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identified creature capture team RAW novel - Chapter 476
475화
종말을 대비하는 자들에게 있어서 정말로 커다란 문제가 생겼다.
그들이 활동할 수 있는 것은 어디까지나 예언서가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그런데 예언서를 번역하는 종말을 부르는 새가 건강이 계속 나빠지기 시작한 것이다.
그저 쑤시고 통증만 있었던 전과 달리 피를 토할 정도로 건강이 악화됐다.
이젠 곧잘 인간 흉내를 내는 종말을 부르는 새는 성인 남성만큼 자라기는 했으나, 그 이상 나이가 들어 보이지는 않았다.
종말을 대비하는 자들의 우두머리인 4대는 그를 걱정했다.
4대는 아주 어릴 적 부모를 여의고 종말을 부르는 새와 3대가 키우다시피 했기에 더욱 그랬다.
어찌 보면 4대에게는 그가 부모와 같은 존재였으니까.
부모가 몸이 좋지 않다는데 걱정하지 않을 자식은 없었다.
그래서일까, 4대는 어지간해서는 그의 곁을 떠나지 않으려고 했다.
그는 종말을 부르는 새를 간호하면서도 계속 상태를 확인했다.
병원에는 데리고 갈 수 없었기에 직접 의학을 공부하면서까지 그의 곁에서 건강이 악화된 원인이 무엇인지 조사했다.
하지만 그것을 알아내기는 쉽지 않았다.
그가 종말을 부르는 새에게 집중하는 동안 조직을 관리하지 못했지만, 상관없었다.
어차피 조직은 책을 가진 이들이 알아서 능동적으로 활동하는 집단이었다.
덕분에 그는 온전히 종말을 부르는 새에게 집중할 수 있었다.
시간이 지날수록 건강은 더욱 악화됐지만, 4대는 끝끝내 그의 병명을 알아냈다.
아니, 정확히는 병명이 아닌 건강이 악화되는 이유를 알아냈다고 봐야 했다.
그가 앓고 있는 병은 절대 일반적인 병이 아니었으니까.
-종말을 막아내면 건강이 악화된다니….
종말을 부르는 새는 일어나야 할 재해나 재난을 막거나, 그 사건에 일정 수만큼 사람이 죽지 않을 때마다 고통을 호소했던 것이다.
마치 종말이 그의 운명이라도 되는 듯이.
4대는 고민에 빠졌다.
종말을 대비하는 자들은 인류의 수호자였다.
그들이 구한 생명만 해도 나라 하나를 가득 채우고도 남을 수였다.
하지만 모르는 사람을 부모와 같은 이와 비교할 수 있을까.
심지어 요즘은 사람을 구해도 종말을 대비하는 자들의 취급이 좋지 않았다.
그들을 사칭하며 도시를 터는 도적단이 기승을 부리고, 종말을 막아내면 어차피 일어나지 않았을 일들이라며 그들을 매도했다.
옛날에는 당당하게 정체를 밝히고 활동할 수 있었지만 지금 와서는 그것도 쉽지 않았다.
그야말로 상처만 가득한 명예였다.
그 누구도 알아주지 않는 고독한 싸움, 사실 4대는 끝나지 않는 싸움에 지칠 대로 지쳐있었다.
4대를 포함해 조직원 대부분이 스스로 조직에 가입한 게 아니라 부모의 일을 물려받아 조직을 이어왔으니까.
그러니, 처음 조직이 만들어졌을 때만큼 큰 사명과 강인한 정신력을 가지고 있는 이는 드물었다.
오히려 가혹한 일정에 나날이 탈퇴하는 이들이 늘어나고 있을 뿐이었다.
쇠퇴의 길을 걷고 있는 조직과 그 조직을 위해 피를 토하는 부모와 같은 새를 보며 4대는 긴 고민을 해야 했다.
-먼 훗날 이루어질 종말을 굳이 지금 대비할 필요가 있을까? 먼 훗날 종말은 그때 사람에게 맡기는 것이 옳지 않을까?
조직의 비틀림은 그렇게 시작되었다.
4대는 조직원들에게 예언서를 번역하는 종말을 부르는 새의 중요성을 설명했다.
그리고 조직원 대부분이 종말을 부르는 새가 중요하다는 의견에 동의했다.
4대는 종말을 부르는 새가 모든 책을 번역할 때까지만이라도 예언서에 적힌 모든 재해를 막지 않고 지켜만 보자는 의견을 제시했다.
처음 이 이야기를 들은 조직원들 대다수가 반대표를 던졌다.
하지만 4대는 처음 조직이 창립되었던 목적인 미래의 종말을 막기 위함이라는 명분을 내세워 그들을 설득했다.
