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identified creature capture team RAW novel - Chapter 52
51화
김만복이 진정하기까지는 조금 시간이 걸렸다.
“죄송해요. 못 볼 꼴을 보여드렸네요..”
“아니야, 이해해. 그래서 내가 어떻게 도와줄 수 있을까.”
자신을 이해해 주는 강신의 말을 들은 김만복은 꽤나 감동을 받았다.
“원래는 아저씨의 정보를 원했지만……. 그건 이제 안된다는 것을 알았으니, 차선책으로 팀원 중에 한 분의 도움을 받을 수 있을까요?”
“팀원이라면 울프팀을 말하는 거지?”
도와줄 방법을 찾고 있던 강신은 김만복의 요구에 머리를 갸웃했다.
자신이 알기로는 팀원 중에서 구마와 관련된 사람은 전혀 없었기 때문이었다.
“네, 척준신 아저씨라고….”
“척부장님을?”
척준신의 별칭이 무예가라는 이야기를 들었는데, 그의 별칭과 구마는 전혀 어울리지 않았다.
“그분은 구마와는 전혀 관계가 없을 텐데? 혹시 힘쓸 사람이 필요한 거야?”
강신의 질문에 김만복이 부정의 의미로 고개를 가로저었다.
“그럼?”
“정확히는 척준신 아저씨가 쓰는 검이 필요해요.”
강신은 현장에서 척준신이 사용하던 검과 도를 떠올렸다.
“그 오래되고 고풍스러워 보이던 검?”
“네.”
“그게 뭔데?”
“사인참사검이라고 불리는 물건이에요.”
검의 이름을 들은 강신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그게?”
“네.”
사인검.
12간지의 인(寅)이 4번 겹치는 때, 인년(寅年), 인월(寅月), 인일(寅日), 인시(寅時)에 만들어 호랑이의 기운을 담은 검이었다.
그리고 사인검 중에서도 가장 으뜸으로 꼽히는 것이 바로 사인참사검이였다.
사인검 자체는 순양의 기운이 깃들어 사귀(邪鬼)를 베고 재앙을 물리치는 검으로 실전용 무기가 아닌 주술적인 도구였다.
실제로 사인검에 이러한 능력이 있는지는 논란이 많았지만, 사인참사검이 역사적으로 굉장히 귀중한 유물임은 틀림없었다.
“그게 확실히 사인참사검이라면……. 도움이 될지도 모르겠네.”
마(魔)를 물리치는 검이라면 악마를 상대할 때에도 도움이 될 것은 분명했다.
“가능할까요…?”
김만복이 애절한 표정으로 강신을 바라봤지만, 그가 끼고 있는 이상한 컬러렌즈 때문에 전혀 애절하게 느껴지지는 않았다.
하지만 U.M.A에 대한 호기심이 넘치는 강신이 이 기회를 놓칠 리가 없었다.
“좋아, 한번 이야기해볼게.”
“감사해요!”
밝아진 김만복의 표정이 이어지는 강신의 말에 다시 굳어졌다.
“대신, 나도 함께 가겠어.”
“네? 왜요?”
김만복이 봤을 때는 강신이 함께하고 싶은 이유를 찾을 수가 없었다.
악마를 구마함으로 뭔가 커리어나 부산물이 생기는 것도 아니다.
구마과정에 대한 정보는 어차피 김만복이 성신 그룹에게 넘길 예정이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구마 예식은 굉장히 위험한 일이었다.
“일단 내 팀에서 인원을 보내는 건데, 팀장이 빠진다는 것은 말이 안 되지.”
강신은 U.M.A의 호기심 때문이라는 말을 쏙 빼고, 다른 말로 둘러댔다.
“음……. 그렇긴 한데요. 정말 위험할 수도 있어요.”
“괜찮아. 사전에 준비를 확실하게 하면 되지.”
어찌 보면 가벼워 보일 수 있는 말이었지만, 강신은 자신이 작성한 악마를 다뤘던 글들을 떠올리며 도움이 될 만한 물건들을 생각하고 있었다.
“그렇게까지 말씀하신다면야 대신에 현장으로 나가는 건 아저씨랑 척준신 아저씨까지만이에요.”
“그래, 알았어.”
애초에 위험하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강신은 김대리도 이번 현장에서는 뺄 생각이었다.
“그럼 자세한 내용은 우리 팀원들과 이야기를 나눠볼까?”
“네, 좋아요.”
제대로 된 회의를 하기 위해 팀원들을 소집하려고 하자, 그보다 먼저 백소은이 살짝 손을 들었다.
