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identified creature capture team RAW novel - Chapter 486
485화
“……설마, 그 성신?”
“네, 성신에서 나왔습니다.”
명함을 받은 정바른은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비밀 연구소에서 일했던 그는 성신이 가진 이름값을 너무나도 잘 알고 있었고, 그런 그들이 자신을 찾아온 목적은 보나 마나 뻔했다.
‘나를 잡으러 왔거나, 내가 가진 U.M.A를 빼앗으려는 거구나.’
중소기업의 입장에서 봤을 때, 성신이라는 회사는 U.M.A를 독식하는 공룡기업이었다.
‘이대로 눈뜨고 U.M.A를 빼앗길 수는 없어.’
정바른은 온갖 상상을 하며 눈앞에 있는 강신이 위험하다고 착각하기 시작했다.
“저기, 정바른씨?”
갑자기 말이 없어진 정바른은 주변을 살피다가 그대로 몸을 돌려 도망쳤다.
강신은 제대로 된 대화조차 하지 않고 갑자기 달아나는 그의 뒷모습을 보며 어이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음…. 도망가는데, 쫓지 않아도 되겠어요?
통신 장비를 통해 신하린의 우려가 담긴 목소리가 들려왔지만, 강신은 그래도 그를 쫓지 않았다.
“무작정 쫓아가면 오히려 겁에 질려서 더 도망가려고 할 거야. 그리고 지금은 보는 눈이 너무 많아.”
강신은 정바른이 달아난 이유를 쉽게 짐작할 수 있었다.
‘죄를 저질렀으니까, U.M.A를 빼돌리고 그것을 민간인에게 노출한 걸로도 모자라 불법적으로 장사까지 했으니 찔린 것이겠지.’
켕기는 게 있으니 도망친 것이다.
그가 만약 정당했다면 도망치는 것보다는 대화를 시도했을 테니까.
분명 그가 하는 일은 불법적인 일이었지만, 강신이 정바른을 찾을 수 있었던 것 역시 그가 민간인을 상대로 장사를 한다는 정보를 얻은 덕분이었다.
“다른 기업이나, 정부에서 정바른에 대한 정보를 접하기 전에 교섭을 끝내야 한다면서요.”
어느새 나타난 신하린이 현장으로 나오기 전 강신이 했던 말을 그대로 돌려주었다.
현재 정바른이 U.M.A를 가지고 장사를 한다는 소문은 어지간한 기업들도 알고 있긴 했다.
정바른이 아무리 조심한다고 해도 U.M.A를 가지고 장사를 하는 것은 소문이 날 수밖에 없는 일이다.
하지만 며칠 전 종말론자들과 있었던 일들을 수습하느라, 정부나 다른 기업들의 시선은 모두 그쪽으로 쏠린 상태였고 중소기업의 연구원이 저지른 작은 일탈에 눈을 돌릴 새가 없을 정도로 바빴다.
성신도 그들과 마찬가지로 바쁜 것은 똑같았지만 강신은 차마 들려오는 소문을 무시할 수 없었다.
정바른이 불법적인 일을 하는 걸 막기 위해서?
아쉽게도 그런 정의로운 이유가 있는 것은 아니었다.
강신은 정바른이 장사에 사용하고 있는 U.M.A가 필요했기에 찾아온 것이다.
강신은 정바른에게 의뢰를 맡겼던 의뢰인을 찾아가 들었던 U.M.A의 외형과 특징을 떠올렸다.
-문어를 닮은 두족류, 혐오감을 불러일으키는 끔찍한 외형, 사람의 머리에 붙여서 사용했으며 머리에 붙었을 때, 주변 환경에 맞추어 의태 하여 모습을 감춤, 일이 끝나고 수거할 때는 파란 용액이 들어 있는 유리병으로 수거.
파란 용액이 무엇인지, 외형과 특징만으로는 정보가 조금 부족했지만 정바른은 고맙게도 U.M.A가 어떤 능력을 갖췄는지 예상하기 쉽게 친히 알려주었다.
강신은 품속에서 의뢰를 맡겼던 사람에게서 양도 받은 정바른의 명함을 확인했다.
-사랑하는 가족에게 주는 마지막 선물이 필요하지 않으십니까?, 그런 분들을 위해 누구보다 가치 있는 추억을 전해드립니다. 어쩌면 마지막이 될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확실한 주마등으로 추억을 되살려 드립니다.
그가 뿌린 명함에 적힌 주마등 사업에 대한 설명 덕분에 부족한 정보는 충분히 채워졌다.
