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identified creature capture team RAW novel - Chapter 498
497화
트롤의 괴성은 평범한 소리가 아니었다.
“하, 시벌, 진짜 뭣 같은 피어.”
잠깐 멈칫했던 몸을 돌리며 풀어주는 베가가 욕설을 내뱉었다.
피어 자체가 신체에 큰 무리를 주는 건 아니었다.
하지만 엎드려 자고 있을 때, 간혹 잠꼬대 형식으로 움찔거리며 자기도 모르게 몸이 튀어 오르듯 깨어나는 불쾌함을 선사했으니.
베가의 기분도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었다.
쿵! 쿵!
그러는 사이, 트롤이 점점 가까워지는 듯 지면의 진동이 점점 커졌다.
베가는 목과 어깨를 다시 한번 돌리고는 강신이 들리게 외쳤다.
“저 트롤은 우리가 잡을 수 있게 양보해 주지 않겠나?”
고작 한 마리였기도 했고 강신은 베가가 어떻게 사냥을 할지도 궁금했기에 흔쾌히 수락했다.
“좋습니다.”
“양보해 줘서 고맙군!”
강신의 허락이 떨어지자, 트럭에서 베가가 튀어 나왔다.
얼마 되지 않는 짧은 시간이었지만 어느새 트롤은 형체가 보일 정도로 가까워졌다.
강신은 그런 트롤의 모습을 더 자세히 보기 위해 말했다.
“네시스, 만능 렌즈를 야간 모드로 돌려줘.”
-알겠어.
약한 빛을 증폭시키는 야간 투시경 모드는 트럭의 빛 때문에 사용할 수 없었기에 그보다 한 단계 아래의 모드를 사용했다.
그렇게 강신은 트롤과 베가의 전투를 지켜보았다.
달려오는 트롤의 시선은 자신에게 접근하는 베가가 아닌 강신과 일행이 타고 있는 트럭을 향해 있었다.
‘만복이의 냄새를 맡았나 보군.’
눈앞에 있는 적부터 처리하는 습성을 가진 트롤이 자신이 아닌 트럭을 향해 달리는 걸 본 베가가 살짝 당황한 눈치였다.
하지만 그는 숙련된 전사답게 빠르게 마음을 다잡고는 자신을 무시하는 트롤에게 달려들었다.
그는 달려가는 거대한 트롤의 발등에 올라타 그대로 팔꿈치를 이용해 트롤의 발등을 내려쳤다.
“음?”
상대가 인간이었다면 팔꿈치는 훌륭한 흉기가 되어 주었을 테지만, 가죽이 두꺼운 트롤에게 팔꿈치는 끽해봐야 개미가 살짝 무는 듯한 느낌밖에 되지 않을 것이다.
그간 트롤을 사냥했던 베가가 그것을 모를 리가 없었기에 강신은 의아한 표정으로 그의 전투를 집중해서 지켜봤다.
그런 궁금함도 잠시,
텅!
뭔가 사출되는 소리와 함께 베가의 팔꿈치에서 송곳 같은 것이 튀어나왔다.
그 송곳은 트롤의 발등에 작은 구멍을 내는 것에 성공했다.
베가가 팔꿈치를 뽑아내자, 송곳이 박혀 있던 구멍에서 녹색 피가 꾸역꾸역 흘러나왔다.
-쿠어어어어어!
트롤이 다시금 괴성을 질렀다.
전과 다른 점이라면 전에는 사냥감을 발견했다고 내지른 피어라는 것이고, 지금은 갑작스러운 고통으로 인한 비명에 가까운 괴성이었다.
고통 때문일까, 트롤의 시선이 트럭에서 자신의 발등에 구멍을 낸 베가에게 향했다.
트롤은 자신의 발등에서 자신을 고통스럽게 한 벌레를 잡기 위해서 거대한 손을 휘둘렀다.
부웅~!
거대한 손은 위협적이긴 했지만, 행동은 빠르지 않았다.
느어느 정도 숙달된 요원들이라면 충분히 피할 수 있을 정도로 느렸다.
그래서 강신은 베가가 트롤의 손짓을 충분히 피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퍼억!
콰앙!
“어라?”
강신의 입에서는 얼빠진 소리가 흘러나왔다.
놀란 것은 강신뿐만이 아니었다.
함께하고 있는 일행들도 다들 놀란 표정이었다.
그야 베가가 피할 줄 알았던 트롤의 손에 맞아 그대로 지면에 처박혔으니, 어찌 놀라지 않을 수 있을까.
속도는 느리지만 거대한 질량을 가진 트롤의 손바닥에 맞았으니, 아무리 보호 장비를 입고 있다고 한들 그 충격을 완전하게 무시할 수는 없었다.
베가가 걱정되었지만, 자욱한 먼지 속에서 그가 멀쩡한 모습으로 나왔고 강신은 그의 이명을 떠올렸다.
