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identified creature capture team RAW novel - Chapter 468
467화
상황을 피하듯 일을 맡은 것이긴 하지만 강신은 일을 대충하는 사람은 아니었다.
강신은 종말론자들을 찾기 위해 고민하고 또 고민했다.
그것만으로도 부족해 팀원들을 불러 의견을 나누기도 했다.
하지만 아쉽게도 종말론자를 잡을 수 있는 마땅한 방법이 나오지는 않았다.
“그나마 가능성이 있는 방법은 미리 재난 재해가 닥칠 장소에서 대기하는 정도군요.”
지진이나 쓰나미는 갑작스럽게 일어날지 몰라도 태풍은 적어도 3~4일 전부터 경로가 잡히니, 불가능한 것은 아니었다.
다만, 이미 국내는 태풍이 지나갔고 다른 태풍을 확인하기 위해서는 국외로 나가야 하는 상황이라는 것이다.
“미국이 영토가 넓어서 그런가? 이틀에 한 번꼴로 허리케인이 나타나고 있으니, 미국으로 일정을 잡아볼까요?”
장웨이가 묻자 강신이 고개를 저었다.
“국외로는 나가지 않을 겁니다.”
전 세계적으로 시작된 작전이었다.
미국에 있는 성신 지부뿐만 아니라 미국 소속의 요원, 기업들이 일제히 움직이고 있었다.
그들이 종말론자를 모른다면 모를까, 다들 종말론자들이 어떤 이들인지 알고 있었기에 장웨이가 말한 작전은 다른 기업도 쉽게 짤 수 있었다.
“종말론자보다 그들을 잡으러 온 다른 기업 요원들과 정부 요원들로 바글바글할 겁니다.”
국내와는 비교할 수도 없는 인원들이 몰릴 것이다.
그렇게 몰린 재난 재해 장소에 나와 있는 예언서는 하나였다.
“굳이 그 치열한 경쟁을 참여하고 싶지는 않네요.”
시간을 내서 국외로 나가 그 많은 기업과 경쟁했지만, 예언서를 얻지 못한다면 그만한 손해가 없었다.
“그리고 어차피 그쪽은 해외 지부에서 알아서 할 겁니다.”
강신은 종말론자에 대한 정보를 이미 각 나라에 있는 성신 지부에 뿌렸으니, 그곳에 있는 요원들이 알아서 할 것이다.
그들도 자신 못지않은 훌륭한 요원들이었으니까.
“하긴 그렇네요. 저희가 가면 오히려 그쪽에서 싫어할 수도 있겠어요.”
해외 지부에서 울프팀을 보고 성과를 빼앗긴다고 생각할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국내에서 종말론자를 찾는 것은 불가능하다면서요?”
카밀라가 강신이 했던 말을 떠올리며 반론했다.
“네, 방법이 없긴 하죠.”
“흐음….”
이제껏 수많은 현장을 나갔지만 이만큼 답도 없는 현장은 울프팀도 처음이었다.
“다른 기업들처럼 그냥 무작정 돌아다니실 건 아니죠?”
이미 다른 기업들은 종말론자를 찾기 위해 행동을 시작했다.
하지만 그들도 마땅한 방법이 없었기에 특별한 대책 없이 그저 길거리를 돌아다니는 게 전부였다.
“그건 정말 비효율적이에요.”
맥스가 투정 부리듯 말하자, 강신이 고개를 끄덕였다.
“보여주기식으로 움직인다면 그렇게 하는 게 맞겠지만, 이미 다른 지부에서 움직이고 있으니 저희가 그럴 필요는 없습니다. 저희는 이곳에서 상황을 지켜보면서 대책을 만들고 하나씩 시험해보는 쪽으로 하죠.”
현장에서 열심히 종말론자들을 찾는 사람들에게는 조금 미안한 말일 수도 있었지만, 효율을 생각한다면 무작정 찾는 것보다 머리를 맞대고 고민하는 편이 더 좋았다.
“그래서 이런 자리를 만든 거고요. 뭐든 좋으니 좋은 의견이 있다면 누구든 이야기해 주시겠어요?”
“저요!”
카밀라가 가장 먼저 손을 들었다.
“우리가 예언서를 찾는 것처럼 종말론자들에게도 예언서는 중요하잖아요?”
“그렇죠.”
“그리고 저들은 우리가 예언서 하나를 빼돌렸다고 알고 있고요.”
“어?”
“음?”
강신과 일행들은 카밀라가 무슨 말을 하고자 하는지 단번에 깨달았다.
“그…. 임상무님이 예언서를 빼돌리긴 했지만, 저들은 아직 그 사실을 모를 가능성이 있잖아요?”
