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identified creature capture team RAW novel - Chapter 487
486화
겁에 질려 달아났던 상황과 다르게 대화는 의외로 순조롭게 진행되었다.
“그러니까, 성신에서 저에게 의뢰를 맡기고 싶다는 겁니까?”
정바른이 두 눈을 껌뻑이며 자신이 들은 말이 맞는지 다시 한번 확인했다.
“네, 제대로 들으셨군요.”
“아니, 왜요?”
정바른은 비아냥거리는 게 아니라 진심으로 궁금해서 물어봤다.
“아니, 솔직히 이상하잖아요. 성신이 왜 저에게 의뢰를 합니까?”
아무리 생각해도 이해가 되지 않았다.
자신이 가진 U.M.A가 아무리 희소한 개체라고 한들, 그런 비슷한 능력을 가진 U.M.A가 아예 없는 것은 아니었다.
성신이라면 그런 비슷한 효과를 가진 U.M.A 가지고 있을 가능성이 컸다.
그게 아니더라도 자신은 U.M.A를 가지고 불법 장사를 하는 범죄자였다.
연구원인 자신이 성신 소속의 현장 요원을 당해낼 수 없었으니, 만약 성신이 U.M.A가 필요했다면 그냥 자신을 몇 대 쥐어박고 빼앗아가는 편이 성신의 입장에서는 더 편한 방법이었다.
그러니, 정바른은 성신과 강신의 태도를 쉽게 이해할 수가 없었다.
하지만 이는 정바른이 자신이 가진 U.M.A에 대해 제대로 알지 못하기에 생긴 의문이었다.
‘빼앗아 쓸 수 있으면 그렇게 했을지도 모르지.’
강신은 목구멍까지 넘어온 말을 억지로 집어삼켰다.
굳이 불필요한 정보를 정바른에게 제공해 교섭의 우위를 빼앗기고 싶지는 않았으니까.
“그래서 의뢰를 받지 않으실 겁니까?”
강신은 그의 궁금증을 해결해 줄 생각이 없이 덤덤하게 말했다.
“아니, 그러니까….”
정바른은 입버릇처럼 계속 아니를 연발하고 있었지만, 이미 손익계산을 하며 머리를 굴리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의뢰비는 1억입니다.”
“헉….”
지금까지 받던 의뢰비의 10배나 되는 금액에 정바른이 헛숨을 집어삼켰다.
도대체 자신에게 무엇을 시키려고 그런 큰돈을 준다는 것일까.
금액을 듣고 정바른이 경계하는 듯한 눈으로 강신을 바라보자, 강신이 피식 웃으며 말했다.
“신중하시네요. 이상한 일을 시키지는 않을 테니,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오히려 평소 하시는 일과 다를 것이 없죠. 가지고 있는 U.M.A를 가지고 제가 원하는 대상의 주마등을 봐주시면 됩니다.”
“…….”
“다만, 의뢰 장소는 성신 연구소이며 그에 따라 변호사가 공증한 비밀 서약서에 서명하셔야 합니다.”
“음…. 그 정도는 어렵지 않습니다만, 정말 그런 의뢰 때문에 저를 직접 찾아오신 겁니까?”
정바른이 다시 한번 묻자, 강신이 고개를 끄덕였다.
“네, 대뜸 전화해서 성신 연구소로 오라고 했다면 오시지 않았을 테니, 직접 찾아온 겁니다. 정말 그 외에는 다른 의도는 없습니다,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U.M.A를 빼앗는 것도 아니고 자기를 정부에 넘기려는 것도 아니라면 굳이 성신의 의뢰를 거절할 이유가 없었다.
강신이 재촉하듯 묻자, 정바른은 결국 빠르게 고개를 끄덕였다.
“네! 하겠습니다.”
“좋습니다. 저희도 그전에 준비해야 할 게 있으니, 추후 이쪽 번호로 연락을 드리겠습니다, 그러니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강신은 명함에 적힌 전화번호가 아닌 새로운 연락처를 넘기고는 정바른과 악수를 나눴다.
연락처를 받아든 정바른은 기분이 좋은지 콧노래를 부르면서 강신과 헤어졌다.
정바른이 카페를 떠나자, 강신은 개인실에 홀로 남았다.
끼익.
그때 신하린이 자신이 주문한 음료를 가지고 개인실로 들어왔다.
“굳이 의뢰할 필요가 있어요? 그냥 빼앗는 게 편할 텐데.”
강신이 고개를 저었다.
“그게 가능했으면 그랬겠지만, 그럴 수가 없어.”
강신이 굳이 정바른에게 꺼내지 않은 정보를 신하린에게 풀기 시작했다.
“기억을 살리는 지상의 잡념은 의외로 의리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U.M.A거든.”
강신이 자신에게 장난을 치고 있다고 생각한 건지, 신하린이 눈을 가늘게 뜨고는 빈정댔다.
