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identified creature capture team RAW novel - Chapter 477
476화
붉은 우박이 떨어지기 시작하자, 종말론자들은 이상한 행동을 보였다.
그리고 곧 한 무리의 적들이 등장했다.
그들이 어디서 나타났는지는 모르지만 지금 상황에서 중요한 것은 그런 것이 아니었다.
“5분의 1 정도 당한 건가….”
피 흘리고 있는 송기덕 옆에서 이지홍이 중얼거렸다.
이지홍의 말을 들은 송기덕은 그제야 전황을 살폈다.
갑작스러운 공격을 받은 것은 송기덕뿐만이 아니었던 건지 방금까지 우세를 점하고 있던 전황이 완전히 바뀌어 있었다.
신도와 사제는 여전히 하늘에서 떨어지는 우박을 보며 엎드려 빌고 있었다.
하지만….
“민수야, 정신 차려!”
“멀쩡한 인원들은 부상자를 우선으로 전선에서 이탈시켜!”
신도와 섞여 있던 사제를 상대할 때만 해도 이 정도까지는 아니었다.
그들은 기습이 공격하는 사람들의 전유물이 아니라는 걸 증명하듯이 갑자기 나타나 기습했고, 잠시 방심하던 기업 연합은 그 공격에 속수무책으로 당해버렸다.
“스읍…. 아무래도 강책임님을 돕는 것은 조금 나중으로 미뤄둬야겠네요.”
송기덕이 소매로 머리에서 흘러 시야를 방해하는 피를 닦아내며 말했고, 이지홍은 거기에 동의하듯 고개를 끄덕였다.
때마침 통신 장비를 통해 이순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5년 차 밑으로 모두 물러서, 지금부터는 5년 차 이상 경력자들만 앞에 나선다.
그들을 막아선 이들은 일반 사제가 아니었으니, 전투가 일어나면 경험이 적은 요원들은 다른 이들의 발목을 잡게 될 게 분명했기에 이순자의 판단은 적절했다.
송기덕은 사제와 비교하면 비정상적으로 강력한 그들을 보면서 저들이 누구인지 대충 유추할 수 있었다.
‘아마 이전에 들었던 복수의 종교자겠지.’
들었던 것보다 수가 많았지만, 이곳에 있는 게 그만큼 중요한 물건이라면 복수의 종교자들이 나타난 것도 이해됐다.
“후우….”
송기덕이 한숨을 내뱉었다.
쉽지 않을 것은 알고 있었지만, 유난히 힘들었다.
그런 그의 모습을 보며 옆에서 이지홍이 장난치듯 농담을 던졌다.
“힘들다면 뒤로 빠져 있어도 됩니다.”
“무슨 그런 마음에도 없는 농담을…. 제가 빠지면 그 자리를 채울 사람은 있습니까?”
“없죠.”
이지홍의 대답에 송기덕이 피식 웃어버렸다.
“그럼, 먼저 가겠습니다.”
송기덕이 적들에게 달려들자, 이지홍이 그를 보조하듯이 함께 달려나갔다.
그렇게 기업 연합과 복수의 종교자들의 전투가 시작되었다.
* * *
“쿨럭, 쿨럭. 퉤엣.”
속이 뒤집히는 느낌에 강신이 침을 내뱉었다.
그가 뱉은 침에는 붉은 액체와 함께 정체불명의 작은 살덩이가 함께 튀어나왔다.
‘스읍…. 내장이 상했나.’
첫 공격에 건틀릿이 아작난 데는 이유가 있었다.
종말을 부르는 새는 강신이 예상을 아득히 뛰어넘을 정도로 강했다.
그에게는 압도적인 육체 능력이 있었기에 지금은 뛰어난 유술조차 사용하지 않고 있었다.
건틀릿이 부서지고 강신이 그와 공방을 나눈 것은 고작 3번이었다.
그 3번의 공방만으로 지금 강신의 몸은 너덜너덜해졌다.
왼쪽 팔이 덜렁거렸으며 오른쪽 허벅지는 내부 출혈이 있는 것인지 푸르딩딩하게 부어 올랐다.
그리고 숨을 쉴 때마다 복부 쪽이 아픈 것을 보아하니, 갈비뼈도 몇 대 나간 것 같았다.
고통스러웠지만, 그보다 강신을 짜증 나게 만드는 것은 종말을 부르는 새의 태도였다.
으득.
강신이 이를 갈았다.
종말을 부르는 새는 자신이 우위를 점하고 있음에도 끝내지 않고 강신을 가지고 노는 것처럼 한 번씩만 공격을 가해왔다.
이상한 소리를 내는 것도 지금 들으면 마치 비웃음처럼 들려왔다.
