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identified creature capture team RAW novel - Chapter 537
536화
“프하!”
강신은 참고 있던 숨을 내뱉었다.
착용하고 있는 건틀릿 덕분에 직접적인 충격은 없었지만, 그렇다고 해서 긴장을 놓을 수 있는 건 아니었다.
빛덩어리들이 문의 파편에 적중될 때마다 문은 붉게 달아올랐고, 그 열기가 느껴질 정도였으니까.
“강책임, 괜찮나요?”
“네, 저는 괜찮습니다. 다른 사람들은요?”
“강책임이 막아준 덕분에 심대리를 제외하고는 모두 무사해요.”
강신은 붉게 달아오른 문의 파편을 조심스럽게 바닥에 눕히고는 기계공들과 심석현이 있는 곳을 확인했다.
기계공이 공격을 멈춘 것은 전력이 다하거나, 무기를 모두 사용해서가 아니었다.
날카로운 물건에 무기들이 베여 더는 사용하지 못하게 되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그런 기계공들을 파괴한 사람은 바로 일본도를 들고 있던 심석현이었다.
그는 파괴된 기계공을 버팀목 삼아 가만히 앉아있었다.
얼핏 보기에는 지쳐서 그런 것 같았지만, 그가 앉아있는 이유는 그런 것이 아니었다.
“쿨럭, 쿨럭.”
자세히 보니, 그의 상태는 좋은 말로 해도 멀쩡하다고는 할 수 없었다.
“하…. 씨…. 분명 완전히 피한 줄 알았는데, 그게 스쳤네….”
옆구리에 작은 구멍이 났음에도 그의 태도는 한결같았다.
“젠장, 부상자 발생, 의무병! 바로 응급조치해!”
이순자가 다급하게 외치자, 뒤쪽에서 한 요원이 빠르게 달려와 메고 있던 배낭에서 심석현을 치료하기 위한 여러 장비를 늘어놓기 시작했다.
“쯧, 기계 종류의 응급 키트들은 모두 먹통이라 이곳에서 치료는 불가능할 것 같습니다. 우선 응급조치만 시작하겠습니다.”
그 요원은 익숙하게 라텍스 장갑을 끼고 구멍이 뚫린 심석현의 옆구리에 하얀 솜 같은 걸 가득 채우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가 응급조치를 끝내기 전 또다시 상황이 바뀌었다.
바로 기계공이 굴러왔던 입구에서 다시금 기계공들이 굴러들어왔기 때문이었다.
“젠장, 전혀 쉴 틈을 주지를 않는군.”
요원들이 기계공을 저지하기 위해 소총을 쏴봤지만, 이전과 똑같이 작은 폭발을 일으키기만 할 뿐, 전혀 타격을 줄 수 없었다.
“쯧, 사격 중지, 저 기계가 다리와 무기를 꺼내면 그쪽으로 화력을 집중시켜.”
“알겠습니다.”
이순자가 능숙하게 훌륭한 지휘를 했지만, 그마저도 통하지 않았다.
얇고 뾰족해서 부실해 보였던 6개의 다리가 이번에는 쉽게 파괴되지 않도록 전차에 사용되는 캐터필러로 바뀌어 있었다.
그리고 무기 체계 또한 광자 무기가 아닌 다른 것이었다.
그나마 다행인 건 쉽게 파괴되지 않는 캐터필러와 다르게 무기 체계의 내구도는 아직도 약하다는 점이었다.
이순자는 상황을 빠르게 판단하고 다시금 요원들에게 지시를 내렸다.
“다리는 사격하지 말고 무기만 노려!”
작전이 갑자기 바뀌었지만, 현장 요원들은 아무런 불평 없이 모든 화력을 기계공이 꺼낸 무기로 집중했다.
투다다다다-!
콰직!
콰지직!
그렇게 기계공이 가진 대부분 무기를 무력화시킬 수 있었지만, 사격이 조금 늦었던 것일까.
아쉽게도 가장 뒤에 있던 마지막 기계공의 무기는 파괴하지 못했다.
마지막 기계공이 가지고 있는 무기가 천천히 붉게 달아올랐다.
당장이라도 무기에서 열선을 뽑아낼 것만 같은 모습에 이순자가 당황했다.
“젠장, 사격 중지! 산개! 산개해!”
그녀는 한 명이라도 많은 요원을 살려보겠다고 외쳤지만, 탄환보다 빠른 열선을 피한다는 건 그리 쉬운 일이 아니었다.
당장이라도 열선이 뿜어져 나오리라 생각했지만, 사격과 함께 초코의 도움으로 높게 도약했던 강신이 어느새 마지막 기계공에게 도달해 있었다.
