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identified creature capture team RAW novel - Chapter 478
477화
“임상무님.”
강신이 뭔가 묻고 싶은 것이 있는 것처럼 종말을 부르는 새를 불렀다.
하지만 그는 질문을 대답해 주지 않을 것처럼 대꾸했다.
“까득, 머리가 좋은 당신이라면 머리가 복잡하겠지만 지금 상황에서 다른 생각을 하다간 죽을 겁니다.”
경고에 가까운 말.
그 말과 함께 종말을 부르는 새의 기세가 변했다.
흠칫.
강신의 그 기세를 몸으로 느끼고, 자기도 모르게 덜덜 떨려온다는 것을 깨달았다.
마치 포식자를 눈앞에 둔 것처럼 몸이 위축되는 건 물론이고 솔직한 말로 무서웠다.
그리고 언제나 위험을 알리던 머릿속의 경종이 미친 듯이 울려댔다.
‘나를 정말 죽이려고 하는구나.’
아는 사이라고 봐줄 생각은 눈곱만치도 없어 보였다.
종말을 부르는 새의 눈에 담긴 살의가 몸을 찌르는 것 같았다.
상황은 낙관적이지 않았다.
종말을 부르는 새는 강신과 부딪혔던 한쪽 날개만 기이하게 꺾여 있을 뿐, 그 외 다른 곳은 모두 멀쩡해 보였다.
반면, 강신의 상태는 전보다 더 좋지 않았다.
‘이 상태로 타격은 불가능해.’
왼손은 덜렁거리며 오른손은 움직이긴 하나 근육이 찢어지고 뼈가 상했는지, 겨우 움직이는 정도였다.
비교적 왼쪽 발이 멀쩡하긴 했으나, 오른쪽 발의 부상이 심해 바닥을 지탱하기 쉽지 않아 발차기에 제대로 힘을 실을 수 없었다.
모든 공격 수단을 잃은 지금 강신이 할 수 있는 건, 종말을 부르는 새가 말했던 것처럼 남의 힘을 이용하는 것뿐이었다.
분명 감각은 일깨웠지만 그래 봐야 겉핥기식으로 급하게 익힌 기술이었다.
‘내가 할 수 있을까?’
강신은 약해지는 마음을 스스로 질책했다.
‘못하면 죽어 그러니, 정신 차려야 해.’
강신의 눈빛이 변한 걸 본 것인지, 종말을 부르는 새가 이전과는 전혀 다른 속도로 움직였다.’
오죽하면 잠시 생각한다고 강신이 시야에서 그의 모습을 놓칠 정도였다.
모습을 놓치고 기세에 밀리자 강신은 자기도 모르게 뒤로 한 발짝 물러나 버렸다.
목숨을 건 사투에서 절대 칭찬받지 못할 행동이었지만, 그 사소한 행동이 결과적으로 강신의 목숨을 살렸다.
핏!
아슬아슬하게 종말을 부르는 새의 발톱이 강신의 코끝을 스쳐 지나갔다.
공격이 스치기만 했는데도 코가 아려웠다.
자칫하면 머리가 자체가 날아갈 뻔했다.
간신히 위기를 넘기고 속으로 안도하기도 잠깐 이상한 일이 일어났다.
콰당탕!
강신을 공격했던 임상무가 자신의 힘을 주체하지 못한 것인지, 그대로 바닥을 구른 것이다.
‘뭐지?’
목숨이 위험한 공격으로 주눅이 들어도 이상하지 않았지만, 강신은 지금 상황을 타개할 방법을 찾기 위해 지혜 열이 끌어 오를 정도로 빠르게 머리를 굴렸다.
‘임상무님이 왜 넘어졌지?’
분명 힘을 주체하지 못한 것은 맞았다.
하지만 그가 사용했던 유술을 생각하면 이상했다.
유술은 자신의 힘도 극한으로 조절하는 기술이었다.
그런 기술을 가지고도 힘을 주체하지 못한다니, 이는 매우 이상한 일이었다.
거기까지 생각이 닿자, 강신은 종말을 부르는 새가 언제부터 유술을 사용하지 않았는지 생각했다.
‘모습을 변화하고부터 아예 사용하지 않았어.’
강신은 그렇게 한가지 가설을 세웠다.
‘만약 사용하지 않은 것이 아니라 못한 거라면?’
지나친 억측일지도 몰랐다.
하지만 가능성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었다.
강신은 설야의 날개 가루를 처음 들이마셨던 그 날을 떠올렸다.
힘 조절이 제대로 되지 않아 김한수 수석의 손을 아작내고 주변 물건들을 파괴했었다.
