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identified creature capture team RAW novel - Chapter 504
503화
베가를 붙잡고 있던 오른팔이 작살난 트롤은 끔찍한 격통에 침이 튈 정도로 괴성을 질러댔다.
-크어어엉!
그리고 그 괴성과 함께 강대한 기세가 그 일대에 울려 퍼졌다.
이전 피어와는 명백히 다른 힘이었다.
몸이 잠깐 멈추는 정도가 아니라 심신이 약한 이들은 그 기세를 받고 그대로 졸도할 정도였다.
하지만 트롤의 오른팔을 작살낸 강신은 졸도는커녕 잠시라도 멈춰 세울 수 없었다.
“거참, 시끄럽군.”
트롤의 오른팔 위에서 강신은 오른발을 들어 강하게 진각을 밟았다.
쿵! 콰득!
이제까지 트롤의 몸을 보호해 주었던 회색 피부에 강신의 발 모양이 선명하게 남았다.
그걸로 모자라 부서진 뼈에도 충격이 갔는지, 팔이 더 기괴하게 꺾였다.
-크아아아!
트롤이 고통스러워하며 자신을 공격한 강신을 잡기 위해 멀쩡한 왼팔을 휘둘렀다.
재빠른 움직임이었지만 강신은 마치 동네 마실이라도 나온 것처럼 오른팔에서 뛰어내려 가볍게 피해냈다.
트롤은 사용하지 못하는 오른팔을 제외한 모든 부위를 이용해 강신을 집요하게 노렸다.
왼손으로 휘두르고 발로 차면서 어떻게든 강신을 향해 공격했고, 그럴 때마다 트롤의 공격은 허공을 갈라야 했다.
강신이 최소한의 움직임으로 트롤의 공격을 아슬아슬하게 피했다.
다른 이들은 그 모습을 숨을 죽이고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지켜봤다.
극심한 고통에 제대로 정신을 차리지 못하는 딘조차 강신에게 경고를 할 정도였다.
“큭…. 강책임님, 조심하십시오! 그 트롤은 일반적인 개체가 아닌 이레귤러….”
애초에 낮에 등장한 것부터가 이레귤러인 것을 알려주고 있었지만, 딘은 오락가락하는 정신임에도 일단 이레귤러 트롤에 대한 정보를 내뱉었다.
그렇게라도 트롤의 강력함을 어떻게든 강신에게 전달하려고 한 것이다.
하지만 아쉽게도 그런 딘의 노력은 그다지 큰 도움이 되지 못했다.
“괜찮습니다. 강책임님은 이미 이곳의 상황을 모두 알고 있습니다.”
어디선가 나타난 사내가 다급하게 외치는 딘을 안정시켰다.
“어…. 어떻게?”
이제는 말하기도 힘에 부친 것인지 말이 짧아졌지만 사내는 전혀 개의치 않으며 딘의 궁금증을 해결해 주었다.
“제가 이곳에 있던 상황을 처음부터 끝까지 강책임님에게 모두 보고하고 있었습니다.”
“……그, 그랬군요.”
딘은 그제야 사내가 성신 소속이라는 걸 알 수 있었다.
“그러니, 가만히 계셔주십시오. 억지로 몸을 움직였다가는 부러진 뼈들이 내부 장기를 크게 손상시킬 수도 있습니다.”
사내는 어디선가 가지고 온 들것에 딘의 몸이 흔들리지 않도록 고정했다.
그리고는 다른 사내와 함께 딘을 안전한 곳으로 이동시켰다.
들것에 실려 가는 딘은 이제 안전하다는 걸 깨닫고 긴장이 풀렸다.
그러자, 참고 또 참았던 수마가 몰려왔다.
점점 눈이 감기는 것을 억지로 참던 딘이 정신을 잃기 전, 마지막으로 본 것은 트롤의 공격을 흘려내는 강신의 모습이었다.
‘이레귤러 트롤에 버금가는 괴물이 또 있었네.’
그렇게 딘은 마지막 의식의 끈을 놓아버렸다.
한편, 트롤을 상대하는 강신은 트롤의 공격을 임상무에게 배웠던 유술로 흘려내며 시간을 끌고 있었다.
강신의 신경이 트롤이 아닌 주변에 집중되어 있을 정도로 여유가 있었다.
‘딘은 장대리님이 안전한 곳으로 이동시켰고, 베가는 어디쯤 있지?’
멀리서 초코가 베가를 이동시키는 것이 강신의 눈에 들어왔다.
‘좋아, 그럼, 다른 병력들은 전부 대피한 건가?’
강신이 트롤을 상대로 시간을 끌고 있는 사이, 성신의 지원 요원들이 딘과 베가를 위해 시간을 벌어주었던 전투 불능에 빠진 사냥꾼들을 전장에서 이탈시키고 있었다.