그는 열선을 뿜어내기 전, 무기를 향해 왼쪽 주먹을 내질렀다.
콰직!
무기는 강신의 주먹을 버티지 못하고 부서진 것뿐만 아니라 부패의 힘으로 녹아 흘러내렸다.
“후……. 위험했습니다.”
강신이 소매로 이마에 흐르는 땀을 닦아냈다.
‘초코의 도움이 아니었다면 정말로 위험했겠어.’
자신이 조금만 늦었더라면 대참사가 일어날뻔했다.
연이어 등장한 기계공들을 보며 강신은 이곳에서 전투가 어떤 식으로 진행되는지 짐작할 수가 있었다.
‘첫 번째 등장한 기계공들은 그저 탐색용 미끼였군.’
어쩐지 너무 쉽다고 생각했다.
강신은 두 번째 기계공이 반응장갑을 착용하고 나타났을 때는 첫 번째 공격을 막았으니 그보다 성능이 좋은 방위 장치가 나타났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세 번째 기계공이 나타나고 확실하게 알게 되었다.
‘매번 우리를 분석해서 그에 대응할 수 있는 장비를 달고 나오는 거야.’
소총에 대비한 반응장갑, 부실한 하체를 대신할 궤도, 광자 무기를 막아낸 문의 파편을 공략할 열선 무기까지.
이곳의 방위 장치는 실시간으로 업그레이드되고 있었다.
이러니, 시간이 지날수록 침입자 측이 밀릴 수밖에 없었다.
“후욱…. 훅…. 응급처치 끝냈습니다!”
전장의 공포에서도 의무병을 담당하는 현장 요원은 끝까지 심석현의 응급처치를 이어갔다.
그런 그의 희생정신에는 절로 박수가 나올 정도였다.
응급조치를 받은 심석현도 다른 의미로 대단했다.
피를 많이 흘리고 마취약이 없어 그대로 고통을 받아야 했음에도 그는 용케 정신을 잃지 않고 버텼다.
“심 대리를 후방으로 물리고 다른 요원들은 다음 전투를 대비해, 긴장을 풀지 마라.”
“팀장님, 잠시만요…. 저는 더 움직일 수 있습니다.”
심석현이 이순자의 지시에 바로 반항했지만, 그녀는 고개를 저으며 단호하게 대답했다.
“심대리, 현장에서 앞으로도 선두에 서고 싶다면 지금은 내 말을 듣는 게 좋을 거야.”
“윽….”
결국, 더는 항변하지 못하고 동료들의 부축을 받으며 후방으로 몸을 빼야 했다.
그러는 사이 강신은 자신이 짐작하는 것들을 이순자와 송기덕에게 공유했다.
“하, 상대할수록 그에 대응하는 장비를 가지고 오는 적이라니, 이거 정말 까다롭게 되었군요.”
시간이 지날수록 불리해지는 것은 자신들일 테니, 인상이 절로 찌푸려지는 상황이었다.
“일단 지금 추가된 장비는 반응장갑, 궤도, 열선이었죠?”
“네, 그리고 다음에는 아마 무기 쪽을 보호할 방법과 타격에 대한 방비, 그리고 부식을 막는 내식성이 추가될 테죠.”
“으음…. 아무래도 한번 후퇴하는 편이 좋지 않을까요?”
기계공들이 나타나는 주기는 그들이 생각했던 것보다 상당히 빨랐기에 이 장소에서 재정비는 물론이고 새로 작전을 짜는 게 어려웠다.
그래서 이순자는 새로운 작전의 수립과 재정비를 위해 강신에게 후퇴를 권장했지만, 강신은 고개를 저었다.
“아직 시도해보고 싶은 작전이 남아 있습니다.”
정보는 없지만 의심 가는 것은 몇 개 있었다.
강신은 이곳에 들어왔을 때부터 아무런 정보도 없는 진짜 렙틸리언을 상대하기 위해 자신이 어떻게 해야 할지 계속 고민했다.
전자 장치를 사용하지 못해 외부의 도움을 기대할 수 없는 상황에서 인간보다 더 뛰어난 기술력을 가진 존재들을 상대한다는 건 쉬운 일이 아니었다.
그런 강신의 걱정을 증명이라도 하는 것처럼 이곳은 사소한 방심이 수많은 목숨을 앗아갈 정도로 위험한 곳이었다.
다만, 다행인 것은 도프와 테스크포스팀이 선발대로 길을 뚫어 주어 조금의 여유가 생겼다는 점이었다.
그 여유 덕분일까, 강신은 머리를 굴리며 생각할 수 있는 시간을 벌 수가 있었고 사소한 의문을 품을 수가 있었다.
