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identified creature capture team RAW novel - Chapter 531
530화
강신이 먼저 이순자와 단둘이 내부로 진입하기로 하자 다른 일행들은 만류했다.
하지만 이것만큼은 강신도 양보할 수가 없었다.
일행들은 결국, 강신의 고집을 꺾지 못했다.
강신과 이순자가 아무런 망설임도 없이 아라미드 로프를 타고 렙틸리언의 본거지가 있는 입구로 진입했다.
그런 강신과 이순자의 장비는 평소 사용하는 냉병기뿐만 아니라 U.M.A 용으로 개조된 소총과 혹시 모를 상황에 대비한 물건이 들어 있는 거대한 배낭이 있었다.
그렇게 도착한 정육면체의 방에서 강신과 이순자는 인상을 찌푸려야 했다.
“비릿한 냄새, 피 냄새인가?”
“저건 아무래도 사람의 신체 일부로 보이네요.”
그야 방 내부에서 비릿한 피 냄새와 함께 사람의 것으로 판단되는 신체 일부가 바닥을 굴러다니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후속팀 진입, 들어오면서 경계를 늦추지 말도록.”
통신 장비는 작동하지 않았지만, 이순자의 목소리는 외부까지 흘러나가기에 충분한 성량이었다.
그녀의 목소리를 듣고 뒤늦게 진입하는 요원들이 능숙하게 로프를 타고 내려와, 그대로 소총을 들고 사방으로 퍼지면서 사주 경계를 철저하게 했다.
모든 요원이 방 내부로 진입하자, 이순자는 위험한 건 없다고 판단했다.
그리고 바닥에 굴러다니는 사람의 신체 일부를 들어 바로 분석에 들어갔다.
“팔 모형은 아니네요, 피가 변색되고 마른 것을 보면 잘리고 상당한 시간이 흐른 것 같아요. 절단면이 깨끗하지 않은 걸 보면 날카로운 물건에 의한 상처는 아니고요, 음…. 뭔가 짓이긴 느낌인데….”
공격 수단을 파악할 수는 없었지만, 사람 신체가 잘릴 정도로 이곳이 위험하다는 걸 알았으니, 나쁘지 않은 수확이었다.
사람의 신체가 징그럽지도 않은 것일까, 이순자는 계속 주인 없는 팔을 이리저리 만지작대며 신체 일부가 걸치고 있는 천 조각을 풀어헤쳤다.
“피부색을 보면 백인이고 탄력을 보면 꽤 젊은 사람의 것이네요. 근육과 손의 모양을 보면 남성이고요.”
한참을 설명하던 이순자가 풀어헤쳤던 천 조각을 보며 얼굴을 굳혔다.
“음…. 그리고 천 조각은 제대로 된 보호 장비예요.”
“보호 장비라고요? 성능은 어떤 것 같습니까?”
강신이 묻자, 이순자는 허리춤에 달린 작은 파우치 백에서 마그네틱 스틱처럼 생긴 쇠막대를 꺼냈다.
그리고 보호 장비였던 천 조각에 문지르자, 막대가 닿은 곳이 점점 녹색으로 변했다.
“짙은 녹색이면 적어도 우리 회사에서 만든 보급형 보호 장비 정도는 되겠군요.”
이순자의 분석에 곁에서 그 내용을 듣던 송기덕이 마른침을 삼키며 대꾸했다.
“……그게 사실이면 정말 큰 일이네요.”
비록 보급형의 차단력을 가진 보호 장비였지만, 미지의 공격이 그 장비를 쉽게 찢고 팔을 절단했다면 현재 강신과 일행들이 입고 있는 보호 장비도 뚫어낼 가능성이 있다는 소리였다.
“그럼 일단 보호 대책이라….”
송기덕은 끝까지 말을 잇지 못했다.
갑자기 그들이 있는 방이 움직였기 때문이었다.
철컥! 끼릭~ 끼릭~!
“으앗!”
“갑자기 이게 무슨!”
요원들은 필사적으로 몸의 균형을 잡으려고 했지만, 방 전체가 돌아 균형을 잡기 쉽지 않았다.
“초코야!”
-월!
그나마 강신은 초코가 그림자를 이용해 몸을 붙잡아 주어서 버틸 수 있었지만, 다른 요원들은 과반수가 어지럽게 움직이는 방 내부를 굴러다녀야 했다.
“젠장, 이번엔 좌측으로….”
“으앗….”
한참을 그렇게 방이 움직이고 멈췄을 때, 바닥을 구른 요원들은 넘어진 상태에서 빠르게 몸을 일으켜 추스르고는 다시 소총을 들어 혹시 모를 위험에 대비했다.
그런 그들의 모습은 특수부대에서 잘 훈련 받은 군인들을 연상케 했다.
