할 특별한 장비나 사람들의 건강 상태 등 여러 가지를 꼼꼼히 확인했다.
* * *
작전 당일 새벽 1시.
강신은 일행들과 만반의 준비를 마치고 현장으로 출발했다.
아직 이른 시간이었지만 현장에는 이미 많은 사람이 먼저 도착해 있었다.
그들 중 대다수는 이미 아쿠아슬론 스텝들이 입는 조끼를 걸치고 길을 통제 중이었다.
새벽에 산책하는 이들은 이른 통제에 불만이 가득한 표정이었지만, 스텝들의 험악한 얼굴과 커다란 덩치때문에 불만을 표출하지 못하고 통제에 따를 뿐이었다.
강신과 일행들이 나타나자, 다른 이들의 시선이 그들에게 쏠렸다.
“저기 어디야? 외국인도 많네.”
“성신 아니야?”
“쟤네들은 왜 벌써 왔데?”
사람들이 수군대는 동안 누군가가 강신에게 다가왔다.
“생각보다 빨리 나오셨군요.”
강신에게 인사를 건넨 것은 국정원 소속 4차장인 최철수였다.
“그러는 차장님도 일찍 나오셨네요.”
“하하하, 일찍 나오다니요. 들어가지 못한 겁니다.”
“앗….”
그 말을 들은 강신이 최철수를 자세히 관찰하자, 며칠은 자르지 못한 것처럼 수염이 덥수룩한 걸 알 수 있었다.
강신은 측은한 시선으로 말했다.
“고생이 많으시네요….”
“이젠, 익숙해서 괜찮습니다. 그보다 이것부터 먼저 받으시죠.”
최철수는 강신에게 스텝들이 입는 조끼와 선수들이 붙이는 번호 스티커를 건네왔다.
“여기 아래 보시면 작게 소속된 곳이 어디인지 표시되어 있으니, 다른 조끼와 혼동되지 않도록 주의해 주십시오.”
강신이 고개를 끄덕이고 건네준 조끼를 입었다.
“저기가 현재 작전의 지휘 본부입니다. 참가한 기업이 많아서 기업별로 두 분만 들어오실 수 있습니다. 그리고….”
최철수는 여러 가지 주의 사항을 강신에게 알려주고는 지휘 본부로 이동했다.
최철수가 사라지자, 강신은 일행들을 불러 모았다.
현재 현장에는 울프팀과 현장 3팀, 그리고 지원 요원 몇 명이 나온 상태여서 상당히 많은 인원수를 자랑하고 있었다.
강신은 그들에게 스텝이라는 걸 알리는 조끼와 참가자의 번호표를 알맞게 나누고는 마지막 장비 점검을 진행했다.
“통신 장비는 3개 채널로 팀별로 나누어 쓸 겁니다. 작전이 시작되고 장대리님이 지휘 본부에서 실시간으로 정보를 얻게 된다면, 맥스와 케빈, 빌리에게 전해 담당 채널별로 정보를 전달할 수 있도록해주십시오.”
“알겠습니다.”
강신의 지시에 장웨이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지원 요원분들은 저희가 탈 보트에 미리 이송 장치를 실어 놓아 주시고요.”
“네.”
강신은 그 후로도 꼼꼼하게 일행들 한 명 한 명에게 지시를 내리자, 일행들이 각자 해야 할 일을 하기 위해 흩어졌다.
강신은 지난번 현장에서 사용했던 얇은 장갑을 착용하고는 장웨이와 함께 지휘 본부가 있는 막사로 향했다.
입구에서 신분을 확인하는 사람이 있었지만, 강신의 얼굴을 알고 있는 국정원 요원이었기에 바로 통과시켜 주었다.
막사 내부는 이미 다른 기업들의 사람들로 북적이고 있었다.
강신이 막사에 들어간 지 얼마 되지 않았는데, 최철수는 기다렸다는 것처럼 손뼉을 치며 사람들의 이목을 모았다.
짝! 짝!
“자, 잠시만 주목해 주십시오.”
그러자, 방금까지 시끄러웠던 막사 내부에 정적이 흘렀다.
“좋습니다. 원래 작전 시간은 더 기다려야 하지만, 협력을 요청했던 모든 기업 분들이 빠르게 도착해 주셔서 작전 시간을 앞당기려고 합니다.”
갑작스러운 일이었지만, 그것에 불만을 표하는 사람은 없었다.
다만, 궁금한 게 있던 것인지 한 중년이 손을 들어 발언권을 요청했다.
“네, 말씀하세요.”
“시간을 얼마나 앞당기실 생각입니까?”
“지금 진행하는 회의가 끝나면 바로 작전을 시작하려고 합니다.”
중년의 질문에 대답한 최철수가 회의를 계속 이어갔다.
“해당 U.M.A가 어떤 존재인지는 이미 자료를 보내드렸으니, 충분히 인지하셨으리라 생각합니다. 현재 U.M.A가 모습을 드러내는 시간은 일정치 않고 잡기도 힘듭니다. 혹시 이에 좋은 의견을 가지고 계신 분이 있으십니까?”
최철수가 묻자, 그곳에 모인 모든 기업 사람들이 일제히 손을 들었다.
그러자, 최철수가 그중 한 명을 가리키며 말했다.
