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identified creature capture team RAW novel - Chapter 458
457화
차원에 걸친 미꾸라지가 넘어왔을 때, 돌아가는 걸 막기 위해서는 접촉이 필요했다.
그것도 생명체와의 접촉이었다.
그랬기에 그물이나 포획도구를 사용해도 해당 U.M.A를 놓칠 수밖에 없었다.
심지어 해당 개체는 다른 생명체의 기척에 민감했기에 쉽게 다가갈 수도 없었다.
‘방법을 찾자고 하면 할 수는 있겠지만….’
예를 들자면, 차원을 넘어오기 전 U.M.A의 흔적과 딱 붙어 다니면서 돌아다니다, 나타나는 순간 그대로 덮친다.
아니면 아예 인지하지 못할 정도로 높은 곳에서 갑자기 덮치는 등, 방법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강신은 굳이 그런 방법을 사용할 필요가 없었다.
강신에게는 누구에게도 보이지 않는 아름다운 나비가 있었으니까.
다만,
‘물때문에 무척 싫어하긴 했지.’
아무래도 나비의 특성상, 설야는 자신의 몸에 물이 튀는 걸 극도로 혐오했다.
하지만 강신이 자신의 피를 미끼 삼아 살살 꼬신 덕분에 설야는 이번 일을 받아들였다.
남들 눈에는 보이지 않지만, U.M.A가 헤엄치고 있는 지점 위에서 빙글빙글 날고 있는 설야가 강신에겐 확실하게 보였다.
이제 U.M.A가 나타나고 설야가 그 위에 내려앉으면 상황은 쉽게 끝날 것이다.
차원에 걸친 미꾸라지는 다른 차원으로 도망가지 못하면 그저 덩치 큰 미꾸라지에 불과하니까.
‘그보다, 저쪽은 어떻게 되었으려나.’
강신은 U.M.A가 아닌 다른 곳의 문제가 더 걱정됐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 새벽 3시가 되었다.
그동안 강신이 한 일이라고는 하늘에서 아름답게 유영하고 있는 설야를 바라보는 일이 전부였다.
모든 이들은 아무런 말없이 대기중이었는데, 그 모습이 마치 폭풍의 전야와도 같았다.
“커피 한잔 더하시겠습니까?”
“아니요, 괜찮습니다.”
벌써 3캔째, 커피를 건네는 최철수를 보며 강신이 고개를 저었다.
한 시간 동안 3캔.
그저 커피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그러려니 넘어가겠지만, 강신이 봤을 때, 최철수는 커피를 좋아해서 마시고 있는 게 아니었다.
“너무 많이 드시는 것 아닙니까?”
“하하…. 이게 없으면 버티기가 힘들어서요.”
그가 내민 커피는 가장 싼 가격의 카페인 음료였다.
이 음료가 국가의 녹을 먹으며 일을 하는 최철수가 유일하게 현장 비용으로 처리하는 영수증으로 올릴 수 있는 사치품이었다.
“이 이상의 물건은 쉽게 비용 처리를 해주지 않아서요. 그래도 맛 자체도 나쁘지 않잖습니까.”
그것도 한두 잔이지, 강신은 측은하게 그를 바라봤다.
‘나중에 국정원 쪽으로 괜찮은 카페인 음료라도 기부해야겠네.’
돈으로 줘봐야 아마 다른 곳에서 사용할 테니, 물건으로 기부하는 게 제일 좋을 것이다.
그렇게 쓸데없는 이야기를 주고받는 도중, 갑자기 최철수의 허리춤에 달린 무전기에서 소리가 들려왔다.
-차장님. 나타났습니다!
U.M.A의 등장은 언제나 갑작스러웠다.
무전 소리와 함께, 하늘을 날고 있던 설야가 수직으로 하강했다.
“강책임님.”
최철수가 부르자, 강신이 고개를 끄덕였다.
“네, 들었습니다. 저희 쪽도 이미 조치가 끝났습니다.”
여유롭게 강신이 조치를 끝냈다 하자, 최철수가 매우 놀란 표정을 지었다.
‘도대체 언제?’
분명 강신은 이곳에서 자신과 커피를 마시며 잡담을 나누고 있었다.
그런데 도대체 언제, 어떻게 무슨 방법으로 조치한 건지 이해할 수 없었다.
다른 이가 이런 태도를 보였다면 거짓말이라고 했겠지만, 강신은 이런 일로 농담할 사람도 아니었다.
“차장님. 타고 있는 배를 U.M.A와 가깝게 붙여주십시오.”
강신의 부탁에 최철수가 뒤늦게 고개를 끄덕이고 선장에게 달려갔다.
“송대리님은 U.M.A를 포획할 상자 준비를 부탁드리겠습니다.”