많은 인간이 움직이고 있었지만 트롤의 시선은 강신에게서 떨어지지 않았다.
트롤이 강신에게 집착하는 건 강신이 트롤의 오른팔을 망가트렸기 때문이 아니었다.
전부 트롤의 본능 때문이었다.
강신이 상대하는 트롤은 분명 일반 트롤과는 다른 이레귤러였지만, 그렇다고 해서 이 개체가 트롤이 아닌 것은 아니었다.
당연히 트롤이 가진 본능을 가지고 있었다.
‘예를 들면, 후각을 맡는 기관은 비슷하겠지.’
강신은 이곳으로 오기 전 김만복의 소변을 옷에 잔뜩 묻히고 왔다.
그러니, 트롤이 강신에게 집착하고 있는 것이었다.
‘생각대로 계획이 잘 먹혀서 다행이네.’
강신이 사냥을 끝내고 복귀 준비가 한창일 때, 뜬금없이 장웨이가 도움을 요청했다.
그리고 보고를 들은 강신은 당황하지 않을 수 없었다.
어디선가 나타난 트롤의 이레귤러가 행사장에서 난동을 부리고 있다니, 당황하지 않는 게 더 이상했다.
그것도 트롤의 약점을 대부분 극복한 이레귤러라면 더욱 그랬다.
어쨌든 강신은 장웨이의 보고를 듣자마자 복귀를 서둘렀다.
이동하면서 이레귤러가 딘과 베가를 상대로 싸우고 있다는 소식도 전해 들었다.
덕분에 강신은 이레귤러의 행동 정보를 얻을 수 있었고, 어떻게 싸우면 좋을지 계획을 짤 수 있었다.
이레귤러의 특징은 이러했다.
회복이 가능한 단단한 회색 피부, 높은 지능, 트롤치곤 빠른 행동, 그리고 인간을 가지고 노는 듯한 태도까지.
강신은 장웨이가 넘겨주는 정보를 허투루 듣지 않으며 철저하게 파고들었다.
그렇게 철저하게 분석했지만, 강신은 자신의 공격이 트롤의 피부를 뚫어낼 수 있을지는 확신할 수 없었다.
건틀릿이 가진 부패의 힘이 과연 트롤의 회색 피부를 부패시킬 수 있을까?
만약 그게 가능하더라도 위협을 느낀 트롤이 돌발 행동은 하지 않을까?
혹시 위험해지면 주변에 있는 이들을 인질로 잡지는 않을까?
여러 의문이 들었고 강신이 선택한 전략은 바로 단기 결전이었다.
짧은 시간, 자신이 할 수 있는 최고의 수를 트롤에게 때려 넣기로 한 것이다.
다만, 작전이 실패했을 때, 주변에 있는 이들이 위험할 수도 있었으니 그들의 대피를 우선시했다.
김만복이 행사장 가까이 있으면 괜히 시선이 분산될 수도 있었기에 최대한 행사장에서 떨어트려 놓았다.
그리고 신하린을 자신과 함께 움직일 수 있게 준비시켰다.
‘실패하면 날 구해줄 사람이 필요할 테니까.’
나머지 인원들은 김만복과 함께 행사장에서 멀리 떨어진 곳에서 대기하고 있었다.
그렇게 강신은 행사장에 도착하기 전, 설야의 날개 가루를 들이마시고 강화된 힘으로 자신이 할 수 있는 최고의 공격인 발경을 사용하기 위해 정신을 차분하게 가라앉혔다.
‘왼손으로 하는 발경은 익숙하지 않지만….’
녹색 건틀릿이 왼쪽이었으니, 어쩔 수가 없었다.
모르는 사람이 들었다면 왼쪽과 오른쪽이 뭔 상관이냐고 물어볼 수 있을 것이다.
발경은 내딛는 발에서 지탱하는 하체를 통과해 내지르는 주먹까지, 흐르는 힘을 다른 곳으로 흘리지 않고 한 점에 집중시켜야 하는 고난도 기술이었다.
그런 기술을 평소 사용하던 오른손이 아니라 왼손으로 사용하라는 건, 오른손잡이에게 당장 왼손으로 글씨를 적으라고 하는 것과 같았다.
아예 불가능한 것은 아니었지만, 어느 정도 연습이 필요한 것이다.
그나마 왼손으로 발경을 시도할 수 있는 건 강신이 평소 훈련장에서 왼손 발경을 위해 수도 없이 연습을 해왔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행사장 근처까지 도착한 강신은 베가가 위험하다는 다급한 장웨이의 보고를 듣고 초코의 도움과 설야의 날개 가루로 강화된 힘으로 크게 도약해 베가를 잡고 팔을 뜯어내는 트롤의 팔을 노렸다.
