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identified creature capture team RAW novel - Chapter 462
461화
“나른하군요.”
대뜸 빌리가 입을 열자, 옆에 있던 송기덕이 말했다.
“어? 한가합니까? 그럼 훈련 시간을 더 늘릴까요?”
“아…. 아니, 그런 뜻으로 말한 건 아닌데요.”
뒤늦게 말실수를 했다고 생각한 빌리가 황급히 말을 바꾸려 했다.
하지만 그의 말을 듣고 공감하는 사람도 있었다.
“뭐, 딱히 틀린 말한 것도 아니지 않습니까?”
나른하다.
휴가 이후 첫 현장이 너무 순조롭게 풀려 다들 조금씩 긴장이 풀려 있는 느낌이었다.
너무 오래 휴식을 한 탓에 몸도 마음도 나른한 느낌을 지울 수가 없었다.
물론, 그들이 휴가를 즐기는 동안 강신은 일했으니, 강신과는 크게 상관없는 말이었다.
“한마디로 좀이 쑤신다는 거죠?”
강신이 웃으며 묻자, 빌리가 머리를 긁으며 말했다.
“그…. 그렇죠.”
빌리는 맥스와 케빈과는 다르게 크립티드를 유독 좋아했다.
그래서일까, 유독 현장을 나가고 싶어 했다.
‘맥스 일행이 합류하고 얼마나 지났더라….’
그들이 합류하고 시간은 흐르긴 했지만, 한 현장에서 워낙 오랜 시간을 잡혀 있던 탓에 많은 현장을 돌아다니지는 못했다.
그리고 강신과 다르게 U.M.A를 관리하는 30층에서 빌리가 돌아다닐 수 있는 장소는 한정적이었다.
그러니 U.M.A를 보고 관찰하고 싶다는 욕구가 지속해서 쌓일 수밖에 없었다.
“장대리님.”
“네?”
“맥스와 친구분들, 교육은 어느 정도 진행되었습니까?”
강신의 질문에 맥스와 친구들이 몸을 움찔 떨었다.
누구라도 대놓고 앞에서 평가를 받는 것은 부담스러워할 일이었다.
“어…. 여기서 그걸 물어본다고요?”
“저는 나른하지 않습니다!”
맥스와 케빈이 서둘러 케빈의 입을 막고 변명했지만, 이미 질문은 던져진 상태였다.
“아직 많이 부족합니다.”
“아….”
“음….”
“큼….”
장웨이의 박한 평가에 맥스와 친구들이 실망한 듯이 고개를 축 늘어트렸다.
“물론 저희 팀 기준으로 봤을 때를 이야기하는 겁니다만…. 그래도 지원 요원만큼은 능력은 있습니다.”
장웨이의 솔직한 대답에 강신은 짧은 고민을 하고는 입을 열었다.
“그렇다면 현장 경험을 쌓을 겸 세분을 지원 요원으로 다른 현장 요원들과 함께 현장에 나갈 수 있게 하죠.”
강신은 맥스와 친구들을 한번 둘러보고는 뒤늦게 아차 싶어 한 가지 더 덧붙였다.
“아, 물론 본인들이 희망한다는 조건으로 말이죠.”
그때야 표정이 좋지 않던 케빈의 표정이 풀어졌다.
빌리와 다르게 케빈은 현장보다 송기덕과 함께 훈련하는 것을 좋아했다.
강신은 사람마다 성향이 다른 것을 존중해 주고 싶었다.
“나쁘지 않군요. 그렇게 조치하도록 하겠습니다.”
장웨이는 강신이 낸 의견에 불만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강신이 낸 의견은 현재로서 나쁜 판단이 아니었다.
저번 현장 이후로 한가한 다른 이들과 다르게 강신은 매우 바쁜 상황이었다.
에코하이의 자료와 필요한 U.M.A를 선별하는 것은 권영식의 도움을 받아 크게 문제 될 게 없었다.
하지만 다른 사후 처리가 상당히 밀려 있는 상황이었다.
“괜히 정보를 알려준다고 했나.”
U.M.A를 양보해 준다면 원하는 U.M.A의 정보를 제공하겠다고 했던 약속이 문제였다.
정보를 알려주는 것 자체는 큰 문제가 아니었지만, 작전에 참석한 기업이 생각보다 많았다.
“팀장님, 자업자득이죠.”
옆에서 신하린이 강신을 빈정댔지만, 강신은 그런 그녀의 말을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려냈다.
“어쨌든 당분간은 이것들 때문에 현장에는 나갈 수가 없는 상황이니까, 하린이 너도 심심하면 첩보 부서 일이나 하고 있어.”
그녀가 자신의 호위에 얼마나 큰 신경을 쓰고 있는지는 알고 있다.
그렇다고 지금처럼 움직이지 않는 상황에서 첩보 부서 에이스를 이렇게 가만히 놀리는 건 회사 차원에서 큰 손해였다.
“저는 제가 알아서 할게요.”
어째서 기분이 상했는지 모르겠지만, 신하린은 퉁명스럽게 대꾸했다.
“음…. 그래, 뭐….”