-우리 윗세대들이 스스로 희생했던 것처럼 종말을 지켜만 보는 것은 힘들겠지만 우리도 희생을 해야 합니다.
4대는 종말을 지켜보며 막지 않는 것을 숭고한 희생이라고 포장했다.
그러자, 반대하던 이들이 침울한 표정으로 결국 찬성할 수밖에 없었다.
4대는 그런 사실을 종말을 부르는 새에게 알리지 않았다.
숭고한 정신을 가진 초창기 구성원인 그가 만약 이 사실을 알게 된다면 어떤 선택을 할지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렇게 사람들은 슬프고 괴로운 눈으로 종말을 바라볼 뿐, 사람들을 돕지 않았다.
그래서일까, 종말을 부르는 새는 점차 건강을 찾아갔다.
건강해진 만큼 책의 번역속도도 빨라졌지만, 모두 번역하기에는 책의 수가 너무 많았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 4대에게도 노환이 찾아왔다.
그는 죽기 전까지 홀로 남을 종말을 부르는 새를 걱정했다.
-그가 조금이라도 더 오래 살 수 있도록….
그래서 4대는 자신의 뒤를 이을 5대를 뽑을 때, 종말을 막겠다는 숭고한 신념을 가진 이보다 적당하게 욕심이 있고 탐욕이 있는 이에게 자리를 넘겨주었다.
하지만 5대에게는 4대가 모르는 재능이 있었으니, 그건 바로 사람을 세뇌할 수 있다는 것이었다.
인격을 한 번에 변화시키는 강력한 능력이 아니라, 오랜 시간을 들여야 하는 가스라이팅에 가까운 세뇌였지만 그는 조직원들을 하나씩 세뇌했다.
그렇게 조직원 대부분을 세뇌한 그는 종말을 대비하는 자들의 성격을 일종의 종교로 바꾸었으며, 오랜 세월 죽지 않고 책을 번역하는 종말을 부르는 새를 신격화시켜 주교의 직책에 앉혔다.
또한, 교세를 확장하기 위해 계속 일반인들을 세뇌해 강제로 종교에 가입시켰다.
그렇게 종말을 대비하는 자들은 종말론자라는 이름으로 다시 태어났다.
그리고 종말을 부르는 새라는 명칭 또한, 이때 정해지게 되었다.
종말을 부르는 새가 이러한 사실을 알았을 때는 이미 너무 늦어버린 이후였다.
애초에 미리 알았다고 해도 책에 파묻혀 사는 종말을 부르는 새가 그 상황을 뒤집을 수는 없었을 것이다.
5대는 사람들을 선동해 그를 신격화했지만, 그를 철저하게 고립시켰다.
고립된 그가 가진 권력은 그저 이름뿐이었다.
처음 이념이 180도 틀어져 종말이 일어나도록 돕는 집단이라니, 그는 너무나 슬펐다.
종말을 부르는 새는 종말을 향해 가는 사람들을 보며 그저 슬퍼할 수밖에 없었다.
이게 강신이 꿈에서 봤던 종말론자들의 탄생 비화였다.
단편적인 정보가 주어지는 U.M.A와 다르게 종말론자의 탄생 비화는 마치 영화를 보는 것처럼 재생됐기에 쉽사리 잊지 않았다.
그리고 종말을 부르는 새는 더더욱 잊을 수 없었다.
이 U.M.A는 이례적으로 두 번의 꿈을 꾸어 그 정보를 완성했기 때문이다.
* * *
‘종말론자의 탄생 비화, 그리고 U.M.A의 개인 정보가 들어가 있던 꿈.’
그래서 강신은 임 상무였던 것이 울었을 때, 붉은 우박이 떨어진 이유를 알고 있었다.
‘첫 번째 나팔.’
성경의 마지막 권이라고 알려진 요한의 묵시록.
-일곱 나팔 가진 일곱 천사가 나팔 불기를 예비하더라. 첫째 천사가 나팔을 부니 피 섞인 우박과 불이 나서 땅에 쏟아지매, 땅의 삼 분의 일이 타서 사위고 수목의 삼 분의 일도 타서 사위고 각종 푸른 풀도 타서 사위더라.
그곳에서 나오는 일곱 천사가 부는 나팔 중 첫 번째에 해당하는 나팔을 불 수 있는 존재가 바로 종말을 부르는 새였다.
신이 보낸 천사.
‘신이라….’
사실 신이 보낸 것은 아니었다.
‘정확히는 초월자가 보낸 거지.’
종말을 원하는 초월체가 성경을 만드는 이에게 간섭해서 해당 내용을 작성시켰고, 종말을 부르는 새를 보냈다.
