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identified creature capture team RAW novel - Chapter 469
468화
임상무가 관련되었다는 증거는 당장 없으니, 강신은 작전을 속행시켰다.
혹시 모를 내부 첩자를 대비해 울프팀의 보안 단계를 일시적으로 한층 높였다.
당사자가 아니면 열람하지 못하도록 막았으며 연구소 내부의 첩자 색출에 들어갔다.
꼭꼭 숨은 것인지, 존재하지 않는 것인지 아쉽게도 연구소 내부에서는 첩자를 찾을 순 없었다.
내부에서 문제를 찾지 못하자, 강신은 지체하지 않고 시선을 외부로 돌렸다.
비밀 연구소나 U.M.A의 정보를 다루는 집단을 찾으려고 했다.
이미 강신은 그런 집단과 밀접한 관계를 맺은 곳이 어디인지 알고 있었다.
‘첩보 부서.’
그들에게 그런 집단과의 접촉은 당연했다.
“이쪽 분야의 정보를 사고 파는 모든 집단을 조사해 줄 수 있지?”
“어렵진 않죠. 다른 첩보 요원들에게 부탁해 볼게요.”
신하린은 끝내 자신이 조사하겠다는 말은 하지 않았다.
하지만 강신은 그것만으로도 충분했다.
“그래, 그럼 부탁하자.”
강신의 부탁에 신하린이 고개를 끄덕였다.
첩보 부서의 일 처리는 강신의 생각보다 빨랐다.
그들에게 부탁한 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신하린이 강신이 부탁한 것들을 알아 왔다.
“성신이 가지고 있는 예언서에 대한 정보를 풀린 적은 없다고 하네요.”
그 대답을 들은 강신은 손으로 얼굴을 쓸어내렸다.
“아…. 젠장.”
좋은 말이 나올 수는 없었다.
내부에도 외부 집단에도 문제가 없었다면 다른 곳에 문제가 있다는 소리였다.
결국, 우려했던 일이 벌어졌다.
인정하고 싶지 않았지만 인정해야 했다.
“임상무님이 종말론자들과 결탁하고 있다는 거군요.”
개인 큐브에 모여 있는 사람들의 표정이 좋지 않았다.
회사의 중요 물건들을 가지고 잠적한 것은 그저 배신으로 치부할 수도 있다.
하지만 회사의 정보를 광신도들에게 넘겼다는 건 배신을 넘어 회사를 적대하겠다는 소리였다.
“곤란하네요.”
정말 곤란했다.
임상무는 강신이 회사에 오기 전부터 강신의 글을 읽던 사람이었다.
강신을 제외하면 가장 많은 U.M.A의 정보를 아는 사람이라는 소리였다.
그런 사람이 적으로 돌아섰으니, 벌써 골치가 아파졌다.
“우선 팰로우님에게는 함구해 주세요.”
강신이 다른 일행들에게 부탁했다.
권영식은 아직 이전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해 방 안에서 나오지 않고 있었다.
그런 상황에서 이 사실을 알게 된다면 그는 아예 칩거해 버릴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현재 상황에서 권영식의 이탈은 정말로 치명적인 피해로 이어질지도 몰랐다.
다른 연구원들도 분명 성과를 내고 있긴 했지만, 권영식의 속도를 따라잡을 수 있는 연구원은 없었다.
‘척부장님과 김대리님을 구하기 위해서는 팰로우님의 도움은 필수야.’
그들의 상태를 감시할 수 있게 된 것도 온전히 권영식의 업적이었다.
아무리 U.M.A에 대한 정보를 많이 가지고 있고 머리가 좋다고 해도 강신 혼자서는 그들을 구할 수는 없었다.
“네, 그렇게 하겠습니다.”
권영식이 더는 상처받지 않길 원하는 것은 강신뿐만이 아니었다.
다른 일행들도 마찬가지였다.
“이러니, 저러니 해도 결국 제자리네요.”
그 고생을 하고 울프팀이 알아낸 것은 고작 종말론자들과 임상무가 결탁했다는 것이 전부였다.
“푸후…. 그럼 다시 새로운 작전을 짜야겠네요.”
송기덕의 말을 시작으로 울프팀은 지치지도 않고 서로 새로운 의견을 주고받았다.
처음 카밀라가 냈던 작전처럼 쓸만한 작전이 나오기도 했지만, 아쉽게도 대부분의 작전은 실패로 돌아갔다.
상부는 울프팀의 실패를 보며 이번 사태가 예사롭지 않다는 것을 다시 한번 깨달았다.
계속되는 실패 때문일까, 울프팀의 사기는 최악이라고 불러도 좋을 만큼 낮았다.
“의욕이 떨어지는군요.”
묵묵하게 일하던 장웨이의 입에서 저런 말이 나올 정도였으니, 다른 팀원들은 더 볼 것도 없었다.
간혹 다른 기업이 종말론자를 찾았다는 소문이 들려왔지만 그런데도 예언서를 빼앗았다는 기업은 없었다.
