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identified creature capture team RAW novel - Chapter 51
50화
김만복의 어울리지 않는 근엄한 표정이 깨졌다.
강신에게 부탁하면 릴리스에 대한 정보를 쉽게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흔들리는 동공과 불안한 표정을 짓는 소년의 모습.
방금까지 세상의 모든 죄를 짊어진 듯 무거운 분위기를 잡고 있었던 것이 거짓말처럼 보였다.
“어, 어……. 이러면 안 되는데. 아저씨, 그러지 말고 한 번만 도와주시면 안 될까요?”
소년은 강신이 자신을 도와주기 싫어서 거짓말을 한다고 생각했는지, 처음과는 다른 말투로 강신에게 부탁했다.
호칭도 어느새 형제님에서 아저씨로 바뀌었다.
한편으로 김만복의 표정은 간절하게 보이기까지 했다.
“도와주고 싶어도 말이지. 너희가 뭔가 착각하고 있는 것 같아. 누가 ‘정보꾼’이라는 이름을 지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엄연히 말해서 난 ‘정보꾼’이 아니야. 굳이 부르라고 한다면 ‘소설가’에 가깝겠네.”
“네?”
“소설가요?”
강신의 발언에 김만복뿐만 아니라 백소은까지 혼란스러워했다.
“아저씨가 정보꾼이 아니라고요?”
백소은이 사람을 잘못 데리고 왔다고 생각한 김만복이 소녀를 무섭게 노려봤다.
그러자, 백소은은 고개를 갸웃하며 말했다.
“헤헿, 그럴 리가 없는데……. 저거 아저씨가 작성해서 회사에 넘긴 거 맞잖아요?”
백소은은 김만복이 품에서 꺼냈던 강신이 쓴 소설을 가리켰다.
“맞아, 이건 내가 쓴 거지.”
“그럼, 정보꾼 맞잖아요.”
말이 자꾸 헛도는 것을 깨달은 강신은 이들에게 자기가 어떤 재능을 갖추고 있는지 설명했다.
둘은 어째서 강신이 자신을 정보꾼이 아닌, 소설가라고 표현했는지 알게 되었다.
“그러니까 그냥 영감을 얻어서 상상하는 존재에 대해서 썼는데, 그게 정보였다는 건가요?”
“맞아.”
“그럼, 왜 회사에서는 헷갈리게 아저씨를 정보꾼이라고 지칭하는 거예요?”
“글쎄…….”
김만복이 괜히 회사에 화풀이하듯 물었다.
그 부분은 강신도 조금 의심 가는 것이 있었다.
회사에서는 처음에 강신이 어디에선가 U.M.A.의 정보를 얻어서 글을 작성한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성신 그룹에서 강신의 H 네임을 정보꾼이라고 정한 것이다.
‘그 후에 내가 입사하게 되면서 진실을 알게 되었지만, 정보를 제공해 준다는 것은 다르지 않아서 그대로 불렀겠지.’
강신의 예상은 정확했지만, 이런 이야기를 입 밖으로 내뱉지는 않았다.
김만복은 강신이 자신을 도와줄 수 있는 사람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자, 조급한 표정으로 발을 동동 굴렀다.
그 모습을 본 강신은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다.
“일단 무슨 일인지 알려 줄래? 들어 보고 내가 도울 수 있는 부분이 있으면 도와줄게.”
“음, 그게…….”
강신이 도와준다고 했음에도 김만복은 말을 하기 꺼리는 모습이었다.
보통 구마 대상자는 악마나 마귀 같은 악한 존재에게 빙의된 상태다.
맨정신으로는 하지 못할 행동들을 하기 때문에 보호하는 차원에서 의식을 담당한 사제는 누구에게도 구마 대상자의 정보를 알려 주지 못하게 되어 있었다.
평소의 김만복이었다면 강신의 제안을 듣자마자, 바로 거절했을 것이다.
하지만 현재 상황은 혼자서 해결하기 어려울 정도로 심각했고, 도움을 받을 수만 있다면 지나가는 사람의 손이라도 빌리고 싶었다.
이미 자신을 파견한 교황청에 도움을 요청했지만, 그쪽도 인원이 부족한 것은 마찬가지였다.
‘이제는 혼자서 해결하긴 어려워.’
소년은 속으로 고민하다가 자신의 친구인 백소은을 바라봤다.
만약 김만복에게 도움이 안 되는 사람이었다면, 소녀는 강신을 자신에게 데리고 오지는 않았을 것이다.