“U.M.A가 의리는 무슨, 퍽이나 그러겠네요.”
그녀의 대답에 강신이 피식 미소를 지었다.
장난스럽게 말한 것은 사실이지만, 내용 자체는 거짓이 아니었다.
기억을 살리는 지상의 잡념은 개체마다 다르지만, 상당히 높은 지성을 가진 개체도 존재했다.
그들이 가진 지성의 수준은 U.M.A가 후회의 눈물을 먹기 위해 어떤 생명체의 기억을 봤는지에 따라 달라졌다.
본능에 충실한 단순한 생명체의 기억만 보아왔다면 그다지 지성이 높지 않겠지만, 정바른의 U.M.A는 불법 장사로 인해 한 달간 인간의 기억을 주로 확인해왔다.
그 정도 수준이면 매우 뛰어난 지성을 가지고 있을 게 분명했다.
‘성대가 없어 말은 못 하겠지만, 말을 할 수 있다면 인간과 대화를 나눌 정도로 높은 지성을 가지고 있겠지.’
그런 U.M.A는 기본적으로 자신을 도와준 생명체에게 높은 호감을 품고 있었다.
그 수준은 인간이 가족을 생각하는 것만큼 중요했다.
즉, 정바른은 자기도 모르는 사이 U.M.A와 강제로 유대관계가 형성되어 있다는 소리였다.
이건 단순한 유대관계로 끝날 말이 아니었다.
지상의 개복치라는 별명은 이 유대관계에도 적용되었다.
만약 자신과 유대관계가 있는 생명체가 죽거나, 장기간 사라지게 된다면 이 U.M.A는 엄청난 스트레스를 받고 뜬금없이 돌연사했다.
그러니, 강신은 정바른에게 U.M.A를 빼앗지 않은 것이다.
‘물론 다른 이유도 있지만….’
“1억의 값어치는 할 거니까, 걱정하지 않아도 돼.”
강신은 그 말을 끝으로 남은 음료를 입에 털어놓고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정바른에게 일을 의뢰하기 전 자신이 해야 할 일들이 남아 있었다.
그 일들은 다른 기업이 정부가 정바른과 접촉하기 전에 서둘러 해결해야 했다.
-현장 8팀이 정바른의 경호로 붙었습니다.
때마침 송기덕의 목소리가 기분 좋게 들려왔다.
8팀은 성신의 의뢰가 끝나기 전까지, 다른 기업이 정바른에게 접근하는 걸 막아줄 터였다.
“나도 서둘러서 준비해야겠네.”
강신은 곧장 연구소로 돌아갔다.
* * *
그렇게 5일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강신은 그 기간동안 정바른에게 의뢰할 때, 필요한 자료와 상부의 결재를 받아야 했다.
강신이 정리한 자료는 임상무가 생전에 남긴 자료였다.
자신이 죽을 것을 알고 있었던 임상무는 종말론자들의 리스트와 해외 지부의 위치, 그리고 교주의 정체, 장비를 만들어주는 과학 집단에 관한 것까지.
자신이 알고 있는 모든 정보를 예약 메일로 강신에게 보내질 수 있도록 저장해 두었다.
처음 강신이 그 메일을 받았을 때, 얼마나 놀라고 슬펐는지 다른 사람들은 아마 모를 것이다.
임상무가 모든 것을 예측했고, 그만큼 자신과 울프팀에 큰 애정을 품고 있었다는 소리였으니까.
메일에 적힌 정보들은 생각보다 방대하여 프로네시스와 다른 연구원의 도움을 받아도 정리하는 데 오랜 시간이 걸렸다.
단지 이 내용을 정리하기 위해서였다면 강신이 정바른을 찾을 이유는 없었다.
죽음을 각오한 임상무가 거짓말을 할 이유가 없으니, 그가 보내온 정보는 모두 진실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가 보내온 메일 중 비정상적인 메일이 하나 끼어 있는 게 문제였다.
첨부된 파일이 삭제되고 글자가 깨진 메일은 프로네시스의 도움을 받아도 복구할 수 없었다.
임상무가 넣어둔 정보 목록의 순서를 봤을 때, 종말론자에게 협력했던 과학 집단에 관한 것이라 예상할 뿐이었다.
인간에게 종말을 가져다줄지도 모를 기계를 만든 그 집단을 모르는 척 넘어가는 건 상당히 찝찝한 기분이었다.
그때, 때마침 정바른에 대한 소식이 강신의 귀에 들려왔다.
정바른은 기억을 살리는 지상의 잡념으로 곧 죽을 사람에게 주마등을 제공하고 있었지만, 이 U.M.A의 능력은 그게 전부가 아니었다.
후회의 눈물을 먹기 위해 생명체가 살아있을 때 기억을 살리기는 하지만, 뇌가 존재한다면 사실 죽은 이의 기억을 살펴보는 것도 불가능하지 않았다.
