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identified creature capture team RAW novel - Chapter 484
483화
건틀릿은 두 개였으니, 강신이 꺼낸 하늘색 보석도 당연히 두 개였다.
“이걸 홈에 넣으면 완성이긴 한데…. 어떤 반응을 일으킬지 몰라서 보류하고 있었습니다.”
위치가 가진 문헌에 나오는 물질이긴 하지만 위치들도 정확히 저 하늘색 보석이 어떤 영향을 끼칠지 제대로 알지 못했다.
“위치들 말로는 접촉한 물건에 무작위로 기능을 부여한다고는 하는데, 아무래도 조금 걱정이 되더군요.”
희소 물질을 가공해 손톱 크기의 보석으로 만들었지만, 고작 두 개를 만든 것이 전부였다.
괜히 건틀릿에 조립했다가 혹여나 이 물질을 건틀릿에서 다시 분리하지 못하는 상황이 생긴다면 많이 아까울 것 같아 섣불리 결합하지 못했다.
“그렇게 고민할 필요가 있나요? 성공하면 좋은 거고 실패하면 다시 만들면 되잖아요?”
강신과 다른 인원들이 이 장비를 만들기 위해서 얼마나 노력했는지 알지 못했기에 쉽게 할 수 있는 말이었지만, 의외로 강신은 송기덕의 말을 듣고 고개를 끄덕였다.
“하긴, 실패하면 다시 만들면 되긴 하군요.”
물건은 다시 만들면 된다.
강신의 고민은 길지 않았다.
쉽게 만들 수 있는 물건은 아니었지만, 어찌 되었든 사용하려고 보석이 들어갈 홈을 만들어 놓은 것이다.
-못 먹어도 고.
한국인이라면 이런 상황에서 물러서지 않는 것이 당연했다.
“후우….”
강신은 길게 숨을 내뱉고는 천천히 하늘색 보석을 왼쪽 건틀릿의 홈에 밀어 넣었다.
달칵!
돌이 맞물리는 소리가 들리자, 난잡한 색을 자랑하던 건틀릿이 변화하기 시작했다.
주륵….
돌을 박은 홈을 중심으로 외부, 내부 할 것 없이 건틀릿이 녹아내리는 것처럼 표면이 흘러내리기 시작했다.
“으악! 안돼!”
키클롭스 장인이 심혈을 기울여 만든 건틀릿이 녹아내리자, 비명에 가까운 소리를 내질렀다.
그는 당장이라도 녹아내리는 건틀릿에 손을 뻗으려고 했지만, 옆에 있던 이승훈이 그런 그를 뜯어말렸다.
“진정해! 손으로 만졌다가 무슨 일이 생길 줄 알고!”
이승훈은 키클롭스 장인을 말리긴 했지만, 그의 표정도 그에 못지않게 실망이 가득했다.
하지만, 정작 홈에 돌을 끼워 넣은 강신은 녹아내리는 건틀릿을 표정 변화 없이 지켜만 보고 있었다.
‘스읍, 아쉽긴 하지만 어쩔 수 없지….’
무기는 새로 만들면 그만이라고 생각한 것도 잠시, 강신은 뭔가를 발견하고는 자기도 모르게 손을 뻗어 녹아내리는 건틀릿을 잡았다.
“어, 어? 강책임님! 지금 뭐 하는 겁니까!”
깜짝 놀라 송기덕이 소리쳤지만, 강신은 건틀릿을 잡지 않은 손으로 그를 진정 시켰다.
“잠시만요. 기다려보세요.”
그리고는 강신은 녹아내린 건틀릿을 주물럭거렸다.
“으음? 음?”
일행들의 시선이 강신에게 집중되었지만, 그는 아랑곳하지 않았다.
그리고 이내, 주물럭거리던 건틀릿을 들어 올리고는 반대쪽 손으로 건틀릿의 표면을 쓸어내렸다.
그러자, 끈적끈적한 액체들이 떨어져 내렸다.
액체가 떨어져 내리자, 액체 속에 감춰져 있던 건틀릿의 모습이 드러났다.
“와….”
방금까지 강신을 말리려고 하던 송기덕뿐만 아니라, 이승훈과 키클롭스 장인까지 감탄을 내뱉었다.
“허…. 이건 놀랍군.”
“정말 아름답군요.”
건틀릿이 녹아내렸다고 생각했지만, 정작 녹아내린 건 겉면뿐이었다.
끈적한 액체에서 나온 건틀릿은 이전에 난잡했던 모든 색이 사라지고는 초록빛을 띠고 있었다.
고작 색이 바뀐 것이 다였다면 다른 이들이 이렇게까지 감탄하진 않았을 것이다.
“……마치 보석 같군요.”
건틀릿을 잡은 강신이 중얼거렸다.
디자인은 그대로였지만 금속으로 만들어졌던 건틀릿의 모습은 사라졌다.
지금은 페리도트라고 불리는 투명한 녹색 보석을 깎아서 만든 것처럼 표면이 매끈하고 광택이 났으며 내부가 훤히 비쳐 보였다.