‘철벽. 경화 재능이라고 했나?’
그 이명이 거짓이 아닌지, 베가는 전혀 타격을 받지 않은 모습이었다.
그리고 그때,
-크어어어어!!
트롤이 갑자기 비명을 질렀다.
공격한 것은 트롤인데 비명을 지르는 것도 트롤이라니, 강신은 뭔가 이상하다는 것을 느끼고는 트롤을 자세히 관찰했다.
그리고는 트롤이 휘둘렀던 손바닥에 작은 구멍이 나 있다는 것을 알아챌 수 있었다.
“아….”
그 구멍은 베가가 이전에 발등에 사용했던 팔꿈치에서 튀어나온 송곳의 크기와 같았다.
손바닥에 맞는 순간, 베가는 자신의 팔꿈치로 트롤을 공격한 것이다.
뒤늦게 송기덕도 트롤의 상처를 확인했는지 중얼거렸다.
“음…. 철벽이 아니면 절대 사용하지 못할 전술이네요.”
방어를 도외시한 공격이었다.
어지간히 튼튼한 사람이 아니라면 사용하지 않을 전술이었다.
누가 저런 무식한 방법으로 트롤을 사냥하겠는가.
보호 장비가 좋다고 하더라도 저런 방법으로 몇 마리의 트롤을 잡으면 그대로 골병이 날지도 모른다.
그 이후 전투의 양상은 지금까지와 비슷하게 흘러갔다.
트롤이 고통스러워하며 베가를 공격했고, 베가는 묵묵하게 트롤의 공격을 모두 맞아주면서 팔꿈치에서 튀어나오는 송곳을 이용해 착실하게 트롤의 몸에 구멍을 만들어나갔다.
여타 판타지 소설처럼 트롤이 끔찍할 정도로 빠른 회복력을 가지고 있었다면 불가능했겠지만 여기 있는 트롤에게는 그런 특별한 회복력 따위는 존재하지 않았다.
시간이 흐르자, 어느새 트롤의 몸에는 수많은 구멍이 뚫려 있었다.
그리고 그 구멍들을 통해 녹색 피가 계속 흘러나왔다.
초반에는 고작 벌레에게 물렸다고 생각했던 트롤은 뒤늦게 자신이 사냥을 당하고 있다는 걸 직감한 것처럼 몸을 부들부들 떨어댔다.
그래 봐야 이미 너무 늦은 상황이었다.
-크어어….
피를 너무 흘린 탓인가, 피어는커녕 제대로 괴성도 지르지 못했다.
약해진 트롤을 보며 베가는 더 많은 구멍을 뚫어 주었다.
그렇게 결국,
쿵!
트롤의 육중한 몸이 지면에 쓰러졌다.
베가는 쓰러진 트롤이 고통스럽지 않게 두개골에 손수 송곳을 박아 넣어 머리에 직접적인 타격을 주었다.
퍽!
부글부글.
피를 토하며 트롤이 절명했다.
그 모습을 본 베가의 팀 인원들은 그제야 트럭에서 내려 부서진 머리에서 귀를 잘라내기 위해 전기톱을 꺼냈다.
위이잉!!!
전기톱이 시끄러운 소리와 함께 울리며 트롤의 귀를 조금씩 잘라냈다.
베가 용병단의 사냥을 본 강신과 일행들은 누구도 입을 열지 않았다.
트롤 한 마리 잡는데, 시간이 오래 걸린 것은 둘째치고 그들의 사냥 방법이 전혀 생각지도 못했던 방법이었기 때문이었다.
강신은 트럭에서 잠시 내려 베가의 모습을 살폈다.
‘신체 개조를 받은 것인가? 팔꿈치에서 튀어나오는 파일 벙커라….’
그가 사용하는 무기도 상당히 인상적이었다.
베가가 가진 무기는 신체에 수납되어 있어 그 존재를 모르는 사람을 한순간에 골로 보낼 수 있는 무기였다.
“일반적인 무기는 아닌 것 같은데.”
트롤의 몸에 많은 구멍을 뚫기는 했지만, 피를 많이 흘렸다는 것만으로 트롤이 저렇게 무기력하게 쓰러질 리가 없었다.
그런 강신의 목소리를 들은 것일까, 땀과 녹색 피를 닦고 있던 베가가 대답했다.
“송곳에는 코끼리도 즉시 마비될 정도로 강력한 마비약이 발려 있지.”
“오….”
그제야 강신의 궁금증이 풀렸다.
트롤은 피를 많이 흘리고 마비약에 지속적으로 노출되어 무기력하게 쓰러진 것이었다.
“나름 깔끔한 사냥법이네요. 남은 따라 하지 못하겠지만.”
“하하! 이건 나밖에 할 수 없는 사냥 방법이지.”