“헿, 그럼 저는 이만 가볼게요.”
백소은의 말은 마치 내가 할 일은 여기까지라고 선을 긋는 것 같았다.
“오늘 이곳을 안내해 줘서 정말 고마워.“
백소은에게 도움을 받은 강신은 먼저 감사의 인사를 했다.
“헿, 도움이 되었다니까. 다행이네요. 다음에 또 아저씨 큐브로 놀러 갈게요.”
“그래.”
“그때는 부끄러움 많은 친구들과 함께 넷이서 놀아요.”
부끄러움이 많은 친구.
백소은과 자신을 포함 넷.
백소은이 설야와 초코의 존재를 알고 있다는 은밀한 말이었다.
강신은 이미 척준신에게 관상가라는 사람이 관상뿐 아니라, 생명체의 오라(Aura)까지 본다고 들었기 때문에 크게 동요하지는 않았다.
“그래, 그때는 제대로 소개해 줄게.”
“고마워요. 아저씨.”
백소은은 그 말을 끝으로 몸을 돌려 자리를 떠났다.
시간 끌 필요가 없었기 때문에 백소은이 사라지자마자, 회의실을 빌려 곧바로 울프팀을 소집했다.
갑작스러운 소집이었음에도 팀원들은 바로 모여주었다.
팀원들에게 김만복의 허락을 받고 그에게 들었던 이야기들을 들려주자, 그들은 이미 예상이라도 한 것처럼 크게 놀라지 않았다.
이 자리에 김만복을 보고 구마예식과 관련된 일이라는 것을 어느 정도 예상했기 때문이었다.
다만, 김대리는 자신이 현장으로 함께 나가지 못한다는 말을 듣고 굉장히 아쉬워했다.
권영식과 임상무는 제대로 된 정보도 없는 현장에 강신이 나간다는 말을 듣고 극구 말렸지만, 강신의 설득 끝에 결국 허락할 수밖에 없었다.
마지막으로 강신은 필요한 물건들을 적어 김대리에게 부탁했다.
그리고 물건 리스트를 본 그는 아연실색했다.
“김대리님, 그럼 부탁드리겠습니다.”
“어……. 보통 악마를 잡을 때, 이렇게나 많은 물건들이 필요합니까?”
강신이 건네준 리스트는 A4용지를 가득 채울 정도로 많은 양의 물건들이 적혀있었다.
“정보가 부족하니, 최대한 효과가 있을 법한 것들만 적어둔 겁니다.”
능력이 부족하면 아이템 빨이라도 사용하겠다는 강신의 의지가 느껴졌다.
김대리가 놀라는 모습을 본 김만복이 슬그머니 다가와 강신이 건네 쪽지를 보았는데, 구마 사제인 그가 봐도 인상이 절로 찌푸려졌다.
양도 양대로 많았지만, 강신이 원하는 것들이 어느 하나 쉽게 구하지 못하는 물건들이었기 때문이었다.
“힘들까요?”…
“일단 구해봐야 알겠지만……. 시간이 걸리는 것은 물론이고, 구하지 못할 물건도 있을 겁니다.”
“괜찮습니다. 구할 수 있는 거라도 최대한 구해주세요.”
“후…. 알겠습니다.”
그날 회의는 그것으로 끝이 났다.
작전 시행은 강신이 부탁한 물건들이 구하고 나서 정하기로 했다.
물론 요구한 물건이 언제 구해질지 모르는 상황에서 고통받는 사람을 그대로 내버려 둘 수는 없었다.
그래서 김만복이 상태가 악화되지 않도록 지속적으로 구마 대상자를 방문해 구마 예식을 진행하기로 했다.
* * *
그렇게 일주일이 지났다.
빙의된 학생의 상태는 점점 나빠지고 있을 뿐, 좋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그러던 중 김대리가 일주일 전과 전혀 다른 핼쑥해진 모습으로 큰상자를 들고 큐브에 있는 강신을 찾아왔다.
“이것 이상은 기간이 너무 오래 걸리거나, 현재로서는 구하지 못하는 물건들입니다. 그리고 소모용 물건들을 빼고는 모두 다시 돌려 주기로 했으니, 사용하시고 버리시면 안 됩니다.”
구해 온 물품들을 정리한 종이를 건네주는 김대리의 코끝까지 내려오는 짙은 다크서클이 그가 그간 얼마나 고생했는지 대변해 주었다.
“감사합니다.”
“으으.. 저는 이제 좀 쉬러 가겠습니다.”