“알겠습니다.”
2m를 넘는 미꾸라지를 넣을 보관 용기이다 보니, 당연히 그 크기도 상당히 컸다.
“아, 혼자서 하지 마시고 HG 그룹, 하부장님에게 도움을 요청해 주세요.”
하성진은 옆에서 송기덕이 도움을 요청하기도 전에 강신의 말을 듣고 몸을 일으켜 송기덕과 움직였다.
“그럼, 그쪽은 절 도와주시겠습니까?”
강신이 홀로 남은 김동혁에게 말하자, 그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는 사이 그들이 탄 배는 U.M.A에게 접근했다.
U.M.A는 갑자기 다가오는 배의 기척에 도망가려고 했지만, 아무리 그래도 미꾸라지가 그들이 탄 배보다 빠를 수는 없었다.
“시야를 가리고 빠져나가지 못하게 사방에서 둘러싸!”
최철수가 다른 이들에게 명령을 내리는 목소리가 들려왔고, 현장에 나와 있던 다른 배들이 U.M.A가 도망가지 못하게 사방을 에워쌌다.
갑자기 사방이 막히자 U.M.A는 당황한 듯이 그 자리를 빙글빙글 돌며 더 거칠게 몸짓했다.
“어째서 잠수하지 않는 거죠?”
송기덕이 준비를 끝냈는지, 강신에게 다가와 넌지시 질문했다.
“하지 않는 게 아니라 못하는 겁니다.”
“못한다고요?”
강신이 고개를 끄덕이며 해당 개체에 대해 추가로 설명했다.
“말이 미꾸라지지, 실상 저건 우리 차원의 생물이 아닙니다.”
생김새가 닮아서 편의상 미꾸라지라고 불렀지만, 저건 엄연히 이 세상 생물이 아니었다.
그러니, 그 생물의 습성을 정말 미꾸라지와 비교하지 않는 것이 좋았다.
“덕분에 저렇게 쉽게 포위할 수 있는 거고요.”
강신이 배들에 둘러싸여 퍼덕이는 U.M.A를 가리키며 말했다.
조금 전보다 한층 더 격렬하게 난동을 피우는 U.M.A를 보며 강신은 설야가 내심 걱정이었지만, 그런 강신의 걱정은 단순한 기우에 불과했다.
힘차게 몸부림치며 작은 파도를 만들어내는 U.M.A의 등 뒤에 설야는 고고하게 붙어서 미동조차 하지 않았다.
날개에 물이 튀어도 가볍게 퍼덕거리는 것만으로 물을 털어냈다.
하지만 그렇다고 설야의 기분이 좋은 것은 아니었다.
그간같이 해온 시간이 있어서일까.
우아하게 날개를 터는 걸 보며 강신은 설야의 기분이 지금 매우 나쁘다는 사실을 짐작할 수 있었다.
하지만 어쩌겠는가, 저 U.M.A를 쉽게 포획하기 위해서는 설야의 도움이 필요했다.
‘아이고, 저건 오래 가겠어. 나중에 잘 달래 줘야겠네.’
U.M.A가 움직이지 못하도록 완벽하게 봉쇄하자, 다른 배에 탄 이들의 모습이 보였다.
그들 중 일부는 탐욕이 가득한 눈으로 U.M.A를 바라보고 있었다.
“뭐야, 저거 정보와는 조금 다른데?”
“그러게, 모습을 감추지도 않고….”
“아이씨…. 이럴 줄 알았으면 우리가 잡을 수 있다고 한번 뻗대볼걸.”
그들은 당장이라 몸부림치는 U.M.A에게 달려들고 싶어 했지만, 각 배에 배치된 국정원 요원들의 서슬 퍼런 시선에 경거망동할 수 없었다.
“그럼, 바로 움직이겠습니다.”
강신은 그 말을 끝으로 그대로 물속에 몸을 던졌다.
이미 이야기가 되어 있었던 것인지, 강신의 돌발 행동에 놀라는 사람은 없었다.
첨벙!
호쾌한 소리와 함께 물보라가 솟구쳤다.
강신은 그대로 헤엄쳐 U.M.A가 있는 곳으로 다가갔다.
U.M.A는 다가오는 강신의 기척을 느끼고 필사적으로 몸부림쳤다.
그래 봐야 U.M.A를 에워싼 배들이 움직이는 일은 없었다.
강신이 가까운 거리까지 다가가자, 더는 안 되겠다고 판단한 것일까, U.M.A는 자신의 꼬리를 수면 밖으로 꺼내 다가오는 강신을 향해 내려쳤다.
꼬리가 수면에 부딪히자, 물이 사방으로 터져 나갔다.
팡!
강신에게는 큰 타격이 될 수는 없는 공격이었지만, 물속에서 그 질량은 무시하지 못했다.