그들이 그렇게 고군분투하는 동안 재해는 계속해서 일어나고 있었다.
도심 한복판에서 뜬금없이 싱크홀이 발생해 사람들이 죽고 다쳤으며, 이상할 정도로 미국 본토에 허리케인이 발생했다.
아직 종말이라고 부를 수준은 아니었지만, 재난 지역에서 꾸준히 종말론자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따라서 한 걸음씩 종말에 가까워지고 있다는 걸 의식할 수밖에 없었다.
오죽했으면 U.M.A 국제회의도 위기를 감지하고 보상을 높이며, 비밀 연구소를 소유한 기업들에게 더 적극적으로 움직여 달라고 촉구할 정도였다.
국제 사회의 분위기가 좋지 않았다.
그나마 다행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은 다른 국가들에 비해 한국은 아직 큰 피해가 없다는 것이었다.
“이건 조금 신기하네요.”
전 세계에서 하루가 멀다하고 사건 사고가 일어나고 있는데, 한국에서는 자잘한 사고를 제외하면 큰 사고가 없으니 이상하게 생각하는 것은 당연했다.
“우연일까요?”
신하린이 묻자 강신이 고개를 끄덕였다.
“자연재해를 조종하는 힘이 있는 게 아니라면 우연이겠지. 그리고 만약 그런 존재가 있다고 해도 이렇게 행동하는 것은 이상하지.”
지금 일어나는 일들이 종말론자와 모종의 관계가 있다면 굳이 이렇게 광범위하게 각기 다른 자연재해를 일으킬 이유가 없었다.
“그게 가능한 존재라면 그냥 바로 세상을 종말 시키면 그만인데, 왜 이렇게 수고를 감내하겠어.”
종말론자의 목적은 자연재해로 사람을 죽이는 것이 아닌 세계의 종말이었다.
“그렇긴 하네요.”
신하린이 강신의 말을 듣고 동의했다.
아무리 이렇게 회의를 해봐야 나아지는 것은 없었다.
의욕은 이미 진즉에 사라졌고 상황도 나빠지기만 하자, 한숨이 절로 흘러나왔다.
그리고 그때 성신에 어떠한 비보가 날아왔다.
“임상무님을 찾았답니다.”
임상무가 발견된 곳은 강릉이었다.
“강릉?”
“네, 강릉이랍니다.”
임상무의 위치를 알아냈다고 울프팀이 따로 해야 할 일이 늘어난 것은 아니었다.
당장이라도 쫓아가서 어째서 자신들을 배신했냐고 묻고 싶어도, 상부에서 내려온 지시 때문에 울프팀은 임상무를 직접 쫓지 못하는 상황이었다.
“보안 10팀이 쫓는 중이니, 곧 좋은 소식이 들려올 겁니다.”
“그렇게 믿어야죠.”
하지만 다음날 들려온 소식은 울프팀뿐만 아니라 회사 전체를 뒤흔들기 충분했다.
“임상무님을 쫓던 보안 10팀이 작전 진행이 불가능하다고 판단하고 철수했다고 합니다.”
새로운 소식을 일행들에게 알려주는 장웨이조차 쉽게 믿을 수 없는지, 두 눈이 흔들렸다.
“어…. 그 10팀이요?”
“네.”
“아니, 어째서? 보안 10팀이면….”
“듣기로는 10팀 인원 중 절반이 전투 중 제압당했고 팀장이 그런 팀원들을 살리기 위해서 후퇴를 결정했다고 합니다. 그 과정에서 팀장도 중상을 입었다고…. 그나마 다행인 건 조치가 늦지 않아 사망자가 없다고 하더군요.”
“허…. 아무리 사망자가 없다고 해도 10팀이 졌을 거라고는 전혀 생각하지 못했네요.”
보안 10팀이라면 어지간한 U.M.A를 가볍게 제압하고 남을 인원들이었다.
비록 연구소 내부에서만 사용이 가능한 맞춤형 장비를 가지고 나가지 못했다고는 하지만 그렇다고 그렇게 쉽게 당할 이들이 아니었다.
그래서일까, 현재 상황을 예상했던 이들은 아무도 없었다.
“상부에서도 난리가 났겠네.”
“그러게, 최근 보안 10팀을 엄청나게 믿고 있는 것 같더니만….”
“다잡은 임상무님도 놓쳤으니, 더 그렇겠네.”
맥스와 친구들이 구석에서 서로 소곤댔다.
“위치를 처음부터 다시 찾으려면 더 고생하겠네요.”
강신이 걱정스레 말하자 장웨이가 우물쭈물하며 입을 열었다.
“음…. 그게 말이죠. 임상무님의 위치는 다시 추적할 필요는 없을 것 같습니다. 그곳에서 아예 터를 잡으신 것 같다고….”
보안 10팀을 이겼다는 그 자신감 때문일까, 임상무는 보안팀과 전투가 일어났던 곳에서 움직이지 않았다고 한다.
