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identified creature capture team RAW novel - Chapter 50
49화
중간에 오싹한 소개가 있긴 했지만, 백소은은 계속 강신과 함께 20층을 돌아다니며 장소와 사람들을 소개했다.
이곳에는 꼭 선천적인 재능을 가진 사람만 있는 것은 아니었다.
오랜 훈련을 통해 장인으로 불리는 사람들 또한, 특별한 재능을 가진 것으로 인정받아 H의 특혜를 받는 사람들이 있었다.
신라부터 전해져 내려온 야장일을 가업으로 삼는 장인, 오랜 훈련 끝에 보는 것만으로도 어떤 보석인지 파악하는 감정사, 요리의 끝을 본 요리사까지.
그런 후천적 재능을 가진 사람 중에는 강신이 아는 사람도 끼어 있었다.
“헤헤, 아저씨도 저 아저씨는 누군지 알죠?”
어떻게 모를 수 있을까, 지금까지 계속 함께 현장을 돌아다녔던 사이인데.
“저 아저씨는 ‘무예가’라고 해요.”
무예가로 불린 커다란 덩치의 사람을 보고 강신이 입을 열었다.
“척 부장님…….”
“크흠, 오늘이 접촉 해제 일이었나. 딱히 숨길 생각은 없었네.”
재능이 있는 사람들이라는 말을 들었던 순간부터 혹시나 하는 생각은 하고 있었다.
어쨌든 조금 놀랐을 뿐, 딱히 기분이 나쁘진 않았다.
“괜찮아요. 신경 쓰지 않으셔도 돼요.”
“그럼, 나는 일이 있어서….”
괜찮다는 강신의 말을 듣고도 척준신은 미안한지, 헛기침을 하면서 그 자리에서 도망가듯이 빠르게 벗어났다.
“회사 차원에서 함구시킨 거라서 정말 괜찮은데……. 흠.”
“하하핳, 척준신 아저씨는 똑같이 일하는데 자기만 특별 취급을 받는다고, 자기가 H라는 사실을 별로 좋아하지 않으세요.”
자기 부하들을 끔찍하게 아끼는 척준신이니, 강신은 그의 기분을 충분히 이해할 수 있었다.
그러다 문득, 궁금한 것이 생겨 강신이 백소은에게 물었다.
“그런데, H로 구분된 사람들은 이곳에서 정확히 어떤 일들을 하는 거야?”
회사의 입장에서 분명 사익에 도움이 되는 재능을 가진 사람들이 많이 있었지만, 재능으로 불리기에는 민망한 재능도 꽤 있었다.
“하핳, 뭘 새삼스럽게 물어보세요, 다들 아저씨와 같아요. 회사에 도움이 되는 일들을 하죠.”
“음…. 그래?”
강신은 아직 이해가 되지 않는다는 표정이었고, 백소은은 그 표정을 읽고 입을 열었다.
“하핳, 아저씨가 무슨 말을 하고 싶은지 알겠어요. 도움이 되지 않아 보이는 재능을 가진 분들 때문에 그런 거죠?”
강신이 말하기 꺼렸던 부분을 백소은은 신경 쓰지 않는다는 듯이 거침없이 입 밖으로 내뱉었다.
“하지만 이곳에 있는 사람들은 대부분 회사 내부에서 도움이 된다고 판단해서 데리고 오는 사람들이에요.”
잠시 강신을 바라보던 소은이 다시 입을 열었다.
“헤헤, 이렇게 이야기하면 이해하기 힘드시겠죠. 그럼, 예를 들어 볼게요. 동물의 기분을 이해할 수 있다고 말씀드렸던 분 기억하세요?”
백소은의 질문을 들은 강신은 고개를 끄덕였다.
“헤헿, 동물은 자기의 기분을 행동으로 표현하니, 그분의 힘은 애매하죠. 그런데 그분이 주로 일하시는 곳은 30층이에요.”
“30층?”
“넿, 주로 U.M.A. 관리팀이라고 부르는 부서에서 근무를 하시죠. 제가 듣기로는 동물형 U.M.A.를 관리할 때, 도움이 많이 된다고 했어요.”
“그러면…. 아까 몽환가라는 사람은?”
재능이라는 힘들 중에서도 가장 의구심이 들었던 사람에 대해서 강신이 물었다.
“하핳, 그분은 이곳에서 조금 특별한 사람이에요.”
“그게 특별하다고?”
“넿, 저분이 맡고 있는 임무는 H들이 모여 있는 20층의 위험을 알리는 것이니까요.”
