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identified creature capture team RAW novel - Chapter 470
469화
이순자의 입은 여전히 웃고 있었지만, 눈은 강렬히 타오르는 것 같은 착각을 불러일으켰다.
“아….”
강신은 그제야 자신이 비틀려 있었다는 것을 인정해야 했다.
지니즈랜드 사태 이후로 강신은 자신의 안전보다 팀원들의 안전에 광적으로 집착하고 있었다.
도중에 들어온 팀원들은 체감이 안 될지 몰라도 기존에 함께 현장을 돌아다녔던 이순자가 그 변화를 모를 리 없었다.
그녀는 그것을 알면서도 이제까지 강신이 원하는 대로 내버려 두었다.
그야 강신의 옆에는 신하린이 언제나 붙어있었으니까.
하지만 그 집착이 이처럼 중요한 선택을 방해한다면 달랐다.
“전…. 그런 의미로 말한 게….”
드물게 강신이 혼란스러워하며 중얼거리자, 이순자는 강신의 말을 끊고 말했다.
“뭐, 그래요. 솔직히 강책임님 말대로 이번 현장이 정말 위험하다는 것은 저도 동의합니다. 그런 곳으로 함께 가자고 쉽게 말할 수는 없죠. 그러니, 이렇게 하죠.”
그녀의 말에 강신뿐만 아니라 팀원들이 그녀를 주목했다.
“원하는 사람만 이번 작전에 참석하는 거예요.”
“원하는 사람만?”
“네, 어떠한 강요도 없이 순전히 본인의 의지로 현장에 나가는 거죠. 이미 강책임님이 현장이 위험하다는 걸 충분히 인지시켰으니, 팀원들도 현장이 얼마나 위험한지 알고 있을 거고 그러니 신중하게 결정하겠죠.”
“…….”
이순자의 의견에 그 누구도 입을 열 수가 없었다.
“다른 의견이 없다면 이대로 진행하는 걸로 하시죠. 시간이 부족하지만, 목숨을 거는 중요한 결정이니, 각자 1시간 정도 생각할 시간을 갖기로 하고…. 저는 잠시 다른 곳에 일이 있으니, 다녀올게요.”
이순자는 통보와 가까운 말을 울프팀에 던지고는 개인 큐브를 나갔다.
그녀가 떠나자, 개인 큐브에는 잠시 침묵이 내려앉았다.
목숨을 걸어야 하는 현장에 나가는 것은 두려운 일이었다.
그러니, 팀원들의 생각은 깊어질 수밖에 없었다.
그 누구도 입을 열지 않고 있을 때, 장웨이가 갑자기 앉은 자리에서 일어나 조용히 커피를 내려 일행들에게 나눠주며 말했다.
“이건 오로지 자신이 선택하는 겁니다. 누군가가 가지 않는다고 해서 눈치를 줄 필요도 받을 필요도 없습니다. 또한, 강책임님 성격상 불이익을 줄 사람도 아니니 걱정하지 않으셔도 될 겁니다.”
선택하기 편하게 미리 이야기해 주어야 할 내용이었다.
장웨이는 팀원들이 조금이라도 편한 마음으로 선택할 수 있도록 이런저런 말을 덧붙였다.
그렇게 1시간이라는 시간은 화살처럼 지나갔다.
그동안 팀원 중 몇 명은 뭔가를 결심한 것처럼 결의에 찬 눈으로 강신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리고 시간에 맞추어 이순자가 돌아왔다.
그녀는 돌아오자마자 팀원들을 보며 말했다.
“다들 결정하셨나요? 마음 같아서는 종이 투표로 하고 싶긴 한데, 어차피 다 알게 될 테니 눈치 보지 말고 거수투표로 진행하죠.”
그녀는 잠시의 기다림도 없이 바로 투표를 진행했다.
“자, 그럼 자신은 목숨을 내놓고 현장에 나가겠다는 사람 손을 들어보죠.”
당연히 가장 먼저 손을 올린 것은 이순자였다.
아니, 그녀는 말을 꺼내면서 먼저 손을 들고 있었다.
곧이어 하나씩 손이 올라왔다.
강신이 손을 들자, 뒤따라서 신하린이 손을 올렸고 덤덤한 표정으로 장웨이도 손을 들었다.
그리고 잠깐의 고민 끝에 송기덕과 마지막에는 빌리가 손을 들었다.
“좋아요. 생각보다 많아서 다행이네요.”
이순자는 뿌듯한 눈으로 손을 든 사람들을 확인했다.
이곳에서 손을 들지 않은 것은 카밀라와 맥스, 케빈뿐이었다.
그들은 미안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괜찮습니다. 당신들의 선택을 충분히 존중합니다.”
