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identified creature capture team RAW novel - Chapter 463
462화
“그나마 HG처럼 큰 기업들은 나름 노하우를 가지고 있는 것 같긴 하네.”
다른 기업들과 다르게 깔끔하게 정리된 자료를 보내온 그들은 다른 기업과 확실하게 비교가 될 정도였다.
이런저런 생각을 하며 마지막으로 작성한 답변을 보낸 강신이 일이 끝났다고 안도의 한숨을 내쉬는 순간 뜬금없는 추가 메일이 날아왔다.
그 메일은 이틀 전 강신을 잠깐 고민하게 했던 메일이었다.
원숭이 손에 대한 의견을 구했던 메일이었기에 강신은 그대로 의견만 첨부해 답변하고 종결지었다.
그러니, 더는 그 기업에 도움을 줄 필요는 없었지만, 메일의 제목은 강신의 흥미를 끌었다.
-원숭이 손을 확보했습니다.
그들이 찾은 게 정말 원숭이 손일까.
궁금증 때문이라도 강신은 메일을 확인할 수밖에 없었다.
그 메일에는 그 기업이 원숭이 손을 구하기 위해 어떻게 움직였고 어떤 고생을 했는지, 구구절절하게 적혀 있었다.
하지만 강신이 원하는 내용은 아니었다.
강신은 마우스의 휠을 돌려 스크롤을 쭉쭉 내렸다.
그리고 그들이 첨부한 원숭이 손에서 멈췄다.
“음?”
그렇게 한참을 사진을 보던 강신은 사진으로 찍힌 원숭이 손이 뭔가 이상하다는 것을 느꼈다.
“이거 원숭이 손이 아닌데?”
강신이 봤을 때, 그 물건은 원숭이 손과 거리가 멀어 보이는 물건이었다.
다섯 개의 손가락과 손바닥, 손목, 그리고 팔꿈치까지 내려온 팔은 확실히 손의 구성을 띄고 있었다.
그러나 자세히 보면 생물의 팔이라고 보기보단, 그저 푸석하게 말린 나뭇가지처럼 보였다.
강신은 사진 아래에 첨부된 내용을 확인했다.
-소원을 빌었지만, 손가락이 접히지 않고 소망도 이루어지지 않았음.
물건을 입수할 당시 정보원을 포함 네 명이 소원을 빌었다고 했다.
하지만, 그 누구도 자신이 어떤 소원을 빌었는지 기억하지 못함.
확실하진 않지만 일그러진 방법으로 소원을 성취한 사람은 아무도 없었음.
원숭이 손이라고 부르기에는 뭔가 하나씩 어긋나 있는 물건이었다.
가장 먼저 소원을 빌었는데 아예 작동하지 않았다는 건 이상했다.
원숭이 손이 유명한 이유는 어떠한 조건도 재물도 원하지 않고 기적이라 불릴만한 힘을 사용하기 때문이었다.
‘굳이 원하는 게 있다면 해당 소망을 간절히 바라는 정도인가.’
소원을 말하는데, 간절하지 않은 사람이 어디 있을까.
하지만 그들이 입수한 원숭이 손은 뭔가 트리거가 필요한 것처럼 다른 이들의 소원을 당장 이루어 주지 않았다.
그리고 어긋난 두 번째는 소원의 개수와 무엇을 빌었는지 기억하지 못한다는 것이었다.
‘각기 다른 네 명이 소원을 빌었다.’
다섯 번의 소원을 들어주는 원숭이 손과 전혀 다른 내용이었다.
심지어 원숭이 손에는 기억을 지우는 능력 따위는 없었다.
아니, 오히려 충격적인 방법으로 소원을 이루어 주어 잊지 못할 기억을 만들어 주었다.
‘첨부된 사진에는 손가락으로 추정되는 부분이 전혀 접히지 않았어.’
즉, 5번의 소원을 모두 이루어졌거나 처음부터 단 하나의 소원도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말이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이상한 것은 뭔가 삶의 변화를 주었지만 어긋난 방법이 아니라는 것이었다.
뭔가 이루어지긴 했지만 아무도 기억하지 못하고 어긋나게 이루어진 것도 아니었다.
마치 소원을 제대로 들어준 것 같았다.
‘이상하네.’
그저 원숭이 손의 불량품인 것일까?
뭔가 떠오르는 것 같으면서도 확신할 수가 없었다.
강신은 메일을 모두 확인하고 정중하게 소신껏 그 물건이 무엇인지 모르겠다는 내용을 적어서 답변했다.
강신이 답변하고 몇 분 흐르지 않아 해당 기업에 다시 메일이 도착했다.
