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identified creature capture team RAW novel - Chapter 481
480화
강신이 깨어났다는 소식이 퍼졌는지, 많은 사람이 강신을 보기 위해 병실에 들렀다.
지인들은 그가 깨어났다는 것만으로도 기뻐했지만, 회사 사람들은 차마 기뻐할 수 없었다.
그들의 표정은 곧 죽을 것처럼 어둡기만 했다.
그들의 병문안은 길지 않았다.
일주일 만에 깨어난 강신이 최대한 휴식을 할 수 있게 배려해 준 것이다.
대부분의 사람이 떠나고 강신의 병실에는 전장을 함께 했었던 이지홍과 이순자, 송기덕, 신하린과 장웨이만이 자리하고 있었다.
그들의 상태도 썩 좋은 편은 아니었다.
그나마 가장 건강한 것은 장웨이와 신하린이였다.
피곤한 기색을 보이기는 했지만, 사지 멀쩡하고 안색도 그리 어둡지 않았다.
반면 송기덕은 다리에 깁스하고 부목을 대고 있었으며, 이순자는 오른팔을 당한 것인지 움직이지 못하게 몸과 고정되어 있었다.
그리고 이지홍은 머리 쪽이 미라처럼 붕대가 빙빙 감겨 있었다.
그들도 강신의 휴식을 위해 자리를 비켜주려고 했지만, 강신이 그들을 잡아두었다.
“조금 더 쉬시는 것이 어떻습니까?”
장웨이가 걱정스럽게 물었다.
지금 강신의 얼굴은 좋게 말해도 피가 완전히 빠진 흡혈귀처럼 창백했으니, 걱정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저는 괜찮습니다.”
사실 전혀 괜찮지 않았다.
하지만 이전에도 비슷한 큰 슬픔을 겪어봐서인지, 이제는 슬퍼도 겉으로 표현하는 것이 아닌 마음속 깊은 곳으로 누르는 방법을 알고 있었다.
‘그렇다고 슬프지 않은 것은 아니지만….’
너무나 슬프지만, 임상무가 죽기 직전까지 원했던 게 무엇인지 알고 있었기에 조금이라도 빠르게 상황을 파악하는 것이 중요했다.
“혹시 제 보호 장비에 설치된 바디캠을 확인했습니까?”
“아니요, 그건 아니에요. 프로네시스가 자체적으로 팀장님 바디캠을 락 걸어 두어서 확인하지 못했어요.”
강신의 질문에 이순자가 대답했다.
“그럼, 제가 쓰러졌던 장소에 있던 타원형 기계 장치는 어떻게 되었습니까?”
“그거라면 제가 따로 챙겨서 회사로 옮겨놨어요.”
다행히도 신하린이 강신이 정신을 잃기 전 손가락이 가리킨 것을 봤다.
그녀는 강신의 안전을 확인하자마자 바로 기계 장치를 확보해 두었다.
“연구소에서 현재 분석 중입니다만, 무슨 장치인지 아직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다고 하더군요. 사로잡은 광신도들도 입을 꾹 닫고 있습니다.”
장웨이는 기계 장치가 회사로 옮겨진 이후 어떻게 되었는지 설명했다.
“혹시 그 장치가 무엇인지 알고 계십니까?”
그의 질문에 강신이 고개를 끄덕였다.
“네, 알고는 있습니다만 지금 당장은 알려드릴 수가 없습니다. 장대리님은 지금 회사에서 전화하셔서 그 기계 장치를 분해하거나 파괴해 달라고 전달해 주십시오. 그리고 분해하거나 파괴되는 장면을 꼭 영상으로 찍어서 저에게 보내 달라고 해주십시오. 책임은 제가 지겠습니다.”
장웨이를 믿지 못하는 것은 아니었다.
다만, 이곳에 있는 사람들에게 기계 장치가 무엇인지 알려준다면 상부의 귀에 들어갈 확률이 높았다.
그랬을 경우 상부가 어떻게 나올지 모르기에 강신은 이곳에서 아무 말도 하지 않은 것이다.
세계를 종말 시킬 수 있는 기계 장치라니, 가지고 있는 것만으로도 핵무기 이상의 억지력을 가지게 될 물건이었다.
그러니, 회사의 입장으로는 그 기계 장치가 무엇인지 알게 된다면 절대 처리하지 않으려고 할 것이다.
강신은 그 모습을 가만히 지켜볼 수는 없었다.
그건 임상무의 고귀한 희생을 욕보이는 행동이었다.
인간을 위해 스스로 목숨을 내놓았던 임상무를 위해서라도 그 기계 장치는 파괴해야 하는 것이 옳았다.
“네 그렇게 전달하겠습니다.”
자신이 책임진다는 말에 장웨이가 더는 묻지 않고 지시한 대로 회사에 곧장 연락을 넣었다.
“후…. 그보다 이번에 부상자가 꽤 많이 나왔습니다.”
장웨이가 자리를 비우자 송기덕이 한탄하듯이 내뱉었다.
