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identified creature capture team RAW novel - Chapter 534
533화
자신의 패를 숨겨도 이상하지 않을 상황.
그런데 존 멕커니는 어째서 이곳에 있었던 일들을 숨기지 않고 이야기해 주는 것일까,
그에게는 강신에게 접근한 또렷한 목적이 있었다.
현재 상황에서 성신과 반목하는 것은 불필요한 소요를 불러일으키는 일이었다.
그리고 자신들과 다르게 멀쩡한 모습으로 이곳에 도달한 이들이라면, 분명 큰 도움이 되리라는 기대감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래서일까, 존 멕커니는 강신이 묻지도 않은 이야기를 계속 이어나갔다.
“저희가 첫 번째로 탐사한 곳은 지금 바라보는 방향으로 왼쪽 끝에 있는 문이었습니다.”
그들이 그곳을 첫 번째로 들어간 이유는 다섯 개의 문 중 가장 작은 문이었기 때문이다.
어떤 위험이 있는지 모르는 이곳에서 큰 기계보다는 작은 기계들이 비교적 대처하기 쉬울 거라는 판단이었다.
물론, 지금 생각해보면 근거 없는 판단이었지만, 그 당시 그들은 다치고 지쳐서 제대로 상황을 판단할 능력이 부족한 상태였다.
“저곳은 미로였습니다.”
“미로?”
“네, 미로요. 문을 통과하고 통로를 따라 걷다 보면 곧 두 개의 통로가 나오더군요. 그리고 이후부터 계속 통로의 개수가 늘어났습니다.”
위험한 함정과 기계 장치들이 즐비했다.
길도 꼬이고 또 꼬여 있었지만, 그들은 그리 어렵지 않게 그곳을 탐사할 수 있었다.
“운이 좋았습니다.”
그들의 실력이 좋아서 쉽게 탐사를 끝낸 게 아니었다.
존 멕커니의 말대로 순전히 운이 좋았을 뿐이었다.
그들이 이 지점에 무사히 도착할 수 있었던 것과 같이 그곳들도 누군가에 의해 이미 공략이 되어 있었다.
“함정과 위협적인 기계들은 하나도 빠짐없이 파괴되어 있었고, 친절하게도 길까지 표시되어 있었습니다.”
말이 탐사지, 당시 상황을 보면 그저 근처 동네 마실 나오는 수준이었다.
“그리고 그 통로 끝에서 저희는 이것을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존 멕커니는 품속에서 금속으로 만들어진 원형의 작은 통을 꺼내어 강신에게 보여주었다.
아무것도 적혀 있지 않은 밋밋한 디자인이었지만, 평소 마트 같은 곳에 가면 쉽게 볼 수 있는 물건을 닮아 있었다.
“통조림?”
“네. 맞습니다. 통조림이었죠.”
그는 캔 따개로 들고 있던 통조림을 열어 강신에게 내부를 보여주었다.
그 안에는 재료를 알 수 없는 다져진 고기들이 가득 들어가 있었다.
“무슨 고기인지는 모르지만…. 식량이 떨어진 저희에게는 이것도 감지덕지했습니다.”
마침 식량이 다 떨어진 상태였기에 먹을 수만 있다면 무슨 고기인지 몰라도 상관은 없었다.
그렇다고 수상한 음식을 함부로 먹을 수는 없었다.
혹여나 인간의 몸에 해로운 성분이 들어있을 수도 있었다.
그래서 탐사에 참여하지 못하는 거동이 불편한 이들이 자진해 먼저 통조림을 먹었고 상태를 확인했다.
다행히 아무런 이상이 없었고, 그 이후로 다른 이들도 통조림을 섭취했다.
“맛은 돼지고기와 소고기가 블렌딩된 맛이었습니다.”
그렇게 운이 좋게 첫 번째 탐사 지역에서 대량의 식량을 습득하자, 그들은 식량 부족으로 조급했던 마음을 다잡을 수 있었다.
재정비를 마친 그들은 다음 탐사를 위해 철저하게 준비하고 나서 두 번째 탐사를 진행했다.
두 번째 탐사의 진행도 첫 번째 탐사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이미 누군가가 길을 깨끗하게 만들어 두었고 그들은 그저 그 길을 따라 걷기만 해도 충분했다.
“그렇게 도달한 곳에 있던 물건은 지금 저기 보이는 것들입니다.”
존이 가리킨 곳에는 각종 옷가지와 가방이나 모자 같은 것들과 각종 액세서리가 수북하게 쌓여 있었다.
심지어 그 물건들은 강신도 한 번쯤은 들어봤을 법한 고가의 명품들이었다.
