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identified creature capture team RAW novel - Chapter 494
493화
“잠시만요.”
강신은 구경꾼들을 가로 지르며 나섰다.
그러자 딘과 덩치 큰 사내의 상황을 흥미진진하게 보고 있던 사람들의 시선이 강신에게 쏠렸다.
피를 흘리며 꾀병을 부리던 남성도 처음에는 갑자기 난입한 강신을 보며 경계하는 눈치였다.
하지만 강신이 입고 있는 옷에 아무런 로고도 없는 것을 보고는 비릿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
반면, 곤란한 표정을 짓고 있던 딘은 강신을 알아보곤 표정이 밝아졌다.
“정당방위입니다. 저분이 먼저 위협을 가하는 것을 제가 직접 봤습니다.”
강신이 심사관에게 주장하자, 일을 방해받은 남성이 강신을 만만하게 생각하고 비릿한 미소를 유지하며 가소롭다는 듯이 말했다.
“하! 당사자가 아닌 사람은 빠지셔! 심사관님, 저는 조사에 성실하게 응할 준비가 되어 있습니다. 다른 사람의 이야기는 들으실 필요 없습니다. 어서 가서 누구의 잘못인지 판단해 주십시오.”
조사를 받겠다는 그의 단호한 태도에 그의 진정한 목적이 무엇인지, 강신에게 확실히 보였다.
‘딘이 생각보다 만만치 않으니까, 조사를 핑계로 시간을 끌어 딘이 대회에 참석하지 못하게 하려는 것 같은데….’
덩치 큰 사내는 하는 행동이 멍청한 것 같았지만 그렇지 않았다.
아니, 오히려 영악하다고 봐야 옳았다.
그는 얼굴에 철판을 깔고 박박 우기며 바보 같은 행동을 했으나, 일정 선을 넘지 않았다.
그리고 심사관에게 그럴싸한 제안을 하며 주도권을 가져가고 있었다.
심지어 자신이 소속된 기업이 가진 힘을 적절하게 사용하기까지 했다.
만약 다른 이가 나섰다면 사내의 주장에 어버버 하는 사이 딘이 그대로 심사관에게 끌려갔을 것이다.
하지만 이곳에 있는 이는 강신이었다.
“이 사람의 무죄는 제가 보증하겠습니다.”
뜬금없이 무죄를 보증하겠다는 말에 심사관뿐만 아니라 구경꾼들까지 모두 입을 다물었다.
잠깐의 정적이 흐르고 덩치 큰 사내가 갑자기 폭소하기 시작했다.
“크하하하! 이거 진짜 웃기는 놈이네, 야, 네가 뭔데? 네가 이 새끼를 보증한다고 하면 우리가 아, 그렇습니까 하고 물러나야 하는 거야? 엉?”
심사관까지 덩치 큰 남성에게 동의하듯 고개를 끄덕이자, 강신은 품속에서 카드 하나를 꺼냈다.
국가의 녹을 먹는 사람이라면 모를 수 없는 카드였다.
카드의 색이 금색인 걸 확인한 심사관의 표정이 단번에 굳어졌다.
“골드 카드….”
“저걸 왜 저 사람이….”
U.M.A 국제회의에서 발급한 카드를 꺼낸 것만으로 딘이 끌려갈 뻔한 상황은 허무하게 정리됐다.
심사관들이 카드를 알아보고는 강신이 보증한 딘을 내버려 두고 덩치 큰 남성만 연행해가며 구경꾼들을 해산시켰다.
구경꾼들은 골드 카드를 꺼낸 강신을 힐끔 바라보며 심사관의 통제에 따라 해산했다.
구경꾼들이 사라지자 길거리가 한적해졌다.
딘은 강신에게 감사의 인사를 건네는 것을 잊지 않았다.
“도와주셔서 감사합니다.”
“저번에 도와주셨던 것을 생각하면 이건 별것도 아니죠.”
“하하…. 그렇게 생각해 주신다니 다행이군요. 그보다 강책임님을 이곳에서 만나게 될 줄은 몰랐습니다. 강책임님도 사냥 대회에 참석하기 위해 오신 겁니까?”
“네, 영국 정부가 초청해 주어서 참석하게 되었습니다.”
“이런…. 이번 대회는 경쟁자가 너무 강하네요.”
딘이 너스레를 떨자, 강신이 마주 보며 미소를 지으며 대꾸했다.
“저도 지금 그렇게 생각 중입니다.”
“잘 부탁합니다.”
“저야 말로요.”
그렇게 서로 미소를 지으며 강신과 딘이 마치 약속이라도 한 것처럼 악수했다.
딘은 강신의 손을 맞잡고 속으로 감탄하고 있었다.
손아귀에서 느껴지는 기세가 전과 다르다는 것을 눈치챘기 때문이었다.
마지막으로 강신을 봤을 때도 강신은 빠르게 성장하는 중이었다.
