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identified creature capture team RAW novel - Chapter 475
474화
까득, 까드득, 까득.
불쾌한 소리를 내던 정체불명의 새는 곧 강신을 향해 고개를 갸웃거리더니, 숨을 들이켰다.
“후웁…!!”
그리고 갑자기 괴성을 질렀다.
-까아아아아아악~!!
까마귀가 우는 소리가 전장에 울려 퍼졌다.
얼마나 시끄러운지, 음파를 공격으로 인지한 소모형 보호 장치가 작동될 정도였다.
소리가 울려 퍼지고 얼마 지나지 않아,
퍽! 퍼벅! 퍽! 퍽!
하늘에서 뜬금없이 우박이 떨어졌다.
그것도 보기만 해도 불길할 정도로 붉은색을 띠고 있는 우박이었다.
주먹만 한 우박을 평범한 사람이 맞는다면 목숨까지 위험할지도 모른다.
물론 이곳에 모여 있는 이들은 전부 보호 장비를 입고 있어 우박에 맞아도 그 충격이 크지는 않을 터였다.
하지만 갑작스러운 이상 현상에 공터 입구에서 일어난 전투는 소강상태에 빠졌다.
아니, 정확히는 우박이 떨어지는 것을 본 종말론자들이 이상 행동을 하기 시작한 것이었다.
-뭐지?
-싸우다 말고 갑자기 엎드려서 뭐 하는 거야.
-하늘을 보고 빌고 있는 것 같은데…?
-적들이 이상 행동을 한다, 다들 뒤로 빠져.
광신도가 무슨 짓을 하는지 궁금했지만, 강신은 시선을 다른 곳으로 돌릴 수가 없었다.
눈앞에 있는 임상무였던 존재가 자신을 바라보며 소름 끼치게 웃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내가 시선을 다른 곳으로 돌리는 순간 달려들 거야.’
이 생각은 본능에 가까웠다.
까득, 까드득.
이상한 소리를 내는 새를 보며 강신은 착잡한 마음을 지울 수가 없었다.
임상무가 변한 새를 보고 나서야 이제까지 일어난 일들을 모두 이해할 수 있었다.
“설마 임상무님이 종말을 부르는 새였다니….”
크툴루를 믿는 이들의 시그니처가 크툴루였다면 종말론자들의 시그니처는 바로 눈앞에 있는 종말을 부르는 새였다.
‘하필이면….’
임상무가 종말론자의 사제였다면 제압하고 설득할 수 있지 않았을까하는 희망이라도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종말을 부르는 새라면 이야기가 다르다.
‘설득할 수 없는 존재야.’
* * *
종말을 부르는 새.
종말의 예언서가 잔뜩 있는 고대의 도서관에서 태어난 U.M.A였다.
그 새는 태어날 때부터 자신이 무엇을 해야 하는지 알고 있었다.
-책을 읽어.
그 새는 그렇게 태어나자마자 세계의 종말이 담겨 있는 책들을 읽어야 했다.
언어를 배운 적은 없었지만, 종말을 부르는 새는 책을 읽을 수 있었다.
그렇게 그곳에 있는 수많은 책을 읽고 또 읽었다.
많은 시간이 흐르고, 새가 있던 곳에 한 인간이 나타났다.
그는 세계가 평평하지 않다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 세계의 끝으로 향하던 탐험가였다.
운이 좋았던 것일까, 탐험가는 매우 호기심이 강한 인간이었다.
그래서 책을 읽는 괴상하게 생긴 새를 공격하는 게 아니라 옆에서 가만히 관찰했다.
물론 태어난 지 얼마 되지 않아 크기가 작고, 귀여운 모습이라 공격하지 않은 것도 있었다.
어쨌든 그렇게 탐험가와 종말을 부르는 새의 기묘한 동거가 시작되었다.
탐험가는 종말을 부르는 새가 무엇을 하는지 온종일 관찰했다.
하지만 그 새는 온종일 똑같은 행동만 하니, 얼마 지나지 않아 관찰할 이유가 사라졌다.
그래서 그는 종말을 부르는 새가 읽고 있는 책으로 눈을 돌렸다.
알 수 없는 언어로 만들어진 책, 탐험가는 새 옆에서 그 책을 읽어보려고 했다.
하지만 알지 못하는 언어를 번역하는 것은 전문가라도 힘든 작업이었다.
아무리 보고 또 봐도 내용을 이해할 수가 없었다.
그렇게 포기하려는 순간, 책을 읽고 있는 종말을 부르는 새가 눈에 들어왔다.