애초에 카밀라는 전투 요원도 아니었고 빌리가 특이할 뿐, 맥스와 친구들은 아직 준비되어 있지 않은 이들이었다.
강신은 미소를 지으며 그들이 부담을 느끼지 않도록 최대한 상냥하게 말했지만, 그 모습이 오히려 그들에게 죄책감을 불러 왔다.
“결정되었네요. 그럼 강책임님, 작전을 부탁드려도 될까요?”
“물론이죠.”
인원을 정하는 것에 이순자의 도움을 받았으니, 강신에게 더는 망설임은 없었다.
강신은 먼저 대략적으로 들었던 상황을 자세히 듣기로 했다.
“강릉에 임상무님과 종말론자들이 모여 있다고 했죠? 그 숫자를 혹시 들었습니까?”
“10팀 요원들도 종말론자가 얼마나 모여 있는지 확실한 숫자는 파악할 수 없었다고 합니다. 어림잡아 수백 명은 가볍게 넘는 숫자라는 것만 알려주더군요.”
“수백 명이라…. 보안 10팀 요원과 전투를 벌였으니, 위치 자체는 일반인들 눈에 띄지 않는 곳일 가능성이 크겠네요.”
위치는 나쁘지 않았지만, 문제는 울프팀이 홀로 상대하기에 그 수가 많았다.
심지어 수백 명 사이에 사제가 끼어 있으니, 이대로 울프팀이 급습을 시도한다고 해도 보안 10팀과 똑같은 꼴을 당할 게 분명했다.
“아, 참고로 3팀은 모두 참가하기로 했어요.”
1시간 동안 자리를 비우고 무엇을 했나 했더니, 이순자는 자신의 팀을 설득하기 위해 잠시 자리를 비운 것이었다.
강신은 어느 날보다 오늘의 이순자가 든든해 보였다.
“반할 것 같네요.”
빌리가 빈말을 던지자, 이순자가 코웃음을 치며 가볍게 넘겼다.
하지만 아쉽게도 그래도 인원이 부족했다.
“다른 지부의 도움을 받는 것은 어떻습니까?”
장웨이도 강신과 같은 생각을 했는지, 새로운 의견을 제시했다.
“다른 지부라…. 나쁘지는 않지만….”
다른 지부의 도움을 받으면 수백 명을 상대할 인원을 구할 수는 있었다.
하지만 이내, 강신은 고개를 저으며 사람들이 생각하지 못했던 말을 내뱉었다.
“꼭 성신의 인원으로 그들을 상대해야 할까요?”
“네?”
“음?”
현재 강릉에 모인 수백 명의 종말론자, 그리고 그들을 관리하는 사제들.
확실한 건 그곳에 있는 임상무는 성신이 보관 중이던 예언서를 가지고 있었다.
그러니,
“예언서를 찾고 있는 다른 기업들을 이번 작전에 끌어들이죠.”
그 말을 들은 이순자가 감탄했다.
“오…. 왜 그런 생각을 하지 못했지.”
종말론자들이 가진 예언서를 노린 기업은 널리고 널렸으니, 종말론자들이 있는 곳으로 몰려갈 기업들도 많을 것이다.
“나쁘지는 않습니다만…. 자칫 잘못하면 광신도가 아니라 기업들끼리 서로 싸울 수도 있지 않겠습니까?”
장웨이는 걱정스레 의문을 제기했다.
다른 지부에 있는 요원들을 끌어모아서 가는 것과 달리 다른 기업 요원들을 동원하는 건 그의 말처럼 상당한 위험이 있었다.
위험 중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은 그들이 각기 다른 소속이라 통제권이 없다는 것이었다.
“많은 기업이 소식을 듣고 몰려올 겁니다. 그리고 자기 멋대로 움직이겠죠.”
소식을 듣고 앞뒤 가리지 않고 바로 쳐들어가기만 한다면 그나마 양반이었다.
예언서를 챙긴 다른 기업의 뒤통수를 노리기 위해 숨어있는 이들도 있을 것이고, 종말론자와 손을 잡으려는 기업도 있을지도 몰랐다.
그리고 이것은 강신만의 걱정이 아니었다.
말을 잘 들을 기업들도 강신과 비슷한 생각을 하게 될 것이며, 그 이후로는 균열이 발생할 것이 분명했다.
모든 설명을 들은 빌리가 작게 중얼거렸다.
“불신.”
“맞습니다. 강대한 적이 앞에 두고도 불신으로 인해 제대로 연합되지 않을 겁니다. 그리고 서로 분열돼 자멸할 확률이 높습니다.”
장웨이가 현실적인 조언을 건넸지만 그래도 강신은 전혀 문제가 없다는 듯이 미소를 지어 보였다.
