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identified creature capture team RAW novel - Chapter 540
539화
강신은 요원들이 렙틸리언에게 쏜 탄환이 이상한 막에 막히는 걸 본 순간, 설야의 날개 가루를 흡입했다.
설야의 날개 가루를 사용하고 나면 전투 불능에 빠지겠지만, 강신에겐 현재 수단을 아낄 여유가 없었다.
특수 탄환이 뚫지 못하는 막을 파괴하기 위해서는 그 이상의 파괴력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강신이 결단을 내리고 행동하는 것은 매우 빨랐지만, 날개 가루는 흡입하고 효과가 나타나기까지 시간이 필요했다.
그래서 강신은 수다스럽게 떠드는 렙틸리언과 대화를 더 길게 나누기 위해 계속 질문을 이어갔다.
하지만 효과가 나타나기 전, 전투가 일어났고 결국 희생자가 나와버렸다.
“후우…….”
강신이 한숨을 푹 내쉬자, 하얀 수증기가 훅하고 퍼져 나왔다.
머리에 열이 올랐지만, 그래도 강신은 최대한 냉정함을 유지하려고 노력했다.
강신의 공격을 본능적으로 피했던 렙틸리언은 당황한 표정으로 강신을 바라봤다.
“도대체 그 모습은 뭐지? 침입자 중에 인간이 아닌 다른 종족도 있었나?”
그는 강신을 인간이 아닌 다른 종족으로 치부했다.
렙틸리언이 혼란스러워하는 것도 당연했다.
지금 눈앞에 있는 이들 이전에 이곳에 도착한 이들이 있었다.
그들은 스스로를 인간 중에서 최정예라고 자신들을 소개했었다.
빈말이 아니었는지, 정말로 강대한 힘을 가진 이들이 여럿 있었지만, 그런 그들도 인간이라는 종족의 한계를 넘지 못했다.
결국 기계의 도움을 받지 못해 자신의 움직임을 쫓을 수 없었고 대다수가 이곳에서 생을 마감했다.
그렇게 소수의 인원만 자신에게 도망치듯이 다음 지역으로 넘어갔다.
그마저도 렙틸리언이 흥미를 잃어 놓아준 것에 불과했다.
하지만 눈앞에 수증기를 뱉고 있는 존재는 달랐다.
자신의 움직임을 예상한 듯한 공격과 자신이 뒤로 물러날 때 그의 시선은 분명 자신을 따라왔으니까.
강신은 그의 질문에 답하지 않았고, 궁금증을 해소해주지 않았다.
시간을 끌어야 하는 전과 달리 지금은 그와 말을 섞을 1분 1초도 아껴야 했다.
“대답할 생각이 없나 보군, 뭐 좋아, 일단 팔다리를 자르고 물어보면 되겠지.”
렙틸리언이 갑자기 도축용 칼 하나를 역수로 바꿔 잡고는 그대로 강신에게 달려들었다.
‘흥, 내 움직임이 보인다고 해서 따라잡을 수 있는 건 아닐 테지.’
렙틸리언의 움직임을 보는 것과 대응하는 것은 전혀 다른 영역이었다.
그가 상대한 인간 중에도 분명 동체 시력이 좋아서 자신의 움직임을 봤던 이들도 존재했다.
하지만 그런 이들도 대응하지 못해 알면서도 죽어 나갔다.
렙틸리언은 강신도 그들과 비슷한 부류라고 생각했다.
그는 강신이 자신의 움직임을 봐도 따라잡을 수 없다고 자신했다.
그렇지 않았다면 첫 공격을 렙틸리언이 움직일 경로를 공격하는 게 아니라 자신을 직접 공격했을 테니까.
하지만 그것은 렙틸리언의 큰 착각이었다.
렙틸리언이 움직이자, 강신의 시선이 렙틸리언을 쫓았고 천천히 호흡을 들이마셨다.
“스읍, 후…….”
집중하고 또 집중하자 이제는 익숙한 감각이 강신을 감쌌다.
마치 물속에 있는 것처럼 몸이 부자연스럽게 움직이는 느낌이었다.
그와 더불어 주변의 사물이 천천히 느려졌다.
그렇게 쉽게 쫓지 못했던 렙틸리언의 움직임이 평범한 인간의 움직임보다 못해 보일 정도로 느려졌다.