-염치가 없다는 것은 알지만 이 물건이 무엇인지, 조사해주시길 바랍니다.
만약 원하신다면 저희 연구소에 방문할 수 있도록 출입 허가증을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그들은 강신이 약속한 거래가 이미 끝났다는 걸 인지하고 있었는지, 새로운 보상을 제시하며 추가 도움을 요청해왔다.
‘기업이 가지고 있는 비밀 연구소의 출입.’
이는 제안한 기업으로서도 상당히 부담이 갈 보상이었다.
자칫했다간 기업이 가진 기밀을 모조리 유출할 수도 있는 내용이었다.
그것도 이쪽 세계에서 유명한 정보꾼인 강신을 들인다는 건 회사가 관리하는 U.M.A를 대놓고 보여주겠다는 것과 같은 말이었다.
‘나쁘지는 않아.’
그래, 정말 나쁘지 않은 보상이었다.
물건을 하나 확인해주고 그 기업이 어떤 U.M.A를 관리하고 있는지 알 수만 있다면 강신에게도 크게 이득이었다.
‘어쩌면 이틀 동안 고생하며 봤던 U.M.A보다 가치 있는 시간을 보낼지도 모르지. 흐음…. 아무래도 한번 가보는 게 맞겠지.’
마음을 먹자, 강신은 바로 그 기업으로 향하기 위해서 울프팀 요원들을 소집했다.
하지만 너무 급하게 소집한 탓일까, 팀원 대부분이 현장에 나가 있었고 소집에 응한 사람은 신하린과 장웨이 그리고 카밀라뿐이었다.
강신은 그들에게 현재 상황을 설명하자, 그들은 기꺼이 강신을 따르겠다며 대답했다.
그렇게 강신은 글과 함께 대구에 있는 스더스라는 이름을 가진 기업으로 향했다.
대구로 향하는 길, 신하린은 강신의 지시를 듣고는 의아해하며 물었다.
“팀장님, 정말 따로 모습을 감추지 않아도 되겠어요?”
“은신 능력은 인정하긴 하는데 혹시 모르잖아. 싸우러 가는 것도 아니고 괜히 말썽이 될 수도 있으니까, 당당하게 가자.”
“뭔가 아쉬운데….”
숨지 않아도 강신을 호위할 수 있지만, 그래도 손에 들고 있는 패를 버리는 느낌이 강했다.
신하린이 저런 태도를 보이는 것도 당연했다.
“만약 분위기가 좋지 않으면 싸우는 것보다 설득을 우선으로 할 생각이야.”
강신은 카밀라를 슬쩍 바라보며 말했다.
카밀라가 가진 매혹이라면 충분히 전투를 피해갈 수 있었다.
신하린이 뒤늦게 카밀라를 바라보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뭐, 팀장님이 그러시다면야….”
그렇게 강신과 일행들은 스더스 본사에 도착했다.
스더스 본사를 처음 본 강신의 소감은 바로 실망이었다.
“……여기가 맞습니까?”
떨떠름한 강신의 물음에 장웨이가 확실하게 못을 박듯 대답했다.
“네, 여기 맞습니다.”
“음….”
강신이 이런 반응을 보이는 이유는 스더스는 강신이 생각했던 것과 조금 다른 모습을 하고 있었다.
대구 외곽에 자리한 스더스는 생각보다 넓은 부지를 자랑했으며 그 부지 위에는 넓고 큰 공장도 있었다.
그 공장 내부에 비밀 연구소가 있었다면 강신도 이런 반응을 보이지 않았을 것이다.
스더스가 소유하고 있는 비밀 연구소는 거대한 공장 옆에 초라하게 지어진 작고 허름한 건물이었다.
‘성신처럼 지하에 연구소를 숨기고 있는 건가?’
그럴 가능성을 무시할 수는 없었다.
강신과 일행이 차를 주차하고 그 건물로 다가가자, 강신과 일행들을 기다리고 있던 직원이 다가왔다.
“방문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저는 이성찬 대리입니다.”
그는 명함을 강신에게 건넸고 강신도 자신의 명함을 건네주며 자신을 소개했다.
“아시겠지만, 성신 소속 강신 책임입니다. 반갑습니다.”
“말씀하신 대로 네 분이 오셨군요, 그럼 바로 연구실로 안내해도 될까요?”
“네, 그렇게 하죠.”
이성찬은 그대로 강신과 일행들을 데리고 작은 건물로 들어갔다.
그는 건물로 들어가 작은 유리문 옆에 달린 출입증을 갖다 댔다.
띠릭, 달칵.