그래서일까, U.M.A의 꼬리와 함께 강신이 물속으로 가라앉아버렸다.
그렇게 강신이 한참을 물속에서 나오지 않자, 강신에 대해 잘 모르는 사람들은 뭔가 잘못됐다고 생각했다.
“뭐야? 어떻게 된 거야?”
“실패야?”
하지만, 강신을 조금이라도 알고 있는 사람은 강신을 전혀 걱정하지 않았다.
“뭔가 이유가 있겠지.”
그런 그의 생각이 틀리지 않았다는 걸 알려주기라도 하듯 갑자기 U.M.A가 지금까지와 다른 몸부림을 보여주었다.
철썩! 철썩!
이건 본인이 의도한 몸부림이 아니었다.
U.M.A의 모습은 고통을 발산하는 듯한 처절한 몸부림이었다.
그리고 그 몸부림은 오래 가지 않았다.
곧 U.M.A는 행동을 멈추고 그대로 배를 뒤집어 깐 채 물 위에 둥둥 떠올랐다.
그런 행동을 보인 건 미꾸라지뿐만이 아니었다.
“어…. 뭐야, 갑자기 물고기들이….”
U.M.A 주변으로 작은 물고기들이 미꾸라지와 똑같이 배를 내밀며 떠올랐다.
그리고 그 직후 강신이 물속에서 모습을 드러냈다.
“푸하! 송대리님!”
그는 물속에서 참았던 숨을 내뱉으며 송기덕을 불렀다.
“지금 가겠습니다!”
송기덕이 타고 있던 배가 강신과 U.M.A가 있는 곳으로 접근했다.
강신이 U.M.A의 꼬리를 잡고 배 위로 올라가자, 김동혁이 강신이 잡은 U.M.A를 올리는 걸 도왔다.
“읏차!”
강신과 김동혁이 U.M.A를 들어 송기덕이 준비한 물이 가득 찬 거대한 보관 용기에 집어넣고는 용기를 닫았다.
철커덕, 위이잉~!
삼중으로 되어 있는 뚜껑이 덮이자, U.M.A가 담긴 용기는 겉으로 보기에 큰 아이스박스처럼 보이도록 자동 위장됐다.
이 용기는 이번 U.M.A를 위해 특별 제작된 물건이었다.
위장되는 건 기본이고 U.M.A가 내부에서 생존할 수 있도록 생명 유지 장치와 2m가 넘는 거구의 U.M.A가 발광을 해도 견딜 수 있는 내구성을 지녔다.
그리고 무엇보다 내부에 있는 작은 순환 장치에서 작은 생명체들이 돌아다녀 U.M.A와 지속해서 접촉할 수 있게 설계됐다.
즉, 다른 차원으로 이동하지 못하게 고정하는 역할도 맡고 있었다.
“강책임님, 고생하셨습니다.”
송기덕이 강신에게 젖은 몸을 닦을 수 있는 수건을 건네왔다.
강신이 수건을 받아 물을 닦는 동안 김동혁이 다가왔다.
“그런데, 저거 죽은 겁니까?”
“아니요, 죽은 건 아닙니다.”
“어떻게 하신 겁니까? 물고기들 상태를 보면 기절한 것 같던데.”
그는 현장 요원답게 U.M.A가 숨지 못한 것보다 제압한 방법에 대해서 더 궁금한 듯이 보였다.
‘알려줄 필요는 없지만….’
제압 방법을 굳이 알려줄 필요는 없었지만, 숨길 필요도 없었기에 손을 들어 보였다.
파직-!
강신의 손끝에서 작은 스파크가 튀었다.
그러자, 김동혁이 깜짝 놀란 눈으로 말했다.
“재능입니까?”
“아니요, 장비입니다.”
“오….”
누가 봐도 강신의 손이 맨손으로 보였는데, 장비라고 하니 김동혁이 눈을 빛냈다.
그러는 사이, 최철수가 한결 가벼워진 표정으로 나타났다.
“하하…. 이것 참, 준비한 게 그렇게 많았는데, 이렇게 쉽게 잡힐 줄은….”
오죽했으면 아쿠아슬론의 진행까지 계획했을까.
이건 어디까지나 그의 오산이었다.
하지만 이런 오산이라면 언제든 환영할 수 있었다.
그만큼 상황이 빨리 정리됐다는 소리였으니까.
“상황도 끝났고 이제 돌아가죠.”
강신이 최철수를 바라보며 미소짓자, 그도 덩달아 미소를 지어 보였다.
그러는 사이, 잠시 잊고 있던 설야가 하늘에서 강신의 어깨로 내려왔다.
그리고 불평하듯 자신의 더듬이로 강신의 볼을 찰싹 때려 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