“그 부분이 문제라면 크게 걱정할 필요는 없을 것 같군요.”
“네?”
“이렇게 써먹을 줄은 몰랐지만…. 제가 요즘 다른 기업 분들하고 상당히 친하거든요.”
강신이 그렇게 말하자, 장웨이는 순간 지난날의 강신에 행적을 떠올리고는 두 눈을 크게 치켜떴다.
“아! 혹시 이런 상황이 될 줄 아셨던 겁니까?”
“제가 미래를 보는 것도 아닌데, 이런 상황이 올 줄이나 알았겠습니까. 그저 우연입니다.”
정말 우연이었지만 덕분에 문제를 쉽게 해결할 방법을 얻을 수 있었다.
강신은 곧장 자신과 친해진 이들에게 간단한 연락을 남겼다.
-종말론자들을 발견했는데, 혹시 협업할 생각이 있으시다면 연락 주세요.
짤막한 문자 한 통이었지만, 문자를 받은 이들은 그 내용을 절대 무시하지 못할 내용이었다.
그 증거로 문자를 보내고 얼마 지나지 않았는데 강신의 휴대전화가 미친 듯이 울리기 시작했다.
통화 연결이 원활하지 않자 수십 통의 문자도 함께 날아왔다.
그리고 그 모습을 본 장웨이가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후…. 아무래도 제가 괜한 걱정을 했나 보군요.”
강신은 피식 웃으며 문자를 확인했다.
기업 대부분은 강신의 제안을 긍정적으로 생각한다며 연락을 남겼다.
강신은 내용을 확인하고는 빠르게 해결하기 위해 긍정적 답변을 보낸 기업들을 대상으로 바로 미팅을 잡았다.
비밀 연구소에서 그들을 만날 수는 없었기에 외부 미팅룸을 빌렸다.
그것도 한 장소에 한꺼번에….
* * *
“아니, 이게 뭔….”
“네가 여긴 왜….”
“허, 참.”
그렇게 빌린 미팅룸에는 많은 이들이 강신의 연락을 받고 모여 있었다.
모두가 경쟁 상대여서일까, 좋은 분위기는 아니었다.
도화선에 불이 붙으면 당장이라도 터질 것처럼 과열된 상황이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였다.
미팅룸에 강신이 들어오자, 그들은 잠시 기 싸움을 멈추고 강신을 바라봤다.
“그간 잘 지내셨습니까? 다들 오랜만이네요.”
강신은 뻔뻔하게 미소를 지으며 이곳에 모인 이들과 한 번씩 눈을 맞추며 말을 이어나갔다.
“제가 이곳에 여러분을 모신 이유는 연락을 들렸다시피 저희가 종말론자들을 찾았기 때문입니다.”
강신이 이런 정보로 장난칠 사람이 아니라는 걸 알았기에 사람들의 눈이 빛났다.
“아, 그리고 이렇게 여러분을 한 번에 모신 이유는 다 같이 협업하기 위해서입니다.”
“……이 많은 기업과 말입니까?”
가장 앞에서 있던 남자가 묻자 강신이 고개를 끄덕였다.
“네, 적은 수가 먹기에는 파이가 워낙 커서 말이죠.”
강신의 말을 단번에 이해한 사람도 있었지만 몇몇은 아쉽게도 이해하지 못하는 것같아 강신은 친절하게 설명을 덧붙였다.
“종말론자의 수가 많습니다.”
“도대체 얼마나 되길래….”
“적어도 수백 명은 되는 것 같더군요. 그리고 특별한 재능을 가진 사제도 한두 명이 아닙니다.”
생각보다 많을 수가 있다는 소식에 다른 이들이 침을 삼켰다.
강신은 이 정도면 충분한 정보를 줬다고 생각하며 살짝 허세를 부렸다.
“사실 성신의 저력만으로도 충분히 상대할 수 있긴 합니다. 뭐, 조금 무리는 하겠지만 불가능한 것은 아니죠. 그런데 저는 맛있는 음식을 혼자 먹는 것보다 ‘친한 사람들’과 나눠 먹는 것을 선호하는 편이거든요. 그래서 최근 친해진 여러분이 생각나지 뭡니까.”
이런 강신의 말을 곧이곧대로 믿는 사람이 몇 명이나 있을까, 사람들은 의심스러운 눈으로 강신을 지긋이 바라봤다.
“믿으시지 않나 보군요…. 만약 의심스럽다면 참가하지 않아도 상관없습니다.”
당당한 강신의 태도에 그들은 잠시 고민에 빠졌다.
적의 수가 상당하지만, 이곳에 모인 이들이라면 대처가 가능할 것이라는 판단은 있었다.
다만, 강신을 믿어도 다른 이들은 쉽게 믿을 수 없는 노릇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