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identified creature capture team RAW novel - Chapter 46
45화
어떻게 초코가 강신의 그림자 속에 있게 되었을까?
이 일을 설명하기 위해서는 시간을 거슬러 신섭윤이 의식을 잃고 있었던 때로 돌아가야 했다.
초코가 마지막 삶을 포기하고 흐려질 때, 강신은 왠지 모르게 신단수가 열매를 건네주면서 했던 말이 떠올랐다.
원기의 훼손을 막아 주고 마르지 않도록 해 줄 것이다.
원기, 사전적 의미로는 마음과 몸의 활동력, 혹은 본디 타고난 기운을 말했다.
다시 말해 원기란 사람의 생명력을 뜻했다.
신단수는 단지, 설야의 날개 가루를 지속적으로 사용했을 때 겪게 될 부작용을 없앨 목적으로 열매를 준 것이겠지만, 열매의 효용은 다른 곳에도 도움이 될 수 있다.
예를 들면, 숙주의 생명력이 필요한 그림자 반려를 받아들인다든지…….
강신은 확률이 높은 도박을 하기로 했다.
“앞으로 함께하지는 못하겠지만 그래도 주인이 깨어난 모습을 보고 싶지 않니?”
사라지는 것을 선택한 그림자 반려를 자신의 그림자로 품어 보기로 했다.
누구도 시도해 본 적이 없었던 방법이었고, 자신도 생각해 보지 못한 일이었다.
하지만 문제가 생겼다.
초코가 강신의 제안을 거절한 것이다.
강신이 괜찮다고 해도 초코는 현재 주인을 버리고, 다른 주인을 만드는 것 자체가 용납되지 않는 듯했다.
그래서 강신은 초코에게 추가로 조건을 걸었다.
“네가 앞으로 나와 함께하면서 날 도와준다면 신섭윤 씨의 깨어난 모습을 볼 수 있는 것뿐만 아니라, 너의 주인이 자립할 수 있게 도움을 주고, 복수도 해 줄게.
초코는 강신의 이야기를 정확히 알아들을 수 없었지만, 자신의 주인을 도와주겠다는 의미를 이해한 것처럼 보였다.
그리고 멍청할 정도로 충성스럽고 주인을 위하는 초코에겐 그것이면 충분했다.
-멍!
자신의 평생을 다른 이에게 저당 잡힌다는 사실을 알고 있음에도 강신과의 거래를 받아들였다.
초코는 바로 신섭윤과 이어진 그림자 꼬리를 끊고, 강신의 그림자로 들어왔다.
그와 동시에 초코의 그림자 일부분이 강신의 몸속으로 들어왔다.
“으윽.”
심장을 강하게 압박하는 느낌과 함께 무엇인가 자리 잡는 것이 느껴졌다.
“이게 너구나.”
-멍!
“약속은 꼭 지킬게.”
그것이 그날의 기억.
신섭윤이 퇴원하는 날 초코는 마지막으로 전 주인을 배웅하며, 앞으로는 저 상냥하고 약하디약한 주인님이 괴로워할 일들이 없기를 간절히 바랐다.
* * *
강신은 피해자의 탈을 쓴 세 명의 청년에게서 신섭윤을 보호하기 위해 건네준 지갑과 휴대폰에 GPS를 부착했다.
그 위치 정보를 토대로 부산에서 활동하는 요원들의 지원을 받아 실시간으로 신섭윤을 감시, 보호를 진행했다.
강신은 우선 임 상무에게 전화해서 성신 그룹에서 신섭윤이 일할 수 있는 부서가 있는지 알아봐 달라고 부탁했다.
그리고 노숙자 사냥을 한 세 청년을 추적했다.
지원팀 박재성이 일의 경중을 높게 취급했는지, 유능한 요원들을 붙여 놨고 그들의 정보가 속속 강신에게 들어왔다.
그렇게 박재성이 건넨 정보를 본 강신의 표정은 사정없이 일그러졌다.
“뭐, 이런…….”
“왜요? 뭐라고 적혀 있는데요?”
김 대리가 강신에게 묻자, 강신은 자신이 읽던 서류를 그대로 김 대리에게 넘겨주었다.
서류를 읽은 김 대리의 표정 또한 일그러졌다.
“와……. 이거 진짜 악질이네. 사람이 어떻게 이럴 수가 있지….”
종이에 적혀 있는 내용은 그들의 예상보다 심각한 내용이었다.
그 세 명의 청년은 강신 일행의 예상대로 노숙자를 노려 사냥하는 자들이었다.
문제는 그들의 진정한 목적이 노숙자들을 괴롭히는 걸로 끝나는 게 아니라, 오갈 곳 없고 아무런 연고도 없는 이들을 납치해서 어딘가로 팔아넘기고 있었던 것이었다.
