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identified creature capture team RAW novel - Chapter 501
500화
노년의 남성은 순위가 새겨진 전광판을 보고 감격하고 있었다.
‘드디어.’
조금만 더 기다리면 그가 그토록 염원했던 물건이 손에 들어올 것이다.
1위와 2위의 격차를 생각한다면 그의 생각은 절대 틀릴 리 없었다.
일부에서는 공정치 못한 대회라며 떠들어댔지만, 아무리 그래도 결과는 바뀌지 않을 것이다.
이미 순위가 전광판에 새겨진 이유도 있었지만, 노년의 남성은 그것만 믿고 있는 건 아니었다.
‘덕분에 꽤 많은 돈이 들었지만, 우승 상품만 받을 수 있다면야….’
이번 대회는 이례적으로 드론 조종 때문인지, 많은 심사관이 배치되어 있었다.
덕분에 철저하게 심사관을 관리했던 이전 대회들과 다르게 작은 구멍이 생겼다.
노년의 남성은 그 구멍을 이용해 몇몇 심사관을 돈이나 필요한 물건으로 매수하고, 믿을 수 있는 자들을 이용해 간자로 집어넣었다.
그중에는 직급이 높은 심사관도 여럿 포함되어 있었다.
그러니, 저들이 아무리 불만을 내뱉어도 도프가 가져온 사냥의 증표는 모두 인정될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았다.
노년의 남성은 흑막 같은 비릿한 미소를 지었다.
‘이제 목표까지 한걸음…. 딱 한걸음이다.’
* * *
“이봐, 딘. 저 순위표를 보면 무슨 생각이 들지?”
처음 베이스캠프로 들어왔을 때, 호탕하게 웃던 베가가 불만이 가득한 표정으로 1위에서 2위로 순위가 떨어진 딘에게 물었다.
“음…. 글쎄요.”
딘과 베가는 이미 이전부터 알고 있는 사이였던 건지, 말을 주고받음에 전혀 어색함이 없었다.
딘의 표정이 평온하자, 베가가 더 직설적으로 말했다.
“대놓고 만나기는 무서워서 낮에 잠든 트롤을 사냥하는 겁쟁이들이 저렇게 많은 트롤을 잡을 수 있다고 생각하나?”
트롤 사냥 대회에 꾸준하게 참가했던 딘은 베가가 무엇을 의심하고 있는지 예상할 수 있었다.
우승을 위해 사냥의 증표를 몰아주는 행위나 빼앗는 행위가 이제까지 아예 없던 건 아니었다.
아니, 옛날에는 몰아주는 것으로 그치지 않고 베이스캠프 근처에서 트롤의 귀를 약탈하는 팀도 있었다.
약탈이든 몰아주기든 어차피 조사하면 참가팀들이 어떻게 귀를 얻었는지 알 수 있었기에 그런 행동을 한 참가팀의 증표는 인정되지 않았다.
하지만 이번 대회는 그때와는 달랐다.
떡하니 전광판에 말도 안 되는 개수가 기재되어 있었으니, 심사관들이 도프의 증표 습득을 인정했다는 소리였다.
‘귀를 다른 팀에게 넘겨주는 것도 실격 사유인데 말이지….’
하지만 아직 실격된 팀은 없었다.
만약 트롤의 귀를 넘겨받을 수 있다면 베이스캠프 앞에서 증표를 사고파는 이들이 나오는 게 당연해, 특단의 조치로 만든 규정이었다.
그런데도 저렇게 당당하게 전광판에 이름을 올리고 실격한 팀이 없다니, 딘 조차도 살짝 의아할 수밖에 없었다.
그들이 얻은 증표의 수는 베가의 말대로 낮 시간대의 사냥만으로는 얻는 게 불가능에 가까운 수였으니까.
“정당한 방법으로 졌다면 모를까, 이건 아니야.”
베가의 말은 사실이었다.
실제로 딘의 팀에게 순위가 밀렸을 때도 베가는 호탕하게 웃고 있었다.
“이대로는 안 되겠어. 주최 측에게 직접 항의하고 오겠네.”
베가는 성질을 내며 주최 측이 모여 있는 곳으로 향했다.
그곳에서 한참 대화를 나누고는 뭔가를 확인하고는 씩씩대며 딘에게 다시 돌아왔다.
“하! 기가 막혀서 말도 나오지 않는군.”
표정과 말투를 봐서는 잘 풀리지 않았다는 게 분명했지만 주최 측이 어떤 이유를 댔을지 궁금했다.
“저쪽에서 뭐라고 했길래, 그럽니까?”
“흥, 저들은 도프가 규정을 어기지 않았다고 하더군.”
“규정을 어기지 않았다고요?”
딘이 미간을 찌푸리며 다시 묻자, 베가가 고개를 끄덕였다.
“도프쪽에서 증거로 내민 액션캠을 증거로 사용했더군.”
부정을 저질렀다면 액션캠을 끄고 다녔겠지만, 도프는 반대로 액션캠에 찍혀 있는 영상으로 자신들이 부정을 저지르지 않았다는 걸 증명했다.
