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identified creature capture team RAW novel - Chapter 509
508화
길들이기.
쓸데없이 꼬투리를 잡아 그 사람의 기를 죽이고 자신의 권위를 세우는 악습에 가까운 관습이다.
옛날이라면 모를까, 요즘에는 그런 행동을 하는 사람은 거의 사라졌다.
하지만 아쉽게도 이지헌 상무는 지금 거의 사라진 길들이기를 강신에게 시도하고 있었다.
그는 인력 관리 능력을 인정받아 비밀 연구소로 입성할 수 있었지만, 임상무처럼 업무 능력을 인정받은 건 아니었다.
그의 성과는 대부분 아랫사람을 착취하며 그들이 낸 성과를 자기 성과로 만든 것이었다.
강제로 성과를 빼앗긴 이들이 반발했지만, 그는 그런 부분을 처리하는 것에 도가 튼 사람이었다.
업무 능력은 모자랐지만, 그는 선동과 날조 그리고 사내 정치에 재능이 있었다.
-옆 부서에 최차장, 이번에 이혼한 이유가 불륜 때문이라며?
단순히 성격 차이로 이혼한 남자는 부서 내에서 희대의 바람둥이가 되어있었으며,
-저번 주에 이대리가 음주 운전을 하다가 사람을 쳤다는데?
차도 없는 이대리는 졸지에 면허 취소자가 되어 도로의 무법자가 되었고,
-글쎄 민사원이 그렇게 남자를 밝힌다며? 매주 이태원에 있는 클럽에서 외국인들과 논다고 하더라.
태어나서 남자 손도 제대로 잡아보지 못했던 모태솔로인 민사원은 어장관리를 하는 수족관의 주인이 되어있었다.
아무런 근거가 없는 소문이었기에 해명하는 것은 오래 걸리지 않았다.
하지만 이미 한번 소문이 퍼져 이미지에 타격을 받은 그들을 좋게 보는 사람은 없었다.
결국, 사내 정치질에 휘말린 그들은 두 가지 중 하나를 선택해야 했다.
빼앗긴 성과고 뭐고 그냥 쥐죽은 듯이 회사에 다니거나, 회사 밖으로 나가는 것.
그렇게 이지헌 상무에게 희생된 이들만 해도 손으로는 다 셀 수가 없을 정도였다.
그런 그가 남의 성과로 인정을 받아 회사의 최대 기밀인 비밀 연구소와 미지의 생물인 U.M.A의 존재를 알게 되었을 때, 정말 큰 충격에 빠졌다.
그간 자신이 해왔던 일들은 소꿉장난처럼 느껴질 만큼 보잘것없는 일들이었다.
그야말로 하늘 위에 하늘, 천외천이었다.
그 기밀들을 알게 된 그는 회사의 진정한 중역으로 거듭나기 위해선 U.M.A와 관련된 높은 자리를 차지해야 한다는 걸 직감했다.
그래서 그는 더 성과를 내기 위해 아랫사람들 더 심하게 착취하고 또 착취했다.
그로 인해, 반발이 거세진 것도 잠시 시간이 흐르자 그들은 차라리 이지헌이 성과를 인정받아 하루라도 빨리 다른 곳으로 부임되길 바랄 뿐이었다.
그렇게 착실하게 성과를 내던 어느 날, 이지헌에게 둘도 없는 기회가 찾아왔다.
그가 그토록 원하던 비밀 연구소의 살림을 도맡던 임상무의 자리가 공석이 된 것이다.
그는 그 자리를 차지하기 위해 그간 착실히 쌓은 성과들을 이용했고 그렇게 결국, 그 자리를 얻었다.
그런 그가 처음 부임되어 한 일은 그에게 주어진 업무를 파악하는 것이 아닌 비밀 연구소에 소속된 이들을 파악하는 일이었다.
‘초능력을 가진 이들을 부리며, 그들의 성과를 빼앗을 수만 있다면 나는 더 높은 곳으로 갈 수 있을 거다.’
영화에서나 볼법한 초인들과 U.M.A라고 불리는 괴물들이 자신의 발밑에 있는 건 생각만 해도 짜릿한 경험일 것이다.
물론 회사에는 그들을 포섭할 수 없도록 H 제도라는 걸 만들어 운영하고 있었다.
하지만, 비밀 연구소에서 사외 업무를 보게 될 이지헌 상무가 그 제도를 피해 그들과 접촉할 명분을 만드는 건 정말 쉬운 일이었다.
‘접촉만 할 수 있으면 회유도 가능할 거야. 그리고 그들의 만들어내는 성과도 내 것으로 만들 수 있겠지.’
때마침 타이밍 좋게도 비밀 연구소의 수장인 연구소장인 권영식은 임상무의 사건 이후로 안식년을 신청하고 방에 처박힌 상황이었다.