그렇게 강신은 행사장에 도착할 수 있었다.
‘후….’
강신은 마음에 들었던 베가가 죽지 않아서 다행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휘릭~ 쾅!
쾅!
강신은 그렇게 딴생각을 하면서도 트롤의 공격을 틀어 지면을 공격하게 만들거나, 건틀릿으로 직접 막으며 시간을 끌었다.
가끔 트롤의 자세가 무너지면 반격을 하기도 했지만 대부분 하늘색 건틀릿을 착용하고 있는 오른손을 사용했다.
녹색 건틀릿을 사용하고 싶긴 했지만, 사용하면 할수록 색이 빠지는 건틀릿의 특성상 한방에 모든 것을 갈아 넣으려면 아끼고 또 아껴야 했다.
김만복의 소변 냄새에 눈이 돌아가긴 했지만, 계속되는 강신과의 공방 속에서 지능이 높은 이레귤러는 주변이 이상하다는 걸 깨달았다.
-크워?
방금까지 주변을 시끄럽게 했던 인간들이 조용해졌으니, 상황이 이상하게 돌아간다는 걸 모르는 게 더 이상했다.
하지만 그래 봐야 이미 늦었다.
때마침 통신 패치를 통해 강신에게 기다리고 있던 소식이 들려왔다.
-강책임님, 부상자 후송이 모두 끝났습니다. 그리고 사전에 이야기했던 것도 준비했습니다.
길지 않은 시간이었지만 장웨이와 지원 요원들이 땀이 날 정도로 뛰어다녀서 빠르게 모든 준비가 끝났다.
그러자 강신은 최고의 한방을 위해 사전에 이야기했던 장소로 몸을 빼고 자세를 잡았다.
“스읍…. 후….”
그곳에서 강신이 호흡을 깊게, 아주 깊게 들이마셨다.
그럴수록 강신의 입에서 나오는 수증기의 양도 확연히 늘어났다.
강신의 분위기가 돌변했다.
트롤이 아무리 똑똑해도 트롤인 것인지, 돌변한 강신의 변화를 눈치채지 못했다.
오히려 오른팔을 공격한 이후, 자신의 몸에 상처를 내지 못하는 강신을 얕보고 있었다.
트롤은 서둘러 강신을 처리하고 다른 인간을 데리고 놀 생각이 가득했기에 경계하지 않은 상태로 강신에게 달려들었다.
강신은 트롤을 머릿속에서 지우고 한 번 더 깊게 호흡해 집중력을 한계까지 끌어올렸다.
그러자, 이전에 경험했던 것처럼 주변의 시간이 느려졌다.
‘좋아.’
강신은 오른쪽 손을 펴며 앞으로 내밀고는 왼손이 빗겨나가지 않도록 조준점을 만들었다.
그리고 천천히 오른발을 앞으로 내디디며 강하게 진각을 밟았다.
쿠우웅~!
느려진 시간에 소리마저 늘어지게 들려왔다.
내디딘 진각에 주변에 있던 흙먼지와 작은 돌들이 튀어 올랐지만, 이미 강신은 왼손 발경을 사용하기 위해 극한의 집중력을 유지하고 있어 신경 쓸 수가 없었다.
지면을 통해 오른발로 들어오는 힘을 그대로 종아리, 허벅지, 허리까지 올리고는 허리 회전의 힘을 더해주며 가슴과 어깨를 했다.
그때,
‘읏!’
아주 조금이지만 그 힘을 습관적으로 오른쪽으로 흘려버렸다.
좁쌀만큼 아주 조금이었기에 실패한 것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강신은 이를 악물고 더는 힘을 흘리지 않게 한계 이상으로 집중했다.
눈에 있는 실핏줄이 터져 충혈되었지만, 강신은 끝끝내 왼 주먹으로 힘을 집중시키는 데 성공시켰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위장막을 걸치고 있던 장웨이가 숨어 있는 지원 요원들에게 외쳤다.
“다아앙겨어어어어.”
장웨이가 외치자, 숨어 있던 지원 요원들이 미리 깔아두었던 하얀 와이어를 잡아당겼다.
트롤의 발치에 하얀 와이어가 갑자기 솟아나자, 방심하고 있던 트롤은 와이어에 발이 걸려 그대로 균형을 잃고 넘어졌다.
강신은 넘어지는 트롤의 가슴을 향해 천천히 왼쪽 주먹을 내질렀다.
그렇게 내지른 주먹은 아주 천천히 쓰러지는 트롤의 가슴에 닿았다.
툭.
콰드드득!
퍼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