까득, 까드득, 까득.
저 웃음소리를 들으면 그가 도발하고 있다는 걸 알면서도 화가 났다.
‘대응할 방법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도주한다면 초코의 도움을 받으면 충분히 이탈할 수 있을 것이고, 전투를 하겠다면 설야의 가루를 이용할 수 있다.
‘가루를 사용하면 저 움직임과 힘을 따라갈 수는 있겠지만, 상대해야 할 것은 임상무님이 아니니까….’
당장이라도 사용하고 싶었지만, 종말을 부르는 새의 뒤쪽으로 보이는 타원형 기계 장치가 계속 신경 쓰였다.
만약 저 장치가 지니즈 랜드에서 봤던 것처럼 소형 블랙홀이라도 만들어낸다면 그때 그 참사가 또 일어나게 되는 것이다.
똑같은 잘못을 반복할 수는 없었다.
진퇴양난(進退兩難), 지금 강신의 상황이 딱 그랬다.
후퇴할 수 없으며 그렇다고 눈앞의 적을 쓰러트리고 앞으로 나아갈 수도 없었다.
‘젠장, 어떻게 해야 하지?’
현재 상황을 타파할 방법도 수단이 많아야 떠올릴 수 있는 것이다.
하지만 강신에게는 많은 수가 남아 있지 않았다.
짧은 고민 끝에 강신은 뭔가를 결심했다.
‘이가 없으면 잇몸이라도 사용해야겠지.’
강신은 천천히 호흡했다.
“스읍, 후….”
억지로 호흡 자체를 몸속 깊이, 아주 깊이 내리눌렀다.
중간에 목구멍에서 비릿한 맛이 올라왔지만 애써 무시하며 호흡에 더 집중했다.
몸은 잘 움직이지 않았지만, 지금은 상관없었다.
‘주먹을 내지를 오른손과 몸을 지탱해주며 힘을 전달해줄 왼쪽 발만 있으면 되니까.’
강신은 다시 한번 호흡을 들이켰다.
“스읍, 후….”
그렇게 강신은 천천히 호흡을 이어가며 자꾸 거슬리게 하는 것들을 하나씩 머리에서 지워나갔다.
덜렁거리는 왼팔의 고통을, 지면에 닿아 몸을 지탱하고 있는 오른쪽 허벅지의 고통을, 숨을 쉴 때마다 고통스러운 복부의 고통까지.
고통을 전부 지우자 흐트러졌던 자세가 바로잡히기 시작했다.
하지만 강신은 그것만으로 만족하지 않았다.
‘부족해, 더 집중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야 해.’
강신이 그다음으로 지운 것은 머리를 복잡하게 만드는 잡념들이었다.
내가 해낼 수 있을까 하는 의심과 실패라는 단어를 지웠다.
그러자, 몸속에서 왠지 모를 자신감이 차올랐다.
그렇게 부정적인 것들을 하나씩 지울 때마다 신기하게도 그만큼 긍정적인 것들이 하나씩 생겨났다.
종말을 부르는 새는 그런 강신을 기다려주는 것처럼 그저 묵묵하게 지켜봤다.
강신의 자세가 바로 잡혔고 자신감이 차오르며 투지가 샘솟았다.
그리고….
‘한번, 이 한 번에 모든 것을 담아낸다.’
그렇게 강신이 모든 것을 비워내자, 그의 몸에서 피오르던 기세가 돌변했다.
강신의 기세가 흉악하게 변하자 종말을 부르는 새가 그것을 기다렸다는 듯이 강신에게 달려들었다.
종말을 부르는 새는 깃털이 가득한 풍성한 날개로 강신을 노렸다.
뼈대는 볼품 없어 보이는 날개였지만, 공격의 위력을 몸소 느꼈기에 강신은 무시할 수 없었다.
하지만 강신은 그 위력을 알면서도 그 공격을 피할 생각도 막을 생각도 하지 않았다.
‘모든 방어를 포기하고 단 한 번의 정권에 모든 것을 담는다.’
그렇게 강신은 오른손을 천천히 뻗었다.
왼쪽 발바닥을 타고 지면의 단단한 힘이 올라와 종아리, 허벅지를 지나 허리를 지나쳤다.
이내, 오른쪽 어깨를 통해 오른손 끝에 그 힘이 집중되는 것이 느껴졌다.
꾸드드득.
그 힘을 버티지 못한 것일까, 아니면 무리한 동작이었던 것일까.
근육들이 비명을 질렀지만, 고통을 지운 강신에게는 그 소리가 닿지 않았다.
접근해 오던 종말을 부르는 새가 강신이 내지르는 주먹을 보며 위험하다는 것을 본능적으로 느꼈다.