모든 상황이 마치 자신을 위해서 돌아가는 것이 아닐까, 착각이 들 정도였다.
사자가 없는 곳에서는 여우가 대장 노릇을 하듯이 실질적인 수장이 잠적하였으니, 비밀 연구소도 쉽게 장악할 수 있으리라 생각했다.
하지만 그 생각은 오래가지 않아 바뀔 수밖에 없었다.
비밀 연구소는 그의 생각보다 호락호락한 곳이 아니었으니까.
비밀 연구소에는 연구소장인 권영식과 사외 업무를 맡은 임상무가 자리를 비워도 그들의 빈자리를 메꿀 수 있는 인재들이 많았다.
권영식의 자리는 이수진 선임이라는 연구원이 맡고 있었고. 임상무의 빈자리는 연구소의 CL로 활동하고 있는 김한수 수석이 맡고 있었다.
그들을 회유해야 할지, 찍어 누를지 이지헌 상무는 고민했다.
‘임상무의 자리를 맡은 김한수 수석은 내게 문제가 되지 않아.’
그가 맡은 일을 자신이 할 테니, 그는 문제가 되지 않았다.
문제는 이수진 선임이었다.
권영식의 자리를 대신에 할 정도로 능력이 특출난 그녀가 어째서 선임인지 이지헌 상무는 이해할 수 없어 조사해 봤다.
그러자 충격적인 사실이 드러났다.
이수진 선임은 권영식의 열렬한 추종자로 직책이 오르면 개인적으로 프로젝트를 맡게 되어 권영식과 보내는 시간이 줄어든다는 이유만으로 진급을 거부해 왔다는 것이다.
사랑이 아닌 존경으로 저 정도 집착을 보일 정도면 애정을 넘어 광기라고 봐야 했다.
‘미친 사람은 상대하는 것이 아니지….’
그래서 이지헌 상무는 그녀를 내버려 두기로 했다.
그녀는 권영식을 챙기느라, 딱히 견제하지 않아도 될 것 같았기 때문이다.
그러던 중 이지헌은 뒤늦게 비밀 연구소에서 강한 영향력을 가진 인물이 누구인지 알게 됐다.
‘정보꾼, 강신 책임. 울프팀의 책임자.’
연구소장 직할 소속으로 연구원들이 막히는 부분을 짚어 줄 정도로 U.M.A에 대해 해박한 지식을 가지고 있었으며, 현장 요원들과 현장을 자주 나가 그들과도 돈독한 사이였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지원 요원을 관리하는 김병기 부장도 강신에게 한없이 우호적인 태도를 보였다.
또한, H의 구심점이라고 부를 수 있는 1대 관상가와 그의 손녀도 그와 친한 건 물론이고 대부분의 H가 강신을 지지하고 있었다.
그리고 회사 외부 사람들인 위치와 키클롭스, 가짜 렙틸리언, HG 그룹과 정치권 사람들은 강신이 이곳에 있었기에 성신에게 우호적인 태도를 보였다.
비밀 연구소를 지키는 보안팀들 중 가장 강력한 전력을 가진 10팀도 강신에게 도움을 받은 적이 있어서인지, 어지간해서는 그가 하는 말을 모두 들어줄 것처럼 행동했다.
실상 비밀 연구소는 이미 강신의 손아귀에 있다고 해도 이상하지 않았다.
‘스읍…. 선동과 날조로 강신 책임을 실각시키려고 해도 파고들 틈이 없고. 그렇게 버리기에도 너무 아까운 인재인데, 그가 내는 성과들을 빼앗을 수만 있다면….”
자기도 모르게 탐욕이 들끓었다.
강신이 특별한 것은 이미 이전부터 충분히 알고는 있었다.
또한, 그가 해왔던 큼직한 사건들은 이미 모두 전해 들어 쉽지 않을 상대라는 것도 인지하고 있었다.
원래라면 그의 성격상 강신은 건드리지 않는 걸 선호했겠지만 들끓는 탐욕이 그의 시야를 좁게 만들었다.
‘황금알을 낳는 오리의 배를 가르는 것보다 키우는 게 좋겠지.’
강신이 계속 성과를 내게 만들어 그것을 빼앗아야 했다.
‘하지만 어떻게?’
이지헌 상무는 강신이 해외 파견을 나가 있는 동안 강신의 약점을 찾기 위해 회사의 자료뿐만 아니라 외부 정보 업체에 의뢰까지 넣어서 강신을 조사했다.
그러자, 그는 강신이 소문으로 듣던 것보다 더 대단한 인재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허…. 무력은 일반 현장 요원보다 뛰어난 것도 모자라 팀장급 이상이고 소문대로 U.M.A에 대한 정보는 연구원은 물론이고 누구보다 많이 알고 있어. 이제까지 지급된 연봉과 인센티브만봐도 돈으로 회유하기도 어렵겠군. 연구소 인원들과 두루 사이가 좋아서 선동과 날조, 정치질도 통하지 않겠는데….’
