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identified creature capture team RAW novel - Chapter 491
490화
또다시 스무 명 가까운 인원이 모인 공간, 그곳은 이전보다 더 분위기가 좋지 않았다.
“일을 도대체 어떻게 하면 이런 상황을 만들 수 있는 거지?”
한 여성이 비아냥거리듯이 말하자, 한 남성이 괜히 찔린 것인지 발끈하며 소리쳤다.
“나는 우리의 존재를 알리지 못하게 철저하게 막았다고!”
“하, 말이라도 못하면…. 니가 정말 그랬다면 인간들이 우리를 잡겠다고 힘을 합치는 일이 벌어졌을까?”
“윽….”
발끈했던 남성은 더는 뭐라고 할 수 없었다.
지금 상황은 자신이 했던 일이 틀어져서 일어난 일이었으니까.
다만, 억울할 뿐이었다.
미지의 생물인 U.M.A는 자신들이 가진 과학으로도 증명되지 않는 힘을 사용하는 경우가 종종 있었기에 그들에게도 신비한 존재들이었다.
그런 U.M.A 중 높은 지성을 가지고 있으며 다른 이들에게 호의적인 개체는 상당히 드물었다.
그래서일까, 남성은 종말을 부르는 새라고 불리는 개체가 자기에게 다가왔을 때, 호감을 느꼈다.
그 호감이 비록 길거리 동물을 봤을 때 느끼는 수준에 불과했지만, 그가 죽기 전 가장 궁금해했던 호기심을 풀어줄 정도는 되는 수준이었다.
그래서 그는 종말을 부르는 새에게 자신이 소속된 집단의 정체를 밝혔다.
이후 그를 몰래 감시하며 자신의 정체를 외부로 알리려고 하는 모든 시도를 틀어막았다.
그가 사용하는 메일의 내용을 훼손하고 세그리드 조라의 직원으로 위장해 화물을 빼돌렸다.
그리고 그와 친했던 용병들을 중간에 조용히 묻어버렸고 은행에서 운영하는 비밀 금고까지 철저하게 털었다.
조금 귀찮은 일이었지만, 종말을 부르는 새가 자신에게 제공했던 걸 떠올리면 이 정도 수고스러움은 참작하기로 했다.
‘분명히 빠짐없이 다 틀어막았다고….’
지금 이런 이야기를 해봐도 핑계로 들리겠지만, 그는 정말로 철저하게 확인에 확인을 거듭했다.
하지만 어째서인지 자신들의 정체가 외부로 새어나갔다.
그것 때문에 자기들끼리 맨날 싸우던 인간들이 자신들을 잡겠다고 뜬금없이 연합까지 했으니, 이곳의 분위기가 좋을 리 없었다.
“얼마든지 놀아도 좋은데, 우리 종족을 노출 시키는 건 별개의 일이지.”
저번까지만 해도 자신이 만든 장치에 일어난 쓰나미에 휩쓸리는 인간이 개미라는 곤충 같다며 즐거워하던 남성이 태도를 바꿔 그를 비난했다.
‘젠장…. 지들도 즐길 건 다 즐겨 놓고는….’
화가 끌어 올랐지만, 그들에게 화를 낼 수는 없었다.
과정이 어떻든 결과가 중요한 것이었으니.
“다들 조용.”
그때, 가만히 있던 한 남성이 다른 이들을 조용히 시켰다.
“인간이 우리의 정체를 알아내긴 했지만 딱 그 정도까지였다. 그 외에 장소, 우리의 목적 같은 것은 하나도 알지 못하니, 이번 사고를 낸 이를 딱히 처벌하지는 않겠다.”
그는 선고하듯이 다른 이들에게 말했지만, 그 누구도 그의 말에 토를 달지 않았다.
“그러나, 인간이 우리를 찾으려고 하고 있으니. 당분간 몸을 사리기 위해 이 사태가 진정될 때까지 인간과 접촉하는 것을 금한다.”
그의 결정에 다른 이들이 실망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
하지만 실망한 표정과는 반대로 그의 말에 동의하듯 모두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의 강압적인 태도를 거스를 수 있는 이는 이곳에 없었다.
그가 바로 렙틸리언의 수장이었으니까.
렙틸리언의 수장은 그 말을 끝으로 할 말을 끝냈는지, 그 자리에서 사라졌다.
그가 자리를 비우자, 조용했던 이들이 뒤늦게 이번 사태를 만든 이에게 불만을 토로했다.
“에이씨…. 그러니까, 조심 좀 하지….”
“아…. 나 한참 재밌게 놀고 있었는데, 이게 뭐야.”
“나는 러시아에서 조언자 역할을 하고 있었다고! 내가 없으면 전쟁이 일어날지도 모르는데, 이거 어떻게 할 거야!”
“하여튼 미친 인간들과 어울리더니만….”