임상무에 대한 말은 조금 민감한 말이었기에 카밀라는 일행들의 눈치를 살피며 말했다.
걱정스러운 그녀의 태도와 달리 강신은 덤덤하게 말했다.
“나쁘지 않네요. 그럼 다른 방도가 없으니, 우선 카밀라가 낸 작전대로 움직여보죠.”
예언서를 가지고 있는 척 숨어있는 종말론자를 끄집어내는 작전은 강신이 생각해도 나쁘지 않았다.
항상 이야기를 듣고만 있던 카밀라가 묘수를 내자, 사람들의 의외라는 시선으로 카밀라를 바라봤다.
“오오….”
“왜요. 뭐, 나는 이런 아이디어를 내면 안 된다는 이유라도 있어요? 흥.”
고개를 돌리며 토라진 척했지만, 기분이 나쁘지는 않았는지 남들이 잘 보지 못하게 은은한 미소를 짓고 있었다.
그렇게 울프팀은 카밀라가 낸 의견대로 움직였다.
이미 예언서가 어떻게 생겼는지, 직접 확인했기에 가짜를 만드는 것은 일도 아니었다.
심지어 예언서 자체를 따로 스캔해 두어 내부에 적힌 내용까지 똑같이 만들었다.
말이 가짜지 예언서의 복사본이었다.
하지만 기대했던 것과 달리 작전은 순조롭게 흘러가지 않았다.
“시X.”
카밀라가 거친 욕설을 내뱉었다.
“크흠, 카밀라양 언어사용에 주의해 주시죠. 지금 다들 듣고 있습니다.”
송기덕이 귀 뒤쪽에 붙어있는 통신 패치를 툭툭 치며 욕하는 카밀라에게 주의를 주었다.
“흥, 송대리님은 제가 이 상황을 보고 욕을 참을 수 있을 것 같아요?”
“……뭐, 사실 욕이 나오는 상황은 맞긴 하죠.”
송기덕이 순순히 의견에 동의하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자신이 들고 있는 두꺼운 책을 만지작거리며 주변을 둘러봤다.
한 치 앞도 제대로 보이지 않는 어둠이었다.
해가 지고 어두웠지만, 달조차 뜨지 않아 더 음습하게 느껴졌다.
주변은 온통 논밭들로 평소 이 시간이면 인기척이 없는 것도 당연했다.
하지만 현재 상황은 그렇지 않았다.
“여기다! 여기에 예언서가 있어!”
누군가가 어둠 속에서 송기덕을 발견하자 크게 외치며 달려들었지만, 그가 송기덕에게 도달하기도 전에 어둠 속에서 불쑥 사람이 솟아나 그의 목덜미를 둔탁한 물건으로 내려쳤다.
퍽!
“켁!”
어둠 속에서 나온 신하린의 간결한 행동에 송기덕에게 달려들던 사람은 그대로 바닥에 엎어졌다.
그리고 두 눈을 뒤집어 까고 그대로 정신을 잃었다.
그는 혼자서 이 장소에 온 것이 아니었다.
그랬다면 송기덕을 발견하고 그리 외칠 이유가 없었으니까.
멀리서 그가 외친 소리를 들은 다른 사람들의 소리가 들려왔다.
“저기서 소리가 들렸다!”
“어디야! 어서 찾아!”
“젠장, 우리가 먼저 찾아야 한다!”
마치 경쟁하는 것 같은 목소리들은 점점 송기덕과 가까워졌지만 아쉽게도 그들은 송기덕과 카밀라가 있는 곳까지 도달할 수 없었다.
“어? 누구? 쿠헥!”
파지직-!
“끄르륵!”
“으아악!”
“꿰렉뒑!”
소리가 들려왔던 곳에서 밝은 스파크가 튀었고 이상한 비명들이 들려왔다.
그리고 비명이 들렸던 장소에서 어둠을 헤치고 강신이 나타났다.
그런 그의 손에서 하얀 연기가 모락모락 피어올랐다.
“음, 너무 많이 사용했나…. 장갑이 살짝 과부화된 느낌이네요.”
주먹을 쥐었다 폈다를 반복하며 강신이 혼잣말을 중얼거리자, 그런 그를 뒤따라 장웨이, 맥스와 친구들이 나타났다.
“그래서 소속은요?”
카밀라가 묻자, 장웨이가 고개를 저었다.
“종말론자들은 아닙니다.”
그 대답에 카밀라가 다시금 욕설을 내뱉었다.
“X발.”
하지만 이번만큼은 송기덕도 그런 그녀를 나무랄 수가 없었다.
그야 그녀가 짠 계획이 실시간으로 대차게 말아먹는 중이었으니까.