그의 목소리에는 자부심이 가득했다.
다만, 단점은 명확했다.
트롤을 잡기 위해서 오랜 시간을 들여야 한다는 것이었다.
‘이 속도라면 많이는 못 잡겠어.’
많이 잡아봐야 하루에 5마리 내외일 것이다.
“그래서 우리의 사냥 방법은 어땠나?”
“대단하네요.”
강신은 빈말이 아니라 진심을 담아 이야기했다.
비록 시간에 걸리더라도 다친 사람이 없다는 것만으로도 꽤 성공적인 사냥 방법이라 생각했으니까.
“후후…. 대단하긴, 사냥도 끝났고 그럼 이제 정말로 헤어질 시간이군.”
강신도 베가의 의견에 동의하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대회가 끝나고 다시 뵙죠.”
“좋지, 그럼 좋은 사냥을 하게나.”
베가의 팀은 사냥한 트롤을 수습해야 했기에 강신의 팀이 먼저 그곳을 벗어났다.
강신은 전날 베가에게 들었던 장소를 목적지로 삼고 이동했다.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했던가, 목적지로 향하는 동안 강신과 일행들은 꽤 많은 수의 트롤들과 만나야 했다.
물론 그 트롤들은 모두 강신의 손에 의해 귀가 뜯겨야 했지만….
그렇게 이동하는 중 강신은 또 다른 참가자와 마주칠 수 있었고 그 참가자는 강신에게 익숙한 사람이 있었다.
트럭에서 내린 강신이 그를 불렀다.
“딘!”
“5일만입니다. 어디 다친 곳은 없습니까?”
“당연하죠.”
딘도 강신이 다쳤을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그저 안부 인사였을 뿐, 딘은 처음 보는 인원들과 팀을 이루고 있었다.
그런 그의 뒤쪽으로는 막 사냥을 끝낸 것처럼 녹색 피를 흘리는 트롤의 사체가 있었다.
“딘도 야간 사냥을 선택한 겁니까?”
“물론입니다. 보통 실력에 자신이 있는 이들이라면 대부분 야간 사냥을 선호하니까요. 그래도 이번 대회에서 야간 사냥을 선택한 이들이 적은 것 같아 아쉽더군요.”
딘은 전생에서부터 다른 이름으로 트롤 사냥 대회에 참가해왔다.
그래서 웬만한 사람보다 트롤에 대해서 더 잘 알고 있었다.
강신이 트롤의 습성이나 정보를 알고 있다면 딘이 알고 있는 것은 경험에 의한 것들이었다.
예를 들면 트롤의 눈은 오른쪽보다 왼쪽이 더 약한다든지, 특정 부위는 가죽이 상대적으로 얇다든지, 그 가죽을 일정 결을 따라 베면 의외로 쉽게 상처를 낼 수 있다는 정도의 경험이었지만 사냥에서는 중요한 정보였다.
딘이 처음 트롤 대회에 참석했을 당시에는 낮에 사냥하는 사람들보다 야간에 사냥하는 사람이 더 많았다.
그만큼 그 당시 사람들은 자신의 실력에 자부심을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어떠한가, 과학 기술이 늘어난 것에 반비례하듯 편법을 선택하는 이들이 더 많아졌다.
물론 딘은 트롤이 잠들 때를 노리는 이들을 비난할 생각은 아니었다.
그것도 엄연히 사냥의 일부였으니까.
다만, 자신의 한계를 시험하는 전사들이 없다는 것이 아쉬울 뿐이었다.
대회가 끝나고 그들과 대련하는 것은 상당히 즐거웠던 것으로 기억했으니까.
어쨌든 강신과 딘은 가벼운 안부만 나누고는 그렇게 쉽게 헤어졌다.
딘과 헤어지고 다시 한참을 이동한 후에야 강신과 일행들은 베가가 알려주었던 지역에 들어설 수 있었다.
그곳에서 트럭을 멈춘 맥스는 베이스캠프에 있는 장웨이와 연락을 나누고는 강신에게 보고했다.
“장대리님에게 연락해 봤는데, 도프쪽에서 13개의 팀을 연합해서 현재 선두를 달리고 있다고 합니다.”
처음부터 끝까지 도프가 하는 행동은 치졸했다.
참가자들을 떨어트리고 우승을 위해 룰을 교묘하게 피해 연합을 이루었다.
즐기자고 하는 대회에서 눈살이 찌푸려질 만한 행동을 하니, 강신은 그들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행사가 끝나는 시간은 8일 차 오후 3시입니다. 그러니, 이곳에서 사냥할 수 있는 시간은 고작 이틀이죠.”
지금까지처럼 사냥한다면 도프에게 그대로 우승을 넘겨줄지도 모르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강신은 전혀 걱정되지 않는 듯이 말했다.
“이틀이면 충분하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