장난감을 억지로 빼앗겼으니, 불만이 생기지 않는 게 더 이상했다.
이번 사태를 만든 남성은 그들의 비난을 들으면서도 화를 내지 못하고 속으로 삭혀야 했다.
여기서 저들에게 화를 내봐야 오히려 자신의 발언권이 약해진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젠장…. 어떤 녀석인지는 몰라도 나중에 두고 보자, 접근 금지 명령만 끝나면 직접 찾아서 처리해 주마.’
그는 훗날을 기약하며 이 순간이 지나기를 바라며 인내심을 발휘해 동포들의 모욕을 참아냈다.
* * *
한편, U.M.A 국제회의는 전 세계에 있는 국가와 기업을 연합해 팀을 만들겠다고 공표했지만, 상황은 그리 쉽게 흘러가지 않았다.
침략자를 막아내겠다는 마음은 모두 같았지만, 이곳에 모인 이들은 다른 것이 너무나도 많았다.
그들이 가진 문화, 신념, 종교, 언어, 생활 습관까지 모든 것이 달랐기에 의견이 갈리는 것은 당연한 절차였다.
그래서 태스크포스팀을 만드는 일은 지지부진했다.
‘렙틸리언이 정확히 어떤 집단인지 모르는 것도 한몫했지.’
적의 실체가 명확하지 않으니, 다들 소극적인 태도를 보였지만, 그런데도 이득을 놓치지 않기 위해 아득바득 싸우는 통에 회의장 내부는 난장판에 가까웠다.
회의를 진행하는 의장이 하루에도 수십 번이나 그 끔찍한 소리를 내는 망치를 내려쳤지만 그래도 그 소란스러움은 끝나지 않았다.
오죽했으면 강신이 근처 카페에서 회의장을 바라보며 커피를 마시고 있을까.
그런 강신의 맞은편에는 신하린이 앉아 있었다.
“정치적인 싸움은 언제, 어디서든 사람을 피 말리네요.”
그녀도 전날 회의장에서 봤던 난장판을 떠올리며 질색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
“정말 중요한 일인데, 저는 이 상황에서 다들 간을 보고 있는 사람들이 마음에 들지 않아요.”
신하린의 말에 강신이 고개를 끄덕이며 동의했다.
“나도 그래. 그래서 내일 회사로 돌아가려고.”
“어? 국제회의에서 만든 팀에 지원하시는 것이 아니었나요?”
“처음에는 그랬는데, 저런 상황이라면 팀을 꾸리는 것도 늦을 거고 이해득실 때문에 제대로 팀이 돌아가지 않을 것 같아서.”
이득을 바라지 않고 렙틸리언을 잡겠다는 정의감 하나로 뭉치는 상황이 아니라면 각자 소속된 곳에서 압박을 이기지 못할 게 분명했다.
렙틸리언을 잡기 위해 누구보다 자유로워야 할 사람들을 묶어 놓은 격이니, 강신은 그런 팀에 소속되면 자신도 큰 제약이 걸리리라 판단했다.
“음…. 그럼 렙틸리언을 잡는 것은 포기하는 거예요?”
“아니, 그건 아니야.”
렙틸리언의 목적이 뭔지는 모르겠지만, 그들이 한 행동은 웃으며 쉽게 넘어갈 수 있는 부분은 아니었다.
따라서 가까운 시일 내에 꼭 그들을 잡아야 한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여기서 만들어질 팀이 제대로 굴러가기까지는 시간이 걸리리라 생각했다.
“굳이 여기 있는 것은 시간 낭비지.”
차라리 그 시간이라면 개인적으로 렙틸리언을 추격하면서 U.M.A를 포획하는 편이 더 낫다고 생각했다.
“하긴, 저 상황이 하루 이틀 만에 끝날 것 같지는 않으니….”
그들의 생각이 옳다는 것을 증명한 것인지, U.M.A 국제회의는 한동안 팀을 구성하는 것에 대해 시끄러웠다.
그러는 사이 강신은 자신이 말했던 것처럼 신하린과 함께 회사로 돌아갔다.
그들이 회사로 돌아가자, 장웨이가 개인 큐브에서 강신을 반겨주었다.
“출장 고생하셨습니다.”
“아, 장대리님. 고생은 뭘요.”
짧은 겉치레 인사를 끝내자, 장웨이가 강신이 자리를 비운 동안 회사에서 있었던 일들을 이야기했다.
“현재, 맥스와 친구분들은 경험을 쌓게 하려고 이 부장님과 송 대리님이 소속된 현장팀들과 함께 현장에 나가 있습니다. 카밀라는 언제나처럼 방에서 뒹굴거리고 있습니다.”
다들 현장에 나가 있다는 소리에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팰로우님은요?”
강신이 묻자, 장웨이가 고개를 저었다.
“아직이요.”
“그렇군요.”
렙틸리언을 상대하려면 권영식의 도움이 필요했다.