그는 종말을 부르는 새가 정말로 책을 읽고 있는 것이라면 그 새가 인간에 준하는 지성이 있다고 판단했다.
그래서 그는 먼저 음식으로 종말을 부르는 새를 길들이기로 했다.
어린 종말을 부르는 새에게는 경계심이라는 것 자체가 존재하지 않았다.
따라서 탐험가가 먹을 걸 건네주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살면서 맛이라는 것을 처음 경험해 본 종말을 부르는 새는 맛있는 것을 건네주는 탐험가와 금방 친해졌다.
그렇게 사이가 좋아지자 그는 종말을 부르는 새에게 자신이 사는 나라의 언어를 틈틈이 알려주었다.
책을 읽고 있기에 지성이 있다는 것을 알고는 있었지만, 그렇다고 언어 습득마저 빠를 줄은 몰랐다.
종말을 부르는 새가 언어를 익히고 완벽하게 쓰고 읽는 것까지 걸린 시간은 고작 보름이었다.
그렇게 대화가 가능해지자, 탐험가는 종말을 부르는 새에게 읽고 있는 책들의 정체를 물었다.
그러자, 그 새는 탐험가에게 읽고 있는 책이 무엇인지 알려주었다.
-세계의 종말 예언서.
종말의 예언이 적혀 있는 책은 그에게 큰 충격을 선사했다.
세상의 멸망이 적혀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으니, 어찌 보면 당연할지도 몰랐다.
그는 먹을 것을 제공하는 대신 책의 번역을 부탁했고, 종말을 부르는 새는 그 부탁을 들어주었다.
그렇게 번역된 책에는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까지 재해가 언제 어떻게 일어나는지 적혀 있었다.
그는 종말을 부르는 새에게 허락을 맡아, 번역된 책 몇 권을 가지고 꽤 긴 시간 자리를 비웠다.
탐험가가 자리를 비우자 종말을 부르는 새는 곧 외로움을 깨닫게 되었다.
하지만 그 외로움은 크지는 않았다.
그에게는 외로움을 달래줄 많은 책이 있었으니까.
다만, 그가 건네주던 맛있던 음식이 조금 그리웠을 뿐이었다.
그렇게 다시 시간이 흘렀다.
가끔 몸이 뻐근하거나 조금 통증이 느껴지긴 했지만, 그것도 잠시뿐 딱히 큰 문제는 없었다.
종말을 부르는 새에게는 시간이라는 개념이 없었기에 정확히 얼마나 지났는지는 알 수 없었지만, 다시 돌아온 탐험가의 머리카락 색이 하얗게 변할 정도로 긴 시간이 흘렀다는 것만을 인지할 뿐이었다.
탐험가의 탱탱한 피부는 예전과 다르게 거칠고 쭈글쭈글해졌다.
심지어 다시 돌아온 그는 혼자가 아니었다.
몇 명의 사람들이 그의 곁을 지키고 있었다.
종말을 부르는 새는 티 내지 않았지만, 탐험가가 돌아왔다는 사실이 내심 반가웠다.
탐험가는 종말을 부르는 새에게 자신이 자리를 비웠던 동안 무엇을 했는지 알려주었다.
-책에 적힌 예언이 사실인지 검증하고 왔습니다.
그가 건네받은 책에는 평범한 사람들은 모를만한 나라와 도시들이 많았지만, 그는 세계의 끝을 보기 위해 세계를 돌아다니는 탐험가였다.
검증까지 오랜 시간이 걸렸지만, 어찌 되었든 예언서가 진짜라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그렇게 탐험가는 세계가 종말을 향해 가고 있다는 것을 인정했다.
그나마 다행이라고 할 수 있었던 것은 그래도 자신이 살아 있는 동안 종말이 오는 게 아니라는 사실이었다.
자신이 죽고 오랜 시간이 지난 후에 찾아올 종말.
그냥 무시하고 자신의 삶을 살아도 누구도 뭐라 하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탐험가는 자신의 후손이 살아가는 세계에 종말이 오는 걸 원치 않았다.
그래서 그는 예언서를 공유하며 종말을 막을 단체를 조직했다.
그렇게 만들어진 단체가 바로 종말을 대비하는 자들이었다.
그는 단체를 만들자마자, 사람들을 모집하기 위해 공고를 냈다.
공고를 낸 지 얼마 되지 않아 엄청난 사람들이 몰렸다.
그 수가 얼마나 많았으면 공고를 직접 냈던 탐험가조차 당황할 정도였다.