단지 죽은 이의 기억을 본다고 해서 자신의 먹이가 나오는 게 아니기에 하지 않는 것뿐이었다.
‘그래서 정바른이 중요한 거야.’
U.M.A와 유대관계를 가진 정바른이 부탁한다면 U.M.A는 분명 그 부탁을 들어줄 것이다.
문제는 해당 U.M.A가 죽은 임상무의 기억을 본다 해도 그 기억을 다른 이들에게 전하는 게 어려웠다.
그래서 강신은 기억을 살리는 지상의 잡념에게 기억을 전해 듣기 위해 여러 가지로 많은 준비를 했다.
‘한 달 동안 사람의 주마등을 계속 보게 했으니, 인간의 심리에 대해서도 분명 알고 있겠지.’
강신은 상부에 결재가 떨어지자, 정바른에게 연락해 그를 바로 비밀 연구소로 호출했다.
원래 외부인에게는 지하 깊숙한 곳까지 허락되지 않았지만, 상부는 의외로 순순히 강신의 요구를 들어주었다.
그래서 강신은 정바른을 임상무의 시신이 보존된 15층으로 데리고 올 수 있었다.
정바른은 처음 성신에 들어올 때부터 계속 주변을 두리번거리며 감탄을 이어갔다.
15층에 도착해 임상무의 시신을 본 그는 몸을 떨며 두려운 눈으로 강신을 바라봤다.
“이게…. 뭡니까?”
성신이 자신에게 의뢰한 것은 분명 자신이 하는 사업인 주마등과 관련된 일이라고 했다.
당연히 죽기 직전에 뭔가를 볼 거라고 생각했던 그는 놀랄 수밖에 없었다.
그의 눈앞에 있는 건 누가 봐도 인간이 아닌 거대한 새의 사체였으니까.
“이분이 오늘 의뢰를 맡길 분입니다.”
시체를 보고 말을 높이자, 정바른은 더욱 당황해하며 말을 더듬었다.
“어…. 그러니까…. 저는 살아있는 생명체에게만 주마등을 보여드릴 수 있는데요.”
그러자, 강신이 고개를 저었다.
“당신이 가진 U.M.A는 살아있는 생명체의 기억만 볼 수 있는 게 아닙니다.”
“어…. 하지만 사체에는 달라붙으려고 하지 않아서….”
“그렇겠죠. 보지 못해도 괜찮습니다. 정바른씨, 당신이 한번 U.M.A에게 기억을 봐달라고 부탁해 주시겠습니까?”
“……U.M.A에게 부탁하라고요?”
뜬금없는 강신의 주문에 정바른이 다시 한번 당황했다.
“네, 실패해도 일을 완수한 것으로 판단하고 의뢰금은 입금하겠습니다. 그러니, 시도라도 해주시죠.”
“그렇다면야….”
정바른은 품속에서 푸른 액체에 담긴 기억을 되살리는 잡념을 꺼내, 새의 머리를 한 U.M.A의 시신 위에 올렸다.
하지만 U.M.A는 꾸물거리기만 할 뿐 다른 행동은 하려고 하지 않았다.
정바른이 강신을 눈치를 살피자, 강신이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으음…. 저기 미안한데, 이 사람(?)의 기억을 봐줄 수 있을까?”
정바른은 처음으로 U.M.A에게 말을 걸었다.
그것도 자신이 낼 수 있는 최대한 상냥한 목소리로….
말하지 못하는 생물에게 말을 걸어서일까, 왠지 얼굴이 붉어졌다.
‘아오, 내가 뭘 하는 거지?’
아무리 성신이 부탁했지만, 그걸 그대로 따라 하다니, 왠지 모를 자괴감이 들고 강신이 자신이 놀리는 게 아닌가 의심이 들었다.
하지만 곧 U.M.A가 자신의 말을 알아들은 것처럼 새의 머리에 안착해 주변의 색에 맞추어 의태 하기 시작했다.
“어, 어…?”
그 모습에 정바른의 입에서 얼빠진 소리가 흘러나왔다.
U.M.A가 의태를 한다는 것은 기억을 보여주는 것임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정바른은 U.M.A가 죽은 이의 기억을 보는 것도 놀라웠지만 그보다 자신의 말을 알아듣는 것에 더 놀랐다.
이제까지 그는 U.M.A를 도구처럼 사용해 왔으니, 충격이 더 클 수밖에 없었다.
그가 충격을 받아 아무 말도 하지 못하는 동안 U.M.A는 그의 부탁을 받아 열심히 임상무의 기억을 엿보기 시작했다.
하지만, 인간과 다르게 임상무는 오랜 삶을 살아왔던 존재였기에 기억을 읽는 것에 상당한 시간이 걸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