강신은 그 상황을 예상한 것처럼 고개를 작게 끄덕였다.
성신에서 정예 중이 정예인 이들이 저런 부상을 당했으니, 그들보다 실력이 떨어지는 요원들은 더 위험한 현장이었을 것이다.
“그래도, 다행히 이부장님이 병아리들은 뒤로 물려서 그쪽은 부상자가 덜하긴 한데…. 베테랑 요원들이 너무 많이 다치고 사망자도 나왔습니다.”
위험하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에 어느 정도 사망자가 나올 것이라 예상은 하고 있었다.
하지만 막상 사망자가 나왔다는 이야기를 들으니, 강신은 괜히 입맛이 씁쓸했다.
“또 다른 문제가 있습니다.”
사람이 죽은 것도 골치 아픈 문제인데 다른 문제라니, 강신은 안색을 굳혀야 했다.
“현장에서 단 하나의 예언서도 구하지 못했습니다.”
성신은 그렇다 하더라도 다른 기업들은 예언서를 얻기 위해서 이번 현장에 참여한 것이었다.
요원들이 다치고 죽어 나갈 정도로 노력했는데, 아무런 보상도 없다고 하니 이번 일에 동참한 모든 기업이 들고 일어나버렸다.
“현장에 책이 한 권도 없었던 겁니까?”
강신이 묻자, 송기덕이 고개를 저었다.
“그건 아닙니다. 종말의 예언서로 추측되는 커버의 책들을 대거 찾기는 했는데, 내용이 모두 백지였습니다.”
“가짜라는 겁니까?’
“아무래도 그것도 아닌 것 같은 게…. 수천 번을 본 것처럼 사람의 손 때는 고스란히 남아 있었습니다.”
책을 발견했지만, 아무것도 적혀있지 않다니, 그런 현상은 강신도 잘 알지 못하는 내용이었다.
그러니 의아할 수밖에….
어쨌든 다른 기업들은 책이 나오지 않았으니 보상이 없다고 생각할 것이다.
“그 부분은 제가 U.M.A 국제회의 쪽에 따로 상황을 요청해 이번 작전에 참여한 기업들에게 보상이 돌아가도록 협상을 해본다고 전해주세요.”
U.M.A 국제회의는 종말의 예언서를 원했지만, 책 자체를 원했다기보다는 종말론자들이 각국에서 날뛰는 걸 막으려는 목적이 더 강했다.
즉, 책이 아니라도 바디캠에 저장된 영상만으로도 이번 작전에서 많은 종말론자를 처리했다는 것을 알릴 수 있었다.
따라서 그들도 충분히 융통성 있게 보상을 보장해 줄 것이라 믿었다.
“이번에 다치거나 죽은 이들은 이미 들으셨겠지만, 교통사고로 위장되었습니다.”
그의 말대로 이미 들었던 내용이라 강신은 그저 고개만 끄덕이고 넘어갈 뿐이었다.
“그리고 현장 처리는 마침 근처 군부대 사격장이 있어 정부의 도움을 조금 받았습니다.”
소리를 먹는 가면 거미로 만든 장치로 전장의 소리가 외부로 새어 나가지는 않았지만, 문제는 종말을 부르는 새가 불었던 나팔이었다.
붉은 우박은 그나마 저녁이라 잘 보이지 않았지만 스스로 빛을 내는 불덩이는 달랐다.
불꽃이 떨어져 불이 난 것은 멀리서도 시민들이 볼 수 있었다.
“그래서 현무 미사일 시연 중 오폭 사고로 처리했습니다. 뭐, 덕분에 언론에서 신나게 깨지고 있기는 하지만 그 많던 종말론자들을 기업들이 대신 잡아주었으니, 정부도 그 정도는 감수하려는 모양이더군요.”
처음 불이 났을 때부터 커뮤니티는 시끄러웠지만, 아무런 대응을 하지 않다가 이후 정부로부터 엠바고가 걸려 있었다는 형식으로 천천히 정보를 흘렸다.
그리고 오폭 사고를 감추려고 했던 것으로 이야기를 꾸며냈다.
사고를 숨기려고 했다는 자극성 때문인지, 시민들은 그 이야기가 거짓이라는 것을 의심하지 않았다.
“정부가 용케도 허용했군요.”
오폭 사고를 덮으려고 했다는 오명은 군의 위상을 떨어트리는 일이었다.
그런데도 그들이 오명을 감수하면서까지 도와줬다는 것이 의외였다.
“그들도 이번 일이 그만큼 중요했다는 것을 인지하고 있는 것이겠죠. 그보다 강책임, 임상무님과 무슨 이야기를 나눴습니까?”
강신이 붙잡은 것이긴 했지만, 이순자를 포함해 이곳에 있는 이들은 강신이 임상무와 마지막에 어떤 이야기를 나눴는지 알고 싶어 했다.
“잠시만요.”
강신은 잠시 어디서부터 이야기하면 좋을지 정리가 필요했다.