그렇게 경계를 유지하기도 잠시 방이 움직였다는 걸 제외하고는 어떤 것도 변한 게 없음을 확인한 이순자는 바로 상황을 파악하기 시작했다.
“부상자, 장비 상태 확인해서 보고해.”
이순자의 지시가 떨어지자, 요원들은 교대로 상태를 확인하고 바로 그녀에게 보고했다.
“가벼운 찰과상을 제외한 큰 부상자는 없으며, 전자 장비를 제외한 다른 장비들은 이상 없습니다.”
아무런 전투력 손실이 없다는 대답에 이순자는 속으로 안도하며 팀장인 강신을 바라봤다.
초코의 도움으로 벽면에 붙어 있던 강신은 그림자를 물리고, 지면으로 내려왔다.
그는 심각한 표정을 지으며 혼잣말을 중얼거렸다.
“잘린 신체, 정육면체의 방, 그리고 원심력을 이용한 이동, 들어온 입구와 비슷한 입구들, 설마…. 아니, 그래도 이게 어째서 여기에….”
강신은 이곳의 정체에 대해 뭔가 짐작가는 바가 있어 보였다.
뭔가 중얼거리던 강신이 이순자를 보며 말했다.
“이부장님, 주변에 있는 모든 입구를 개방해 주세요.”
갑작스러운 지시였지만 이순자는 고개를 끄덕이며 각 입구에서 가장 가까이 있는 이들을 호명했다.
“박대리, 임차장, 거기 있는 입구부터 열어.”
“알겠습니다.”
“네!”
그들은 대답과 함께 들고 있던 소총을 몸쪽으로 붙이고는 곧장 입구를 개방하려 했다.
그때 강신이 그들에게 말했다.
“입구를 개방하시고 위험할 수도 있으니 바로 뒤로 빠져주세요.”
“알겠습니다.”
지시를 받은 이들은 강신의 말대로 입구를 개방하고 바로 뒤로 물러서며 소총을 들어 경계했다.
강신은 그들이 개방한 입구의 내부를 살폈다.
그리고는 자신이 있는 장소와 똑같은 모습을 한 방 내부를 확인하고는 얼굴을 굳히며 말했다.
“다음 입구 개방해 주세요.”
그렇게 강신은 일일이 하나하나 입구를 확인하며 정육면체들의 방과 아무것도 없는 공허라고 부를 만큼 어둡고 깊은 장소를 확인했다.
그리고는 더욱 얼굴을 굳히더니 이내, 혼자 자책하듯이 중얼거렸다.
“젠장…. 설마 렙틸리언이 ‘이것’을 이곳으로 옮겨왔을 줄은 몰랐는데, 하린이 혼자 이곳으로 보내면 안 됐어….”
“왜요? 강책임, 혹시 여기에 대해 뭔가 알고 있나요?”
뭔가 아는 듯한 강신의 행동에 이순자가 궁금함을 참지 못하고 묻자, 강신이 고개를 끄덕였다.
“네.”
“아니, 어떻게….”
그러자, 이순자가 놀란 표정을 지었다.
그야 강신은 이곳으로 향할 때만 해도 진짜 렙틸리언에 대한 정보는 전혀 알지 못한다고 분명 못을 박았다.
그런데 이제 와서 이런 괴상한 공간에 대해 알고 있다고 하니, 사전에 이 사실을 알았다면 전략 자체가 바뀌었을 것이다.
하지만 이젠 그것을 가지고 뭐라 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
이미 신하린뿐만 아니라 자신들도 이곳으로 들어와 있는 상황이었으니까.
이어지는 강신의 말에 이순자는 강신이 이 공간에 대해 어떻게 알고 있는지 이해할 수 있었다.
“이 공간 자체는 진짜 렙틸리언과 전혀 무관한 장소니까요. 오히려 지금은 모두 사라진 기계 장치의 신을 믿는 광신도들과 연관이 있는 장소입니다.”
“기계 장치의 신이라면…. 지금 연구소에 있는 그 데우스 엑스 마키나, 그거 말씀하시는 거 맞죠?”
송기덕이 아는 단어가 나오자, 아는 척 물어왔다.
“네, 이전에는 ‘자력으로 움직이는 톱니바퀴’라고 불렀던 그 개체가 맞습니다.”
모든 사람이 사라진 섬에서 발견했던 장치로 현재 성신의 전력을 공급하고 있었으며 ‘초월체’에 가까운 장치였다.
사람들의 소망을 듣고 영생을 준다는 명목하에 만진 사람을 하루 전으로 돌리는 장치로 기억까지 돌리기 때문에 영원히 그 하루에 갇히게 되는 무서운 장치이기도 했다.