“아니, 진짜 작전 자체는 나쁘지 않았는데….”
빌리가 카밀라를 위로하기 위해 나름대로 작전을 칭찬했지만, 카밀라의 살벌한 시선을 보고는 입을 다물었다.
그렇다고 빌리가 빈말을 한 것은 아니었다.
그녀가 짠 작전 자체는 정말로 나쁘지 않았다.
애초에 나쁘다고 생각했다면 울프팀이 이곳에 있을 이유가 없었다.
강신뿐만 아니라 다른 인원들도 동의한 작전이었다.
단지, 현재 상황이 좋지 않았을 뿐이었다.
지금 상황에서 예언서가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건 종말론자뿐만이 아니었다.
다른 기업들도 예언서를 눈에 불을 켜고 찾고 있다는 게 이번 작전이 실패한 주요 원인이었다.
“아니, 나오라는 종말론자들은 보이지도 않고 다른 기업 요원들만 바글대네!”
송기덕이 예언서를 일부러 노출하며 이목을 끌고 사람들을 유인했지만, 종말론자들은 코빼기도 보이지 않았다.
오히려 경쟁 상대인 다른 기업들만 낚여올 뿐이었다.
“차라리 다른 기업에게 예언서가 가짜라는 것을 알리고 협조를 부탁하는 것은 어떻습니까?”
“그건 안됩니다. 종말론자가 어디에 숨어있는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우리가 가지고 있는 예언서가 가짜라고 밝힐 수는 없습니다.”
케빈의 의견을 장웨이가 고개를 저으며 단호하게 말하자 그는 시무룩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
“지금까지 고생했으니, 조금만 더 해보도록 하죠.”
강신이 실망한 일행들을 격려하며 말했다.
하지만, 이날 울프팀은 끝끝내 종말론자들을 찾을 수 없었고 업계에는 많은 기업의 요원들이 종말론자에게 당했다는 소문이 퍼졌다.
당시 당했던 사람들은 종말론자들이 정말 괴물처럼 강했다고 증언했다.
강신은 이 소식을 애써 모른척했다.
‘미안하니, 나중에 조금 도와주면 되겠지.’
작전을 중단한 울프팀은 이번 작전의 반성과 앞으로의 일정을 정하기 위해 다시금 개인 큐브로 모였다.
“와, 독하다 독해.”
카밀라가 작전이 실패했는지, 입을 툭 내밀고는 궁시렁댔다.
“얘들이 정말로 예언서를 소중하게 생각하는 게 맞긴 해요?”
그녀의 질문에 강신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건 틀림없습니다.”
강신이 도망가는 징조를 쫓을 당시 그들이 예언서를 빼앗는 강신에게 보여주었던 행동은 집착을 넘어 광기에 도달한 수준이었다.
“아니, 그런데 왜 종말론자가 나타나질 않냐고요.”
그녀가 화를 내자, 강신이 한숨을 푹 내쉬고는 한가지 가정을 말했다.
“글쎄요, 아마 우리가 들고 있는 예언서가 이미 가짜라는 것을 알고 있을지도 모르죠.”
확실하진 않았지만 그러지 않고는 종말론자들이 나타나지 않는 것이 설명되지 않았다.
“문제는 그들이 어떻게 가짜인지 알았냐는 게 관건이겠군요.”
강신이 하고자 하는 말이 무엇인지 알아챈 장웨이가 바로 대꾸하자 강신이 끄덕였다.
예언서에 그들만 알아볼 수 있는 뭔가가 있었다면 큰 문제가 되지 않겠지만, 그들이 이미 성신에 예언서가 없다는 걸 알게 되면 곤란했다.
정보의 출처가 연구소 내부라면 연구소 내부에 이미 종말론자가 침투해 있다는 소리였다.
만약 외부라면 그 정보를 가진 사람이 이들에게 알려주었다는 소리였다.
그 말은 즉,
“임상무님이 연관되어 있을 수도 있다는 소리겠죠.”
“하….”
“음….”
강신의 설명을 들은 일행들의 표정이 급격하게 어두워졌다.
임상무가 사라진 것을 머릿속에서 지우기 위해 맡은 일이 임상무와 관련되어 있을 수도 있다니, 절로 한숨이 나오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어떻게, 이번 일은 이쯤에서 손을 뗄까요?”
장웨이가 강신에게 물었지만, 그는 망설이지 않고 고개를 저었다.
“굳이 그럴 필요는 없습니다. 아직 확실한 것도 아니고 일단 맡은 일에 최선을 다해보죠.”
강신은 현실에서 도망치는 것보다 마주하는 것을 선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