렙틸리언이 역수로 잡은 도축용 칼로 강신이 착용한 건틀릿이 끝나는 팔 부분을 노리고 휘두르는 모습이 강신의 눈에 선명하게 들어왔다.
‘팔다리를 자르고 보겠다는 게 그냥 한 소리가 아니었다는 건가?’
만약 단번에 강신을 제압할 생각이었다면 팔이 아닌 목을 노렸을 것이다.
강신은 느려진 시간 속에서 천천히 팔을 들어 올렸다.
그러자 도축용 칼을 내지르던 렙틸리언이 놀란 듯이 눈을 치켜떴다.
그 순간, 시간이 다시 정상적으로 돌아왔다.
채쟁!
금속과 금속이 부딪히는 소리가 울려 퍼졌고,
“큭!”
처음으로 렙틸리언의 입에서는 당황한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역수로 잡고 있던 그의 도축용 칼은 어느새 강신의 건틀릿에 붙잡혀 있었다.
그는 붙들린 도축용 칼을 빼내기 위해서 안간힘을 다해 도축용 칼을 당겨봤지만, 마치 바위에 깊숙이 박힌 것처럼 꼼짝도 하지 않았다.
아주 짧은 시간이 흘렀지만, 강신이 렙틸리언의 움직임을 묶어두자 이순자와 송기덕이 곧바로 연계했다.
이순자는 건틀릿으로 렙틸리언의 머리를 노렸고, 송기덕은 톤파로 렙틸리언의 몸통을 찔러왔다.
평범한 적이었다면 그대로 공격을 허용할 정도로 자연스럽고 빠른 연계였지만, 렙틸리언은 평범한 적이 아니었다.
“쯧,”
채재쟁!
렙틸리언은 자신에게 날아오는 공격을 확인하고 남은 하나의 도축용 칼로 둘의 공격을 빠르게 쳐냈다.
그리고 아무 미련도 없이 강신에게 잡혀 있는 도축용 칼을 놓고는 그대로 뒤로 빠졌다.
이순자와 송기덕이 뒤로 빠지는 그를 공격했지만 그들의 공격은 허공을 가를 수밖에 없었다.
“하…. 고작 인간에게 이렇게 애를 먹을 줄은 몰랐는데….”
수다스러운 렙틸리언은 하나의 무기를 잃은 상황에서도 입을 다물지 않았다.
“이것까지 사용하게 될 줄도 몰랐고….”
그는 비어있는 손을 앞치마 안쪽으로 넣어 한 개의 단검을 꺼냈다.
그가 꺼낸 단검은 방금까지 사용했던 도축용 칼과 용도가 전혀 달라 보이는 물건이었다.
고기를 자르는 목적을 가진 도축용 칼과 다르게 살생을 위해 만들어진 듯, 살을 가르고 베는 것에 최적화된 것처럼 보였다.
보기만 해도 단검이 가진 예기가 보여 살짝만 스쳐도 베일 것 같은 착각을 불러일으킬 정도였다.
‘그래도 상관없어.’
강신은 오른손으로 잡았던 도축용 칼을 살짝 공중으로 던지고는 왼손으로 내려쳤다.
챙!
왼손에 적중당한 도축용 칼은 그대로 지면에 박혔고, 곧 쓰지 못하게 부식되어 버렸다.
그리고 새로운 무기를 꺼내든 렙틸리언에게 말했다.
“제대로 덤벼.”
질문에 대답해 줄 때까지만 해도 존대를 했던 강신은 일행이 다치자, 더는 존중해줄 필요가 없다는 듯이 어느새 반말을 하고 있었다.
“흥, 고작 한번 무기를 잡았다고 아주 기고만장하군. 금방 후회하게 될 것이다.”
렙틸리언은 콧방귀를 끼고는 가소롭다는 듯이 다시금 강신에게 달려들었다.
‘내 움직임을 따라잡았다고 해도 이건 절대 막지 못할 테지.’
렙틸리언이 들고 있는 단검은 렙틸리언의 정수가 담긴 무기로 인간이 만든 장비쯤은 가볍게 가를 수 있는 무기였다.
내구력이 약해서 아껴 쓰느라 잘 사용하지 않았지만, 눈앞에 건방진 인간을 잡기 위해 사용하는 건 아깝지 않았다.
렙틸리언이 자신이 낼 수 있는 최고의 속력으로 움직였다.