그리고 힘 조절을 하기 위해 사람의 내구성을 가지고 있는 공을 주물럭거리며 꽤 오랜 시간을 훈련에 쏟아야 했다.
지금도 어느 정도 힘 조절이 가능하기는 해도, 설야의 날개 가루 효과를 받는 그 순간 조절에 실패할 때도 있었다.
자신도 그러한데, 다른 이라고 다를까.
날갯짓 한 번으로 그 튼튼한 건틀릿을 파괴할 정도로 힘이 증가했으니, 강신이 설야의 날개 가루를 먹었을 때보다 괴리감이 크면 더 컸지 작지는 않을 것이다.
힘 조절이 필수인 유술을 사용하는데, 그 조절이 불가능하다면 유술을 사용할 수 없는 게 당연했다.
‘자칫하면 자기의 힘으로 자신을 공격하는 참사가 일어날 수도 있으니까.’
그러니, 종말을 부르는 새가 유술을 사용하지 못하는 것도 이해할 수 있었다.
반면 지금의 강신은 힘은 약해도 유술을 사용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계속 마음 한쪽에 찝찝한 느낌이 사라지지 않았다.
마치 종말을 부르는 새가 이 상황을 유도해 밥상을 차려주는 것도 모자라 억지로 입에 쑤셔 넣어지는 기분이었다.
유쾌하지 않은 기분이었지만 그 불쾌함은 오래가지 못했다.
바닥에 처박혀 있던 종말을 부르는 새가 일어났기 때문이었다.
방금과 똑같은 위압감을 내뿜고 있었지만, 강신은 전과 다르게 크게 주눅 들지 않았다.
상황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깨닫게 되자 오히려 자신감이 생겼다.
‘제어하지 못하는 힘이라면 이제 막 배운 유술로도 가능성이 있을 거야.’
종말을 부르는 새가 다시 달려들었다.
빠른 속도였지만, 이전과 다르게 강신은 다른 곳에 한눈팔지 않고 집중해서 눈으로 그를 쫓았다.
그 덕분에 그의 움직임을 고스란히 눈에 담을 수 있었다.
유술의 시작은 자신이 가진 힘을 관조하고 상대의 움직임을 보는 것에서 시작했다.
그래야 자신과 상대의 힘을 흘리지 않고 온전하게 원하는 지점으로 보낼 수 있으니까.
강신은 종말을 부르는 새가 뛰어오며 어디에 힘을 집중하고 어디로 발출하는지 놓치지 않았다.
그의 왼쪽 날개가 또다시 자신의 머리를 향해 날아오는 것을 확인한 강신은 슬며시 몸을 뒤쪽으로 빼며, 그나마 움직일 수 있는 오른손을 들고 호흡을 들이키고 그대로 참았다.
그리고 무서울 정도로 파괴적인 힘을 담고 있는 종말을 부르는 새의 왼쪽 날개에 가져다 댔다.
손이 닿는 순간 느껴졌다.
‘지금 이 힘을 돌려주는 것은 무리야. 그러니, 방향만 비틀어서….’
강신은 유술이라는 기술에 대해 깨달았다는 걸 알고 있었다.
하지만 아직 제대로 소화를 하지 못했으니, 처음부터 무리할 생각을 하지 않았다.
날아오는 공격을 살짝 틀어내는 것만으로 만족해야 했다.
틱, 쿠당탕.
궤도를 비트는 데 성공하자 종말을 부르는 새가 다시 바닥을 굴렀다.
원하는 결과를 만들어 냈지만, 강신은 만족스럽지 않았다.
궤도를 비튼 오른팔이 욱신거렸다.
종말을 부르는 새의 공격을 완벽하게 흘리지 못했기에 오른팔에 충격이 남아 있는 것이었다.
‘그래, 첫술에 배가 부를 수는 없지….’
아쉽긴 했지만, 그렇다고 마냥 실망스러운 결과는 아니었다.
그렇게 강신은 종말을 부르는 새와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시작했다.
단 한 번이라도 실패하면 돌이킬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에 강신은 평소보다 몇 배는 더 집중해야 했다.
탁, 부웅~ 쿠당탕!
한번,
타닥, 쿵!
두 번,
휘릭~ 쾅!
세 번,
횟수를 거듭할수록 강신의 오른팔에 오는 부담이 점점 줄어들고 있었다.
그렇게 열 번의 공방 끝에 강신은 종말을 부르는 새의 공격을 완벽하게 흘려낼 수 있었다.
그러는 동안 계속 바닥을 굴러서인지, 종말을 부르는 새는 먼지를 뒤집어쓰고 있었다.
‘좋아, 익숙해졌어. 무리할 필요 없이 이대로 시간을 끌자.’
강신은 자신의 팀원을 믿어보려고 했다.