“영상 내용은 확인하셨습니까?”
“확인했지.”
그래서 더 화가 났다.
베가는 주최 측에서 공개한 다섯 개의 영상을 모두 확인했다.
그것을 확인한 베가는 도프가 이번에는 아주 작정을 했다는 걸 알 수 있었다.
분명 대회 규정에는 증표를 어떤 형식으로도 넘겨받으면 안 된다고 적혀 있었다.
또한 어떤 팀이 증표를 버리고 다른 팀이 그걸 주웠다고 주장하는 편법 또한 통하지 않았다.
그래서 도프는 규정을 교묘하게 피하는 방법을 사용했다.
분명 영상에는 트롤을 직접 사냥해서 귀를 자르는 것처럼 보이게 연출되어 있지만, 베가는 그 영상이 조작되어 있다는 걸 알고 있었다.
“영상이 찍힌 장면은 모두 트롤이 죽기 직전의 모습이었고, 트롤의 상처는 적어도 3~4명이 공격한 흔적이었네.”
“같은 팀 인원이 공격했겠죠.”
“아니, 같은 팀 인원이 쓰는 무기가 아니었어. 도프팀 다섯 명은 영상에서 모두 톱과 비슷한 무기를 사용했는데, 트롤의 몸에는 다른 무기들로 공격당한 상처들이 가득했지. 무엇보다 영상에는 본인을 제외한 같은 소속의 팀 인원이 찍혀 있지 않았네.”
베가는 생긴 것과 다르게 머리가 잘 돌아가는 사내였다.
“심증밖에 없었지만, 다섯 명의 인원이 각자 흩어져 트롤을 사냥하고 있는 다른 팀이 있는 곳으로 이동해 사냥을 거의 끝낼 때쯤 트롤의 숨통만 끊고, 귀를 챙겨서 이동한 것처럼 보이더군.”
“흠….”
심사관도 이를 눈치챈 것 같긴 했지만, 귀를 직접 주고받는 것이 규정 위반이지 이와 같은 행동은 규정으로 정해진 바가 없었다.
심사관들도 꽤 당황하는 눈치였지만 이상하게도 몇몇 심사관이 규정에는 어긋나지 않는다며 목소리를 냈다.
그러자 결국 이번 대회에서만 이와 같은 행위를 인정하는 것으로 합의되었고, 다음 대회부터는 이에 관한 규정을 추가로 지정해 똑같은 행위가 일어나지 않도록 조치하는 것으로 결론이 난 것 같았다.
“퉷! 눈 가리고 아웅 대는 꼴이란, 이게 사냥 대회인지 편법 잘하기 대회인지 모르겠군.”
“그렇네요.”
대답하는 딘의 표정에는 그 어떤 불쾌함이 깃들어 있지 않았다.
이상한 방법으로 1위를 뺏겼음에도 태연한 모습을 한 그를 보며 베가가 눈을 찡그리며 물었다.
“부정한 방법으로 1위를 빼앗겼는데, 화가 나지 않는 건가?”
“글쎄요, 화가 날 이유가 없어서.”
담백한 딘의 태도를 보자 오히려 베가의 속이 더 터질 것 같았다.
“아니, 왜!”
“그야 저들이 저런 행동을 해도 원하는 바를 이루지 못할 것을 아니까요.”
“음?”
베가는 딘이 하는 말을 이해하지 못했지만, 딘은 자세한 설명을 해줄 생각이 없는지 그저 미소만 지었다.
딘은 복귀 전날 우연히 마주쳤던 강신의 베이스캠프를 떠올렸다.
전혀 생각지도 못했던 모습에 오랜 삶을 살아온 딘 조차도 큰 충격을 받았다.
‘그걸 어떻게 믿겠어.’
직접 보기 전까지는 어차피 믿지 않을 게 뻔하니, 굳이 입 아프게 설명하지 않았다.
우승을 위해 온갖 술수를 부려온 도프가 목표를 이루지 못했을 때, 표정이 어떨지 벌써 기대되고 있었다.
딘은 이번 우승이 도프가 아닌 강신이 가져갈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았다.
‘언제쯤 오려나.’
아직 시간은 한참 남았으니, 이곳에서 기다려봐야 소용이 없었다.
“저기 보니까, 맥주 파는 곳이 있던데, 오랜만에 한잔하죠.”
“음…. 좋지.”
딘은 쓸데없는 걱정을 하는 베가를 데리고 야외에서 맥주를 팔고 있는 가게로 이동했다.
베가는 그 사이 도프에 대한 걸 잊었는지, 맥주를 마시면서 사냥 대회 동안 있었던 일들을 떠들어댔다.
그 특유의 친화력 덕분인지, 아니면 입담 덕분인지는 몰랐지만, 그곳에 있던 이들은 어느새 베가와 친해져 서로 술을 주거니 받거니 하며 오래된 친구처럼 웃고 떠들었다.
하지만, 그들의 즐거운 시간은 그리 길지 못했다.
-크워어어!!!!!!!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소리가 멀리서 들려오자, 웃고 떠들던 이들이 순간 멈칫하며 몸을 떨었다.
