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identified creature capture team RAW novel - Chapter 457
456화
더는 무슨 회의가 필요할까.
포획 방법이 있다는 말에 성신 위주로 작전이 새롭게 짜였다.
다른 나라들과 다르게 한국은 포획한 기업이 U.M.A를 가져가는 형식이었기에, 성신이 아닌 다른 기업들은 불만이 가득할 수밖에 없었다.
이미 보상을 받는 곳이 정해져 있으니, 불만이 나오지 않을 수 없었다.
시기와 질투가 가득했지만, 사실 그들이 할 수 있는 건 많지 않았다.
이곳에서 괜히 성신을 방해했다가는 정부에 찍힌다는 걸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대로 성신이 모든 것을 가져가도 손가락만 빨고 있어야 하니, 다른 기업들의 시선이 좋지 않았다.
그래서일까, 강신은 원활한 작전을 위해 채찍이 아닌 당근을 제시하기로 했다.
이들은 자신과 마찬가지로 U.M.A를 쫓는 이들이었으니, 무엇이 당근이 될지 강신은 잘 알고 있었다.
“이번 일이 무사히 끝나면 저를 도와준 기업에서 필요한 U.M.A의 정보를 제공하죠. 아, 물론 제가 알고 있는 선에서 해당하는 이야기입니다.”
강신의 정체를 알고 있는 이들은 눈을 빛내며 의욕적으로 변했지만, 강신을 모르는 이들은 미심쩍은 목소리로 물어왔다.
“당신이 누군데요?”
“성신에서 정보꾼이라고 불리고 있습니다.”
“어?, 정보꾼?”
강신이 누군지는 모르지만, 정보꾼에 대한 이야기는 들어봤던 건지 시선이 바뀌는 건 순식간이었다.
그렇게 좋지 않았던 분위기가 반전되었다.
“확실히 보상이 있으면 의욕이 달라지는군요.”
강신의 옆에서 최철수가 다른 기업 인원들이 열심히 움직이는 것을 보며 말했다.
“저라도 열심히 하는데, 아무 보상이 없으면 의욕이 떨어질 테니까요.”
그건 너무나 당연한 이야기였다.
“뭐, 그렇죠. 어쨌든 감사합니다. 솔직히 성신이 참가해 주실 줄 몰랐습니다.”
“그렇게 공문을 보내오셨으면서….”
빚을 갚으라는 식으로 보내왔던 공문을 들먹이자, 최철수가 머리를 긁적이며 어설프게 웃었다.
“하하….”
“뭐, 처음은 공문 때문에 움직이긴 했지만, 이번에 나타난 U.M.A에 대해서 저도 그렇고 회사도 그렇고 관심이 생겼거든요.”
강신은 출발 전날 권영식이 했던 말을 떠올렸다.
-어쩌면 블랙홀에 갇힌 이들을 구할 단서를 찾을 수 있을지도 모르지.
엄연히 블랙홀과 차원은 다른 분야의 이야기지만 세상일은 모르는 것이었다.
‘전혀 다른 이야기지만, 어쩌면 둘이 얽혀 있는 이야기가 있을 수도 있으니.’
그래서일까, 그냥 U.M.A의 정보를 제공하고 포획 방법을 제시하는 것으로 끝내려고 했던 처음 생각과는 달리 강신은 U.M.A를 포획하기로 마음 먹었다.
그렇다고 사람들에게 거짓말을 한 건 아니었다.
차원에 걸친 미꾸라지의 정보는 회사 기밀이 맞았으며, 포획 작전을 시행할 수 있는 게 자신뿐이라는 것도 진실이었다.
“자, 저도 이제 준비해야겠군요. 장대리님 그럼 부탁하겠습니다.”
강신은 그 말을 끝으로 지휘 본부에 장웨이를 대기 시켜놓고 선착장으로 향했다.
강신이 선착장으로 떠나는 길목 구석진 곳에서 강신을 보며 이를 가는 사람이 있었다.
“젠장, 안돼. 이럴 수는 없어.”
그는 거의 울 것 같은 표정으로 표독스럽게 떠나는 강신의 뒷모습을 바라보고 있었다.
“어떻게 얻은 기회였는데, 그것을 이렇게 놓칠 수는 없어. 그래…. 놓칠 수는 없지.”
방금까지 절망에 물들어있던 그의 눈동자 속에 욕망이라는 한줄기 불빛이 튀겼다.
에코하이의 김영수는 그렇게 서둘러 어떠한 곳에 연락을 시작했다.
하지만 그는 몰랐다.
그가 강신을 몰래 바라보고 있었던 것처럼 누군가가 자신을 바라보고 있다는 것을.
그리고 그 사람은 강신이 다치는 걸 정말로 싫어하는 사람이라는 사실을 말이다.
* * *
-움직였습니다.
