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identified creature capture team RAW novel - Chapter 49
48화
긴 생머리의 귀여운 외모의 소녀.
강신의 개인 큐브는 회사에서도 출입이 가능한 사람이 손꼽을 정도로 적었다.
그런데 개인 큐브를 저 소녀가 열었다는 건 소녀가 평범한 사람이 아니라는 것을 증명했다.
“누구…?”
강신이 갑작스럽게 등장한 소녀의 정체를 확인하려고 했지만, 그보다 먼저 김 대리가 소녀에게 아는 척했다.
“어? 소은이? 네가 여기는 어쩐 일로…….”
말하는 것을 보니 김 대리와 꽤 친하다는 느낌이 들었다.
“소은이?”
김 대리가 잠시 고민하더니 다시 입을 열었다.
“저번에 척 부장님이 말씀하셨던 관상가 기억하십니까?”
관상을 보는 것은 물론이고, 그 생명체가 내뿜는 오라를 본다고 했던 관상가에 대해 분명히 척준신이 언급했었다.
하지만 오히려 그 부분이 강신에게 혼란을 주었다.
예전 성신 그룹의 면접에서 관상을 보고 조언을 했다는 관상가.
그것은 꽤 오래된 이야기였고 그렇다면 나이가 많아야 정상이었다.
하지만 저 아이의 나이는 많지 않아 보였다.
“기억은 하는데, 제가 들은 것과는 조금 다른데요. 나이가…….”
“아아, 그럴 만도 하네요. 소은이는 원래 계셨던 관상가분의 손녀거든요.”
“하핳, 친절한 소개 고마워요! 저는 성신 그룹에서 귀염둥이 포지션을 맡고 있는 백소은이라고 해요!”
눈웃음을 지으며 자기소개를 하는 백소은은 이 세상 텐션이 아니었고, 그것을 본 강신은 말을 잇지 못했다.
그런 강신을 보고도 백소은은 아무 상관 없다는 듯이 강신의 개인 큐브로 들어와 내부를 구경했다.
“하하핳, 소문이 사실이었네요, 큐브를 개인에게 지급하다니, 정말 부럽다. 아저씨 가끔 와서 놀다 가도 돼요?”
“어? 어….”
“하핳, 아싸! 대신이라고 하기에는 조금 그렇지만 제가 아저씨 관상을 한번 봐 드릴게요! 어디 보자~.”
갑작스러운 요구를 들은 강신이 말을 제대로 잇지 못했는데, 백소은은 그걸 수락하는 것으로 받아들이고는 굉장히 기뻐했다.
그리고 강신의 얼굴을 이리저리 훑어보더니, 다시 웃기 시작했다.
“하하핳, 내가 살면서 이런 상을 보네. 귀인의 상이 분명한데, 고난이 항상 함께하지만 그럼에도 많은 사람에게 사랑받겠네요.”
“아…. 그래요?”
“하핳, 어쨌든 반가워요, 아저씨.”
백소은이 웃으면서 강신의 손을 잡고 흔들었다.
“히히, 그런데 정말 신기하네요. 보통 H들은 30층에는 잘 있으려고 하지 않는데요.”
“흠흠, 소은아? 내가 알기로는 아직 우리 팀장님하고 접촉이 허용되지 않는 것으로 기억하는데…….”
백소은이 갑자기 H라는 말을 하자, 김 대리가 황급히 백소은의 말을 끊고 제지했다.
하지만 그것이 김 대리의 실수였다, 오히려 김 대리가 말한 단어 중에서 강신의 호기심을 자극하는 단어가 나왔기 때문이었다.
“H? 접촉?”
“아….”
강신의 말을 듣고, 김 대리는 그제야 자신이 실수를 했다는 것을 깨달았다.
“음…. 강 선임님 그게 말이죠.”
김 대리가 머뭇거리며 곤란해하는 모습을 본 백소은이 그 상황이 재밌는지 웃으며 말했다.
“하하핳, 아저씨 걱정하지 마세요. 오늘부로 접촉 제한은 풀렸거든요. 그래서 제가 일빠로 저 아저씨를 보기 위해서 온 거고요.”
“그렇다네요. 그럼 설명을 해 주시겠어요?”
강신은 평소와 같은 말투와 표정으로 말했다.
“기분이 나쁘지 않으신가요?”
강신과 관련된 정보를 지금까지 그에게 알려 주지 않았다.
평범한 사람이라면 기분 나빠야 하는 것이 정상임에도 태연한 강신의 표정을 본 김 대리가 조심스럽게 물었다.
“제가 기분 나쁠 이유가 없죠.”
“그래도, 강 선임님에게 말하지 않은 정보들이 있는 것인데…….”
“정확히는 안 한 것이 아니라 못 한 것이니까요. 괜찮습니다.”