“이 방은 데우스 엑스 마키나와 같이 살아 있는 기계로 U.M.A라고 부를 수 있는 개체입니다. 정확한 명칭은 ‘큐브’라고 합니다.”
“네? 그 회사에 있는 큐브요?”
송기덕이 두 눈을 껌뻑였다.
큐브라는 단어는 성신 소속이라면 모를 수가 없는 단어였다.
그러자 강신이 고개를 끄덕였다.
“애초에 회사에 있는 큐브는 해당 개체에서 영감을 받아 만든 것입니다.”
외형과 모양, 기능까지 모두 달랐지만, 권영식은 분명 강신이 적었던 소설에서 영감을 받아 성신의 큐브를 만들었다고 했었다.
어째서 권영식은 강신이 쓴 큐브에 대한 소설을 보고 영감을 얻었을까.
이유는 아주 간단했다.
소설에 나오는 큐브는 그 누구도 빠져나가지 못하는 최악의 U.M.A였기 때문이다.
당시 큐브에 관련된 소설은 다른 소설들과 다르게 강신이 당시 꽤 공들여 적었다.
그곳에 처음 갇힌 작중 인물들이 빠져나오기 위해 처음에는 힘을 내다가, 후에는 빠져나갈 수 없다는 두려움에 매몰된다.
이들의 심리 묘사를 자세히 쓰기 위해 공을 들였던 것이다.
그러니, 다른 소설보다 해당 개체에 대한 정보를 더 자세히 알고 있었으며 이곳에서 빠져나가는 방법 또한, 알고 있었다.
그런데도 강신이 자책하는 이유는 소설에는 탈출하는 게 목적이었기에 그 과정만이 담겨 있을 뿐, 이곳에 들어 온 다른 사람을 구할 방법은 따로 적혀있지 않았다.
즉, 현재 이곳에서 빠져나가 렙틸리언의 본거지로 들어갈 방법은 알고 있으나, 신하린이 만약 큐브 내부에 있다면 구할 방법이 없었다.
“그럼 일단 여기 그러니까, 이 개체가 무엇인지 설명을 부탁해도 될까요?”
이순자가 묻자, 강신이 고개를 끄덕였다.
“방금 말했다시피 이 개체의 이름은 큐브라고 불리는 개체입니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요소는 바로 ‘인간’을 잡아먹는다는 것이죠.”
“에? 인간을 잡아먹는다고요?”
강신이 고개를 끄덕이며 바닥에 떨어져 있던 팔을 가리켰다.
“네, 저거 보이시죠?”
“네.”
“큐브는 한 무리의 인간이 방을 넘어갈 때, 저렇게 마지막 사람의 신체를 노립니다.”
그렇게 절단된 신체와 피는 서서히 큐브에 흡수되었다.
“잠깐만요, 그 말이 사실이라면 저기 있는 시간이 조금 흐른 신체는 왜….”
“그간, 이 큐브로 들어온 인원을 생각하면 당연한 겁니다.”
매일 쉬지 않고 몇 개의 팀이 렙틸리언의 본거지로 가겠다며 큐브로 들어왔을 것이다.
그렇게 수많은 인간의 신체가 잘려서 큐브의 양식이 되었다.
인간도 쉬지 않고 먹을 수 없는 것처럼 큐브 또한 그러했다.
“한계까지 먹었다는 겁니까?”
“네, 아마도요.”
배고프지 않으면 사냥하지 않는 일반 생물과 다르게 큐브는 엄연히 기계 장치였기에 배가 불러도 본능적으로 인간의 신체를 자른다.
때문에 이런 현상이 벌어진 것이었다.
“큐브는 기본적으로 3X3 크기로 시작합니다.”
흔히 일반인들이 아는 퍼즐 큐브를 생각하면 편했다.
그런 큐브는 인간을 먹어 그 피와 살점, 뼈, 그 외에 부수 물질들을 이용해 자신의 몸인 방을 4X4, 5X5, 6X6으로 늘려갔다.
현재 강신이 들어와 있는 큐브는 많은 인간을 잡아먹었는지, 그 크기가 상당했다.
“렙틸리언은 아마 이제는 사라진 기계 장치의 신을 믿는 이들이 있던 곳에서 3X3 큐브를 가져와 방어용으로 이곳에 심은 것 같습니다.”
사람이 방을 넘을 때마다 큐브를 맞추듯이 방이 돌아갔다.
그렇게 스스로 방을 섞으면서 들어온 이들이 절대 빠져나가지 못하게 하는 것이다.
그리고 보통 그렇게 섞이면 실제로도 운이 좋지 않은 이상 이곳에서 빠져나갈 수 없었다.
그 말을 들은 송기덕이 걱정스럽게 입을 열었다.
“어…. 그럼 저희가 들어왔을 때도 방이 돌았으니, 지금 저희도 위험한 거 아닌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