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identified creature capture team RAW novel - Chapter 530
529화
함정이나, 적의 등장에 대한 경계는 충분히 하고 있었다.
하지만 이런 식으로 부상자가 생길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는지, 사람들은 바로 대처하지 못했다.
뒤늦게 팀장이 정신을 차리고 쇼크를 일으킨 요원에게 다가가 응급처치를 했지만, 이미 대처가 너무 늦어버렸다.
“젠장!”
허무하게 부하를 잃자, 온몸에 피 칠갑을 한 팀장이 짜증을 냈다.
당황하지 않고 조금만 더 빠르게 움직였다면 그의 부하는 살 수 있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런 팀장의 자책은 길게 이어질 수 없었다.
입구가 닫히고 다시 그들이 있는 방이 움직였기 때문이다.
철컥, 끼릭 끼릭~
그나마 다행인 것은 이미 요원들이 어느 정도 정신을 차리고 있었기에 넘어지거나 다친 이는 없었다.
하지만 동료의 시체가 방안에서 굴러다니며 흘러나온 많은 피를 흩뿌리자, 그들의 사기는 한없이 깎여 나갔다.
그리고 그 피는 그들의 동료에게만 뿌려진 것이 아니었다.
‘쯧….’
갑작스럽게 뿌려진 피는 신하린에게도 쏟아졌다.
덕분에 신하린은 움직이는 방에서 피를 피하기 위해 열심히 움직여야 했다.
그렇게 다시 방이 멈췄을 때, 신하린은 확실하게 방이 원심력을 이용해 움직이고 있음을 깨달았다.
하지만 그 방향이 뭔가 다르게 느껴졌다.
‘첫 번째 방이 움직였던 것과 다른 방향으로 움직였어.’
입구와 방이 움직이는 방향을 생각해 본다면 방향이 어떻게 움직였는지 알아내는 건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신하린이 속으로 이런저런 생각을 하는 동안, 사기가 깎인 요원들의 표정은 그리 좋지 않았다.
“이렇게 허무하게 잃을 친구가 아닌데….”
요원 중 하나가 더는 움직이지 못하게 된 동료의 억울한 눈을 감겨주었다.
그것과 별개로 팀장은 경험이 많은 요원들을 따로 불러 앞으로 어떻게 할 것인지 의논했다.
“입구가 위험하다면 새로 입구를 만들죠.”
“가능하겠나?”
“혹시 몰라 문을 폭파할 수 있는 장비를 챙겨왔습니다.”
입구가 닫히면서 사상자가 나왔으니, 똑같이 당할 수는 없는 법이었다.
그래서 그들은 입구를 사용하지 않고 화약을 이용해 다른 입구를 뚫어버리려고 했다.
하지만 한 요원이 고개를 저으며 반대했다.
“보호 장비가 찢기고 팔을 절단할 정도라면 이 방은 평범한 건축물이 아닙니다.”
그들이 입은 보호 장비가 다른 기업에 비해 차단력이 조금 낮은 건 사실이지만 문에 끼였다고 쉽게 찢어질 물건은 아니었다.
그런데, 장비를 걸치고 있는 요원의 팔이 찢겨 나갔으니, 당연히 일반적인 물건일리 없었다.
“보호 장비보다 뛰어난 소재로 만들어졌다면 방폭 기능도 당연히 달려 있을 겁니다.”
그러자, 첫 번째 의견을 냈던 이가 되물었다.
“그러니까, 방폭 기능이 있으니 뚫어내지 못할 거라고?”
“네, 아마도요.”
“내가 가져온 장비도 일반적인 장비가 아닌데? 밑져야 본전인데, 시도는 해보자고…….”
U.M.A를 상대하는 그들의 장비도 평범한 장비가 아닌 게 당연했다.
자신이 사용하는 장비에 자부심이 있는 요원을 본 팀장이 고개를 끄덕였다.
상황이 상황인지라, 시간을 많이 사용할 수 없었기에 첫 번째 의견을 말했던 남성은 곧장 사람들을 한곳으로 물리고는 챙겨온 배낭에서 넓고 두툼한 투명색 비닐과 같은 걸 꺼냈다.
그리고 그것을 곧장 벽면에 붙이고는 도화선을 연결해 뒤로 쭉 빠졌다.
설치가 끝나자, 그는 곧장 팀장을 바라보며 준비가 됐다고 수신호로 알려왔다.
그러자, 팀장이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 바로 발파.”
“3, 2, 1, 첫 번째! 발파!”
쾅!