“역시나, 조용히 넘어가는 경우가 없네요. 조심히 쫓아주세요.”
-네. 팀장님, 맡겨두세요.
강신은 선착장에서 조용히 신하린의 통신을 받고 있었다.
새롭게 배치된 위치는 성신에게 상당히 유리하게 적용되었다.
뺨에 긴 상처가 있는 남성과 그 뒤를 따르는 남성이 그런 강신에게 다가왔다.
송기덕은 눈살을 찌푸리며 그들과 강신의 사이를 자연스럽게 막아섰다.
그들은 송기덕을 자극하지 않기 위해 그 자리에서 강신에게 인사를 건넸다.
“오랜만입니다.”
“네, 오랜만이군요. 하성진 부장님.”
그들은 HG 그룹의 하성진과 김동혁이었다.
평소 성신에게 적대감을 가지고 있던 그들이 이렇게 반갑게 인사를 해오는 건 의외의 상황이었다.
성신과 HG 그룹이 사이가 좋아졌다고 해도 그들이 겪었던 일을 생각하면 쌓였던 앙금이 그리 쉽게 풀어질리 없었으니까.
그리고 그건 송기덕도 잘 알고 있는 사실이었기에 그들을 막은 것이었다.
의문 가득한 표정으로 강신이 자신을 바라보자, 하성진이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이곳에 당신이 있다는 소식에 회장님께서 최대한 협조해 주라고 하더군요.”
아무리 하성진이라고 해도 자신이 소속한 기업의 회장 말을 무시할 순 없는 노릇이었다.
‘믿어도 될까.’
굳이 도움을 받을 필요가 있을까.
변수가 생기면 그만큼 해야 할 일이 늘어난다.
강신은 짧게 고민을 하며 이해득실을 따지고는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
“송대리님, 괜찮을 것 같습니다.”
강신의 허락이 떨어지자, 송기덕이 조심스럽게 뒤로 물러섰다.
“반갑습니다. 자리가 자리인지라, 조금 예민했네요.”
“하하, 이해합니다. 그리고 솔직히, 저희가 그리 썩 좋은 관계는 아니었잖습니까?”
자업자득이긴 했지만, 강신에게 한번 붙잡혀 HG가 많은 것을 토해내야 했던 걸 떠올리면 성신과 사이가 좋을 리 없었다.
“그래도, 오늘만큼은 사이좋게 지내는 게 어떻습니까?”
하성진이 웃으며 손을 내밀자, 머릿속으로 계산을 끝낸 강신이 그의 손을 붙잡았다.
“그러시죠.”
“하하, 다행이네요. 거절당했으면 회장님에게 뭐라 할 말이 없었거든요.”
그는 가벼운 말투로 땀을 닦는 제스처를 취했다.
‘저런 사람이었나?’
마찰이 있었을 때는 저런 분위기를 가진 사람이 아니었다.
그는 척준신을 보자마자, 원한 가득한 시선으로 분노에 찌들어있던 사람이었으니까.
“아가씨도 뭐라고 하셨을 테고….”
“네? 뭐라고 하셨죠?”
“아, 아닙니다.”
제대로 듣지 못해 다시 물었지만, 하성진은 손을 흔들며 아무것도 아니라는 듯이 웃으며 넘겼다.
“어쨌든 잘 부탁드립니다.”
“맡겨만 주십시오.”
하성진의 뒤쪽에 있던 김동혁이 고개를 까닥거리는 모습에 강신이 피식 웃어버렸다.
‘저 사람은 한결같군.’
김가의 후예로 척준신과 싸우는 것 자체를 즐겼던 전투광.
그 당시에는 부담스러웠지만 같은 편이 되니, 썩 나쁘지 않은 전력이었다.
강신이 변수를 늘리면서 저들을 받은 이유는 전투력 때문만이 아니었다.
아니, 오히려 전투력이 필요했다면 저들에게 도움을 받을 필요가 없었다.
이전과 다르게 강신만 하더라도 충분한 전투력을 가지고 있었으니까.
하지만 그런데도 강신이 저들을 선택한 것은 하성진이 가지고 있는 재능 때문이었다.
‘위기 감지의 재능.’
위기의 순간을 알아차리는 그의 재능은 현재 상황에서 상당한 도움이 될 것이다.
“그럼, 출발하죠.”
그렇게 차원에 걸친 미꾸라지를 잡기 위해 배들이 선착장에서 출발했다.
갑자기 많은 배가 움직이면 새벽이라도 사람의 시선을 끌 수도 있었기에 2대씩 나눠 이동하기로 했다.
강신은 송기덕과 함께 첫 번째 배에 탑승했다.
그 배에는 선착장에서 인사를 나누었던 하성진과 김동혁뿐만 아니라 최철수도 함께 있었다.