강신의 몸쪽으로 내지르던 날개의 방향을 바꾸어 강신이 내지른 오른손의 주먹과 맞부딪혔다.
투쾅!!
콰드득!
주먹과 날개가 닿자 주변에 기파가 터져나갔다.
그리고 뭔가 으스러지는 소리와 함께 강신과 종말을 부르는 새가 각자 뒤로 밀려났다.
“크윽.”
뒤늦게 지웠던 고통이 한 번에 몰려왔다.
근육이 비명을 질렀던 고통은 그나마 견딜 만했지만, 무리하게 내지른 오른손은 끔찍한 고통을 통해 상태가 좋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큿, 자세한 몸 상태는 나중에…. 임상무님은 어떻게 됐지?’
강신은 고통을 애써 무시하며 자신과 부딪히고 뒤로 물러선 종말을 부르는 새를 찾았다.
자신의 오른손이 멀쩡하지 않은 것처럼 그 또한, 멀쩡하지는 않았다.
강신의 오른손과 직접 부딪힌 날개는 꺾인 것뿐만 아니라 살들이 찢어져 피가 흐르고 있었다.
그리고 풍성했던 깃털 또한 겨울의 단풍나무처럼 전부 떨어져 있어 앙상해 보였다.
그의 모습은 처참했지만 강신은 크게 실망할 수밖에 없었다.
‘쓰러트리지 못했구나….’
모든 것을 끌어모아 혼신을 담은 일격이었다.
지금 상황에서 다시 한번 그 일격을 내지르라고 해도 더는 할 수 없었다.
심지어 현재 강신은 서 있는 것조차 한계에 가까웠다.
반면 종말을 부르는 새는 치명적인 공격을 받기는 했으나, 거동 자체에는 불편함이 없어 보였다.
“까득. 정말 예상하지 못했던 일격이었습니다.”
새의 주둥이에서 이제까지 냈던 특유의 소리와 함께 듣는 이가 불쾌할 정도로 괴상한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까드득. 이런 공격을 막기 위해서 처음부터 건틀릿을 망가트린 것인데, 건틀릿이 없어도 이런 일격을 사용할 수 있을 줄은 몰랐군요. 정말 놀랐습니다. 하지만 아쉽게도 제가 원하던 정답은 아니군요.”
새의 모습으로 변하고 어떤 말도 하지 않았던 그가 어째서 저런 말을 하는지 강신은 쉽게 이해할 수가 없었다.
기절하고 싶을 정도로 고통스러워서일까, 머리가 제대로 돌아가지 않았다.
강신은 그냥 당장 바닥에 누워서 쉬고 싶었다.
투지가 사그라드는 것을 느낀 건지, 종말을 부르는 새가 강신을 질책하듯이 말했다.
“까득. 그냥 이대로 포기하려는 겁니까? 당신이 이대로 쓰러진다면 당신을 믿고 이곳으로 나온 이들도 쉽게 무너질 겁니다. 그리고 저는 결국엔 종말을 완성하게 되겠죠.”
그의 말을 들은 강신은 나약해지는 정신을 바로 잡기 위해 혀를 강하게 씹었다.
콰득!
어금니로 씹어서 잘릴 걱정은 없었지만 그래도 찌르는 듯한 고통이 강신의 정신을 일깨웠다.
조금 정신이 들자, 강신은 종말을 부르는 새를 노려봤다.
그가 말한 종말이란 이 세계가 사라지는 것을 의미했으니, 아무리 힘들어도 이렇게 쓰러질 수는 없었다.
강신은 돌아가지 않는 머리를 억지로 굴려 종말을 부르는 새가 했던 말들을 떠올렸다.
-원하는 정답이 아니다.
마치 정답이 정해져 있다는 듯이 말했던 게 떠올랐다.
그가 원하는 정답이 무엇이었을까, 분명한 건 대화는 아니었을 것이다.
그도 그럴 것이 그는 처음부터 강신과 대화할 마음이 없어 보였다.
‘말을 걸어도 대꾸조차 제대로 해주지 않았으니…. 내가 이곳에서 무엇을 했지?’
강신은 뒤늦게 종말을 부르는 새가 뭔가 알려주는 것처럼 자신에게 했던 행동들을 떠올렸다.
“유술?”
강신이 말하자, 그가 처음으로 미소를 보였다.
물론 괴상한 모습을 하고 있어 미소 짓는 것도 괴상했지만 말이다.
강신은 종말을 부르는 새가 원하는 것이 도대체 무엇인지 알 수 없었다.
‘자신을 상대할 방법을 알려준 것이라니…. 이걸 믿어야 하는 건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