그러자, 비닐에서 작은 폭발음과 함께 연기가 모락모락 피어올랐다.
그걸로 끝이 아니었다.
“2, 1, 두 번째! 발파!”
쾅!
“2, 1, 세 번째! 발파!”
쾅!
그 이후로도 총 10번의 발파 작업이 이어졌고 벽에 붙였던 비닐은 그때마다 폭발음을 일으키며 연기를 일으켰다.
연기는 어느새 방 내부를 가득 채웠다.
연기를 빼기 위해 조심스럽게 입구를 개방하자, 얼마 되지 않아 발파한 위치가 드러났다.
그리고 사람들의 표정은 잔뜩 굳어졌다.
벽을 모두 뚫어버릴 기세로 연속으로 발파시켰음에도 벽면은 그을림을 제외하면 너무나도 멀쩡했다.
“젠장, 도대체 소재가 뭐길래….”
실망스러웠지만, 이대로 멈출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그래서 팀장은 여러 의견을 종합하고 새로운 작전을 계속 끄집어냈다.
그러는 동안 그들은 몇 가지 정보를 추가로 알아낼 수 있었다.
-일정 시간이 지나면 방은 움직인다.
-원심력을 이용해 움직인다.
-붙어 있는 입구의 위치는 계속 바뀌지만, 입구 너머에는 아무것도 없는 절벽 혹은 정육면체의 방이 나온다.
-다른 팀의 모습을 찾을 수 없는 것으로 보아 이곳은 꽤 넓다.
팀장이 제안한 다음 작전은 현 자리에서 기다리며 방이 움직일 때마다 입구를 열어 확인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입구의 위치만 바뀔 뿐 입구 너머에는 공허 혹은 똑같은 모양의 방만 나올 뿐이었다.
방이 움직일 때, 특별한 법칙이 적용되는지 확인해 봤지만 전혀 알 수 없었다.
움직이는 시간은 무작위였으며 움직이는 방향과 회전수 또한 모든 게 무작위였다.
가만히 있어 봐야 식량만 줄어들 것으로 판단한 팀장은 결국 일행들과 함께 다시금 입구를 열고 전진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때부터 그들은 빠르게 무너졌다.
“으아악!”
부상자도 벌써 네 명이나 추가되었다.
특별히 트랩이나 적대 세력이 있는 건 아니었다.
첫 번째 사망자를 제외하고 그들은 다음 방으로 이동할 때, 만전을 기하고 안전에 유의해서 움직였다.
하지만, 입구는 마치 살아 있는 것처럼 계속 마지막 사람이 방문을 건널 때마다 빠르게 닫혀 부상자를 늘렸다.
부상자가 다친 부위도 모두 달랐다.
첫 번째 사망자가 어깻죽지가 절단되어 쇼크로 사망했다면, 두 번째 부상자는 손모가지가 날아갔고 세 번째 사람은 발목, 그리고 네 번째 사람은 손가락이 날아갔다.
움직이지 않으면 안 될 것 같은데 그렇다고 움직이자니, 부상자가 속출해 팀장은 미치고 팔짝 뛸 것 같았다.
팀장이 그러한데, 그를 따르는 요원들이라고 멀쩡할까,
“우리는 여기서 다 죽게 될 거야….”
절망에 빠지는 사람도 있었고,
“나, 나…. 이런 장면을 본 적이 있어…. ‘큐브’라는 영화에서….”
정신 착란을 보이는 사람도 있었으며,
“…….”
제정신을 유지하고 냉정히 상황을 살피는 이들도 있었다.
신하린은 끝까지 모습을 감추고 그들을 보며 속으로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저들이 도움이 되지 않을 것 같으면 혼자서라도 이동해야겠네.‘
신하린은 이들을 지켜보는 게 무의미하다고 판단해 독자적으로 움직이기로 결정했다.
그리고 그 결정은 그녀에게 가장 좋은 선택이었다.
그렇게 시간은 흘러갔고, 일주일 지났다.
* * *
성신에서 만든 베이스캠프에는 울프팀과 3팀이 함께 대기 중이었다.
추가로 천막을 더 엮은 것인지, 첫날 만들었던 천막에서 약 네 배는 커졌다.
그리고 천막 안에서 강신이 심기가 불편한 표정으로 손가락으로 책상을 두드리고 있었다.
‘내가 너무 성급했나?’
어디서든 신하린이라면 무사하리라 생각하고 그녀를 투입한 것이었다.
하지만 일주일이라는 시간이 흘렀음에도 신하린에게서는 그 어떠한 연락조차 없었다.