공고 내용도 그리 좋지 않았지만, 이상하게 사람이 몰렸다.
-종말을 막을 결사대를 모집합니다.
-국적, 나이, 성별 불문.
-급여뿐만 아니라 활동비 자체도 지급할 수 없음.
-누구도 알아주지 않겠지만 후손을 지키겠다는 마음을 가진 이들과 흔들리지 않을 강인한 정신을 가진 이들만 지원할 것.
-현재가 아닌 미래의 후손을 위한 인류의 수호자.
아무것도 받을 수 없고 내어주어야만 하는 집단의 모집이었다.
하지만 의외로 입에 발린 소리가 없었고, 인류의 수호자라는 거창한 명칭이 많은 이들의 가슴에 불을 지폈다.
그래서 많은 이들이 지원했고 직접 함께하지 못하는 이들은 동전 하나라도 후원하려고 했다.
탐험가는 그렇게 쉽게 조직을 만들었고 조직이 결성되자마자 종말을 부르는 새를 다시 찾아갔다.
그가 다시 찾아온 이유는 간단했다.
-우리를 도와줄 수 있겠습니까?
그에게 도움을 청하기 위해서였다.
탐험가에게 호감이 있던 종말을 부르는 새는 그의 부탁을 흔쾌히 수락했다.
탐험가가 종말을 부르는 새에게 바라는 건 많지 않았다.
그가 읽고 있는 예언서의 번역, 오로지 그것만을 원했다.
그래서 종말을 부르는 새는 책을 번역했다.
책이 한 권 한 권 번역될 때마다 바로 번역한 책을 종말을 대비하는 이들에게 넘겼다.
그들은 책을 나누어 들고 전 세계로 퍼져나갔다.
하지만 자연재해는 사람의 힘으로 막을 수 없는 일이었다.
그래서 그들은 재해를 ‘막는’ 것이 아닌 ‘대비’했다.
재해가 일어날 장소에서 때로는 말로 타일러서, 때로는 과격하게 여러 이유를 대며 사람들을 대피시켰다.
가끔은 사람들이 일으키는 인적 재해를 막아내기도 했다.
많은 이들이 알아주지 않는 일이었지만 그들은 그 어떤 대가도 바라지 않으며 열심히 활동했다.
그렇게 종말을 대비하는 자들의 행동은 유의미한 결과를 계속 만들어나갔다.
그런 그들의 활동은 소문조차 나지 않았다.
그들은 자신이 이룬 업적을 자랑하지 않았으니까.
하지만 아쉽게도 순항하던 그들의 행동은 그리 오래가지는 못했다.
그들이 아무리 종말에 대비한다고는 해도 사람인 이상 배를 채울 음식과 몸을 보호해 줄 옷, 그리고 휴식을 할 수 있는 공간이 필요했다.
이 모든 것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돈이 필요했다.
초창기에는 활동을 후원해 주는 이가 많았을지 모르겠으나, 시간이 지날수록 화제가 줄어들었고 덩달아 후원금 또한 함께 줄어든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자금이 부족해지자 활동에 큰 문제가 생겼다.
예언서에 나오는 장소까지 이동할 수 없었으며 중간에 굶어 죽는 이들도 속출했다.
제대로 쉴 공간을 찾지 못해 야영 중 도적이나 야생 동물의 습격을 받는 경우도 빈번했다.
그래도 숭고한 희생정신을 가진 종말을 대비하는 자들은 포기하지 않았다.
돈이 없는 그들은 이가 없으면 잇몸으로 활동을 하겠다는 의지로 현지에서 돈을 벌며 예언의 때를 기다렸다.
그렇게 그들은 자신을 불태우며 희생했다.
후손을 위한다는 낭만을 먹고 살아가는 집단이었다.
정말이지 낭만이 넘치는 시대였다.
하지만 영원한 것은 없었다.
시간이 흘러 조직을 만들고 그들을 이끌던 탐험가가 세월을 이기지 못하고 죽음을 맞이했다.
종말을 부르는 새는 그날 처음으로 눈물이라는 것을 흘렸다.
그가 죽었다고 조직이 와해한 것은 아니었다.
그의 뜻을 기리듯 다른 이가 그의 자리를 대신했다.
조직을 이끄는 자가 바뀌었지만, 조직은 제대로 돌아갔다.
후손들을 위해 활동하는 자들은 어느 시대에나 있었다.
세월이 흘러 2대가 죽고 3대가, 3대가 죽고 4대가 그 자리를 이어받았을 때.
조직에 큰 문제가 생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