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identified creature capture team RAW novel - Chapter 485
484화
나이가 지긋한 한 노인이 거대한 상영관에서 홀로 앉아 있었다.
넓은 상영관에는 의자라고는 하나밖에 없었고, 다른 관객이 들어오지 못하는 것도 당연했다.
노인의 모습은 뭔가 외로워 보였지만, 그 노인의 시선은 거대한 스크린에 고정되어 있었다.
상영관에는 한 편의 영화가 상영 중이었고, 영화를 보던 노인은 혼잣말을 중얼거리며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아…. 그건 그러면 안 되는데.”
“거기서는 한 번 더 도전해야지.”
“포기하지마, 지금 그대로 더 노력하면 좋은 결과가….”
노인은 영화에 나오는 주인공에게 지나치게 감정을 이입한 것인지, 계속 훈수에 가까운 말들을 내뱉었다.
그런 훈수가 후회로 변하기까지는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아…. 저 때는 그랬으면 안 됐는데.”
“아들에게 화를 내지 마….”
“가족과 함께 보내는 시간을 더 가졌으면 좋겠는데….”
이제는 감정 이입을 떠나서 주인공을 자신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았다.
노인이 그렇게까지 집중해서 보고 있는 영화는 한 사람의 일평생을 담아둔 영화였다.
부잣집에서 태어난 장남의 일대기를 다룬 영화로, 다른 사람들이 봤다면 그렇게까지 재밌다는 느낌을 받지 못할 졸작에 가까운 영화였다.
이 영화가 졸작에 가까운 가장 큰 이유는 기승전결이 빠져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저 주인공 옆에서 그 순간을 기록하는 것처럼 촬영한 게 영화로 만들어졌을 뿐이었다.
영화 속 주인공은 갓난아이에서 소년이 되고, 소년이 청년이 되었으며, 청년은 중년이 됐다.
하지만 노인은 그런 재미가 없는 영화에서 눈을 돌리지 못했다.
그렇게 영화 속 주인공이 노인이 되었을 때, 주인공은 영화를 관람하고 있는 노인과 똑같은 모습을 하고 있었다.
영화는 노인이 된 주인공이 갑자기 가슴을 부여잡고 쓰러지는 것으로 막이 내렸다.
한 사람의 일평생이 담긴 영화였으니, 상영 시간이 그만큼 엄청나게 길었다.
하지만 영화를 본 노인에게는 그 시간이 찰나와 같았다.
영화의 상영이 끝나자, 상영관 출구에서 조금 소란스러운 소리가 들려왔다.
-아&^지! 정신@# $%세요.
-아@#님!
제대로 들리지 않았지만, 왠지 모르게 익숙한 목소리였다.
노인은 이대로 쉬고 싶었지만, 익숙한 목소리를 제대로 듣기 위해 늙고 병든 몸을 억지로 일으켜 세웠다.
그리고 천천히 소리가 들려오는 상영관의 출구를 향해 걸음을 옮겼다.
-마@# 준비를 해@#$습니다.
-이렇게 보@# 수는 @@#$다!
조금 더 가까이 가자, 익숙한 목소리가 더욱 선명하게 들려왔다.
-뭐라도 좀 해보세요!
그렇게 출구 앞에서 노인은 잠시 망설이다가 익숙한 목소리의 주인이 누구인지 깨닫고는 이곳을 나가기로 했다.
노인이 출구로 한 발 내딛자, 밝은 빛이 노인을 덮쳐왔다.
갑자기 온몸에 힘이 쭉 빠져버렸다.
그리고 노인이 밝은 빛에 시렸던 눈을 천천히 뜨자, 낯선 천장이 그를 반겨 주었다.
그런 노인을 보고 바로 옆에서 놀란 목소리가 들려왔다.
“아버지!”
노인이 힘겹게 고개를 돌리자, 그곳에는 한 중년 남성이 자신을 아버지라고 부르고 있었다.
아버지라는 소리를 듣자마자 노인은 중년의 남성이 영화 속 주인공이 소중하게 키웠던 아들이라는 걸 알 수 있었다.
그리고 이내, 그 주인공이 자신이었다는 것도 깨달았다.
‘아, 이게 주마등이라는 건가….’
죽기 전 사람에게 자신의 삶을 돌아보게 해주는 현상인 주마등.
노인은 자신이 봤던 영화를 떠올렸다.
실수와 후회는 분명히 많았지만, 그래도 남 부끄럽지 않게 살아왔다고 생각했다.
그래서일까, 장성한 아들을 보자 더는 미련이 남아 있지 않았다.
노인은 파리하게 떨리는 입술을 힘겹게 열어 말했다.
“창식아….”
힘이 빠진 목소리에 중년 남성이 놀라서 대답했다.
“네, 아버지. 저 여기 있어요.”
“나는 이제 얼마 남지 않은 것 같구나.”
꺼지기 전 불꽃이 거세게 타오르는 것을 회광반조라고 했던가, 지금 노인이 눈을 뜨고 말할 수 있는 것과 비슷한 현상이었다.
의사의 소견으로는 지금 당장 사망해도 이상하지 않았던 노인이 눈을 뜨고 말까지 하고 있었으니까.