평소라면 강신에게 들러붙어 구해온 물건들을 어떻게 사용할지 물어봤을 김대리였지만 그럴 기운조차 없는 듯이 물건만 건네주고 돌아갔다.
그가 돌아가자, 강신은 바로 상자를 열어 자신이 요구했던 물건들은 확인했다.
잘그락..
상자 안에는 온갖 잡동사니처럼 보이는 물건들이 가득했다.
강신은 그중에서 작은 메모지가 붙어 있는 허리가 잘록한 크리스탈로 되어있는 유리병을 들었다.
유리병 속에는 찰랑이는 투명 빛의 액체가 들어있었다.
그 액체는 흔히 성수라고 불리는 물건이었다.
성수는 일반적인 성당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는 물건이었지만 이 물건은 일반적인 성수와는 다른 조금 특별한 물건이었다.
-바티칸 교황청의 성수.
예수가 세례를 받았다고 알려진 요르단 강의 물을 정화시킨 것에 지혜의 소금이라고 불리는 살 사피엔시아(Sal Sapientia)를 넣어 교황의 축성을 받은 물건이다.
그 밖에도 강신은 상자 속의 물건을 하나하나 꺼내어 바닥에 나열했다.
-사제들이 축성한 순은으로 만들어진 십자가.
-예수님이 매달렸던 성십자가의 조각.
-성인의 피가 담긴 성골함.
-워렌 부부의 오컬트 뮤지엄에서 가지고 온 악을 쫓는 깃털 펜.
상자 안에는 가톨릭과 관련된 물건만 있는 것이 아니었다.
-고승의 사리인 불사리(佛舍利)
-제석천의 힘이 깃든 금강저와 금강령.
-세이메이라고 불린 음양사의 부적.
그 외에도 다양한 물건들이 있었다.
큐브 바닥에 나열된 물건들을 살펴보며 강신은 이것들을 어떻게 사용할지 구상했다.
* * *
다음날, 강신은 척준신, 김만복과 함께 현장으로 향했다.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회사에서 지급해 준 보호 장비를 착용했고, 김대리가 준비해 준 물건들은 커다란 배낭에 담아놓았다.
현장은 경기도 광주로 수원에서 그렇게 멀지 않은 곳이었다.
광주시 경안동에 있는 고급형 아파트 6층으로 올라갔다.
절실한 가톨릭 집안인지 문 앞에는 작은 십자가가 붙어있었고, 김만복이 벨을 누르자 안에서 중년의 여성이 문을 열어주었다.
중년의 여성은 사전에 김만복이 이야기해두었는지, 처음 보는 강신과 척준신이 함께 들어와도 크게 놀라지 않았다.
“노엘라 자매님. 집안의 평안이 깃들길…….”
“아아…. 미카엘 사제님 어서 오세요.”
“자매님. 힘드시겠지만 오늘은 가족들 모두 자리를 비켜주실 수 있으실까요?”
“물론이죠, 부디 제 아들을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평소에는 가족들에게 믿음을 주기 위해서 구마예식을 진행할 때도 집 밖으로 쫓아내지는 않았다.
그러나 김만복은 오늘을 결전의 날이라고 생각했다.
만반의 준비를 하기 위해서 문제가 될 수도 있는 요소들을 모두 배제하기로 했다.
그동안 도움을 받아서인지, 부마자의 가족들은 김만복에 대한 깊은 신뢰가 쌓여있는 상태였고 순순히 자리를 비켜주었다.
“이쪽입니다.”
가족들이 모두 집에서 나가자, 김만복은 십자가가 잔뜩 매달려 있는 문을 조심스럽게 열었다.
끼이익..
방의 내부는 여느 남자 중학생의 방과 다를 것 없이 어질러져 있었다.
그러나 침대에는 나무줄기로 만든 것으로 보이는 줄에 묶인 기괴한 사람이 있었다.
머리는 듬성듬성 비어 두피가 보였고, 신체는 비정상적으로 왜소했다.
마치 반X의 제왕에서 나오는 골룸을 연상케했다.
힘이 하나도 없어 보이는 왜소한 모습과는 다르게 눈은 무서울 정도로 번들거렸다.
강신 일행이 조심스럽게 방으로 들어오자, 기괴한 모습의 소년이 김만복과 눈을 마주치곤 입을 열었다.
“키히히힛, 또 왔구나. 네가 아무리 그래봐야 나는 이곳에서 나갈 생각이 없는데.”
소년이 기괴하게 웃자, 칠판을 긁는 듯한 듣기 싫은 목소리가 강신 일행을 반겨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