“이쪽부터 들어보죠.”
“저희는 2m의 괴생명체도 빠져나가지 못할 정도로 튼튼한 그물을….”
그의 말은 끝까지 이어질 수 없었다.
왜냐하면, 최철수가 인상을 찌푸리며 그의 말을 중간에 끊어버렸기 때문이었다.
“그건 이미 확인해 봤습니다. 저희도 그물을 사용해 한차례 잡아봤지만, 모습을 감추자 그물에서 빠져나가 버리더군요. 이 내용은 분명 보내드린 자료에 나와 있었을 텐데요? 제대로 숙지를 않으셨나 보군요. 그럼, 그 옆에 계신 분 이어서 말씀하시죠.”
“저희는 스쿠버 팀을 따로 준비했습니다. 이거라면 사람들의 시선을 피해서 U.M.A를 계속 추격이 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다.”
“흠…. 나쁘지 않군요. 그 부분은 채용하겠습니다. 다만, U.M.A가 사람의 인기척에 매우 민감해서….”
최철수는 그렇게 기업들과 의견을 주고받았다.
그는 최대한 빠르게 사람들의 의견을 정리했다.
이제 손을 들고 있는 사람이 얼마 남지 않자, 강신이 천천히 손을 들었다.
뒤늦게 강신이 손을 들자, 최철수가 눈을 빛내며 다른 이들의 순번을 건너뛰고는 강신에게 말했다.
“네, 성신이 먼저 이야기하시죠.”
성신이라는 말에 사람들의 시선이 강신에게 쏠렸다.
많은 시선에 주눅이 들 법도 했지만, 강신은 덤덤하게 입을 열었다.
“단도직입적으로 말씀드리자면 저희는 해당 U.M.A에 대한 정보를 가지고 있으며 포획할 방법도 이미 구상되어 있습니다.”
강신의 대답에 다른 기업 사람들이 인상을 찌푸리며 불평을 해댔다.
“성신이 참석한다고 했을 때부터 쎄하더니만….”
“아니, 쟤넨 뭐 맨날 다 알고 있는 거야?”
“이번에도 우린 들러리야?”
하지만 최철수는 그들과 다르게 미소를 지었다.
그가 성신을 편애하는 건 아니었다.
솔직히 이곳에서 누가 U.M.A를 잡아도 상관없었다.
단지, 한시라도 빨리 U.M.A를 포획하기를 바랄 뿐이었다.
이곳에서 U.M.A를 포획해야 그간 퇴근하지 못하고 U.M.A를 쫓던 자신의 부하들을 퇴근시켜 줄 수 있으니까.
그런 상황에서 자신에게 한 번도 허언을 한 적이 없는 강신이 U.M.A를 잡을 방법이 있다고 하니, 미소가 나올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주변이 시끄러워지자, 최철수는 헛기침했다.
“크흠, 다들 정숙해 주세요. 성신 대표분? U.M.A의 정보와 포획 방법을 공유해 주실 수 있겠습니까?”
최철수의 물음에 강신이 고개를 저었다.
“해당 정보는 회사 기밀이고 포획 방법은 제가 아닌 다른 분이 사용할 수 없는 방법입니다.”
최철수는 이미 거절당할 것을 예상했는지, 실망하지 않고 고개를 끄덕일 뿐이었다.
“그렇다면 이번 작전은 성신을 중심으로 인원 편성을 새로 해야겠군요.”
그때 다른 기업 사람이 손을 들었다.
그는 최철수가 발언하라는 말도 하지 않았음에도 곧장 불만을 표출했다.
“이의 있습니다. 이건 공정하지 못합니다! 다른 기업들에게도 똑같이 기회를 주셔야죠! 어떻게 매번 성신만 편애합니까. 자꾸 이러시면 나중에 어떤 기업이 정부를 돕겠습니까!”
날카로운 협박성 멘트에 방금까지 미소를 짓고 있던 최철수가 표정을 굳혔다.
“거기, 당신 어디 소속입니까?”
이제까지와 다른 냉랭한 목소리에 불만을 표출했던 남성이 몸을 움찔 떨고는 조금 주눅이 든 목소리로 말했다.
“그…. 에코하이에 김영수 차장입니다.”
“그래요, 김영수 차장님, 뭔가 착각하시고 계신 것 같아서 말씀드립니다만…. 이건 U.M.A를 포획하는 대회 같은 게 아닙니다.”
“…….”
“지금 상황은 심각한 상황이고 이걸 한시라도 빨리 해결하는 것이 저희의 목적이죠. 그런 상황에서 무슨 공정을 찾습니까?”
“어, 음…. 그래도 성신이 U.M.A를 놓칠 수도 있는 거잖습니까….”
끝까지 애처럼 우기는 그의 모습에 그와 동조하던 다른 기업 사람들까지 인상을 찌푸렸다.
최철수가 막 뭐라고 하려는 찰나, 강신이 길게 한숨을 내쉬고 김영수와 눈을 마주치며 확실하게 말했다.
“U.M.A를 놓치면 저희가 모든 것을 책임지겠습니다.”
강신이 초강력 강수를 두자, 그는 더는 아무 말도 할 수가 없어 벙어리처럼 입만 벙긋댈 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