평소 장난이 짓궂은 아이지만, 친구가 곤란한 것을 그냥 넘길 아이는 아니었다.
심성 하나는 정말로 곱디고운 소녀. 김만복은 자신의 친구를 믿어 보기로 했다.
“이미 말씀드렸지만 저는 이곳 소속이 아니라, 교황청 소속의 구마 사제로 활동하고 있어요.”
김만복은 자신이 처한 상황을 설명하기 위해 먼저 자신을 소개하기 시작했다.
김만복은 방금 말했던 것처럼 성신 그룹의 소속이 아니었고, 자신이 원한다고 해도 회사에 절대 귀속될 수 없는 몸이었다.
그런 소년이 성신 그룹의 가장 은밀한 연구소, 그것도 H들이 모여 있는 20층에 있는 이유는 성신 그룹과 교황청이 몰래 제휴를 맺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어떤 제휴를 맺고 있는지는 자세히 알려진 바 없었다.
다만 김만복이 알고 있는 사실은 성신 그룹이 교황청에서 구마 대상으로 취급하고 있는 악귀, 악마들을 U.M.A.로 지정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구마 사제인 김만복이 구마 의식을 행할 수 있도록 성신 그룹에서는 지원을 해 주고, 성신 그룹은 그가 구마한 대상의 데이터를 받았다.
여기서 말하는 대상은 악마에 빙의된 사람이 아니라 빙의를 한 U.M.A.를 뜻했다.
어쨌든 회사의 도움을 받아 구마 예식을 진행 중이던 김만복은 현재 한 악마 때문에 상당히 곤란한 상황에 놓여 있었다.
사건은 일주일 전, 한 중학생에게서 시작되었다.
멍청하게도 남자 중학생이 악마 소환을 시도한 것이다.
그런데 문제는 평생의 운을 사용했는지, 불가능에 가까운 극악의 확률을 뚫고 릴리스를 현세에 강림시켰다.
물론 강림을 위한 어떠한 재물도 받지 못했고, 제대로 된 방법에 따라 강림한 것이 아니었다.
온전히 자신의 힘을 가지고 나올 수 없었던 릴리스는 어쩔 수 없이 자신을 소환한 남자 중학생의 몸에 빙의했다.
당연히 악마가 몸에 빙의된 중학생은 그날부터 이상 행동을 하기 시작했다.
평소와는 전혀 다른 모습의 아들을 보다 못한 가족들은 큰 병원을 찾았다.
불행 중 다행으로 그들이 찾은 곳은 성신 그룹에서 운영하는 성신 병원이었다.
의사는 소년이 평범한 정신병에 걸린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눈치챘다.
곧 이 소식은 곧바로 병원장의 귀에까지 들어갔고, 병원장은 김만복에게 도움을 요청했다.
악마가 빙의된 남자 중학생을 김만복이 찾아갔을 때는 이미 릴리스가 어느 정도 힘을 회복한 상태였다.
그것을 확인한 김만복은 서둘러 구마 의식을 진행했다.
다행히도 구마 의식 자체는 그리 힘들지 않았다.
김만복은 나이가 어리지만 구마 의식의 프로였고, 또한 성신 그룹에서 제공한 U.M.A. 정보 중 중학생에게 빙의된 악마에 대한 내용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문제는 김만복이 급하게 의식을 진행하느라, 실력과 정보를 가지고 있음에도 완벽하게 구마를 끝내지 못했다는 것이었다.
“제가 진행한 구마 의식에서 위기를 느낀 릴리스는 자신이 가진 이름 한 개를 희생시켜 저의 구마를 버텨 냈습니다.”
힘들었던 의식이 떠오른 듯 김만복이 얼굴을 찡그렸다.
“저도 포기하지 않고 다시 한번 구마 의식을 진행했지만, 처음과는 다르게 전혀 통하지 않더군요.”
“릴리스가 희생했다는 이름은 서큐버스인 릴리스라는 거지…….”
자신이 쓴 글이 현재 도움이 되지 않는다면, 릴리스가 버린 이름은 몽마, 서큐버스로서의 릴리스임이 분명했다.
“네, 그 악마가 버린 것은 몽마 쪽이에요. 악마의 행동이 아저씨가 쓴 글에서 나온 것과 똑같았어요.”
김만복이 강신이 쓴 소설이 적힌 공책을 펼치며 말했다.
“그리고 나중에 악마가 소환된 장소도 찾아갔는데, 확인해 보니 확실히 몽마가 소환된 흔적이 남아 있었어요. 그러니까 확실해요.”
