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identified creature capture team RAW novel - Chapter 524
523화
빌리의 고민이 끝나고 마음을 굳히자, 바로 작전이 시작되었다.
사람 하나를 납치하는 작전이었기에 뭔가 거창하게 움직일 것 같았지만, 허무할 만큼이나 쉽게 끝이 났다.
권영식을 직접 만나지 않은 아지즈는 평범한 인간이었고, 강신과 일행들에게는 그런 평범한 인간을 납치하는 건 어려운 일도 아니었기 때문이다.
특히 카밀라가 있어서 더 쉬웠다.
“……확실히 인간을 상대로 매혹이라는 재능은 정말로 말도 안 되는 효율을 보여주는군요.”
일말의 과정을 지켜보던 빌리의 입에서 순수한 감탄이 튀어나왔다.
신하린이 아지즈를 따라다니며 행적이 없는 곳으로 들어서자, 강신과 일행들은 미리 준비한 승합차를 타고 그곳으로 이동했다.
그리고 변장한 카밀라가 아지즈에게 매혹을 사용했고 아지즈를 대기 중인 승합차에 태웠다.
승합차에는 강신과 일행들이 모두 얼굴을 가리고 있었다.
그 과정에서 몇몇 사람들이 아지즈의 얼굴을 봤지만, 매혹에 걸려 본인의 의지로 차에 올랐다.
따라서 그 모습을 보며 이상하다고 생각하는 이들은 없었다.
“왜요? 무슨 영화처럼 수면제나 마취약을 바른 하얀 천으로 입과 코를 막고 반항하는 사람을 억지로 차에 태울 줄 알았나요?’
카밀라가 피식 웃으며 빌리가 상상했을 만한 작전의 모습을 말하자, 괜히 찔린 빌리가 움찔거렸다.
“아니, 하하…. 그게….”
그러자, 카밀라 말을 이어갔다.
“편하게 처리할 방법이 있는데, 굳이 그렇게 손이 많이 가는 방법을 사용할 필요는 없죠.”
“음…. 그건 그렇네요.”
빌리는 카밀라의 말에 수긍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강신이 카밀라를 이번 작전에 포함시킨 이유가 있었던 것이다.
강신과 일행들은 납치한 아지즈를 데리고 장웨이가 차명으로 빌려둔 창고로 이동했다.
장웨이가 빌린 창고는 이미 많은 개조가 이루어진 상태였다.
병원에서 볼법한 여러 가지 장치는 물론이고, 수술을 진행할 수 있게 간이 무균실까지 만들어 놓았다.
강신이 탄 승합차가 도착했는데, 창고 입구에는 녹색 수술복을 입은 의사들과 그들을 보조하는 간호사가 대기 중이었다.
그들은 매혹에 걸려 해롱대는 아지즈의 팔목에 곧장 바늘을 쑤셔 넣고는 마취제를 투입했고, 아지즈는 그대로 정신을 잃었다.
의사들은 정신을 잃은 아지즈를 곧장 창고 내부에 있는 무균실로 이동시켜 바로 수술 준비에 들어갔다.
무균실 외부에는 내부의 상황을 확인할 수 있도록 카메라뿐만 아니라 소리를 들을 수 있는 음향 장치까지 설치되어 있었다.
“그럼, 수술 시작하겠습니다.”
강신과 일행들이 외부에서 수술실 내부를 참관하고 있다는 걸 알고 있는 의사가 라텍스 장갑을 낀 손을 들어 올리며 선언했다.
“이번 수술은 총 7개의 칩을 몸에 심는 것으로 손등부터 시작하겠습니다.”
의사는 손등부터 시작해 어깨, 복부, 허벅지, 종아리를 메스로 피부를 아주 얇게 가르고는 머리카락 두께의 얇은 뭔가를 삽입하고 봉합했다.
그리고 아지즈의 몸을 돌려 마지막으로 엉덩이에 칩을 삽입하는 것으로 첫 번째 수술을 마무리했다.
장웨이는 그 수술 장면을 보며 일행들에게 머리카락처럼 얇은 칩이 무엇인지 일행들에게 설명했다.
“저 칩은 VIP가 납치되었을 때, 위치를 알려주는 특별하게 제작된 GPS 칩입니다. 보시면 아시겠지만, 매우 얇아서 삽입 후에 몸속에 어떤 이질감도 느껴지지 않아 움직이는 데 불편하지 않죠.”
“오…….”
“또한, 인체에 해가 없게 만들어졌으며 금속이 아니라 자석에도 반응하지 않고, X-ray나 MRI에도 찍히지 않습니다.”