가장 먼저 품은 의문은 큐브와 관련된 것이었다.
‘어째서 큐브에 방위 장치를 넣지 않았지?’
큐브가 있었다는 것은 이미 입구부터 작정하고 침입자를 막겠다는 의지가 엿보이는 설계였다.
그럼에도 큐브에는 방위 장치가 설치되어 있지 않았다.
만약 큐브 내부에 자동 터렛을 하나라도 설치했다면 더 효율적으로 침입자를 막을 수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진짜 렙틸리언은 그렇게 하지 않았다.
의문은 더 있었다.
‘조금 늦게 깨달았지만, 이곳에 방위 장치는 성능을 업그레이드한다는 것을 빼고도 뭔가 이상해.’
이미 선발대들이 지나가며 모든 방위 장치를 파괴한 것으로 보였다.
하지만 후발대들이 들어오자 또 다른 방위 장치들이 작동했다.
‘그렇게 나눠서 방어할 바에는 처음부터 총력으로 막는 것이 더 낫지 않았을까?’
그리고 다른 의문은 기계들이 상대에 맞추어 업그레이드되는 특성에서 생겼다.
강신은 어쩌면 그 특성에서 가장 큰 위화감을 느꼈을지도 몰랐다.
‘선발대를 상대하면서도 분명 기계들은 업그레이드되었을 텐데, 어째서 우리가 본 장치들은 하나 같이 처음 만난 장치들처럼 보였지?’
굳이 그럴 필요가 있을까?
이미 개발된 기술이라면 상대에 맞춰서 쓸 필요가 없었다.
처음부터 압도적인 성능을 보여주면 충분히 사기가 꺾일 테니까.
‘그렇다고 침입자를 괴롭히기 위해서 그런 방법을 쓰는 것 같지도 않았어.’
뭔가 이유가 있을 것이다.
강신은 사소한 것 하나하나에 의미 부여를 하고 생각하고 또 생각했다.
마치 맞지 않는 퍼즐을 억지로 맞추는 기분이었다.
그렇게 도달한 결론은….
‘자원을 아끼는 건가?’
생각이 거기에 도달하자, 강신은 보이지 않았던 것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그러고 보니, 콜로세움에서 치열한 전투가 일어났는데, 파괴된 기계의 흔적이라고는 고작 고철덩이 잔해들이 전부였어.’
제대로 된 부품은 하나도 보이지 않았다.
강신은 선발대가 모두 챙겨서 그런 것이라 생각하고 있었다.
하지만 다시 생각해보니 자기 생각이 틀렸다는 걸 알 수 있었다.
‘후발대와 다르게 선발대는 렙틸리언 자체를 노리고 들어온 것이니까.’
이곳에서 얻은 물건을 가지고 돌아가면 자신의 것이 되는 지금 상황과 다르게, 그때는 렙틸리언만 처리하면 이곳에 있는 모든 것이 그들의 것이었다.
그러니, 자신들이 파괴한 부품 따위 챙길 이유가 없었다.
그렇다면 파괴된 부품들은 모두 어디로 사라졌을까.
‘부품을 재활용하기 위해 수거했겠지.’
렙틸리언이 자원을 아끼고 있다면 충분히 가능한 이야기였다.
그래서 강신은 생각했다.
렙틸리언이 정말로 물자를 아끼는 상황이라면 가장 싫어할 행동이 무엇일까.
그것은 바로….
‘재활용 가능한 부품을 쓰지 못하게 하는 것이겠지.’
콰직!
강신의 왼손이 이미 무력화된 기계공을 때렸다.
왼쪽 건틀릿에서 녹빛이 번쩍이며 파괴된 기계공이 부식시키기 시작했다.
“강책임? 지금 무엇을?
갑작스러운 강신의 행동에 이순자가 의아한 눈으로 바라봤지만, 강신은 설명할 시간이 부족하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래서 강신은 설명하기보다는 계속해서 왼손으로 기계공들을 부식시키며 해야 할 일에 대해서만 말했다.
“다음 기계 장치들은 소총에 대한 방어는 완벽하게 대비해서 나타날 겁니다. 그러니, 개인 장비로 바로 제압해 주세요.”
“음…. 일단 알겠어요. 그래도 끝나면 제대로 설명해줘야 해요.”
“물론이죠.”
강신의 대답에 이순자가 고개를 끄덕이고는 요원들에게 바로 지시를 내렸다.
강신이 기계공을 부식시켜 녹이는 동안 요원들은 사용하던 소총을 따로 잘 모아두었다.
그리고 각자 검, 톤파, 철퇴, 창 같은 개인 무구를 들고 다음 전투를 대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