강신이 건틀릿 안으로 손을 밀어 넣었다.
착용감은 예전과 똑같이 상당히 편했다.
외부에서도 건틀릿 내부에 있는 손이 보여서 왠지 신기한 느낌이 들었다.
손을 움직이자,
절그럭.
단단할 것처럼 보인 외형과 다르게 관절 부분에 맞추어 건틀릿이 유연하게 움직이며 살짝 표면이 부딪히는 소리가 들렸다.
“나쁘지 않네요.”
강신은 그 이후에도 건틀릿을 이것저것 조작했다.
그리고는 마지막으로 이승훈이 집어넣었던 자마다르 칼날을 확인했다.
투명해진 건틀릿 내부에는 자마다르 칼날이 보이지 않아 소실되었을 가능성도 상정하고 있었다.
강신이 장치를 조작하자 그 어떤 소음도 없이 건틀릿과 같은 재질의 녹색의 투명한 칼날이 위협적으로 튀어나왔다.
칼날을 조명에 비추자, 빛들이 산란하며 녹색 칼날은 더 아름다워 보였다.
“…허.”
마치 하나의 예술 작품을 보는 것 같았다.
건틀릿에 무슨 특성이 부여되었고 성능은 이전과 어떻게 바뀌었는지, 당장이라도 확인하고 싶었지만 강신은 꾹 참아냈다.
‘건틀릿은 왼쪽만 있는 것이 아니니까….’
강신은 녹색 건틀릿을 벗어 조심히 옆으로 치워두고는 반대쪽 건틀릿을 집어 들었다.
그리고 이전에 했던 일련의 행동을 똑같이 따라 했다.
홈에 보석을 박아넣자, 전과 똑같이 표면이 녹아내렸다.
그리고 액체를 털어 냈을 때, 모습이 바뀐 건틀릿이 나왔다.
외형만 봐서는 왼쪽과 비슷해 보여 문제 될 것이 하나도 없었다.
아니, 오히려 예술 작품과 같은 아름다운 외형이 만족스럽기까지 했다.
다만, 오른쪽 건틀릿과 왼쪽 건틀릿 사이에는 사소한 문제가 있었다.
“거참…. 이 장비는 처음부터 끝까지 색이 문제네요.”
왼쪽이 페리도트를 닮은 내부가 비칠 정도로 은은한 녹색을 자랑하고 있었다면, 오른쪽은 아콰마린처럼 은은한 하늘색을 띠고 있었다.
물론 오른쪽 건틀릿도 속이 비치는 것은 똑같았다.
강신이 양쪽 건틀릿을 모두 착용하자, 녹색과 하늘색의 언밸런스한 부분이 그대로 보였다.
각자 따로 놓고 봤을 때는 예술품 같던 것들이 함께 있으니 뭔가 촌스러워 보였다.
하지만 강신은 상관없다는 듯이 말했다.
“처음부터 외형보다는 성능에 중점을 두었으니, 괜찮습니다.”
색이 맞지 않는다고 해도 처음 난잡한 색을 자랑했던 건틀릿보다는 훨씬 나은 모습이었다.
“음…. 그래도 아쉽네요.”
송기덕은 아주 조금 부족한 것이 못내 아쉬워 보였다.
같은 색까지는 바라지 않았다.
어울리는 색만 나왔어도 정말 멋있는 무기가 탄생했을 것이다.
하지만, 무기를 사용하는 강신이 괜찮다고 하니, 더는 뭐라 할 수 없었다.
“그럼 바로 성능 테스트를 해야지!”
이승훈이 신이 나서 강신을 재촉했다.
어차피 강신도 실전에서 사용하기 위해서는 무기의 성능을 알아야 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다.
그의 말대로 성능을 테스트하기 위해 훈련층의 가장 넓은 훈련실을 예약해 일행들과 함께 이동했다.
개인 훈련실에 도착하자, 송기덕이 먼저 나서서 톤파의 성능을 확인했다.
투두두둥!
퍼버벅!
송기덕이 톤파로 개인 훈련실에 기본적으로 배치된 인간 모형들을 빠르게 타격했다.
그렇게 한참을 인형을 두드린 송기덕은 성능을 확인하고 행동을 멈췄다.
“평소보다 1.2배 정도 타격이 빨라진 것 같습니다.”
그는 흐르는 땀을 닦으며 자신이 느낀 부분을 진솔하게 말했다.
“타격이 빨라져 좋기는 한데, 획기적으로 성능이 올라가거나 그런 건 아닌 것 같네요. 여기에 내부 충격파 기술만 넣을 수 있으면 금상첨화겠지만 어렵겠죠?”
1.2배 더 빠르게 타격할 수 있다는 것은 분명 큰 이득을 안겨주는 부분이었다.
하지만, 기존에 있던 내부 충격파 기술이 없다는 것을 생각한다면 그 자리를 모두 채울 수는 없었다.
“내부 충격파 기술이라 조금 어려울 것 같군요.”
“그건 좀 아쉽군요.”