각국의 정상급 사람들이 납치되는 것을 상정하며 만들어진 칩이었으니, 당연히 보통 사람들이 볼 수 있는 물건은 아니었다.
납치범들이 VIP 몸에서 칩을 발견하고 제거하지 못하게 특별히 제작됐고, 가격 또한 입이 떡 벌어질 만큼 비쌌다.
“그래서 보통 저 칩은 삽입한 의사가 아니면 누구도 제거할 수가 없습니다.”
혹여나 저 칩을 심은 의사를 노린다고 해도 상관없었다.
장웨이가 포섭한 의사는 성신 소속의 의사로 성신의 비호를 받고 있었으니까.
그런 칩을 6곳에나 박아 넣었으니, 아지즈의 행적은 앞으로 평생 실시간으로 성신에게 알려지게 될 것이다.
의사가 숙련된 이라 칩의 삽입은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칩의 삽입이 끝나자, 수술실 내부에서 수술을 진행하던 의사가 참관 중인 강신에게 말했다.
“두 번째 수술을 바로 들어가려고 하는데, 정말 괜찮으시겠습니까?”
총 7개의 칩을 삽입하는 수술에서 6개는 GPS의 역할을 하는 것이었지만 마지막 하나의 칩은 그 용도가 달랐다.
강신은 의사를 바라보며 덤덤하게 대답했다.
“네, 예정대로 진행해 주세요.”
“……알겠습니다, 그럼 ‘밤(bomb)’ 삽입 수술 진행하겠습니다.”
의사는 마취되어 몸이 뒤집힌 아지즈의 목덜미 특정 지점을 마커하고는 그대로 메스를 가져다 댔다.
그리고는 아주 조심스럽게 찔러 넣었다.
상처가 벌어지자, 그는 작은 유리 케이스에 들어 있는 이전 칩들과 모양은 똑같지만 다른 색의 칩을 조심스럽게 손으로 쥐었다.
그리고 그대로 메스로 가른 피부에 천천히 밀어 넣었다.
“지금 의사가 삽입하고 있는 건 다른 칩으로 일명 ‘밤’으로 불리는 물건입니다.”
밤은 말 그대로 폭탄을 의미했다.
해당 칩은 폭발하지만, 그 파괴력이 그리 강하지 않았다.
터진다고 해서 주변이 초토화되거나 삽입된 이의 목이 떨어져 나가거나 하지 않았다.
끽해봐야 어렸을 때, 한 번쯤은 가지고 놀았을 콩알탄 수준의 폭발력을 가지고 있었다.
밖에서 터진다면 고작 그 정도 위력으로 할 수 있는 게 없겠지만, 인체의 내부에는 생각보다 약한 곳이 많았다.
의사가 그냥 목덜미에 쑤셔 넣은 것처럼 보였지만, 사실 밤이 들어간 위치는 여러 신경이 모여있는 철저하게 계산된 곳이었다.
“밤이 터지면 아지즈의 신경에 손상을 주어 머리 아래로는 움직이지 못하게 될 겁니다.”
상당히 잔혹한 물건이었지만 강신은 그럼 밤을 아지즈에게 심는 것을 망설이지 않았다.
그렇게 모든 수술이 끝나자 아지즈는 다른 구급차에 태워져 인근 병원으로 이송되었다.
이미 인근 병원을 매수해둔 터라, 아지즈를 입원시키는 건 어렵지 않았다.
매혹 상태에서도 기억이 남아있었기에 강신은 알리바이를 조작하기 위해 아지즈를 담당하는 의사와 말을 맞추었을 뿐만 아니라 경찰들까지 매수했다.
그렇게 강신은 범죄 조직에서 신종 마약을 만들기 위해 약사인 아지즈를 납치한 것처럼 꾸며두었다.
“그러니까, 아지즈는 범죄 조직에서 제작한 신규 마약에 노출되어 이지를 잃고 그들의 명령에 따라 자발적으로 납치된 거죠. 그렇게 정신을 잃은 상태에서 현지 경찰들에게 구조되어 병원에 옮겨졌으며 정밀 검사 결과 아무 이상도 없다는 것으로 결론 짓는 거죠?”
카밀라가 강신이 짠 시나리오를 중얼거리자, 장웨이가 디테일한 설명을 덧붙였다.
“거기에 몸에 난 작은 상처들은 경찰들이 구조하는 도중에 생긴 상처로 의사들이 직접 상처를 봉합했다고 증언할 겁니다.”
범죄 조직이 원하는 마약을 제작하는 데 들어가는 물건은 아지즈가 자주 사용하는 약의 종류로 한정될 것이다.