그런 그의 움직임은 지금까지의 움직임은 장난이었다는 듯이 빨랐다.
쉬익~!
그의 단검이 바람을 가르고 뱀의 혓소리를 내며 교묘하게 강신을 노렸다.
그 공격은 전과 다르게 강신도 집중해야 겨우 막을 수 있을 수준이었다.
하지만 렙틸리언이 한가지 간과한 것이 있었으니, 강신의 건틀릿에는 렙틸리언이 만들었던 소재가 포함되어 있다는 점이었다.
만약 그 소재가 자신의 종족이 만든 탑티어 급의 희귀 소재라는 걸 알았다면 그는 절대 자신이 아끼는 단검을 꺼내지 않았을 것이다.
그렇게 강신의 하늘빛 건틀릿과 렙틸리언의 단검이 부딪혔다.
그리고….
쨍강!
렙틸리언은 허무하게 깨져버린 자신의 애장품을 믿을 수 없다는 눈으로 보았다.
“허?”
인간이 만든 장비를 가볍게 가를 수 있으리라 생각했다.
그런데 예상치 못한 상황이 벌어지자, 렙틸리언은 눈에 띄게 당황했고 움직이는 것도 멈춰버렸다.
렙틸리언이 멈추자, 그를 노리고 온갖 날붙이들이 그 틈을 노렸다.
하지만 요원들의 공격은 렙틸리언에게 닿지 못했다.
기기긱-!
탄환을 막았던 보호막이 나타나 요원들의 공격을 막아냈기 때문이다.
날이 있는 무기는 보호막을 긁을 뿐 베어내지 못했고, 타격 무기들은 보호막을 부수겠다는 듯이 강하게 내려쳤지만 부서지지 않았다.
“큭, 젠장!”
“포기하지마! 밀어붙여!”
요원들은 강신이 만든 기회를 어떻게든 활용하기 위해 계속 공격을 이어나갔다.
하지만 렙틸리언은 자신에게 향하는 공격에 관심도 없다는 듯이 손에 들려 있는 단검만 황망하게 바라보고 있었다.
“이게, 이게…. 어떤 물건인데…….”
자신의 행성에서도 정말 어렵게 구한 물건으로 이곳에서는 더는 구하고 싶어도 구할 수 없는 물건이었다.
도구라는 것이 사용하면 닳는 게 당연했지만, 그래도 이렇게 잃을 무기가 아니었다.
하다못해 전에 이곳에 도착했던 이들 중 대검으로 문이고 뭐고 모두 베어버리던 인간을 상대하다 깨졌으면 그러려니 생각했을 것이다.
렙틸리언이 봐도 그 인간이 가진 검기는 대단했으니까.
하지만 이건 정말 아니었다.
아무리 내구력이 약한 단검이라고 해도 격하게 공방을 나눈 것도 아니고 그저 가볍게 부딪혔을 뿐이었다.
현실을 부정하던 렙틸리언이 몇 번이고 단검을 다시 살펴봤고 그제야 현실을 인정했다.
“인간 놈…. 절대 편안하게 죽이지 않겠다. 생명 보조 장치를 달아 죽지 못하게 만들고 아주 고통스럽게 살을 한 점씩 저며서 죽여달라고 애원하게 해주마!”
분노한 렙틸리언은 단검을 박살낸 강신을 노려보며 살벌한 말을 내뱉더니 다른 도축용 칼을 꺼내 들었다.
그리고는 보호막을 두드리고 있는 요원들을 향해 도축용 칼을 휘둘렀다.
채재재재쟁!
“크앗!”
“으악!”
보호막을 두드리던 요원들이 렙틸리언과 무기를 부딪치고는 그 힘을 이기지 못해 사방으로 날아갔다.
틈이 생기자 렙틸리언이 다시금 강신에게 달려들었다.
그래 봐야 결과는 전과 달라질 게 없었다.
강신이 건틀릿으로 날아오는 검날을 빗겨 쳐냈고 그대로 공격을 시도했지만, 렙틸리언이 빠르게 물러났다.
그렇게 둘은 몇 번의 공방을 나누었다.
둘의 움직임이 너무나 빨라 대기 중인 요원들은 함부로 그들 사이에 끼어들 수 없었다.
챙! 챙! 챙!