“그리고 거기에는 이런 것들도 함께 있었습니다.”
그는 수십 개의 신분증과 여권같이 신분을 증명할 수 있는 물건들을 꺼냈다.
거기에는 각기 다른 이름과 신분을 증명하는 내용이 들어 있었지만, 어째서인지 외모만큼은 쌍둥이라고 불러도 좋을 만큼 닮아 있었다.
“아마도 렙틸리언이 인간으로 위장했을 때, 사용하던 신분이 아닐까 추측하고 있습니다만….”
외부와 연락이 되지 않는 상황이니, 직접 확인할 방법은 현재로서는 없었다.
그래도 만약 그의 말대로 저것들이 렙틸리언의 신분증이라면 저걸 밖으로 가지고 나가는 순간, 수많은 미제 사건의 실마리가 될 수도 있었다.
그렇기에 U.M.A 국제회의에서는 저걸 가지고 나온 이에게 적절한 보상을 해줄 게 분명했다.
‘식량, 외부활동에 사용하는 물품들이라.’
강신은 존 멕커니가 구한 물건들을 보며 여기가 이 시설의 최심부는 아니어도 그 근처라는 걸 직감할 수가 있었다.
“그럼, 세 번째 탐사지역에서는 무엇을 발견했습니까?”
강신이 질문하자 존 멕커니의 안색이 눈에 띌 정도로 어두워졌다.
“……그곳에서 이곳의 보안을 담당하는 로봇을 발견했습니다.”
첫 번째 탐사와 두 번째 탐사가 너무 손쉽게 끝낸 탓일까.
이들은 다음 탐사도 아주 쉽게 끝날 거라고 착각했다.
그리고 그 착각은 그들에게 큰 방심을 불러일으켰다.
“다른 곳과 마찬가지로 함정과 기계들이 파괴된 모습에 더 방심했습니다.”
그 방심의 결과는 당연히 끔찍했다.
“탐사를 진행하던 인원 중 반 이상이 당했고 저도 그곳에서 가까스로 후퇴할 수 있었습니다.”
이전과 다르게 세 번째 탐사지역은 위험한 것들이 깔끔하게 정리가 되어 있지 않았다.
이동 중 갑작스럽게 벽면에서 튀어나온 광자 터렛이 그들을 공격했고, 갑작스러운 공격에 그들은 제대로 대처조차 하지 못하고 그곳에서 후퇴해야 했다.
큰 희생 끝에 겨우 후퇴한 그들은 다시 인원들을 모아 재도전해야 했고, 그렇게 몇 번의 도전과 후퇴 끝에 그곳을 공략할 수가 있었다.
“거기에는 빛을 뿌리던 터렛에 달린 무기들을 장착한 로봇들이 파괴되어 있었습니다.”
아쉽게도 멀쩡한 개체가 없었기에 로봇 자체를 가지고 올 수는 없었지만, 그래도 챙긴 것이 아예 없지는 않았다.
그들은 로봇을 분해해 파괴되지 않는 부품을 챙기고, 빛을 뿌리던 광자 무기를 뜯어서 챙겨왔다.
“작동 방법을 몰라서 사용할 수는 없지만 그래도 가지고 나갈 수만 있다면…. 썩 나쁘지는 않겠죠.”
나쁘지 않은 정도가 아니었다.
바로 똑같은 물건을 만들 수는 없겠지만, 그래도 이 무기를 토대로 광자 무기가 개발되면 인간의 무기 체계가 뒤바뀌는 혁명이 일어날지도 모르는 일이다.
“그간 고생이 많았군요.”
식량이 있어도 피골이 상접할 정도였으니, 그의 고생은 자신이 생각했던 것보다 더 심했는지도 몰랐다.
“이 정도는 예상했습니다. 저뿐만 아니라 다들 목숨 걸고 하는 일이니까요. 그래서 말입니다만…. 성신도 저희와 함께하시는 것은 어떻습니까?”
세 번째 탐사에서 많은 인원을 잃어야 했던 존 멕커니가 드디어 본론을 꺼냈다.
네 번째 탐사에서 만약 세 번째 탐사와 비슷한 상황이 일어난다면, 현재 인원으로는 돌파하는 건 불가능에 가깝다는 게 그의 판단이었다.
“저희와 임시 동맹을 맺어주신다면 이전에 얻었던 물건들을 다른 이들과 마찬가지로 인원수만큼 공평하게 나누어드리겠습니다.”
이전 탐사에 참여하지 않은 이들에게 수집품들을 나누어주겠다니, 만약 강신의 목적이 저 물건들이었다면 솔깃했을 정도로 파격적인 조건이었다.