“그런 말씀하지 마세요. 분명 괜찮아지실 겁니다.”
“인석아, 내 몸은 내가 더 잘 안다. 나는 곧 죽을 거다.”
실시간으로 체력이 빠지는 것이 느껴졌으니, 아마 자기 생각이 틀리지 않았을 것이다.
“크흐윽…. 왜 그런 말씀을 하십니까…. 혼자 남은 어머니를 생각하세요….”
아버지의 걱정에 덩달아 쓰러져 이곳에 없는 어머니를 언급하며 중년 남성이 눈물을 흘렸다.
“그래, 너는 옛날부터 정이 많고 눈물이 많은 아이였지…. 사람은 언젠가 죽기 마련이란다. 지금은 그저 내 차례였을 뿐…. 그러니, 너무 슬퍼하지 말아라. 내가 죽거든 혼자 남은 네 엄마에게 잘해주고 내가 일궈낸 회사도 너라면 잘 일궈나갈 수 있다고 생각….”
더는 아들의 이야기를 들어줄 수가 없었다.
노인에게는 시간이 없었으니, 자신이 해야 할 말들을 빠르게 쏟아냈다.
노인의 아들은 지금 노인이 하는 말들이 유언이라는 걸 짐작하고, 대답만 하며 노인의 모든 이야기를 들어주었다.
“네, 아버지. 네…. 그렇게 할게요.”
그렇게 짧은 시간이 지나고 노인은 거칠게 호흡을 내쉬었다.
“흐억…. 헉….”
호흡하고 있었지만, 숨이 제대로 쉬어지지 않는 느낌이었다.
방금까지 나름 또렷했던 시야도 점차 흐려지기 시작했다.
하고 싶은 말은 산더미 같았지만 이제 숨 쉬는 것도 힘들었으니, 노인은 남은 힘을 쥐어짜서 마지막 말을 기어코 내뱉었다.
“나는 행복했다.”
그 말을 끝으로 노인은 다시 눈을 뜨는 일은 없었다.
“아, 아…. 아버지!”
본능적으로 노인이 이제 이 세상 사람이 아니라는 것을 느꼈는지, 중년의 남성이 하염없이 눈물을 흘렸다.
그리고 옆에서 모든 상황을 지켜보고 있던 의사는 노인의 사망을 선고했고, 중년 남성은 그저 그 모습을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노인의 시신은 장례를 치르기 전 영안실로 이동되었다.
중년의 남성은 영안실에서 노인의 시신과 함께 잠시 시간을 보낼 수 있도록 다른 이들에게 양해를 구했다.
그렇게 그가 영안실에서 깊은 슬픔을 진정시키자, 영안실로 어떤 남성이 들어왔다.
“어떻게, 저희 서비스는 만족하셨습니까?”
깔끔한 정장을 입은 남성은 영업과 관련된 일을 하는 세일즈맨처럼 보였다.
“아, 오셨군요…. 감사합니다. 덕분에 아버지가 가시는 길, 마지막 유언을 들을 수 있었습니다.”
“감사하긴요. 저희도 다 돈을 받고 하는 일인데요. 그래도 유언을 직접 들었다니, 다행입니다. 가족과 특별한 유대가 없다면 열에 일곱은 그대로 영원히 쉬는 것을 선택하거든요.”
정확한 원인은 따로 있었지만, 남성은 이번 일을 의뢰한 의뢰인이 만족할 수 있도록 재치있게 말을 돌려서 이야기했다.
“저희 서비스에 만족하셨다니, 저희는 이만 철수하겠습니다.”
그는 시신의 얼굴을 가리고 있는 천을 살짝 치우고는 노인의 머리 쪽으로 손을 뻗었다.
그리고는 허공에 손을 휘젓는 것처럼 흔들거리다, 그대로 뭔가를 움켜잡고는 뜯어냈다.
드득….
뭔가 끈적한 것이 떨어지는 소리와 함께 그의 손에는 문어와 닮은 생명체가 갑작스러운 손길에 놀란 듯 의태를 풀었다.
그리고 미친 듯이 꾸물거리다가 딸려 나왔다.
“윽….”
중년인은 그 생명체를 보고 눈살을 찌푸렸다.
저 생명체의 도움을 받긴 했지만, 다시 봐도 생리적으로 혐오감이 드는 외형이었다.
많이 순화해서 문어를 닮은 생명체라고 했지만, 그 외형은 두족류 중에서도 가장 못생기고 혐오감이 드는 외형을 가지고 있었다.
촉수가 구불거리는 모습은 누가봐도 기분 나빴다.
그 생명체를 뜯어낸 남성은 그대로 푸르스름한 액체가 담겨 있는 유리병으로 생명체를 집어넣고는 말했다.
“의뢰는 완수했으니, 대금은 이전에 말했던 계좌로 입금 부탁드리겠습니다.”
그 모습을 지켜보던 중년인은 괴상한 생명체에게 눈을 떼지 못하고 인상을 찌푸리며 고개를 끄덕였다.
“으음…. 알려주신 계좌로 바로 입금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고객님, 그럼 다음에도 저희 서비스를 이용해 주시길 바라겠습니다.”