강신은 김 대리의 사정을 이해했다.
그리고 이미 권영식과 임 상무, 그리고 척준신이 은연중에 자신에게 힌트를 주고 있었다.
“그러니, 이제 제대로 설명해 주세요.”
강신의 요구에 김 대리가 막 입을 열려고 하는 순간.
“하하핳, 제가 설명할게요!”
백소은이 손을 들며 둘 사이에 끼어들었다.
밝은 성격이지만 정말로 정신이 없는 소녀라고 생각했다.
“그러니까…. 백소은 씨라고 했나요?”
강신이 소녀의 이름을 부르자, 백소은은 뭐가 그렇게 웃긴지 자지러지게 웃었다.
“백소은 씨래, 하하하하핳. 그냥 소은이라고 불러 주세요!”
“…그래 소은아.”
“네! 히히.”
이상할 정도로 밝은 소녀는 강신에게 굉장히 부담스럽게 다가왔다.
“그럼, 이제 설명해 주겠니? H가 무엇이고 접촉 제한이라는 것이 뭔지.”
어느 정도 정답이 예상됐지만 강신은 그럼에도 질문했다.
예상과 확실한 정답은 엄연히 다른 것이었으니까.
하지만 백소은의 입에서는 설명과는 조금 거리가 먼 질문이 다시 흘러나왔다.
“하핳, 아저씨 SL 연구소 20층에는 한 번도 와 보신 적 없죠?”
질문을 질문으로 되받아쳤지만, 강신은 아무런 대꾸도 하지 못했다.
백소은의 말대로 강신이 SL 연구소에서 사용한 층은 24층에서부터 30층까지 굉장히 한정적이었다.
회사에서 강신에게 이동을 제한한 것은 아니었지만, 그럼에도 강신은 다른 층들을 둘러보지 않았다.
딱히 이유는 없었다. 단지, 연구소가 너무 넓어 다른 층을 둘러볼 여유가 없었을 뿐.
현재 강신은 시간이 남아도 U.M.A. 관리팀인 최태준과 함께 30층을 돌아다니기에도 바빴다.
“하하하핳. 그럴 줄 알았어요! 그러면 20층을 구경시켜 드리면서 설명하는 편이 빠르겠네요!”
백소은은 강신을 데리고 20층으로 가려고 했다.
강신은 급한 일이 없었기 때문에 고개를 끄덕이고, 백소은을 따라갔다.
20층으로 이동하는 길, 김 대리도 함께 가고 싶어 했지만 20층이 허락된 것은 H뿐이었기 때문에 굉장히 아쉬워하며 발길을 돌렸다.
백소은은 이동하면서 말을 한 번도 멈추지 않고, 끊임없이 강신에게 말을 걸었다.
물론, 대화의 내용은 사소한 주제의 이야기들이었다.
“하핳, 그래서 요즘은 그게 대세래요.”
“그렇구나.”
강신은 계속되는 수다 때문에 조금 지친 표정을 지었지만, 여전히 적당히 대답을 하며 맞장구를 쳐 주었다. 이 상황은 그들이 20층에 도착할 때까지 계속 이어졌다.
20층에 도착한 강신은 굉장한 기시감이 들었다.
어디선가 많이 보았던 구조들, 마치…….
‘30층과 구조가 비슷한데?’
강신의 개인 큐브와 U.M.A.들이 있는 30층과 비슷한 모습이었다.
층고가 높은 20층에 있는 모든 건물은 큐브와 비슷한 정육각형으로 되어 있었다.
하지만 30층과 다른 점도 있었는데, 30층에는 전망대로 불리는 높은 구조물이 있었다.
또한 큐브 하단에는 중장비를 이용해 이동시킬 수 있도록 홈이 있었는데, 이곳에 있는 정육각형의 구조물들은 모두 지면과 일체화되어 있었다.
그리고 각 구조물은 소유자의 성격을 나타내듯이, 각자의 방식으로 꾸며져 있었다.
다양하게 꾸며진 구조물들을 보는 강신에게 백소은이 가슴을 펴며 당당하게 말했다.
“하핳하, 어서 오세요. 여기가 바로 H 제도의 혜택을 받고 있는 사람들의 사무실이자, 연구실이에요!”
주변의 시선이 강신과 백소은에게 쏟아졌다.
이곳에 있는 사람들은 다른 층들과는 다르게 굉장히 자유로워 보였다.
인종, 연령, 성별 심지어 복장까지 모두 다른 사람들이 강신의 눈에 들어왔다.
그런 사람들의 시선을 애써 무시한 채, 강신이 백소은에게 물었다.
“이제 아까 이야기했던 것들을 제대로 설명해 줄래?”
“히히. 네! H라는 것은 저나, 아저씨 같은 사람들을 말해요.”
“역시 H는 조금 특이한 힘들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을 말하는 거였구나.”