초월자의 능력을 생각하면 그 정도 일은 어렵지 않았을 터였다.
전지전능까지는 아니어도 전능은 하니까.
종말을 부르는 새가 종말을 막을수록 건강이 악화된 건, 그를 이 세상으로 보낸 초월자의 의지를 반하는 행동을 했기 때문이었다.
그에게 맡겨진 임무는 종말을 부르는 것이었으니까.
‘그나마 다행인 건 완전한 나팔이 아니라는 것.’
뒷이야기를 알고 있었기 때문일까, 강신은 괜히 임상무에게 측은한 마음이 들었다.
도대체 그간 무슨 일이 있었기에 종말을 바라지 않는 이가 종말을 바라게 된 것일까.
그래서 강신은 다시 한번 대화를 유도했다.
“그만하시면 안 됩니까?”
하지만 들려오는 소리는….
까득, 까드득….
사람 말을 할 수 있다는 걸 알고 있다.
그런데 저런 소리를 낸다는 건 더는 대화하고 싶지 않다는 뜻일 터였다.
“그렇습니까.”
물러설 수 없었다.
종말론자들을 끝내기 위해서는 종말을 부르는 새를 막아야 했다.
그들이 가진 예언서의 내용은 모두 종말을 부르는 새에게서 나온 것이니까.
철그럭.
강신이 강하게 주먹을 쥐자, 건틀릿에서 날카로운 발톱이 튀어나왔다.
어지간해서는 잘 꺼내지 않는, 보호 장비까지 뚫어낼 수 있는 인지하면 안 되는 존재의 발톱이었다.
강신이 각오를 다졌다는 것을 아는 것일까, 눈앞에 있던 종말을 부르는 새가 움직였다.
강신은 이제까지 종말을 부르는 새가 움직이지 않는 데 다른 이유가 있다고 생각했지만 지나친 억측이었다.
종말을 부르는 새가 움직이는 것을 본 강신은 놀랄 수밖에 없었다.
‘빨라!’
자칫하면 시야에서 놓칠 정도로 빨랐다.
강신이 황급히 양팔을 들어 올려 가드했다.
콰직!
“큭!”
이제까지 유술을 사용했던 그였다.
그래서 기껏 해봐야 던져지리라 생각했던 것과 다르게 트럭이 부딪치는 듯한 강한 충격이 강신을 덮쳤다.
큰 충격으로 몸이 붕 떠서 날아가는 걸 느낀 강신은 곧장 이어질 다음 공격을 대비했다.
하지만 종말을 부르는 새는 움직이지 않았다.
까득, 까드득.
종말을 부르는 새가 마치 비웃는 것처럼 보였다.
강신은 공격을 막았던 팔을 바라봤다.
거기에는 가차 없이 찌그러진 건틀릿이 덜렁거리고 있었다.
뽑아냈던 손톱이야 원래부터 내구성이 약하지만, 보호 장비보다 단단한 것이 건틀릿이었다.
그런 건틀릿이 단 한 번의 공격을 막았다는 이유로 망가져 버렸다.
파직….
작은 스파크가 튀며 내부 충격 장치가 작동을 중지되었다.
‘…머리가 좋아.’
모습은 변했지만, 종말을 부르는 새는 이성적이었다.
이렇게 강력한 공격이 있음에도 그간 숨겨왔고, 한 번의 기습에 그에게 가장 위협이 될 무기를 박살 냈다.
최적의 공격 수단을 잃게 되었으니 이건 강신에게 있어서도 큰 피해였다.
‘건틀릿이 망가질 정도면 보호 장비도 충격을 해소할 수 없겠지.’
강신은 마른침을 삼켰다.
보호 수단과 공격 수단을 모두 가지고 있던 자신과 보호 수단만 갖추고 공격 수단이 없던 종말을 부르는 새의 입장이 반전되었다.
이제 강신에게는 적당한 공격 수단을 잃었고, 임상무는 보호 장비를 뚫을 공격 수단을 갖고 있음을 알게 됐다.
종말을 부르는 새의 공격이 치명적이라는 사실을 깨닫자, 마치 살얼음판을 걷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켰다.
한편, 강신이 종말을 부르는 새와 대치하는 동안 다른 요원들도 상황이 좋은 건 아니었다.
“젠장…. 저런 녀석들이 어디서 튀어나온 거지?”
머리에서 피가 흘러 오른쪽 뺨을 적시고 있는 송기덕.
그는 앞을 막고 있는 이들을 노려보며 말했다.
그들은 종말론자들이 갑자기 이상 행동을 하기 시작하자 나타난 이들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