‘아직 기계 장치가 파괴된 것은 아니니, 그 부분은 제외하고, 종말론자의 탄생 비화부터 설명하는 편이….’
그렇게 강신은 일행들에게 자기 생각을 곁들여 모든 상황을 간략하게 설명했다.
모든 이야기를 들은 일행들이 침묵을 유지했다.
인간이 아님에도 인간을 위해 자신을 희생한 이에게 무슨 말이 더 필요할까.
한동안 그렇게 침묵을 이어가던 중 장웨이가 어렵게 입을 열었다.
“임상무님은 배신자가 아니었군요.”
그는 이제까지 임상무를 배신자 취급한 걸 후회하는 것처럼 보였다.
강신과 일행들은 그 이후로도 한참을 말을 이어갔다.
그리고 마지막에 장웨이가 생각지도 못한 문제를 말해주었다.
“팰로우님이….”
이번 사건에 관한 내용은 워낙 큰 사건이었기에 임상무가 배신했다는 이유로 잠적에 들어갔던 권영식의 귀에도 당연히 들어갔다.
임상무가 인간이 아니었다는 것은 짐작하고 있었는지, 정체에 대해서는 그다지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강신의 손에 살해당했다는 말에 큰 충격을 받았다.
그리고….
“네, 안식년을 신청했습니다. 말이 안식년이지, 사실상 파업에 가깝습니다.”
억지로 버티고 있던 권영식의 멘탈이 끝끝내 터져버렸다.
권영식 하나가 빠졌을 뿐인데, 연구 진척도가 20퍼센트 감소했다.
그가 얼마나 많은 곳에서 연구에 이바지하고 있었는지 알려주는 지표였다.
“후…. 저도 생각 같아서는 팰로우님 따라서 쉬고 싶네요.”
“그건….”
“그냥 그렇다는 거지, 저도 쉴 생각은 없습니다.”
이번 현장에서 가장 마음고생이 심한 것은 누가 뭐라 해도 강신 본인이었다.
이전과 다르게 강신은 더는 도망치지 않았다.
“팰로우님이 안식년이라….”
정말 큰일이었다.
연구도 연구였지만, 이번 현장으로 강신이 사용하던 장비 대부분이 망가졌다.
건틀릿 같은 경우에는 아예 사용하지 못할 정도로 부숴 먹었으니, 사용하기 위해서는 수리가 필요했다.
다른 이들도 장비는 망가졌겠지만, 강신은 입장이 조금 달랐다.
강신이 사용하고 있는 장비의 대부분은 모두 권영식이 직접 만든 장비였다.
“골치가 아프겠네요….”
위험한 현장은 끝났지만, 문제가 산더미만큼 남아 있는 상황에 강신뿐만 아니라 일행들 모두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 * *
30평이 되지 않는 원형 공간, 그 중앙에는 태양이라고 부를 만큼 밝은 빛을 내는 구체가 떠 있었다.
그 구체를 중심으로 스무 명의 평범한 사람들이 둘러싸고 있었다.
잘생기거나, 그렇다고 못생긴 것도 아니었다.
정말 평범 그 자체였다.
단지, 피부색만 조금씩 다를 뿐이었다.
“그래서 실패했다고?”
한 남성이 묻자, 반대편에 있던 여성이 대답했다.
“어, U.M.A 국제회의가 생각보다 대응이 빠르기도 했고 거기 책임자라는 놈이 자부했던 것과 다르게 쉽게 당해버렸어.”
그 여성의 대답을 들은 그 옆에 있던 남성이 빈정댔다.
“네가 그러면 그렇지.”
“하, 그러는 너는 괜히 ‘가짜’를 돕다가 도망쳐온 주제에….”
여성이 발끈하고 되받아 쳤지만, 빈정거렸던 남성은 피식 웃으며 말했다.
“그거랑 이거는 다르지, 그거는 내 개인 일탈이었고 지금은 우리 종족이 지원한 일이었잖아.”
“읏….”
처음 입을 열었던 남성이 둘의 대화를 듣다가 그들을 말렸다.
“그만해, 어차피 그들에게 건네주었던 종말을 일으키는 기계는 가짜였으니까. 큰 타격도 없잖아.”
애초에 그런 물건이 있다면 그들에게 건네줄 필요도 없이 자신들이 사용했을 것이다.
“그건 그렇지.”
둘이 이 상황을 그냥 가볍게 넘기려고 하자, 그들 중 가장 덩치가 큰 사내가 끼어들었다.
“가짜긴 하지만 거기에는 이제 구할 수 없는 물질들이 들어간 것은 사실이야. 기계 장치라도 회수했어야지.”
“우리가 접근하기도 전에 성신에서 나온 여자가 바로 회수해버렸어.”
“쯧, 아깝군. 아까워. 기계도 잃고 인간의 종말을 원하는 집단도 와해 돼버렸으니….”
“뭐, 결과가 어떻든 이미 일어난 일이고 인간이 우리 냄새만 맡지 않았다면 됐어.”
이들이 바로 종말론자들을 돕던 집단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