잠금장치가 풀리는 소리와 함께 문이 열리자, 건물 내부로 진입하자 이성찬은 강신과 일행에게 말했다.
“어서 오십시오. 여기가 바로 스더스가 운영하는 비밀 연구소입니다.”
“…….”
강신과 일행들은 모두 할 말을 잃어버렸다.
지하에 있으리라 생각했던 예상과는 다르게 허름한 건물이 바로 비밀 연구소였다.
연구소가 철저하게 숨겨져 있는 성신과 다르게 스더스는 연구소를 숨길 마음이 없는 것처럼 보였으며, 심지어 보안 요원도 보이지 않았다.
일행들이 아무 말도 하지 않자 그는 민망하다는 듯이 멋쩍게 웃으며 말했다.
“하하…. 성신에 비하면 조금 초라하죠?”
여기서 실망한 티를 내면 실례라는 것을 아는 강신이 애써 표정을 수습했다.
“아…. 죄송합니다. 성신 말고 다른 기업의 연구소를 보는 것이 처음이라 깜짝 놀랐네요.”
사실은 그렇지 않았다.
HG 그룹 연구소 방문했고 그 외에도 자잘한 연구소도 방문했었다.
하지만 이번만큼 초라한 비밀 연구소는 처음 봤다.
설마 스더스가 비밀 연구소를 보여주기 싫어서 숨기는 건 아닐까, 의심까지 들 정도였다.
하지만 그런 태도를 보이는 것은 강신과 카밀라뿐이었다.
신하린과 장웨이는 이미 이런 연구소가 익숙한 것인지, 별말 없이 가만히 뒤를 쫓고 있었다.
‘보안은 그렇다고 해도 시설도 너무 열악한데?’
정말 이런 곳에서 U.M.A를 연구할지 의문이 들었다.
불신이 생기려는 그때, 연구소 한쪽이 소란스러워졌다.
와장창!
쨍그랑!
“자…. 잡아!”
“아이씨, 저거 또 누가 놓친 거야!”
“하필이면 외부에서 손님 왔을 때….”
하필이면 소란스러운 곳이 강신과 일행들이 이동하는 방향이라는 것이었다.
“아…. 이런.”
잠시 멈칫하던 이성찬은 강신과 일행들을 한번 보고는 길게 한숨을 내쉬곤 다시 발걸음을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곳에 도착했을 때, 강신은 유리창 너머로 난장판이 되어 있는 연구실을 볼 수 있었다.
연구실 내부에 있는 연구원들은 외부인을 보고는 괴상한 자세 그대로 얼어버렸다.
“크흠….”
이성찬이 민망한 듯 헛기침을 하자, 높은 선반에서 손가락 반 마디만 한 하얀색 털 뭉치 하나가 떨어졌다.
그 모습을 본 강신은 자신을 속이려고 하는 게 아니라, 이곳이 정말로 스더스의 비밀 연구실이라는 걸 확신했다.
‘정말 그냥 허술한 거였구나.’
이 정도로 허술하다니, 어이가 없어 웃음이 나왔다.
연구실 내부가 보이는 유리창은 방탄으로 만들어진 것도 아니었다.
조금이라도 위험도가 있는 개체는 관리하기도 힘들 것처럼 보였다.
그래서일까, 스더스 비밀 연구소가 관리하는 U.M.A 정말 자잘하고 하찮은 개체밖에 없었다.
그제야 강신은 스더스가 외부인인 자신과 일행들을 비밀 연구소로 출입할 수 있게 해주었는지 알 수가 있었다.
‘하…. 보여줘도 상관없으니까, 허가해준 거구나.’
열악한 시설과 다르게 스더스 간부들은 머리가 꽤 잘 돌아가는 편인 것 같았다.
강신은 스더스에게 당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이미 약속한 대로 연구소에 들어왔으니, 강신은 원숭이 손으로 추정되는 물건이 무엇인지 확인해주어야 했다.
‘더는 볼 것도 없겠어.’
강신은 길게 한숨을 내쉬고는 연구소를 안내하는 이성찬에게 말했다.
“연구소 견학은 이제 되었습니다. 원숭이 손으로 추정되는 물건이나 확인하죠.”
“아…. 알겠습니다. 그 물건은 저기 복도 끝에 있는 연구실에 있습니다. 따라오시죠.”
스더스의 계략에 당하기는 했지만, 딱히 기분이 나쁜 것은 아니었다.
‘그저 아쉬울 뿐이지. 이럴 줄 알았으면 다른 보상을 달라고 할 걸 그랬어.’
강신은 그렇게 생각하며 원숭이 손이 있는 곳으로 안내하는 이성찬의 뒤를 따라 걸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