그들이 탄 배는 아쿠아슬론이 진행하는 장소를 지나, U.M.A가 있다고 판단되는 장소까지 이동했다.
그곳에는 그들이 타고 있는 배보다 먼저 나와 있는 작은 배가 있었다.
해봐야, 한 명 혹은 두 명이 탈 수나 있을까 한 작은 배였다.
‘국정원 요원인가 보구나.’
강신의 생각이 옳다는 것을 알리기라도 하는 것인지, 그들이 탄 배가 천천히 멈췄다.
그리고는 최철수가 배를 타고 있는 사람들에게 말했다.
“여기에서 대기하겠습니다.”
아직은 해가 뜨지 않는 이른 시간, 아무리 2m가 넘는 미꾸라지가 움직이는 수면의 파장이 크다 해도 그들이 타고 있는 선박보다는 아니었다.
그러니, U.M.A를 추적하기 위해서는 더는 접근하기 어려웠다.
‘사실 만능 렌즈를 활용하면 추적은 어렵지 않을 것 같긴 한데….’
실시간으로 프로네시스의 서포트를 받는다면 아무리 수면이 거칠더라도 U.M.A를 추적하는 건 일도 아닐 것이었다.
하지만 굳이 다른 기업들이 많은 이곳에서 자신의 패를 까는 것은 멍청한 짓이리라.
‘여기에 있어도 충분하고….’
더는 가까이 갈 이유도 없었다.
그때 최철수가 강신의 얼굴 옆으로 살짝 열기가 느껴지는 캔 커피를 건네왔다.
“비싼 건 아니지만 드시겠습니까?”
“감사합니다.”
강신은 캔 커피를 받자마자, 뚜껑을 땄다.
딸칵.
그리고 그대로 입에 가져다 댔다.
꿀꺽.
뜨끈하고 달달한 커피가 그대로 몸속으로 넘어갔다.
그리고 뜨뜻한 열기가 온몸으로 퍼졌다.
미소가 절로 나오는 맛이었다.
그런 강신의 모습을 본 최철수가 피식 웃으며 말했다.
“역시 이런 새벽에는 레쓰X가 최고죠.”
강신도 동의하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서…. U.M.A를 포획하려면 더 가까이 가야 합니까?”
“네, 잡으려면 가까이 가야 하죠. 근데, 그게 지금은 아닙니다.”
최철수는 꽤 걱정하는 눈치였다.
“이미 자료에도 나와 있겠지만, 이놈이 생각보다 잘 도망갑니다. 그리고 잡았다고 해도….”
“이미 많이 들어서 알고 있습니다. 지금 저 개체에게 가장 문제가 되는 게 아마도 모습을 감추는 것이겠죠?”
“네. 그렇죠. 실상 포획을 해도 모습을 감추고 자꾸 빠져나가니까요.”
“저는 저 개체가 숨지 못하게 만들 수 있습니다.”
정확히는 다른 차원으로 이동하지 못하게 만드는 것이지만, 굳이 정보를 풀 필요가 없었다.
“그리고 그것만 막는다면 저 개체를 잡는 건 일도 아니죠.”
지금까지 포획하지 못한 이유는 저 개체가 강하거나 빠르기 때문이 아니었다.
그저 잡아둘 수 없는 게 문제였다.
하지만 강신의 말대로 저 개체가 사라지지 않도록 잡아 둘 수만 있다면 포획 자체는 매우 쉬운 일이었다.
“음…. 이럴 줄 알았으면 공개적으로 기업들에게 도움을 요청하는 것이 아니라, 그냥 성신에게만 요청할 걸 그랬습니다.”
어색하게 웃으며 말했지만, 강신은 그 내용이 그의 진심이 아니라는 걸 알고 있었다.
‘이미 언론에 노출이 되었으니, 각 기업의 사이버팀에 도움을 받으려면 이렇게 모집할 수밖에 없었겠지.’
강신은 사실을 알고 있으면서도 그저 웃을 뿐이었다.
“혹시, U.M.A가 모습을 드러내는 시간을 예상할 수 있습니까?”
“정확한 건 아니지만 보통 모습을 드러내고 4시간에 한 번 5분에서 10분 정도 모습을 드러내는 것 같습니다. 오늘은 12시에 한번 모습을 보였습니다.”
“12시라…. 지금 시간이 2시 조금 넘었으니, 앞으로 두 시간 정도 남았군요.”
특별한 일이 없다면 아쿠아슬론이 시작하기 전에 마무리할 수 있을 것처럼 보였다.
“그런데, 어떻게 U.M.A가 모습을 감추지 못하게 하실 겁니까?”
최철수가 묻자, 강신이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그건 이미 조치해 두었습니다.”
그렇게 대답하는 강신의 눈에는 짙은 어둠 속에서 아름답게 빛을 내며 하늘을 노니는…….
한 마리의 나비가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