“귀신 헬리콥터 사고팝니다. 인가…….”
강신의 입에서 뜻 모를 은어가 튀어나왔다.
“그게 뭔가?”
척준신은 그 말뜻을 이해하지 못하고 강신에게 되물었다.
“흔히 불법 장기 매매 조직이 쓰는 은어입니다. 사람의 장기를 사고판다는 내용이죠.”
“설마…….”
“맞습니다. 아무래도 이 사람들 노숙자들을 인신매매하는 것 같네요.”
설명하는 강신의 표정도 좋지 않았지만, 척준신은 듣지 말아야 할 것을 들은 것처럼 혐오스럽다는 표정으로 이를 갈았다.
“사람이라는 것들이 어찌 이런 잔혹한 짓을…….”
“사람이니까 하는 겁니다.”
그 어느 동물도 풍족한 상태에서 자신의 동족을 팔아넘기진 않았다.
오로지 사람이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강 선임 그럼 어떻게 할 텐가?”
“고민을 조금 해 봐야 할 것 같군요.”
“그런가…….”
강신이 계속 차분하게 말을 이어 갔지만, 일행들은 강신의 표정과 눈빛을 보고 그가 얼마나 화가 났는지 짐작할 수 있었다.
퇴원하자마자, 바로 노숙자들을 노리는 모습이 박재성이 가져다준 자료에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하지만 이것만으로는 조금 모자랐다.
“결정적인 증거가 없어요. 이것만으로는 이들을 집어넣어도 큰 처벌을 기대하기는 어렵겠어요.”
그들이 큰 처벌을 받게 하기 위해서는 노숙자들을 때리고, 차에 태우는 모습의 사진들만으로는 부족했다.
‘결정적인 증거가 필요해, 예를 들면, 거래 명부 같은…….’
“그럼, 어떻게 하시게요?”
생각에 빠진 강신에게 김 대리가 묻자, 강신은 좋은 방법이 떠올라 김 대리를 유심히 바라봤다.
뭔가 불길함을 느낀 것일까, 김 대리가 한 발짝 뒤로 물러나며 말을 더듬었다.
“뭐, 뭔가요?”
“김 대리님 잠입 수사해 보실래요?”
“잠입 수사요?”
김 대리는 거절하고 싶었지만 이미 미소를 짓고 있는 강신의 표정을 본 그는 자신에게 선택권이 없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 * *
서면의 인적이 드문 골목.
그곳에는 한 사람이 박스를 덮고 누워 있었다.
남자의 머리는 떡 져 있었고, 옷들은 모두 해져 있었으며 신발에는 구멍까지 나 있었다.
심지어 몸에서 형용하기 어려운 악취를 풍겼는데, 누가 봐도 노숙자라고 여길 만한 모습이었다.
그런 노숙자의 귀밑에는 멀미 패치처럼 보이는 동그란 스티커가 붙어 있었다.
“으으…. 어째서 내가 이런 꼴이…….”
[죄송해요. 김 대리님, 하지만 저는 이미 얼굴이 노출되었고, 척 부장님은 덩치가 커서 노숙자랑은 안 어울리시잖아요.]“아무리 그래도 노숙자라니요…. 제가 이러고 있어도 그 세 명이 언제 올지 모르는 거잖아요.”
긴 시간을 인내해야 성과가 나오는 수사가 바로 잠입 수사였다.
[다음 인사고과 점수는 신경 써서 드릴 테니, 이번에만 고생해 주세요.]“정말입니다?”
울프팀의 팀장으로 팀원에게 인사고과 점수를 줄 수 있는 강신이 김 대리를 달래자, 그는 지금까지의 태도를 버리고 적극적으로 변했다.
‘사실, 울프팀은 내가 따로 인사고과를 평가하지 않아도 항상 최고점이긴 한데……. 뭐 거짓말은 아니니까.’
좋은 게 좋은 거라고 생각한 강신은 사실을 김 대리에게 말하지 않았다.
김 대리의 잠입 수사는 예상보다 오래 이어지지 않았다.
고작 사흘 만에 세 명의 청년이 사람이 없는 늦은 새벽 시간을 노리고 김 대리를 찾아온 것이었다.
그들은 김 대리를 찾은 것이 우연이라고 생각했겠지만, 사실 우연이 아니었다.
강신과 척준신, 박재성이 그들의 동선을 기록하고, 다음에 도착할 지점을 예상해서 김 대리를 배치했기 때문이었다.
멀리서 그들을 보고 있던 강신이 김 대리에게 경고했다.
[김 대리님, 왔습니다.]김 대리는 혹여나, 그들에게 들릴까 봐.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고 그대로 누워서 긴장하고 있었다.