하지만 흘려내기에 익숙해진 강신이 시간을 끌려고 하는 것이 눈에 보인 건지, 종말을 부르는 새가 기분 나쁜 것처럼 괴상한 표정을 지으며 특유의 소리를 냈다.
까득, 까드득, 까득.
그리고 이내,
-까아아아아아아악~!
다시 한번 그 울음을 터트렸다.
우르릉~!
하늘에서 뇌성이 들려왔다.
그러자, 계속 떨어지던 붉은 우박과 함께 하늘에서 푸른 불덩이들이 떨어졌다.
하늘에서 불덩이가 떨어지는 모습에 강신이 얼굴을 굳혔다.
‘첫 번째 나팔이 완전하게 불어졌어.’
우박과 불, 이 두 가지가 첫 번째 나팔이 완전히 불어졌을 때 나타나는 현상이었다.
그 범위는 고작 공터를 덮을 정도밖에 되지 않았지만, 이대로 내버려 둘 수는 없었다.
강신은 이 현상이 대륙 전역의 땅과 수목이 삼 분의 일 정도가 사라질 때까지 지속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까득, 강책임이라면 이 현상을 막으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알고 있겠죠.”
강신은 차마 고개를 끄덕일 수가 없었다.
그의 말대로 이 현상을 멈추는 방법은 알고 있었다.
하지만 강신은 그 방법이 썩 내키지 않았다.
‘나팔을 불었던 천사를 죽이는 것.’
반쪽이었던 붉은 우박뿐이라면 모를까, 완전하게 불어진 나팔은 그것 말고 막을 방법이 없었다.
시간을 끌면 하늘에서 떨어지는 불들이 대륙을 태울 것이고 막자니, 눈앞에 있는 종말을 부르는 새를 죽여야 했다.
선택의 순간은 그리 길지 않았다.
막지 않으면 많은 이들이 죽어 나갈 것이다.
그러니, 강신은 이를 악물고 각오를 다져야 했다.
“좋아요, 그럼 서로 죽고 죽이는 살육전을 이어가 봅시다.”
그가 강신에게 달려들자, 강신은 지금까지 사용했던 방법이 아닌 다른 방법으로 대응했다.
‘흘러내지 말고 돌려준다.’
힘을 흘리는 것이 아닌 그 힘을 이용해 상대에게 그 충격을 고스란히 돌려주는 방법을 사용하려는 것이다.
이미 흘려내기를 통해 숙달되었기에 그리 어려운 방법은 아닐 것이다.
다만, 이 방법을 쓴다면 종말을 부르는 새가 정말로 죽을 걸 알고 있었기에 망설였을 뿐이었다.
까득, 까드득.
특유의 소리와 함께 종말을 부르는 새가 달려들었다.
어김없이 왼쪽 날개로 강신의 얼굴을 노렸다.
강신은 그 날개의 힘을 빗겨낸 것이 아닌 U턴 시키듯 그의 몸쪽으로 비틀어냈다.
콰직!
강신을 죽이겠다는 것이 빈말이 아니었는지, 왼쪽 팔이 비틀려 종말을 부르는 새의 오른쪽 어깨에 맞자, 꺾여 있던 날개가 통째로 뜯겨 나갔다.
“크아악!!”
그러자 종말을 부르는 새가 처음으로 비명을 질렀다.
후두둑.
찢겨 나간 오른쪽 어깨에서 짙은 보라색의 피가 꿀렁이며 흘러나왔다.
“끄윽….”
종말을 부르는 새는 고통에는 익숙하지 않은 것인지, 커다란 눈에는 눈물이 고여 있었다.
하지만 그는 고통을 참고 다시 강신에게 달려들었다.
강신은 그 공격을 똑같이 비틀어 이번에는 다리 쪽을 향하게 했다.
그러자 허벅지에 큰 구멍이 새겨졌다.
피가 흐르고 고통스러운 신음은 계속되었지만, 그는 계속 강신에게 덤볐다.
그것을 본 강신이 중얼거리듯 말했다.
“그만….”
콰득!
그의 몸에 구멍이 늘어났다.
“이제 그만….”
퍼억!
또다시 달려들었다.
이번에도 똑같은 패턴, 똑같은 공격이었다.
“임상무님, 이제 그만 하세요!”
참다못한 강신이 종말을 부르는 새의 왼쪽 날개를 잡으며 말했다.
큰 부상들로 인해 힘이 빠진 것인지 그는 너무나 쉽게 잡혔다.
그의 몸은 이미 잔뜩 구멍이 나 있었으며 그만큼 피를 쏟아내고 있었다.
강신은 그런 그의 몸을 보고 어느새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