알아서 하겠다는데, 더는 뭐라 할 수 없는 노릇이었다.
그 이후, 일행들은 강신의 일을 방해하지 않기 위해 각자 해야 할 일들을 찾아 흩어졌다.
팀원들이 사라지자, 강신도 그제야 온전하게 일에 몰두할 수 있었다.
다른 기업의 의뢰가 마냥 귀찮은 것만은 아니었다.
지니즈 랜드에 갇혀 있는 요원들을 구하겠다는 사명을 가진 강신은 더 많은 U.M.A를 확인해야 했으니, 오히려 강신에게는 이번 상황은 이득이 될 수도 있었다.
‘그래, 상황 자체는 나쁜 건 아닌데, 확실히 분류하기는 힘드네….’
기업마다 원하는 U.M.A의 정보가 다른 것은 당연했지만, 질문 방식 자체도 달라 골치 아팠다.
사진과 특징을 정리해 보내는 기업은 그나마 양반이었다.
흐릿한 사진만 툭 하고 보내 물어보는 기업도 있었으며, 구전에 가까운 소문만 적어 보내고 해당 U.M.A가 무엇인지 유추해 달라는 기업도 있었다.
그래도 강신은 적은 정보를 가지고 어찌어찌 U.M.A를 추론하여 정보를 완성해 원하는 기업에 ‘나눠서’ 제공하고 있었다.
처음부터 U.M.A를 확신하고 모든 정보를 보냈을 때, 만약 자신이 틀린다면 그 후폭풍이 상당히 클 것이라 판단했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강신은 하나씩 정보를 주면서 해당 U.M.A의 반응을 피드백 받고 확신이 들었을 때, 해당 기업에게 모든 정보를 넘겨주었다.
“오랜 시간 퍼즐을 맞추는 것 같아서 머리가 아프네.”
퍼즐은 처음이야 즐거울 수도 있었지만, 그게 계속되면 지혜열 때문인지, 머리가 뜨겁고 지끈거렸다.
“마지막으로 이것만 보고 잠시 쉴까….”
강신은 계속되는 퍼즐에 머리가 굳어지는 걸 느끼고는 중얼거렸다.
그리고 마지막 메일을 확인했을 때, 강신은 생각을 바꿔야 했다.
강신에게 메일을 보낸 기업은 U.M.A에 대한 정보를 원하는 다른 기업과 다르게 특이한 물건의 의견을 묻고 있었다.
“소원을 들어주는 물건?”
아쉽게도 해당 물건을 직접 손에 넣은 것은 아닌지, 메일에는 설명만 가득했다.
-며칠 전, 정보원의 친구가 다섯 번의 소원을 들어주는 물건을 입수했다고 합니다.
그들의 말로는 ‘원숭이 손’으로 보인다고 했습니다.
직접 확인하기 위해서 정보원에게 그 물건의 주인과 만남을 주선해 달라고 했지만, 아쉽게도 그다음 날 정보원과 연락이 끊겼습니다.
이에 성신의 의견을 듣고 싶습니다.
저희가 원숭이 손을 얻기 위해 움직여야 하겠습니까?
“정보를 원하는 게 아니라 의견을 묻는 것은 조금 참신하네. 흠…. 원숭이 손이라….”
오컬트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모를 수가 없는 물건이었다.
언제 어디서 만들어졌는지, 기원을 알 수 없는 물건이었지만 사람의 소망을 들어주는 물건이었다.
소망을 들어주긴 했지만, 이름만큼 좋은 물건만은 아니었다.
원숭이 손은 분명 사람의 소망을 다섯 번 이루어 준다.
다만, 그 소망을 이루어 주는 방법에 문제가 있었다.
예를 들어, 만년 전교 2등만 하는 학생이 1등을 하고 싶다고 소망했을 때.
원숭이 손은 소망한 자의 성적을 올려주어 1등으로 만들어 주지 않았다.
‘경쟁자인 1등이 시험을 보지 못하게 만드는 방식을 사용하지.’
만약 소망을 빌었던 이가 이번 시험이라고 확실하게 못을 박아 소망한다면 전교 1등은 단순한 부상으로 끝날 수도 있다.
그런데 계속이라는 말로 소망을 빌었다면 전교 1등이 사망할 가능성도 있었다.
그렇게 분명 소망을 들어주는 건 맞지만, 사용자가 원하지 않았던 방법으로 들어준다.
사용자는 소망을 빌 때마다 심리적 압박을 느끼게 되었고 그것이 쌓이고 쌓이게 된다.
마지막으로 다섯 번째 소망을 빌었을 때, 원숭이 손은 사용자의 목숨을 앗아 갔다.
그래서 강신은 원숭이 손을 좋게 생각할 수는 없었다.
이왕이면 사용하지 않는 걸 추천하며 만약 사용하게 되었다면 많은 것을 고려하고 또 고려해야 한다.
말을 최대한 아끼고 정확하고 명확하게 소원을 빌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물론 그 물건이 정말 원숭이 손이라면 그렇지만 말이지….”