강신은 비밀 연구소에 존재하는 것만으로도 성과를 내는 사람이었기에 약점이라는 것을 찾아내는 건 매우 어려운 일이었다.
그나마 약점이라고 부를 수 있는 것은 가족들과 동료들을 끔찍하게 아끼고 윗사람이라면 일단 정중하게 대한다는 것이 전부였다.
‘그렇다고 가족을 건드릴 수는 없어.’
가족을 건드리는 것이 양심에 찔려서가 아니었다.
강신의 가족은 이미 성신에서 보낸 첩보부 사람들이 지키고 있었다.
괜히 그의 가족을 건드리려고 시도했다가 잘못되는 순간 물리적으로 자신의 모가지가 날아갈 수도 있었다.
그만큼 첩보부 잔혹함은 자자했으니까.
‘그러면 다른 방법을 구상해 봐야겠는데.’
현재 이지헌 상무가 강신보다 나은 것은 직책뿐이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앞서 말했듯이 강신은 직책과 연륜을 무시하는 사람이 아니라는 것이었다.
‘약점이 없다면 만들면 되겠지. 일단 직책으로 찍어 눌러서 누가 위인지 아래인지 파악하게 해줄까.’
그래서 계획한 것이 이번의 길들이기였다.
이지헌은 말도 안 되는 트집을 잡으며 강신의 성질을 긁고 강신이 반발하면 강신과 팀원들이 사용하는 지원을 줄여 쉽게 현장에 나갈 수 없도록 만드는 것이 최종 목적이었다.
강신이 혼자라면 모를까, 그에게는 울프팀이라는 팀원들이 있었다.
그들이 사용하는 물자까지 줄인다면 팀원을 끔찍하게 아끼는 강신에게 충분히 먹힐 거라고 생각했기에 저지른 일이었다.
‘처음부터 성과를 전부 내놓으라고는 하지 못하겠지만 중간 타협 정도는 할 수 있겠지.’
그렇게 그는 개인 큐브에서 강신의 성질을 긁고 있었다.
‘자, 어서 화를 내. 명분을 주란 말이야.’
하지만 강신은 그가 생각한 것처럼 움직여 주지 않았다.
“하하…. 저도 마침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처음 저에게 지급된 개인 큐브의 크기는 조금 넓은 방 크기였는데, 쓸데없이 넓어져서 이제는 개인 큐브가 아니라 공용 큐브 같습니다.”
처음 성신과 계약할 때만 해도 강신의 개인 큐브는 정말 강신만을 위한 공간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달랐다.
울프팀 인원들과 백소은과 친구들이 이곳으로 오는 것이 당연한 것처럼 느껴졌다.
“이 큐브를 반납할 테니, 다시 개인 큐브를 지급해 주시겠습니까?”
이미 강신이 회사 맺은 계약서를 확인했던 이지헌 상무는 당황했다.
그곳에는 강신에게 개인 큐브를 제공한다고 명시되어 있었으니, 강신이 현재 큐브를 반납한다면 계약을 지키기 위해서 강신에게 개인 큐브를 지급해야 했다.
하지만 문제는 개인 큐브를 지급하는 게 이지헌 상무 혼자만의 소관이 아니라는 것이다.
큐브 지급은 연구소장과 사외 업무를 맡은 상무가 협의해서 지급되는 것이었다.
즉, 그는 강신에게 다른 개인 큐브를 지급하지 못한다는 소리였고 이를 어기면 그간 강신과 성신과 맺은 계약이 파기될 수도 있었다.
‘그건 안돼.’
그가 원하는 것은 강신의 성과를 빼앗는 것이지, 명분을 주어 강신이 회사를 나가는 상황을 만드는 게 아니었다.
만약 강신이 회사에서 나가게 된다면 그 엄청난 비난을 이지헌은 홀로 감당할 수 없었다.
“크흠, 자네도 원치 않는데, 뭔가 이유가 있어서 사용한 것이었군.”
그는 헛기침과 함께 말을 돌렸다.
“어쨌든 만나서 반가웠네. 나는 이만 가보겠네.”
이지헌 상무가 자신에게 자신이 불리해질 것이라 느낀 것인지 귀신같이 그 자리를 벗어났다.
그런 그의 모습을 처음부터 끝까지 지켜보고 있던 장웨이는 어이가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아니, 무슨 저런 사람이 있답니까?”
강신은 격양된 장웨이를 보며 피식 웃으며 아무렇지도 않게 의미심장한 말을 내뱉었다.
“그러게 말입니다. 그래도 뭐 얼마 못 볼 사람이니, 크게 신경 쓰지 마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