분명 아까 백소은이 설명했을 때, 데자뷔 같은 꿈을 꾸는 것이 다인 사람이었다.
심지어 자신과 아무런 접점이 없으면 그마저도 불가능하다고 이야기했었다.
“헿, 그 아저씨의 일과는 20층에서 다른 H분들과 교류를 하는 거예요. 그럼, 여기서 간단한 문제! 그 아저씨의 꿈속에서 이곳 20층에 거주하는 사람들이 등장해 어떤 재앙을 겪는다면 어떤 상황이 벌어진 걸까요?”
정답은 이미 질문 속에 있었다.
강신은 그녀가 하고 싶은 말을 깨달았다.
“회사에 문제가 생겼거나. 20층에 문제가 생긴다는 말이겠지.”
“딩동댕! 헤헿, 바로 그거예요. 몽환가 아저씨는 그거 하나만으로도 자신의 역할을 충실히 하는 거죠.”
“그렇구나, 이제 이해가 됐어.”
강신은 다시 한번 회사가 절대 손해 보는 장사를 하는 곳이 아님을 알게 되었다.
적재적소라고 했던가, 회사는 어떻게 보면 보잘것없다고 보일 수 있는 재능까지 활용할 방법들을 생각해 내고 사람을 배치해 두었다.
“헤헿, 사실 아저씨를 이곳으로 모신 것은 부탁할 일이 있어서예요.”
백소은이 자신의 본심을 꺼냈다.
“네가 나에게?”
“히히, 정확히는 제가 아니라 제 친구인데. 도와줄 사람이 마땅치 않아서요.”
“음…. 이야기는 들어 보고 결정해도 될까?”
강신은 바로 확답하지 않았다.
20층에 다양한 재능을 가진 많은 사람이 있음에도 자신에게 왔다는 것은 소은이가 말한 부탁이 U.M.A.와 연관되어 있음을 쉽게 예측할 수 있었다.
“넿! 힘드시다고 느끼면 거절해도 돼요! 그럼 그 친구가 있는 곳으로 안내할게요!”
강신이 이야기를 듣겠다고만 했지만, 백소은은 굉장히 기뻐하며 자신의 친구가 있는 곳으로 강신을 안내했다.
그렇게 강신이 도착한 곳은 십자가로 잔뜩 장식되어 있는 구조물이었다.
앞에는 백소은의 나이 또래로 보이는 앳된 소년이 그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소년은 검은 사제복을 입고 있었고, 손에는 성경이라고 쓰인 두꺼운 책을 들고 눈을 감고 있었다.
가벼워 보이는 백소은의 태도와는 달리 무겁고 진중한 느낌이 드는 소년이었다.
“헤헿, 저 애가 제 친구예요.”
“어서 오세요. 정보꾼 형제님, 저는 편하게 미카엘이라고 불러 주세요.”
백소은의 말에 소년이 자기의 세례명을 부르며 감았던 눈을 떴다.
그리고 그 눈동자를 본 강신은 순간 몸을 움찔했다.
소년의 눈동자는 붉은빛을 내고 있었고, 그 속에서 작은 십자가 문양이 보였기 때문이었다.
‘뭐지?’
평범한 사람에게서 볼 수 있는 눈동자가 아니었다.
강신이 혼란스러워하는 그때, 백소은이 작은 목소리로 속삭였다.
“헤헿, 놀라실 필요 없어요. 저거 렌즈거든요. 본명은 김만복인데, 이름이 촌스럽다고 세례명만 말하고 다녀요.”
진실을 알게 되자, 강신은 그 소년이 억지로 분위기를 잡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혹시, 중2병……?”
강신이 중얼거리자 백소은은 뭐가 그렇게 재밌는지, 최대한 웃음을 참으며 강신에게 말했다.
“넿, 맞아요. 원래 H 네임은 ‘검은 사제’지만 이곳에 있는 사람들은 대부분 ‘중2병 사제’라고 불러요.”
“다 들립니다. 백소은 자매님. 그리고 저는 중2병이 아니라, 하늘의 계시를 받은 것입니다.”
“네가 받은 것은 하늘의 계시가 아니라 흑염룡의 계시겠지. 하하하하하핳.”
소년을 놀리고는 뒤집어져서 웃는 백소은. 그 모습을 본 강신은 당황스러움을 감출 수가 없었다.
하지만 놀림의 대상이 된 소년은 이미 그녀의 행동이 익숙한지, 동요하지 않고 차분한 모습을 유지하고 있었다.
“후…. 일단 그런 건 어찌 되었든 상관없어. 나에게 도움을 요청할 게 있다고 들었는데?”