그때는 강신의 맞춤 장비가 없다는 가정하에 1:1로 싸우면 자신이 이길 수 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지금은 아니었다.
‘장비를 벗고 덤벼도 호각인가….’
그 짧은 시간 동안 무슨 일이 있었는지 몰랐지만, 강신은 엄청나게 강해져 있었다.
인정하긴 싫었지만 인정해야 했다.
‘재능….’
그의 재능을 인정해도 착잡한 마음은 쉽게 내려놓을 수 없었다.
누구는 몇 번의 삶을 반복하며 그 경험을 토대로 겨우 지금의 경지에 도달했다.
그런데, 강신은 단 한 번의 삶에서 그를 따라잡고 있으니 쫓기는 사람으로서 착잡하지 않을 수 없었다.
‘내가 아무리 둔재라고는 해도….’
마음속 깊은 곳에서 강신을 향한 추악한 질투가 올라오자 딘은 깜짝 놀랐다.
오랜 삶을 반복해 감정이 매우 무뎌진 딘이 오랜만에 느끼는 질투였다.
추악한 감정이었지만 경험이 많은 딘은 그 질투가 자신을 더 강하게 만들어 줄 것이라 믿고 있었다.
딘은 그 질투를 성장의 동력원으로 삼을 줄 아는 사람이었으니까.
‘어차피 시간은 나의 편이야.’
지금보다 시간이 흘러 강신이 더 성장하면 그 순간만큼은 강신이 자신보다 강할지는 모르겠으나, 강신은 자신과 다르게 환생자가 아녔다.
그러니, 조급해할 필요는 없었다.
‘나보다 천재는 어느 시대에든 있었어.’
그렇게 자신의 마음을 컨트롤한 딘이 차분하게 미소를 지었다.
“그럼, 대회 준비가 남아서 저는 이만 가봐야겠군요. 회포는 대회가 끝나고 풀도록 하죠.”
“네, 지금은 경쟁 상대이니, 그러는 게 좋겠군요. 그럼, 대회가 끝나고 뵙겠습니다.”
그렇게 둘은 오랜만에 만난 것 치고는 가벼운 인사만 나누고는 헤어졌다.
해가 지고 어둠이 찾아오자, 강신은 배정받은 텐트로 돌아왔다.
강신이 가장 늦은 것인지, 다른 일행들은 이미 텐트에 돌아와 휴식하고 있었다.
그들은 자신이 구경했던 공연과 먹었던 음식들이 무엇이었는지 자랑하듯이 늘어놓고 있었다.
“길거리 마술 공연 나름 볼만하더군요.”
“앗, 저는 망고를 간 주스가 맛있더군요.”
다들 즐거워 보였지만, 자신의 처지를 알고 있는 김만복은 그럴 수가 없었다.
“미끼만 아니었다면 나도 제대로 즐길 수 있었을 텐데….”
미끼라는 역할이 주어진 것 때문인지, 김만복은 잔뜩 긴장하고 있었다.
그야 악마나 악령은 상대 해봤으나, 괴물을 상대해 본 적이 없으니 당연했다.
“걱정하지 마, 절대 위험한 일이 생기지 않도록 지켜줄게.”
“네.”
강신이 지켜주겠다고 한 말을 의심한 것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김만복은 쉬이 안도할 수 없었다.
결국, 김만복은 뜬눈으로 밤을 지새워야 했다.
* * *
그렇게 시간이 흘러 다음날이 밝아왔다.
아침이 되자, 장웨이와 근처 지부에서 지원 나온 지원 요원들은 마지막으로 대회 때 사용할 차량에 빠진 물건이 없는지 꼼꼼하게 다시 확인했다.
그러는 동안 나머지 일행은 마지막 휴식을 만끽했다.
그렇게 오후 7시가 되어 해가 지고 어둑어둑해졌다.
이번 대회를 주최한 이들이 베이스캠프 근처에 만들어진 공터에 대회 사람들과 관객들을 소집했다.
베이스캠프를 가득 채웠던 텐트의 수와 다르게 참가자는 그 수가 그리 많아 보이지 않았다.
강신이 의문 가득한 눈으로 다른 참가자들을 둘러보자 맥스가 귓속말로 그 이유를 설명했다.
“원래부터 참가자를 많이 초청하지 않는 대회이기도 하지만 이번에 참가하기로 했던 이들 중 20% 정도가 다른 참가자들의 사전 공작으로 참가 자격을 잃어 수가 더 줄었다고 합니다.”
도프에서 한 행동을 직접 봤던 강신은 고개를 끄덕이며 뒤늦게 이해했다.
그러는 사이 공터에 급조된 무대 위로 주최 측 사람으로 보이는 이가 마이크를 들고 나타났다.
그는 무대로 올라가자마자 사람들을 둘러보고는 바로 입을 열었다.