원숭이 손은 워낙 유명한 오컬트 물품이기에 유사품 또한 많이 존재했다.
하지만, 강신은 기업이 자신에게 묻는 것은 어디까지나 원숭이 손에 대한 것이었으니, 그것을 중점으로 부정적인 의견만 잔뜩 작성해서 답변을 보냈다.
강신은 그 답변을 마지막으로 자리에서 일어나 편안한 소파에 몸을 맡기며 생각했다.
“후…. 정말 원숭이 손이라면 조금 탐이 나긴 하는데. 그럴 리는 없으려나….”
어긋나게 소망을 이루어 주기는 하지만, 분명 착실하게 소망을 이루어 주었다.
그리고 한계가 어디까지인지 짐작할 수는 없었다.
원숭이 손의 능력은 사람의 범주를 아득히 벗어나 기적이라고 표현할 정도의 일들을 만들어 낸다.
강신으로서 탐이 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렇게 탐이 나는 물건임에도 강신이 이리 덤덤하게 상황을 지켜볼 수 있는 건 그들이 발견한 물건이 원숭이 손일 가능성이 매우 낮기 때문이었다.
누가 어떻게 만들었는지 모르지만, 원숭이 손은 기적을 만드는, 전 세계에 단 하나뿐인 물건이었다.
그리고 강신은 하나뿐인 원숭이 손을 누가 가졌는지 짐작이 가는 사람이 있었다.
‘내 생각이 맞다면 지금 원숭이 손을 가지고 있는 사람은 세그레드 조라의 회장일 가능성이 크겠지.’
수집품이라면 눈이 뒤집히는 그 사람은 물건이 희소하면 희소할수록 더 달려드는 사람이었다.
용의 비늘에 눈이 돌아 자신과 거래를 했던 걸 떠올린다면 그가 얼마나 수집품에 진심인 사람인지 쉽게 판단할 수 있었다.
물론 정말 그가 가졌는지는 확인할 방법이 없었지만, 원숭이 손에 대한 전설은 일반인에게도 널리 퍼질 정도로 유명한 물건이었으니, 그런 그가 모를 리가 없었다.
그리고 전 세계에 단 하나뿐인 원숭이 손을 가만히 보고만 있을 인물은 아니었다.
‘어떤 방법을 사용하더라도 손에 넣으려고 했었겠지.’
그럼 강신에게 의견을 구한 기업이 확인한 물건은 과연 무엇일까.
‘원숭이 손의 파생 물품이나, 전혀 다른 물건이겠지.’
워낙 유명한 물건이었으니, 시중에 돌아다니는 가짜도 매우 많았고 비슷하지만 다른 효과를 가진 물건이 없는 것도 아니었다.
다만, 그것들은 어떻게든 소망을 이루어 주는 원숭이 손과는 달리 그 한계가 명확했다.
그리고 제대로 소망을 들어주지 않는 불량품일 가능성이 매우 컸다.
‘정보원의 연락이 끊겨 제대로 구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네.’
강신은 가짜일 것이라 판단했지만, 계속 신경이 쓰이는 건 어쩔 수 없었다.
혹시 자신의 판단이 잘못되었을 수도 있었으니까.
그렇게 이틀이라는 시간이 흘러갔다.
많고 많았던 일들의 끝이 보이기 시작했다.
일의 끝이 보이자 기분이 좋을 법도 했지만, 강신의 마음은 그저 싱숭생숭하기만 했다.
그야 다른 기업이 정보를 요구한 U.M.A의 8할은 이미 성신에서 포획하고 연구가 끝났을 정도로 흔한 U.M.A였다.
‘2할은 조금 특이한 개체였긴 했지만, 크게 써먹을 정도로 특별한 U.M.A도 아니었고 말이지….’
특별하게 써먹을 수 있는 U.M.A도 아니었다.
정말 여러 가지로 실망스러웠다.
그렇다고 아예 건진 게 없었던 것은 아니었다.
이번 일로 강신은 한가지 깨달은 것이 있었다.
‘회사가 내 요구를 왜 모두 들어줬는지 알겠네.’
다른 기업들이 보내온 자료와 여러 U.M.A들을 보며 강신은 계속 생각했다.
‘생각보다 수준이 많이 떨어지는데?’
다른 기업들을 얕보고 거들먹거리는 게 아니었다.
그들이 가지고 있는 능력을 객관적으로 판단했을 때, 그렇다는 것이었다.
강신은 어째서 그렇게 느껴졌는지 확인했다.
‘정보와 능력의 부재.’
이 두 가지가 문제였다.
강신은 U.M.A의 정보가 얼마나 큰 무기가 되는지, 권영식이 얼마나 대단한 사람인지 이번에 확실하게 깨달았다.
다른 기업들은 정보가 아예 없으니, 접근 자체가 더뎌지는 것은 물론이고 권영식처럼 U.M.A를 조사해 바로 결과로 만들어 내는 이도 없었다.
따라서 기술 개발 또한 많이 늦어졌다.
강신이 당연히 처리했던 일들이 그들에게는 가장 난해한 일들이었으니, 수준의 차이가 생기는 것도 무리는 아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