남의 말을 믿기 힘들어도 자신이 아는 것과 남의 말이 더해지면 그만큼 신뢰도가 상승하게 될 테니까.
아지즈의 몸에 GPS 칩과 밤을 심는 것으로도 충분히 예방되겠지만, 강신은 그것만으로 만족하지 않았다.
“팀장님, 요청했던 첩보부가 모로코에 도착했어요.”
신하린이 자신이 소속된 부서 사람들이 도착한 것을 강신에게 알려왔다.
“오래 걸릴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일찍 도착했네?’
“뭐, 아무래도 팰로우님과 관련된 일이니까, 상부에서 바로 승인을 내려줬다고 하더라구요.”
“그건 좋네. 도착한 첩보부 인원들에게는 미리 이야기해 두었던 것처럼 앞으로 아지즈의 호위를 부탁할게.”
사실 말이 호위지, 정확한 목적은 아지즈를 감시하는 것이었다.
신하린은 이미 그 사실을 알고 있었지만, 굳이 반론하지 않고 떨떠름하게 대답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음…. 네, 그렇게 전해둘게요.”
호위는 명목상 목적으로 후에 문제가 일어날 여지를 줄여줄 것이다.
강신이 준비한 예방은 이걸로 끝이었다.
뭔가를 더 하고 싶어도 할 수 있는 것은 없었다.
모든 일을 끝냈지만, 강신은 바로 국내로 돌아가지 않았다.
며칠 더 모로코에 머물면서 아지즈가 깨어나고 다시 일상으로 돌아가는 모습을 직접 눈으로 확인했다.
“남들처럼 평범하게 산다면 아무런 문제 없이 살아갈 수 있을 겁니다.”
고작 하루 이상한 범죄 단체에 시달린 경험이 생기긴 했지만, 그것은 그에게 아무런 문제도 되지 않을 것이다.
작전을 처음부터 끝까지 직접 지켜본 빌리는 아지즈의 몸에 삽입된 ‘밤’이 조금 걸리긴 했지만, 이전만큼은 마음이 흔들리지는 않았다.
“이제 이곳에서 저희가 더 할 수 있는 일은 없는 것 같네요. 그러니, 돌아가죠.”
아지즈가 웃으며 이웃에게 약을 건네는 모습을 마지막으로 강신은 발걸음을 돌렸고, 함께한 울프팀 요원들도 그런 강신의 뒤를 따랐다.
그렇게 ‘이중으로 돌아다니는 사람’과 관련된 작전은 일단락되는 것처럼 보였다.
한국으로 돌아가는 여객기 안, 프로네시스가 다른 일행들 모르게 강신에게만 들리도록 말했다.
-정말 괜찮겠어?
“뭘?”
-일행들에게 사실을 이야기 해주지 않아도?
“괜찮아, 모르는 것이 약이 될 때도 있는 법이지. 일행들이 진실을 알게 되면 이제 막 마음을 다잡은 빌리뿐만 아니라 다른 이들도 상당히 혼란스러워할 테니, 아예 이야기하지 않는 편이 좋을 거야.”
-그래, 알았어. 네가 그렇다면야….
그 말을 끝으로 더는 프로네시스의 목소리가 들려오지 않았다.
프로네시스와 통신이 끊기자, 강신은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장대리님은 눈치가 빠르니, 얼핏 눈치를 챈 것 같긴 했지만….’
강신은 이번 현장에서 일행들에게 굳이 이야기하지 않았던 진실이 있었다.
강신이 거짓을 말하거나 정보를 빠뜨린 것은 아니었다.
그저 가능성 있는 이야기를 입에 담지 않았을 뿐이었다.
‘이중으로 돌아다니는 사람은 자신이 변한 사람을 마주치기 전까지 인간과 완전히 똑같다는 것.’
이는 이미 일행들에게도 수차례 이야기했던 내용이었다.
일행들은 그냥 가볍게 넘겼지만 사실 조금이라도 눈치가 빠른 사람이라면 여기서 의문이 들었을 것이다.
-‘이중으로 돌아다니는 사람’이 정말 인간과 똑같다면 두 명의 인간 중 누가 정말 인간일 것인가.
그리고 이 의문은 사실 권영식과 아지즈에게도 적용되는 말이었다.
강신이 너무 당연하게 아지즈를 이중으로 돌아다니는 사람으로 몰아갔지만, 사실 강신에게도 이걸 구분할 수 있는 능력은 없었다.
다시 말해, 아지즈가 평범한 인간이고 권영식이 이중으로 돌아다니는 사람일 수도 있다는 소리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