“올해도 어김없이 사냥 대회에 참가해 주신 내빈 여러분께 감사의 인사를 드립니다. 저는 이번 대회의 사회를 맡은 올리버라고 합니다.”
자신을 올리버라 소개한 남성이 고개를 숙이자 참가자, 관객할 것 없이 열렬하게 손뼉을 치며 휘파람을 불었다.
휘익-! 휘이익!
짝짝짝짝!!
박수가 멈추지 않을 것 같아 보이자 올리버가 손을 휘적이며 사람들을 진정시켰다.
그렇게 박수 소리가 작아지니 올리버가 다시 입을 열었다.
“하하, 이렇게까지 좋아해 주시니 뿌듯하군요. 그럼, 다음으로 이번 대회의 규칙을 설명하겠습니다. 매번 참가하는 분들은 이미 대회의 규칙을 알고 계시겠지만 올해 처음 참가하시는 분들을 위해서라도 양해를 부탁드리겠습니다.”
그가 설명하는 사냥 대회의 규칙은 이미 장웨이가 설명해 주었던 그 규칙들이었다.
이미 알고 있는 내용이라 사람들의 반응은 시큰둥했다.
올리버는 그런 사람들의 반응에도 꿋꿋하게 설명을 이어갔다.
그렇게 그의 설명이 막바지에 이르자, 장웨이가 알려주지 않았던 규칙이 튀어나왔다.
“이건 올해부터 도입된 드론입니다.”
위이이잉-!
올리버 주변으로 수십 대의 드론이 날아다니고 있었다.
“이 드론들은 사냥터를 돌아다니며 실시간으로 참가자들의 사냥을 무대 뒤편에 있는 커다란 화면으로 생중계할 예정입니다. 피해자가 나오는 것을 막기 위해서 사냥팀이 위험하다고 판단되는 순간, 드론에 연결된 태양광 조명을 트롤에게 발사해 참가자를 구조할 겁니다. 이는 매해 나오는 사고를 사전에 방비하고 관객들에게 더욱 큰 구경거리를 제공하기 위함이니, 이해해 주시길 바랍니다.”
트롤의 치명적인 약점은 태양광이었다.
태양광만 있다면 어린아이도 트롤을 잡을 수 있었다.
하지만 아무리 태양광이 트롤의 약점이라고 해도 여기는 U.M.A를 잡는 사냥 대회였다.
미확인 생물체를 사냥하는데, 예측하지 못한 사고가 나는 것은 어쩌면 당연했다.
“전년도는 트롤이 던진 돌이 태양광 조명을 망가트리는 바람에 참가자가 제대로 철수하지 못하고 그 자리에서 잡아먹혔죠.”
올리버는 전년도에 있던 사고를 덤덤하게 입에 담았다.
그들에게는 안타까운 일이었지만, 매해 이런 사고가 빈번하니 영국 정부는 사고를 줄여 대회를 더 즐겁게 만들기 위해 많은 예산을 드론에 투자했다.
‘드론을 조종하는 것에도 많은 인력이 필요하겠는데….”
이 넓은 땅덩어리를 주기적으로 순찰하기 위해서는 수백 대의 드론으로는 부족했다.
적어도 수천 대는 있어야 누가 사냥을 시작하면 바로 생중계할 수 있는 여건이 될 터였다.
그럼 그만큼 드론을 조종하는 사람도 필요하다는 소리였다.
‘드론 조종만 수천 명이라, 참가자보다 들러리가 많네.’
어찌 되었든 올리버는 모든 설명을 마치고 명망이 있는 이들을 무대 위로 불렀다.
그들은 교장 선생님의 훈시처럼 참가자들에게 따분하고 지루한 말을 늘어놓았다.
분명 좋은 말이었지만, 트롤을 사냥할 생각으로 머리가 가득한 이들에게는 들리지 않는 것은 당연했다.
그렇게 8시가 되었다.
기다렸던 대회의 시작을 알리는 나팔이 울렸다.
“그럼 다들 안전한 사냥이 되길 바라면서 대회를 시작하겠습니다!”
올리버가 선언하자, 참가자와 관객할 것 없이 거대한 함성을 질렀다.
-와아아아아!
개중에는 성질이 급한 참가자들이 차량을 몰아 공터를 급하게 벗어나는 모습이 보였다.
대회다 보니, 급할 만도 했지만, 참가자들 반 이상은 대회가 시작되었음에도 느긋하게 움직이는 편이었다.
강신과 일행도 당연히 후자에 속해 있었다.
“급하게 움직일 필요는 없습니다. 앞에 사람들이 빠지면 그 후에 움직이죠.”
이번 대회에서 우승을 노리기로 일행들과 이야기를 나누었지만, 그렇다고 조급할 필요는 없었다.
대회 자체가 7일이라는 긴 시간 동안 이어지는 대회이기도 했지만, 그들에게는 트롤에 대해 잘 알고 있는 강신과 트롤이 환장하는 최고급 미끼인 김만복이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