남성은 그 인사를 마지막으로 괴상한 생명체가 담긴 유리병을 품속에 집어넣고 영안실을 빠져나왔다.
영안실에서 진중하고 신비로운 분위기를 풍기던 그 남자는 영안실에서 나오자마자 목을 죄고 있는 넥타이를 호쾌하게 풀어헤쳤다.
그리고는 신이 난 것처럼 자꾸 새어 나오는 웃음을 참지 못했다.
“푸흐흐….”
괴상한 웃음소리를 내자, 주변 사람들이 그를 힐긋 바라보며 지나갔다.
다른 사람들의 시선을 느낀 그 남성은 자중해야 한다는 걸 깨닫고는 헛기침을 했다.
“크흠, 여기서 이러면 안 되지.”
그는 자신의 입가를 손으로 마사지하며 올라간 입꼬리를 억지로 풀어서 내렸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다시 입꼬리가 천천히 올라갔다.
‘한 건에 천만 원이라니, 이보다 수지 좋은 장사는 없을 거야.’
말이 한 건이지, 시간으로 치면 40분이 채 안 되는 시간이었다.
그 짧은 시간에 천만 원이라는 큰돈을 만질 수 있었으니, 웃음이 나오지 않는 게 오히려 이상한 일이었다.
만약 그가 예전부터 이렇게 돈을 많이 벌었던 사람이라면 더뎌져 감흥이 떨어졌겠지만, 남성이 이 일을 시작한 건 겨우 한 달 전이었다.
한 달 전만 해도 중소기업의 월급쟁이였던 걸 떠올린다면 그런 그의 태도도 이해하지 못할 건 아니었다.
물론 그가 다니던 중소기업이 평범한 곳은 아니었다.
그가 다니던 중소기업은 아주 작은 비밀 연구소를 가지고 있었고, 그는 그곳에서 일하던 연구원이었다.
사내 복지와 근무 여건이 좋은 대기업과 다르게 중소기업의 사내 복지와 근무 여건은 취약하기 그지없었다.
야근은 기본이고 잦은 휴일 출근과 국경일인 빨간 날에도 회사의 허락을 받고 쉬어야 할 만큼 연구원들을 갈아 넣었다.
그래놓고 돈이라도 많이 벌었다면 불만이 덜했겠지만, 뼈 빠지게 일하고 손에 들어오는 월급은 고작 400만 원밖에 되지 않았다.
이게 많은 금액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었으나 하루에 18시간 근무에 휴일까지 출근한다는 것을 생각한다면, 비밀 연구소에서 일하는 연구원 중 가장 적은 돈을 받는 것이었다.
그런 그가 자신의 품속에 있는 U.M.A를 만나고 인생이 바뀌었다.
품속에 있는 U.M.A를 처음 포획한 것은 그 남자가 아닌 회사 소속의 현장 요원이었다.
현장 요원은 정말 우연히 해당 U.M.A를 외딴 요양병원에서 발견해 포획했다.
포획한 U.M.A는 연구소로 이송되었고, 그 U.M.A를 연구한 것이 바로 자신이었다.
그러던 어느 날, 정부에서 그가 다니던 비밀 연구소를 폐지하겠다는 공문이 내려왔다.
회사는 반발했지만, 정부에겐 타당한 이유가 있었다.
그가 다니던 기업의 간부들이 비밀 연구소를 운영하며 받는 지원금을 빼돌렸다.
그리고 시설관리를 제대로 하지 않았으며 정부가 도움을 요청했을 때, 단 한 번도 그에 응한 적이 없었다.
그리고 폐지의 가장 큰 이유는 회사 간부 중 하나가 비밀 연구소에 있는 U.M.A를 중국 기업에 몰래 판매한 정황이 파악되었기 때문이었다.
그렇게 비밀 연구소는 폐지의 절차를 밟아갔다.
대부분 연구원은 다른 비밀 연구소로 자리를 옮겼다.
하지만, 그를 받아주는 비밀 연구소는 없었다.
그가 한 연구라고 해봐야 큰 가치가 없는 것들이었기에 스카우트 제의 자체가 오지 않은 것이다.
그래서 남성은 자신이 연구하던 U.M.A를 남들의 눈을 피해 빼돌렸다.
연구소 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았으니, 정부에서 감사가 나와도 그가 U.M.A를 빼돌렸다는 걸 들키지 않았다.
그렇게 회사를 나온 그는 해당 U.M.A를 가지고 장사를 시작했고, 결과는 지금 보는 것과 같았다.
그는 이제 40분에 천만 원을 버는 사람이 되어 있었다.
그가 한껏 웃으며 병원을 나서자, 병원 입구에서 누군가가 그를 기다리고 있었다.
“정바른 씨?”
누군가가 그를 부르자, 그는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그를 부른 건 자신과 비슷한 디자인의 정장을 입은 한 남성이었다.
그는 정바른에게 바로 명함을 내밀었다.
얼떨결에 그 명함을 받은 정바른은 깜짝 놀랐다.
-성신 전자
SL그룹 연구소장 직할
책임 연구원 강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