“하핳. 네, 여기에서는 조금 특이한 힘이라는 말 대신에 재능이라고 부르죠.”
갑자기 계속해서 눈웃음을 지었던 백소은이 제대로 눈을 뜨며 강신을 주시했다.
강신은 바로 앞에서 그녀의 눈동자를 확인했다.
평범하지 않은 조금 특이한 눈동자.
일반인들의 눈동자에는 여러 색이 있었지만, 백소은처럼 칠흑 같은 검은색은 찾을 수 없었다.
심연을 바라보면 이런 느낌이 들까?
마치 자신을 꿰뚫어 보고 있는 듯한 눈동자를 보고 강신은 자기도 모르게 한 발짝 뒤로 물러섰다.
“하하핳, 감이 좋으시네요. 설명을 계속할게요. 여기 있는 사람들은 다들 저희와 같아요.”
어느새 다시 눈웃음을 치는 백소은이 앞장을 서며 강신에게 20층을 안내했다.
그들이 돌아다니자, 한 사람이 백소은에게 아는 척하며 인사를 건네 왔다.
“어? 소은이 왔네?”
“안녕하세요. 승회 아저씨!”
한 사람이 인사를 하자, 다른 사람들도 갑자기 인기인을 만난 것처럼 우르르 몰려들었다.
“할아버지 따라서, 수련한다고 하더니만 오랜만이네.”
“하핳, 수련 도중에 도망쳤어요.”
“으이그, 그런데 옆에 있는 사람은 누구야?”
“하하핳, 30층에서 생활하시던 ‘정보꾼’ 아저씨예요!”
백소은이 강신을 정보꾼이라고 부르자, 사람들이 마치 동물원의 원숭이를 보는 것처럼 신기해했다.
“아~ 이 사람이 그 사람이야?”
“접촉 제한이 있는 거 아니었어?”
“개인 큐브를 지급받았다고 들었는데.”
쏟아지는 관심에 강신이 어쩔 줄 몰라 하자 백소은이 그들을 막으며 말했다.
“하하핳, 아저씨들하고 이모들이 신기해하는 건 알겠는데. 정보꾼 아저씨가 부담스러워하잖아요. 이제 접촉 제한이 풀려서 언제든 이야기할 수 있으니까. 오늘은 저에게 양보해 주세요.”
“그래…. 알았다.”
“뭐, 소은이가 그렇게 말한다면야.”
방금까지 지대한 관심을 보였던 사람들이 백소은이 막자,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 만큼 순순히 자리를 비켜 주었다.
강신은 그들이 뭔가 어색하게 웃고 있는 것을 볼 수 있었다.
“하핳, 오랜만에 들어오시는 H라서 사람들이 모두 흥분했었네요!”
“아…. 그래.”
“자자, 둘러보실 곳이 많아요. 이제 제대로 안내할게요.”
강신은 방금 있었던 일들을 생각하며, 조금 꺼림칙한 표정으로 앞장서는 백소은을 따라갔다.
백소은은 예상보다 20층을 제대로 가이드해 주었다.
“하핳, 저분은 몽환가라고 꿈에서 미래를 보시는 분이에요.”
“대단한 재능인걸…. 미래를 본다니.”
강신이 솔직하게 감탄하자, 백소은이 김이 빠지는 사족을 덧붙였다.
“하하핳, 그런데 원하는 것을 보는 건 아니에요. 그리고 자기와 관련이 없는 사람들의 미래는 보지 못하시고 가끔 평범한 꿈이랑 미래를 혼동하는 경우도 허다해요.”
과연, 그것이 미래를 본다고 할 수 있을까?
“그냥 꿈에서 보는 데자뷰 같은 건가.”
“하하핳, 그거랑 비슷해요. 그리고 저기 저분은 동물 애호가로 불리는데, 동물의 기분을 이해하실 수 있는 분이시고요.”
“동물과 소통이 된다고?”
“하핳, 소통이 아니라 그냥 해당 동물이 기분이 어떤지만 알 수 있는 분이죠.”
“음….”
20층에 처음 도착해서 H의 설명을 들었던 강신의 기대감이 와르르 무너졌다.
이곳에는 조금 애매한 능력을 갖춘 사람들이 다수였기 때문이다.
물론 모두 그런 것은 아니었다.
간혹 강신이나 백소은만큼이나 특별한 재능을 가진 사람도 있었다.
“하핳, 저 언니는 듣는 자라고 사람이 아닌 것들의 목소리를 들으세요.”
“사람이 아닌 것들이라면 U.M.A. 같은 거?”
“하하핳, 아니요.”
“그럼?”
“귀신이요.”
백소은이 갑자기 정색하며 진지하게 말하자, 강신은 순간 자신의 팔뚝에서 소름이 돋는 것이 느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