강신의 건틀릿에 부딪힌 도축용 칼은 쉽게 이가 나갔지만, 렙틸리언은 전과 다르게 날을 다시 세우지 않고 과감하게 이가 나간 도축용 칼을 바닥에 버렸다.
그리고 그때마다 앞치마 속에서 새로운 도축용 칼을 꺼냈다.
자원을 아끼던 그가 아직 쓸만한 도축용 칼을 바닥에 버리는 것만 봐도 그가 얼마나 분노했는지 짐작할 수 있었다.
수십 번의 공방이 끝났지만, 도대체 앞치마 속에는 뭐가 있는지 도축용 칼이 끊임없이 튀어나왔다.
공격을 흘리고 부딪히고 피하고 렙틸리언과 수십 번의 공방을 더 나누던 강신은 슬슬 승부수를 던져야 할 때가 다가왔다는 걸 짐작했다.
‘시간이 없어.’
설야의 날개 가루 효과는 애초에 그리 길지 않았다.
거기에 주변을 느리게 하는 사고 가속을 사용하면 그 시간은 극단적으로 짧아졌다.
‘살을 주고 뼈를 취한다.’
강신은 렙틸리언의 공격을 몸으로 막고 그사이에 자신의 주먹을 렙틸리언에게 꽂아 넣으려고 했다.
하지만, 상황은 강신이 생각했던 것과 조금 다르게 흘러갔다.
“흡!”
“하압!”
기합 소리와 함께 두 사람이 강신과 렙틸리언의 공방에 끼어들었다.
바로 이순자와 송기덕이었다.
그들은 집중해서 둘의 공방을 지켜보며 그들의 움직임이 눈에 익숙해질 때까지 기다렸다.
그리고 강신과 렙틸리언이 공방을 주고받는 그 짧은 순간에 렙틸리언의 빈틈을 발견할 수 있었고, 이렇게 끼어들 수 있었다.
다른 이들이 끼어들지 못하리라 생각했던 렙틸리언이 살짝 당황하며 다시금 보호막으로 그들의 공격을 막아냈다.
그래서일까, 빠르게 움직이던 렙틸리언은 그 자리에서 멈출 수밖에 없었다.
불쾌한 표정을 지은 렙틸리언이 둘을 보며 화를 냈다.
“피라미는 빠져!”
하지만 둘은 절대 물러서지 않았다.
렙틸리언은 인상을 찌푸리며 그 둘을 향해 도축용 칼을 휘둘렀다.
하지만 다른 요원들과 다르게 그들은 강력한 충격에도 그 자리에서 버텨냈다.
“큭! 끈질기게!”
그리고 그런 렙틸리언의 모습을 본 강신은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보호막을 펼친 상태에서는 움직일 수 없다는 것을 너무 대놓고 알려주는군.”
강신은 보호막을 작동하면 렙틸리언이 움직일 수 없다는 걸 알아차렸다.
정확히는 몸과 손은 움직일 수 있지만, 발을 떼지 못하는 것 같았다.
강신은 이순자와 송기덕이 만들어준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실전 연습은 트롤을 잡을 때 충분히 했어.’
전개된 보호막 앞에서 길게 호흡을 들이마시며 자세를 잡았다.
왼손을 말아쥐며 천천히 몸쪽으로 끌어당기며 오른발로 진각을 밟았다.
쿠웅~!
금속 재질의 지면이 살짝 흔들렸다.
강신은 발끝에서 올라오는 힘을 자연스레 끌어모아 그대로 왼손으로 보냈고 그대로 왼손을 내질렀다.
“하압!”
기합과 함께 녹색으로 빛나는 건틀릿이 렙틸리언의 보호막을 두드렸다.
비잉-!
물을 치는 듯한 느낌이었다.
만약 일반적인 건틀릿이었다면 막혔겠지만, 녹색의 건틀릿에 깃든 부패의 힘이 보호막에 영향을 끼쳤다.
주르륵….
강신의 건틀릿이 닿은 보호막 부분이 녹아내린 것이다.
“어…. 뭐, 뭐야!”
보호막이 절대 뚫리지 않을 거라는 자신감이 있었던 렙틸리언은 보호막이 녹아내리자 크게 당황했다.
하지만 이미 상황은 끝났다.
보호막을 뚫고 들어온 강신의 왼쪽 손이 그대로 렙틸리언의 머리를 붙들었고, 그대로 지면으로 내려찍었다.
쾅!
“커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