기계 장치들이 먹통이 되는 건 알고 있었지만 적어도 신하린이라면 렙틸리언의 본거지에서 빠져 나올 수 있다고 판단했다.
섬의 크기를 생각하면 애초에 일주일이나 걸리는 것 자체가 말이 되지 않았다.
혹시 자신이 신하린을 사지로 밀어 넣은 게 아닐까, 뒤늦은 죄책감이 들었다.
“팀장님.”
어느새 장웨이가 강신에게 다가왔다.
그는 일주일 동안 그랬듯, 강신에게 섬에 대한 현 상황을 보고했다.
“오늘 다섯팀이 추가로 들어갔습니다만, 아직도 그곳에서 나온 사람은 단 한 명도 없었습니다.”
일주일이나 흘렀고 사람들을 계속 렙틸리언의 본거지로 들어갔지만, 신하린뿐만 아니라 그 누구도 그곳에서 나오지 못했다.
그제야, 각 국가나 기업의 상부에서도 위기감을 느끼기 시작했다.
“다섯팀이라…. 그중에 구조팀도 있었습니까?”
“네, 2개는 구조팀이었습니다.”
“후….”
어떻게 해야 할까, 고민이 되었다.
신하린을 믿고 계속 이곳에서 기다릴지, 그녀를 구하기 위해 구조팀을 보낼지, 그것도 아니라면….
‘혼자서라도 들어가야 하나….’
강신은 신하린조차 빠져나오지 못한 곳으로 다른 요원들을 밀어 넣는 건 아니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그런 강신의 무모한 성격은 다른 인원들도 잘 알고 있었다.
“혹시라도 혼자서 들어갈 생각은 하지 마세요.”
이순자가 강신의 생각을 읽은 것처럼 강신을 주시하며 말하자, 강신이 몸을 움찔 떨었다.
그런 강신의 반응을 보고 확신한 것인지, 이순자가 가볍게 혀를 찼다.
“쯧, 역시 그런 생각을 했군요?”
“아니, 그게 하린이가 들어간 시간을 생각하면 슬슬 식량이 부족할 시기라서….”
신하린이 쓰는 식량은 다른 이들과 다르게 특별하게 제작된 물건으로 그 수가 한정적이었다.
그야 그녀가 은신을 사용할 때도 들고 들어갈 수 있어야 하니, 내용물은 물론이고 포장지까지 소량의 피가 섞여 있어야 했다.
그러니, 그런 그녀가 가지고 갈 수 있는 비상식량은 그 수가 적었고, 아무리 아껴먹는다고 한들 버틸 수 있는 건 한정적이었다.
강신이 계산했을 때, 그 마지노선은 정확히 7일이었다.
“다른 팀을 마주치고 식량을 받았을 수도 있지만…. 최악을 상정하고 누구도 마주치지 못했다면 오늘이 한계입니다.”
“그건 나도 알고 있지, 내가 지금 지적하는 것은 강책임이 홀로 가려는 행동을 말하는 거지, 신하린 요원을 구하려는 걸 지적하려는 게 아닌데 말이지….”
“…….”
강신은 이순자가 무슨 말을 할지 알고 있었기에 침묵했다.
“그것참…. 항상 느끼는 건데, 강책임은 항상 혼자서 모든 걸 짊어지려고 한단 말이죠. 저기나 보세요.”
이순자는 질린다는 표정을 지으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고는 강신의 뒤쪽을 가리켰다.
강신이 고개를 돌리자, 그곳에는 이미 출동 장비를 모두 갖춘 송기덕과 다른 현장 요원들이 대기하고 있었다.
그들을 본 강신이 막 입을 열려고 하자, 송기덕이 강신의 입을 막았다.
“혹시 위험하다느니, 정말 괜찮겠느냐느니, 그런 촌스러운 말을 하시려는 건 아니시겠죠?”
괜히 찔린 강신이 움찔 몸을 떨자, 송기덕이 피식 웃었다.
오늘따라 이상하게 팀원들에게 자기 생각이 읽히는 기분이었다.
“자, 강책임님만 준비하면 됩니다. 어서 준비하시죠.”
강신이 렙틸리언의 본거지로 간다고 보고하자 당연히 상부에서는 그런 강신의 행동을 말렸다.
하지만 현장 지휘권은 강신에게 있었기에 상부의 의견을 무시하고 강행했다.
그렇게 강신은 뒤늦게 완전 무장하고 이순자와 송기덕, 그리고 3팀 현장 요원들과 함께 렙틸리언의 본거지로 향할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