그 말을 마치곤 조금만 더 신중을 기해야 했다며 김만복은 자신을 자책했다.
“상황은 대충 알겠어. 두 가지의 이름을 가지고 있는 릴리스가 몽마 쪽을 희생시켰다면, 현재 남은 건 ‘모든 악마의 어머니’라는 이름이겠네.”
강신은 ‘모든 악마의 어머니’로서의 릴리스를 어떤 방법으로 구마해야 할지 고민에 빠졌다.
“그런데, 그 중학생은 어째서 악마 소환에 손을 댄 거야?”
그러다 학생이 왜 악마를 소환하려고 했는지, 강신은 그 원인이 궁금해졌다.
세상에 기댈 곳이 없고 힘이 들 때, 많은 사람은 신을 찾는다.
그리고 그것을 넘어 자신의 힘으로 어쩌지 못할 절망을 겪으면 사람들은 자신의 영혼을 악마에게 팔았다.
“같은 학교 학생들에게 따돌림을 당했다거나, 아니면 집안 형편이 어렵거나……. 뭔가 이유가 있겠지?”
강신이 가장 가능성이 있는 가설들을 꺼냈지만, 김만복은 고개를 저으며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아니요. 차라리 그랬으면 이해라도 했을 텐데. 조사를 해 보니. 무슨 절박함이 있어서 소환한 것은 아니었어요. 아무리 생각해도 영혼을 팔 정도로 힘든 상태라고는…….”
“그럼 대체 왜?”
학생이 릴리스를 소환한 이유를 떠올리자, 김만복은 깊게 주름이 생길 정도로 인상을 썼다.
“결국, 무지에 의해서 일어난 사건이에요.”
“무지? 악마 소환인 줄 모르고 실행한 거야?”
누군가에게 속아서 악마를 소환했다면, 소환법을 알려 준 사람까지 찾아야 했다.
하지만 김만복은 다시 한번 고개를 저었다.
“아니요, 정확히 릴리스를 노리고 소환한 것은 맞아요. 아니지, 정확히는 ‘서큐버스’를 원해서 소환한 거죠. 빌어먹을 요즘 매체들…….”
김만복의 입에서는 제법 험한 말이 흘러나왔다.
“아……. 그래서 무지라고 한 거구나.”
강신은 김만복이 어째서 저렇게 짜증이 나 있는지, 마지막 말을 듣고 나서 깨닫게 되었다.
서큐버스를 만화나 게임으로만 접한 학생이 악마에 대해서 제대로 알지 못했기 때문에 일어난 사건이었다.
악마는 입에 담아서도 안 되는 추악한 존재다.
오로지 인간을 타락시키는 낙으로 살아가는 존재들, 신비한 힘으로 인간의 욕망을 자극하고 파멸로 이끌었다.
그것이 계약한 단 한 명만이 아니라, 주변에 있는 사람들까지도 타락시키는 존재가 악마였다.
인간으로서 두려워해야 마땅한 존재지만, 요즘은 그 의미가 이상할 정도로 왜곡되었다.
아니, 왜곡되다 못해 악마들에게 호감을 느끼는 사람들이 생겼다.
그 이유는 청소년들이 많이 접하는 다양한 매체들 때문이었다.
표현은 자유라고 했던가.
요즘 소설, 만화, 애니메이션, 게임, 영화에 나오는 악마들은 굉장히 미화된 상태로 등장했다.
이제는 미화라기보다 악마의 이름만 빌린 다른 존재였다.
특히 서큐버스의 경우는 더욱 심했다. 서큐버스는 남자의 꿈속으로 침투해 관계를 맺고, 정력을 모조리 빼앗아 상대를 죽이는 존재였다.
하지만 요즘 매체에서는 단지 주인공의 욕망을 풀어 주는 존재로 묘사되거나, 덤벙대는 성격으로 귀엽게 묘사되는 경우도 있었다.
심지어 서큐버스이면서 남자를 어려워하며 숙맥 같은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아니, 악마를 소환한 이유가 만화에 나오는 것처럼 서큐버스 여자 친구를 갖고 싶어서라는 게, 말이나 되는 이야기입니까?”
김만복은 답답한 마음에 자신의 머리를 쥐어뜯었다.
누구는 목숨을 걸고 인간의 영혼을 노리는 악마를 구마 하고 있는데, 세상에 악마를 강림시킨 이유가 여자 친구를 원해서라니.
김만복이 화를 낼 만하다고 생각한 강신은 소년의 어깨를 토닥여 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