‘기억을 살리는 지상의 잡념.’
정바른이 가진 U.M.A의 이름이었다.
거창한 이름과 다르게 위험한 개체는 아니었다.
다만, 일반적인 U.M.A보다 더 희소하고 찾기 어려운 개체일 뿐이었다.
‘그야…. 지상의 개복치라고 불릴 만큼 약한 개체니까.’
바닷속에서 툭하면 죽는 개복치만큼이나 쉽게 사망하고, 의태 능력으로 숨어있기에 찾기도 어려웠다.
혹여나 열 감지 센서로 찾으려고 해도 주변의 온도와 자신의 체온을 맞추니, 더 찾기 어려웠다.
이 U.M.A는 강신이라고 하더라도 쉽게 발견하기 힘든 개체였다.
기억을 살리는 지상의 잡념은 의태 능력을 빼면 모든 면에서 생존 능력이 떨어졌다.
그중 스트레스를 받아 사망하는 이유가 가장 많았다.
햇빛이 너무 강해서 사망, 비를 너무 많이 맞아서 스트레스를 받아 사망, 너무 오래 의태하고 있으면 힘들어서 사망했다.
얇은 피부는 수분을 유지하지 못하면 쉽게 갈라져 상처가 생기고, 회복력도 낮아 그대로 상처가 곪아 죽기도 했다.
몸도 약한 것이 식성은 더럽게 까다로웠다.
기억을 살리는 지상의 잡념이 주식으로 삼는 것은 다른 생명체의 눈물이었다.
‘심지어 평범한 눈물은 쳐다보지도 않지.’
오로지 후회로 인해 흘리는 눈물을 먹었으며, 그것도 세월이 농축된 후회가 담긴 눈물이 아니면 당장 허기에 죽으면 죽었지 입에 대지도 않았다.
그래서 기억을 살리는 지상의 잡념은 먹이를 먹기 위해 다른 생명체의 기억을 떠올리게 만들었다.
흔히 주마등이 스쳐 지나갔다고 표현하는 이 현상은 기억을 살리는 지상의 집념이 짧은 시간 동안 농축된 후회의 눈물을 쥐어짜기 위해 사용하는 능력의 부가적인 요소였다.
“그래서, 저 사람 안 잡을 거예요?”
“잡아야지. 요원도 아닌 연구원이었으니까 잡는 건 어렵지 않을 거야. 네시스.”
-주변 CCTV를 확인해서 이동 경로를 파악할게.
이제는 말하지 않아도 프로네시스가 능동적으로 움직였다.
프로네시스는 정바른이 어디로 향했는지, 바로 강신이 착용한 만능렌즈에 투사시켰다.
강신은 만능렌즈에 떠오르는 이정표를 보고 느긋하게 걸음을 옮겼다.
강신이 움직이자, 신하린도 모습을 감추고 그의 뒤를 따랐다.
동시에 다른 곳에서 대기하고 있던 다른 울프팀도 움직였다.
* * *
정바른은 연구원이었기에 체력이 좋은 편은 아니었다.
그 증거로 강신을 피해 아주 조금밖에 달리지 않았음에도 호흡이 거칠어졌다.
“헉…. 헉…. 운동 좀 해 놓을걸.”
성신의 직원이라 밝힌 이가 따라오지 않았지만, 자신이 쫓기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기에 힘들어도 도저히 멈출 수가 없었다.
“쓰읍…. 이제 어떻게 하지.”
자신을 찾아온 것이 정부가 아니라는 게 그나마 위안이 되었지만, 성신과 정부의 돈독함을 생각해본다면 성신에게 잡혀도 정부에 넘겨질 확률이 높았다.
‘그건 안돼.’
U.M.A를 이용해 불법으로 민간인에게 장사했으니, 일반적인 교도소로 보내지는 않을 것이다.
시민들에게는 숨겨진 재능 범죄를 저지른 이들을 모은 그 흉악한 수용소로 가게 될 것이 분명했다.
한평생 범죄와 관련 없이 살아온 정바른에게는 그런 장소는 두려움의 대상이었다.
수용소를 떠올리기만 해도 손이 덜덜 떨려왔다.
‘해외로 도망가야 하나.’
정부와 기업의 눈을 피하려면 그게 확실하겠지만 평범한 삶을 살아온 그가 영화에 나오는 것처럼 해외로 몰래 도망칠 방법을 알 리 없었다.
‘그럼 한적한 시골로?’