“네, 그렇습니다. 저는 마와 싸우는 업을 잇고 있는 사제입니다.”
“마?”
“하핳하, 또 일부러 어렵게 이야기한다. 저 친구는 구마 사제예요. 그것도 교황청에서 정식으로 수행한 장엄구마예식이 가능한 사제죠.”
“구마 사제는 뭔지 알겠는데……. 장엄구마예식?”
구마 사제는 그 말대로 악마, 마귀들과 싸우는 사제를 말했다.
하지만 이어지는 단어는 강신이 생전 살면서 처음 듣는 말이었다.
그러자, 백소은은 강신이 알아듣기 쉽도록 설명을 시작했다.
“헤헿, 장엄구마예식이 뭐냐면요.”
장엄구마예식.
이것이 가능한 이들은 대중에 알려진 구마 사제와는 조금 다르게 바티칸에서 비밀리에 수행을 하고 자격을 취득한 이들만 가능한 예식이었다.
장엄구마라는 것은 일반적인 구마와는 다르게, 매우 상태가 좋지 않은 사람들에게만 거행된다.
한번 시행하면 몇 시간, 몇 년에 걸쳐 이루어지는 경우도 있었다.
그 때문에 장엄구마예식을 하기 위해서는 해당 지역 주교의 허가가 있어야 했다.
하지만, 김만복은 재능을 인정받아 선조치 후 보고가 가능한 몇 안 되는 인물이었다.
“그래, 대충 이해했어. 그런데 그 구마라는 것은 나와는 전혀 관계가 없을 텐데…….”
“그럴 리가 없습니다.”
강신이 부정하자 김만복이 단언했다.
그리고 왼손에는 성경을 들고 오른손으로 미리 준비해 둔 문서를 들어 올렸다.
“저는 이것이 정보꾼 형제님이 쓰신 정보라고 들었습니다.”
“이건…….”
강신이 김만복이 내민 문서를 받아 내용을 읽었다.
그것은 예전에 강신이 작성했었던 릴리스라고 부르는 악마를 다룬 글이었다.
“내가 쓴 것은 맞긴 한데……. 아무래도 악마에 대해서는 나보다는 네가 더 잘 알지 않을까?”
“다른 악마라면 그렇죠. 하지만 형제님이 이곳에 쓰신 릴리스만은 다릅니다.”
“?”
“성경에서는 릴리스라는 이름이 단 한 번도 등장하지 않습니다. 성경에는 첫 번째 이브, 혹은 아담의 첫 번째 부인이었던 여성이 릴리스로 불리기 시작한 겁니다.”
정확한 릴리스의 어원은 모든 도덕적 지혜의 책, ‘벤 시라의 알파벳’으로 불리는 책에서부터였다.
릴리스는 많은 사람이 인지하게 되자, 어느 정도 격을 갖춘 악마가 되었다고 한다.
“문제는 이 릴리스로 불리는 악마는 두 가지 정체성을 가지고 있어서 자기의 정보를 변화시킬 수 있다는 겁니다.”
“자기의 정보를 변화시킨다고?”
“네, 첫 번째 정체성은 서큐버스로 불리는 몽마, 두 번째는 모든 악마의 어머니라는 정체성이죠. 본래 이름에는 존재를 고정하는 힘이 있지만, 그녀는 나중에 릴리스라는 이름으로 불리게 되었기 때문에 다른 악한 존재들과는 조금 다릅니다.”
릴리스는 본래 악마로 불리는 존재가 아니었다.
아담의 첫 번째 부인으로 성적 취향에 의해서 헤어진 사람이었을 뿐.
현대로 오면서 릴리스에게 여러 호칭이 붙었는데, 그중에서 가장 유명한 것이 김만복이 말한 서큐버스와 모든 악마의 어머니라는 칭호였다.
강신은 릴리스에 대한 소설을 쓸 당시, 릴리스를 서큐버스로 표현했다.
“분명 내가 작성한 것은 서큐버스 릴리스에 대한 내용뿐이었는데?”
“네, 그래서 도움을 요청한 겁니다. 서큐버스 릴리스의 정보는 확인했으니, 이제 모든 악마의 어머니로서의 릴리스에 대한 정보를 제공해 주십시오.”
김만복의 요청을 듣고 난, 강신은 소년이 자신에 대해서 무엇인가 착각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너…. 나에 대해서 잘 모르는구나. 미안하지만 나는 너에게 정보를 줄 수 없어.”
억지로 분위기를 잡고 있던 김만복의 표정이 강신의 말을 듣고, 처음으로 무너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