‘그럴 사람이 아닌데….’
강신이 알고 있는 임상무는 두뇌 회전이 누구보다 빠른 편이었다.
강신이 만약 임상무였다면 보안 10팀을 이긴 현재 상황에서 뒤도 돌아보지 않고 잠적했을 것이다.
곧 그 이상의 병력이 들이닥칠 테니까.
강신도 그러한 생각을 하고 있는데, 임상무라고 그걸 모를 리가 없었다.
‘그런데도 그곳에 남아 있다면 뭔가 다른 이유가 있다는 소리일 텐데.’
강신이 의문이 들 때쯤, 장웨이는 현장의 이야기를 계속 이어갔다.
“그곳에서 후퇴한 인원들의 말을 따르자면 임상무님은 혼자 있던 게 아니라 종말론자들과 함께 있었다고 합니다.”
10팀 요원이 당한 것은 적들이 강해서가 아니었다.
“그 종말론자 숫자가 정말 많았다고 하더군요.”
쓰러트리고 또 쓰러트려도 그 수가 도저히 줄지가 않았다.
심지어 그들 사이사이로 사제 계급으로 보이는 이들이 요원들을 기습했다.
10팀 요원 중 파도처럼 밀려오는 광신도들 사이로 날아오는 날카로운 공격을 막을 수 있는 이들은 많지 않았다.
“하긴, 개개인은 강할지 몰라도 현장 경험이 많지 않아 임기응변에 약할 수도 있겠네요.”
그러니, 그렇게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쯧.”
강신이 짧게 혀를 찼다.
10팀이 당한 요인을 알면서도 현장으로 나가지 못한다는 것이 내심 짜증이 났다.
그런 강신의 불만을 아는 것일까.
장웨이가 이곳에 오기 전 들었던 지시를 떠올렸다.
“그래서 본론입니다만…. 10팀 요원들이 우리 팀에게 지원 요청을 보내왔습니다.”
“10팀에서요?”
울프팀과 10팀은 교류가 많지 않지만, 그들도 귀가 있었다면 울프팀에 대해서는 많은 이야기를 들었을 것이다.
그러니, 지원 요청 자체는 이상한 일이 아니었다.
다만,
“상부에서는 뭐라 합니까?”
그들이 지원 요청을 한들 상부에서 허락하지 않으면 울프팀은 움직일 수가 없었다.
강신의 질문을 들은 장웨이는 뜻밖에 대답을 내뱉었다.
“지원 요청을 받을지, 말지, 물어보라고 한 곳이 바로 상부입니다.”
상부는 이미 강신에게 선택을 맡기겠다는 결정을 내린 후였다.
‘어떻게 할까.’
강신은 손으로 턱을 쓸었다.
과연, 자신이 임상무를 보고 평정심을 유지할 수 있을까 생각해봤지만, 아무리 시간이 조금 흘렀다고 해도 그것은 쉽지 않았다.
마음을 다잡고 간다 해도 막상 상황이 닥치면 흔들리지 않을 거라고 확신할 수 없었다.
‘광신도 사이에 사제들이 숨어서 공격했다고 했지.’
한순간의 망설임이 어떤 결과를 초래할지 강신은 이미 지난 현장들을 통해서 아주 잘 알고 있었다.
강신이 고민을 이어가는 동안, 그를 바라보던 팀원 중 한 명이 입을 열었다.
“한번 해보죠.”
말을 꺼낸 것은 강신과 같은 아픔을 공유하고 있는 이순자였다.
그녀는 강신의 시선을 받아넘기며 말을 계속 이어나갔다.
“매번 피할 수만은 없잖아요.”
현장에서 만나든 누군가가 잡아 오든 어쨌든 언젠가는 임상무를 만나야 하는 것은 변함이 없었다.
“이런 일은 참아서 곪는 것보다 조금이라도 빠르게 도려내는 편이 좋아요.”
“위험할 수도 있습니다.”
강신이 낮은 목소리로 말하자, 이순자가 피식 웃었다.
“우리가 언제는 안전한 곳만 다녔었나요.”
“아니, 그 정도가 아닙니다. 생각하시는 것보다 훨씬 위험할 수도 있어요.”
강신이 분위기를 잡으며 대답하자 피식 웃던 이순자가 참지 못했는지 결국 웃음을 터트렸다.
“푸하핫, 당연한 말을 뭘 그렇게 심각하게 하나요. 강책임도 이미 한번 봤겠지만 우리는 현장에 나갈 때, 법정 효력이 있는 유서를 쓰고 나갑니다.”
강신도 알고 있었다.
강신은 김대리가 자신이 깨어나지 못하면 공개해달라고 했던 편지를 직접 확인한 이력이 있었다.
“팀원을 소중하게 여기는 것도 좋은데, 그렇다고 너무 얕보지 않았으면 좋겠네요. 강책임, 우리는 온실 속 화초가 아니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