하지만 그의 마음을 돌리기는 쉽지가 않았다.
권영식은 임상무가 죽음을 원했다는 사실을 알지만, 임상무를 잃은 슬픔 때문에 그를 죽인 강신의 얼굴을 보려하지 않았다.
시간이 많이 있다면 그를 존중하며 쉬도록 내버려 두고 싶었지만, 꽤나 급한 상황이었으니 아쉬울 수밖에 없었다.
그렇다고 그를 강제로 꺼내 일을 시킬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어쩔 수 없지….”
아쉬움을 느끼는 것은 잠시였다.
임상무의 부재를 임시로 메꾸고 있던 장웨이가 강신을 찾아온 본론을 꺼냈다.
“며칠 전 영국 정부가 저희 쪽에 도움을 요청했습니다.”
“……영국이요?”
영국에도 성신 지부는 있었고 성신이 아니더라도 U.M.A 문제를 해결하는 정부 조직과 기업들도 많이 있었다.
그런데, 굳이 이쪽으로 도움을 요청했다 하니, 강신은 쉽사리 이해가 되지 않았다.
보통 해외로 출장 나가는 경우는 해당 지역의 지부에서 도움을 요청할 때가 가장 많았기 때문이었다.
“정확히는 도움이라기보다는 축제 초대 같은 느낌이죠.”
“축제 초대라….”
강신은 영국에서 개최되는 가을 축제가 무엇이 있는지 곰곰이 생각해봤다.
딱히 자신을 따로 초대할 축제는 떠오르지 않았다.
강신이 의문을 가지며 머리를 갸웃거리자, 장웨이가 말했다.
“사냥 대회입니다.”
사냥이라는 말에 강신은 더 이해할 수가 없었다.
현대에는 환경 단체의 활동으로 사냥 대회를 주체하는 곳이 그리 많지 않았다.
그런데, 영국 정부에서 사냥 대회를 주최한다니까, 더 의구심을 들었다.
“일반적인 사냥이 아닌, 불어난 U.M.A를 사냥하는 대회입니다.”
강신은 그제야 영국 스코틀랜드에서 가장 문제가 되는 U.M.A를 떠올렸다.
“아…. 트롤”
트롤은 현대인에게 꽤 친숙한 단어였다.
게임, 소설에서 단골로 나오는 괴물이었다.
하지만 트롤은 신화 속에서도 묘사되는 내용이 모두 달랐다.
난쟁이 요정으로 장난을 치기 좋아하는 존재로 묘사되기도 하고, 사람을 잡아먹거나 아이를 납치하거는 존재, 혹은 신과 싸우던 거인족으로 묘사되기도 했다.
소설에서 트롤은 거대한 녹색 괴물로 머리가 잘리지 않으면 모든 상처가 재생력을 가진 것으로 묘사되는 경우가 많았는데, 이는 1961년 SF 소설에서 처음 묘사된 내용이었다.
‘실제로 그런 재생력이 있었다면 사냥 대회 같은 것은 꿈도 꾸지 못하겠지.’
만약 트롤이 정말 그런 존재라면 사냥이 아니라 생존을 위해 싸워야 할지도 몰랐다.
어쨌든 영국에서는 트롤이 꽤 골칫덩이였다.
트롤의 발생 원리는 알지 못했지만, 일정 시간이 흐르면 어디선가 항상 트롤이 튀어나왔다.
그래서 수를 줄이지 않으면 트롤의 수는 계속 늘어났다.
영국에서 나타난 트롤은 거인의 체형으로 3.3m를 넘는 경우도 있었다.
이들은 인간을 공격하며 잡아먹기도 하니, 영국 왕실은 시민들이 알지 못하게 주기적으로 이들을 토벌했다.
강신은 트롤의 존재는 알고 있었지만, 축제라 불리는 트롤 사냥 대회는 처음 들어봤다.
강신이 축제에 대해서 모른다는 것을 아는지, 장웨이는 강신에게 축제에 대해 간단히 설명했다.
“과학이 발전하지 않았을 때는 사냥이 어려웠지만, 현대에 이르러서는 트롤은 그저 조금 손이 많이 가는 사냥감에 불과하죠.”
“그건 그렇겠군요.”
트롤의 약점은 확연했다.
트롤은 태양의 빛을 쬐면 돌이 되어 죽어버렸다.
예전에는 몰라도 요즘 태양광을 내는 랜턴은 누구나 쉽게 구할 수 있는 물건이었다.
“그래서 영국 정부는 이맘때쯤, 구역을 설정하고 사람들을 초청해서 주기적으로 사냥 대회를 열고 있습니다.”
물론 아무나 초대하는 것은 아니었다.
영국이 관심이 있는 기업인이나, 정부의 요인들을 주로 초청했다.
즉, 영국 정부는 강신에게 관심이 있다는 소리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