내부 충격파 기술은 HG 그룹이 개발한 기술이었다.
하지만 그들도 아무 곳에나 그 기술을 적용할 수 없었기에 몽둥이 같은 무기를 사용하고 있었다.
기술을 만든 집단도 제대로 다루지 못하고 있는데, 뒤늦게 기술을 카피한 성신이 원하는 장비에 내부 충격파 기술을 넣는 건 요연한 일이었다.
이전까지 울프팀이 사용한 장비에 내부 충격파 기술을 넣을 수 있었던 것은 어디까지나, 권영식이 특별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아쉬운 것은 아쉬운 거고 테스트 끝났으면 빨리 비켜봐. 제자에게 시켜볼 게 있단 말이야.”
송기덕의 장비는 그들이 알 바가 아니었다.
이승훈과 키클롭스 장인은 이미 강신이 착용한 건틀릿에 마음을 빼앗긴 상태였다.
그들의 태도에 송기덕이 한숨을 내뱉고는 터벅터벅 걸어 강신에게 자리를 내어주었다.
“그럼 테스트 시작하겠습니다. 왼쪽 건틀릿부터 시작하겠습니다.”
강신은 초록빛이 감도는 건틀릿으로 송기덕이 했던 것처럼 인간 모형을 가볍게 두들겼다.
퍼벅!
권투의 잽을 연상시킬 정도로 빠르고 가벼운 주먹질이었다.
인간 모형도 딱 내지른 충격만 받은 것인지, 작게 흔들린 게 전부였다.
“움직이는데, 불편한 것은 없군요. 설계에 들어가 있던 충격 완화가 정상적으로 작동하는 것 같은…. 음?”
강신은 말하다 말고 자신이 가볍게 때렸던 인간 모형을 바라봤다.
“……삭았어?”
인간 모형은 가죽으로 덧대어 있었다.
그리고 그런 가죽은 오래되면 삭는 게 당연했다.
하지만 방금 내지른 공격이 꽂혔던 두 곳만 가죽이 삭아 있는 건 조금 이상했다.
호기심도 잠깐, 강신은 다시 한번 왼손에 힘을 주어 전력을 다해 인간 모형을 강하게 때렸다.
쾅!
우드득!
얼마나 강하게 쳤는지, 모형을 고정하는 밑동이 부서져 그대로 넘어졌다.
쿵!
강신은 넘어진 인간 모형을 관찰했다.
“역시 삭았네.”
살짝 때렸을 때와는 또 달랐다.
약하게 쳤을 때는 그 부분만 색이 변해 표면이 살짝 떨어져 내릴 정도였다.
그런데 전력으로 때리자 그 부위가 완전히 삭다 못 해 주변까지 영향을 주었다.
“주는 충격과 비례해서 부패시키는 건가?”
상황을 지켜보던 이승훈이 중얼거렸다.
“음, 그런 거라면 괜찮네요.”
강신은 흡족한 표정으로 왼쪽 건틀릿의 테스트를 이어갔다.
이승훈의 말했던 대로 녹색 건틀릿에 깃든 힘은 부패의 힘이었다.
가하는 충격과 비례해 부패하는 건틀릿의 기능은 내장된 자마다르의 칼날에도 그대로 적용되었다.
그 기능이 전부가 아니었다.
보석을 넣기 전 공유 시약으로 능력을 뻥튀기시켰던 합금들의 기능이 그대로 유지되고 있었다.
모든 게 만족스러웠지만,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니었다.
“성능이 너무 좋아서 문제네요. 함부로 사용할 수 없겠습니다.”
부족한 게 아니라 넘쳐서 문제였다.
내부 충격파 기술처럼 온·오프가 가능한 것도 아니니, 사용하기가 더 어려웠다.
“그럼, 다음 건틀릿을 테스트해 볼까요?”
녹색 건틀릿이 생각지도 못한 성능을 보여주어서일까, 하늘색 건틀릿에 대한 기대감이 계속 높아지고 있었다.
“…….”
“…….”
하늘색 건틀릿의 테스트가 끝나자 그곳에 있던 이들은 함부로 입을 열지 못했다.
그러나 그들이 아무 말도 하지 않은 것은 하늘색 건틀릿의 성능이 좋아서가 아니었다.
오히려 녹색 건틀릿과 다르게 새롭게 추가된 기능이 없는 것뿐만 아니라 기존에 있던 기능 중 상당 부분이 소실되어 있었다.
“남은 기능은 내구도, 강도, 유연성 정도인가….”
“저거 분해하고 오른쪽만 다시 만드는 건 어떤가?”
이승훈이 중얼거리자, 키클롭스 장인이 장비를 분해하자고 의견을 냈다.
하지만 강신은 고개를 저었다.
“저는 나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왼쪽이 너무 위험하니까, 한쪽이라도 평범하게 사용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연구소에서 지급되는 건틀릿보다 조금 나은 수준이라면 사용하기에도 불편하지는 않을 것이다.
“그렇다면야, 뭐….”
이렇게 강신은 현장에서 사용할 새로운 무기를 직접 만들어 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