하지만 강신은 그들과 목적이 달랐기에 고개를 저어야 했다.
“저희는 렙틸리언을 처리하기 위해 이곳에 온 터라…. 죄송하다는 말밖에 드릴 수가 없군요.”
“아…. 이런, 아쉽군요. 성신이 함께 해주었다면 정말 든든했을 텐데….”
그는 진심으로 아쉽다는 표정으로 중얼거렸다.
“스읍…. 싫다는 분을 억지로 잡을 수는 없죠. 그래도 성신이 공략한 길을 따라가는 것 정도는 괜찮겠습니까?”
“물론이죠.”
“그건 다행이군요. 저희가 공략한 문은 따로 표시해 두었으니, 참고하시면 편하실 겁니다.”
아쉬워하긴 했지만 존 멕커니는 자신이 말한 대로 성신을 억지로 붙잡지 않았다.
강신은 존 멕커니와 이야기를 끝내고 임시 동맹 무리와 조금 떨어진 장소에 일행들을 불러모았다.
그리고 휴식을 취하게 하고는 이순자, 송기덕과 대화를 나누었다.
“휴식 후에 남은 문 중 하나를 선택해서 이동할 겁니다.”
“듣자 하니, 방어 체계가 상당히 위협적인데, 이대로 이동해도 괜찮겠습니까?”
“네, 그 부분은 제가 따로 생각해둔 방법이 있습니다.”
렙틸리언이 쓰는 무기는 강신이 생각해도 위협적이었다.
이곳에 진입한 다른 이들은 차단력이 조금 부족해도 분명 보호 장비를 걸치고 있었다.
그런 이들이 증발할 정도로 강력한 무기는 강신에게도 부담이 될 수밖에 없었다.
이곳까지 도달하기 위해서 얼마나 많은 희생이 있었는지 정확한 수는 알 수 없었지만, 지면의 그을음이 그 수를 대략적이나마 알려주었다.
그리고 강신은 그런 그을음을 보고 한 가지 의문을 품었다.
‘어째서 시설은 멀쩡한 거지?’
다른 이들은 강력한 무기의 위력에 집중했다면 강신은 그것을 제외한 나머지 것들을 봤다.
광자 무기를 맞고 인간이 증발했다면 분명, 그 빛은 이 기지의 벽면에도 부딪혔을 것이다.
하지만 그을음만 있을 뿐, 기지의 벽면이 손상된 곳은 찾아볼 수가 없었다.
‘시설의 벽면은 광자 무기가 통하지 않는 재질로 만들어진 건가?’
이러한 강신의 추측은 시간이 더 많은 그을음을 보며 확실해졌다.
문제는 이러한 시설의 벽면을 멀쩡하게 뜯어낼 장비가 없다는 것이다.
‘부숴서 사용할 수는 있을지 모르지만….’
강신의 건틀릿이라면 벽면을 부술 수 있을지도 몰랐지만, 현재 필요한 것은 그런 작은 파편이 아니었다.
원형을 유지하고 있는 벽면이 필요했다.
하지만 이곳에 도착하자 그러한 고민은 쓸데없는 고민이 되어버렸다.
이곳에는 사람의 몸을 가릴 수 있는 크기의 벽면에서 떨어진 파편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것도 크기는 조금씩 다르지만 쓸 수 있는 벽면의 파편이 다섯 개나 있었다.
“누군가가 베어낸 문의 조각을 사용한 다라…. 확실히 강책임님 말이 맞다면 나쁘지 않습니다. 저희로서는 방패를 얻는 것과 마찬가지니까요.”
송기덕이 강신의 설명을 듣고 고개를 끄덕였지만, 이순자가 반박했다.
“하지만, 검증이 필요하겠죠.”
시설의 벽면이 광자 무기를 막을 수 있다는 것은 어디까지나 추측에 불과했다.
만에 하나라도 떨어져 나온 문의 조각이 광자 무기를 막지 못한다면 그대로 증발할 테니 매우 위험했다.
어쩌면 목숨이 달린 일이었다.
“제가 입안자니, 제가 하면 됩니다.”
강신이 덤덤하게 말하자, 이순자와 송기덕이 맹렬히 반대했다.
“그러다 잘못되면 어쩌려고….”
“이 부장님 말이 맞습니다. 아무리 생각해도 그건 아닙니다. 그럴 거면 제가 하겠습니다.”
서로 나섰지만 그들의 이견은 좀처럼 좁혀지지 않았다.
그러던 그때 그들의 이야기를 듣던 이가 나섰다.
“제가 하겠습니다.”
자진해서 나선 이는 일행들을 위해 항상 선두에서 앞장섰던 심석현이라는 요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