그들은 이미 들켰다는 것도 모르고 누워 있는 김 대리에게 최대한 눈치를 채지 못하게 살금살금 걸어서 접근했다.
그리고…….
퍽!
세 명 중 한 명이 거침없이 김 대리의 허리를 발로 차 버렸다.
“억!”
김 대리의 입에서 고통으로 인한 신음이 새어 나왔다.
“이야, 사회의 기생충이 여기 또 있네. 요즘 이런 기생충들이 왜 이렇게 많나 몰라. 뭐 해 구경만 할 거야?”
가장 먼저 김 대리를 발로 찼던 청년이 다른 두 명에게 보채자, 상황을 보던 두 명도 김 대리를 구타하는 것에 동참했다.
퍽! 퍽!
“으악! 그, 그만 때리지 마세요.”
고통스러워하는 표정으로 비명을 지르는 김 대리의 모습을 멀리서 보고 있는 강신이 감탄하며 말했다.
“김 대리님 배우를 하셔도 되겠는걸요.”
그러자, 강신 옆에 있는 척준신이 고개를 끄덕이며 동의했다.
김 대리가 입고 있는 해진 옷은 회사의 보호 장비로 평범한 사람들이 공격해 봐야 어떤 고통도 느껴지지 않을 것이다.
그렇게 김 대리의 실감 나는 연기는 김 대리가 정신을 잃은 척, 몸을 꿈틀대며 경련을 일으키는 모습으로 끝났다.
김 대리가 정신을 잃은 척하자, 욕설과 모욕적인 말을 내뱉으며 김 대리를 구타하던 이들이 행동을 멈추고 숨을 몰아쉬었다.
“헉, 헉……. 이 새낀 뭔데, 이렇게 맷집이 좋냐.”
“그러면 건강하다는 거니까, 가격을 더 쳐주지 않을까?”
“아서라. 그 새끼들이 그런 거 신경 써 주기나 할까.”
그들은 서로 잡담을 하다가 어디론가 전화를 걸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골목에 검은색 승합차가 들어섰다.
승합차 안에서 네 명의 건장한 남성이 내리더니, 기절한 척 누워 있는 김 대리를 차량 안으로 데리고 들어갔다.
서창원을 포함한 셋도 함께 차량에 탑승했다.
“저와 척 부장님은 바로 저들을 따라가겠습니다. 박 대리님은 상황 대기를 해 주세요.”
강신이 통신 장비를 통해 말하자, 다른 곳에서 대기 중인 박재성이 대답했다.
[알겠습니다.]강신은 척준신과 함께, 준비되어 있는 차에 탑승했다.
차량의 내비게이션에는 김 대리가 타고 있는 승합차의 움직임이 실시간으로 잡히고 있었다.
승합차는 서면에서 벗어나 남쪽으로 향했고, 강신이 탄 차량은 그들이 수상하게 여기지 않도록 최대한 거리를 벌리고 추격했다.
얼마나 이동했을까, 김 대리를 태운 차량은 부산항 7부두 근처에서 멈춰 섰다.
화물 창고 지역으로 선적을 기다리는 컨테이너들이 가득했다.
어느새 밤이 깊어 어두운 시간이 되었다.
강신과 척준신은 조금 떨어진 지점에서 차를 세우고 하차했다.
부산으로 향할 때, 자신의 무기를 챙기지 않았던 척준신이 트렁크에서 빌려 온 검을 꺼내 검집 채로 가볍게 휘둘렀다.
후웅~ 후웅.
“흠……. 내가 가지고 있던 무기보다는 못하지만 사람을 상대로는 상관없겠지.”
“준비되셨으면 바로 가 볼까요?”
“가지.”
그들이 이곳에서 해야 할 일은 김 대리의 구출과 그들의 거래 명부를 확보하는 것이었다.
사전에 이미 작전을 이야기해 놓았지만, 다시 한번 척준신에게 작전을 상기시켰다.
그런데 김 대리가 잡혀 들어간 화물 창고 지역으로 들어가기 위해서는 사람 키를 넘는 높은 펜스와 그 위에 설치된 철조망을 지나가야 했다.
어떻게 지나갈까, 강신이 고민하는 사이 척준신이 강신 앞으로 나서며 숨을 깊게 들이마셨다.
“스으읍…….”
그리고 허리춤에 찬 검집에서 빼낸 검을 눈에 보이지 않을 정도의 속도로 휘둘러 펜스를 베어 버렸다.
서걱! 서걱!
놀랍게도 철제 펜스가 성인 남성이 숙이고 들어갈 수 있을 정도의 크기로 깨끗하게 잘려 나갔다.
“들어가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