사람이 없는 외딴 장소가 그나마 나으리라 판단했다.
“하아…. 내가 돈에 눈이 멀긴 했었구나.”
범죄라는 걸 인지하고 있었지만, 이제까지 고생한 것에 보상을 받고 싶었을 뿐이었다.
그래서 연구하던 U.M.A를 빼돌렸고, 우연히 U.M.A가 사람의 주마등을 보여주는 것을 목격하게 되었다.
정바른은 그 모습을 보고 평소 부모님에게 효도하지 못해 죄책감을 느끼고 있는 사람에게 접근했다.
효도하지 못한 죄책감과 후회를 끄집어내서일까, 그들은 자신의 죄책감을 덜어내기 위해서라도 정바른에게 의뢰를 맡겼다.
물론 정바른도 처음부터 큰돈을 받고 일을 맡았던 것은 아니었다.
이 장사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신용이었다.
주마등을 보여준 대상자가 그대로 사망하면 의뢰를 맡긴 이들이 믿지 않을 가능성이 컸다.
그래서 처음에는 무료로 시작해 신용을 쌓으며 천천히 금액을 올렸고, 지금 와서는 천만 원이라는 거금에도 의뢰를 맡기겠다는 사람이 생긴 것이다.
그런 와중에도 정바른은 의뢰인들에게 비밀 서약서를 작성시켜 비밀을 유지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비밀 서약서를 완전히 믿은 것은 아니었지만, 이렇게 빠르게 들킬 줄은 몰랐는데.’
생각했던 것보다 일러도 너무 일렀다.
그렇게 고생하고 사업이 이제야 정상 궤도에 올랐는데, 제대로 꿀을 빨아보지도 못하고 사업을 접어야 한다니.
눈물이 날 만큼 아쉬웠지만, 지금은 욕심을 부릴 때가 아니었다.
“세상이 날 너무 싫어하는 것 같아….”
하는 일마다 실패하는 것 같은 느낌이 들자, 괜히 억울해졌다.
그런 정바른의 중얼거림을 들은 누군가가 갑자기 대꾸했다.
“음…. 그건 너무 비관적인 생각이 아닌가 싶네요.”
그러면서 그는 정바른이 지나가려는 길을 막아섰다.
“어…. 누구…?”
길을 막은 사람의 덩치가 커서일까, 정바른은 왠지 모르게 주눅이 들었다.
그러자, 길을 막은 덩치 큰 남성이 씩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저는 성신에서 일하는 송기덕 대리라고 합니다.”
“어으….”
정바른은 성신이라는 소리를 듣고 경기를 일으키며 몸을 돌려 달아나려 했다.
하지만, 뒤쪽엔 그에게 명함을 건넸던 남성이 나타나 도망칠 수 없었다.
“저희는 정바른씨가 무슨 사업을 하든지, 신경 쓰지 않으니 그렇게 두려워하실 필요 없습니다. 그저 대화하고 싶어서 온 것이니까요.”
적대적이지 않은 강신의 모습에도 정바른은 믿지 못하겠다는 눈으로 실없는 질문을 던졌다.
“그…. 대화가 육체로 하는 것은 아니겠죠?”
“물론 아니죠. 혹시 그쪽이 편하다면 그쪽으로 해드릴 수도 있습니다만….”
강신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정바른의 뒤쪽에서 송기덕이 몸을 푸는 소리가 들려왔다.
우득. 우드득.
뭉쳐있는 뼈가 풀어지는 소리에 정바른이 화들짝 놀라며 고개를 빠르게 가로 저었다.
“하하, 농담입니다. 저는 육체적인 대화를 싫어합니다!”
“그건 아쉽군요. 그럼 따라오시죠.”
강신이 미소를 짓는 모습에 정바른은 식은땀을 흘리며 그를 따라 이동했다.
강신이 정바른을 데리고 간 곳은 근처 카페였다.
둘은 간단한 음료를 주문한 뒤 카페에 있는 개인실로 이동했다.
“사람이 많은 쪽이 대화하시기 편하시겠죠?”
강신이 묻자, 정바른이 고개를 끄덕였다.
정바른은 이 정도로 사람이 많다면 성신이 다른 수작을 부리지 못하리라 생각한 것이다.
애초에 강신이 이곳으로 그를 데리고 온 목적도 그런 의도였다.
‘이런 조건에서 대화해야 저쪽도 편하게 말할 테니까.’
“그럼, 이제 대화 좀 해볼까요?”
강신이 말하자 정바른이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