“어?”
“……피어?”
“잠깐, 잠깐, 이건 말도 안 되지.”
“뭐야? 도대체 뭔데?”
몸이 멈칫하는 것을 보니, 분명 트롤이 내지른 피어였다.
하지만 이곳에 모여 있는 이들은 현재 상황을 제대로 파악할 수 없었다.
그야, 지금 시간대는 아직 ‘태양’이 떠 있는 낮 시간대였다.
그리고 트롤이 내지르는 피어는 거리가 멀면 멀수록 그 위력이 떨어지는 게 정상인데, 지금 들은 피어는 마치 눈앞에서 영향을 받은 것처럼 몸이 덜컥하고 멈췄다.
“딘, 소리가 어디서 들렸는지, 파악했나?”
방금까지 웃고 떠들던 모습이 어디로 갔는지 모를 정도로 험악한 표정으로 베가가 묻자, 딘이 고개를 끄덕였다.
“네, 사냥팀들이 복귀하는 전광판이 있는 구역에서 들려왔습니다.”
그러자 베가의 표정이 굳어졌다.
해가 뜬 지금 트롤이 어떻게 활동하고 있는지는 중요하지 않았다.
지금 중요한 건 트롤로 추정되는 소리가 들려왔고, 그곳에 많은 사람이 있다는 것이었다.
그것도 비전투 인원들이라고 지정된 관객들이…….
“가시죠.”
“그래야지.”
딘이 자리에서 일어나자 베가가 고개를 끄덕이며 함께 일어났다.
그렇게 딘과 베가는 아직 상황을 파악하지 못한 이들을 내버려 두고 관객들이 모여 있던 곳으로 뛰었다.
그리고 그들이 관객이 있던 곳에 도착했을 때, 그곳은 이미 난장판이었다.
관객석 곳곳이 파괴되어 있었으며 곳곳에 붉은 피가 묻어 있는 걸로 보아 대충 어떤 일이 일어났는지, 예측할 수 있었다.
-크워어어~!
그리고 그곳에서 날뛰는 트롤이 보였다.
“……저건 뭐지?”
베가가 트롤을 보며 놀란 눈으로 말했다.
지금 행사장에서 날뛰고 있는 트롤은 일반적인 모습이 아니었다.
일반적으로 트롤은 녹색 피부의 거대하고 못생긴 괴물이었다.
주먹코에 여드름과 비슷한 기포가 올라와 있으며, 눈은 축 처져 있었다.
그리고 끔찍한 냄새를 풍기는 건 물론이고 이빨의 치열 또한 엉망이었다.
자세는 구부정해 꼽추와 비슷한 상태로 돌아다녔는데, 어디서 구했는지 모를 천 조각으로 하체만 간신히 가리고 있는 게 베가가 알고 있는 트롤의 모습이었다.
이곳에서 날뛰고 있는 트롤은 못생긴 것과 냄새가 나는 건 똑같았으나, 피부의 색이 회색이었으며 체구 또한 일반 트롤에 비해 조금 작았다.
고작 그뿐이었다면 베가가 이렇게 당황하지 않았을 것이다.
투다다다다다-!
난입한 트롤을 대회 규정을 지키며 잡을 필요는 없었기에 화기를 가진 이들이 트롤을 향해 발포하고 있었다.
일반적인 트롤이라면 발포된 총알에 온몸이 꿰뚫렸겠지만, 눈앞의 트롤은 그렇지 않았다.
티디디딩!
쇠와 쇠가 부딪히는 것처럼 작은 불똥이 튀며 트롤의 몸에 총알이 박히지 않았다.
그것뿐만이 아니었다.
-크워어어!
트롤의 피어는 기본적으로 한번 노출되면 내성이 생겼다.
이곳으로 오기 전, 딘과 베가는 이미 트롤의 피어를 한번 경험했었다.
그러니 당연히 내성이 생겨야 했지만, 그렇지 않았다.
내성이 전혀 생기지 않은 것처럼 처음과 똑같이 몸이 멈칫했다.
“윽!”
“음!”
딘과 베가는 심각한 표정을 지었다.
그러는 사이, 트롤은 자신을 향해 총을 쐈던 인간을 오른팔로 잡아 다른 인간에게 던져버렸다.
“으아아악!”
퍽!
보호 장비를 걸치고 있었지만 한계 이상의 충격이 들어간 것일까, 그들은 서로 엉켜 트럭에 치인 것처럼 손발이 제멋대로 꺾여 있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피를 토하는 모습을 보아 즉사는 아니라는 점이었다.
일반 트롤에 비하면 어마어마한 속도였다.
“젠장.”
베가가 욕을 내뱉자, 딘도 함께 욕을 내뱉고 싶은 심정이었다.
그나마 트롤의 약점이라고 할 수 있었던 것은 빛과 화기에 약하며 행동이 굼뜬 것이었다.
하지만 그 약점들을 모두 극복한 듯한 트롤이 등장했다.
딘은 회색 트롤을 노려보며 중얼거렸다.
“이레귤러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