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identified creature capture team RAW novel - Chapter 541
540화
“캬샤아아악~!!”
단단한 금속으로 만들어진 지면에 얼굴이 처박힌 렙틸리언이 괴상한 비명을 내질렀다.
단 한 번, 공격을 허용했을 뿐이지만 렙틸리언은 반격이나 방어할 의지 없이 고통스러워할 뿐이었다.
지금까지의 모습을 생각한다면 조금 이상했지만, 그가 그런 행동을 하는 것도 나름 이유가 있었다.
“샤아악!! 아…. 아프다! 아파!”
애초에 렙틸리언은 고통에 민감한 종족이었다.
인간에게 어떤 고통을 가했을 때, 느껴지는 고통이 1이면 렙틸리언은 3의 고통을 느낀다.
즉, 렙틸리언은 인간보다 고통을 3배나 더 민감하게 느끼는 것이었다.
그래서 그들은 자신들에게 고통을 주는 모든 것에 민감한 반응을 보이며 대부분 피해왔다.
유희를 즐기기 위해 인간들 속에 섞여 있던 렙틸리언들이 일이 틀어지자마자 모습을 감추는 처세술 또한 이에 비롯된 것들이었다.
그리고 작은 충격에도 예민한 렙틸리언은 자신의 몸을 지키기 위해 보호막 형태의 도구를 사용했다.
그런 렙틸리언이 강신이 사용하는 녹색 건틀릿의 영향을 받아, 얼굴 피부가 녹았고 숨겨져 있던 비늘이 떨어져 내렸다.
이런 고통은 상상도 해본 적 없었을 것이다.
“샤아악!”
자신의 손에 붙잡혀 발버둥 치는 렙틸리언을 본 강신은 고민했다.
‘죽여야 하나?’
알량한 동정심 때문에 죽이는 것을 망설이는 게 아니었다.
이미 적으로 판단했고 요원들이 다친 것뿐만 아니라 사망한 이가 나온 이상, 강신도 손속에 자비를 베풀 생각이 없었다.
다만, 현재 자신이 잡은 렙틸리언은 이 장소에 대한 정보, 그리고 인간이 가지지 못한 미지의 기술력까지 있었다.
따라서 이대로 그냥 죽이기에는 조금 아깝다는 생각이 들었을 뿐이었다.
그런 강신의 심정을 아는 것일까, 송기덕이 아라미드 로프를 가지고 다가와 그대로 고통에 몸부림치는 렙틸리언을 포박했다.
팔과 다리는 물론 몸까지 움직이지 못하게 철저하게 포박하자, 그제야 강신은 왼손으로 잡고 있던 렙틸리언의 머리를 놓아 주며 한숨을 내뱉었다.
“후우….”
처음과 비교하면 현저히 적어진 수증기의 양.
적은 수증기의 양은 설야의 날개 가루 효과가 끝나가고 있다는 걸 알리고 있었다.
그와 동시에 거대한 탈력감이 강신을 덮쳤다.
‘정말 언제 느껴도 적응되지 않는 기분이야.’
방금까지 무엇이든 할 수 있을 것 같던 고양된 기분이 한 번에 심해에 박히는 느낌은 언제 느껴도 썩 좋지 않았다.
강신이 비틀거리자, 이순자가 슬그머니 다가와 강신을 부축해주었다.
“수고하셨어요.”
“아, 이부장님. 감사합니다.”
그녀는 강신을 부축해 근처에 앉을 수 있도록 도와주고는 빠르게 현장을 수습했다.
사망한 인원은 어쩔 수 없지만, 더 부상이 심해지기 전에 부상자를 챙겼다.
그러는 동안 송기덕은 자신이 포박한 렙틸리언의 몸을 수색했다.
그가 렙틸리언이 걸친 긴 정육점 앞치마를 요령 좋게 벗기자, 끝도 없이 튀어나오던 도축용 칼이 어떻게 나타난 건지 알 수 있었다.
“이런 식으로 위장이 되어 있었군….”
겉으로 보기에 후덕했던 렙틸리언의 몸매는 모두 가짜였다.
앞치마를 벗기자 거기에는 뭔가 알 수 없는 장치들이 있었다.
“이거 벗기는 것 좀 도와줄 분?”
송기덕이 말하자, 정비를 마친 요원 중 하나가 송기덕에게 다가갔다.
“내가 도와줄게, 뭘 도와주면 될까.”
“렙틸리언이 움직이지 못하게 좀 잡아줘.”
둘은 어느 정도 친분이 있는 사이인지, 서로 편하게 말을 주고받으며 고통에 몸부림치는 렙틸리언이 움직이지 못하게 고정했다.
그리고 장비를 벗겨내려 하자, 렙틸리언이 한차례 반항했다.
“샤악! 안돼! 하지 마!”
이미 요원 중 하나가 렙틸리언의 몸을 짓누르고 있어 장비를 벗기는 걸 막을 수 없었다.
그때, 송기덕이 의아한 목소리로 말했다.
“음? 뭐야 이건?”
장비에는 작은 주삿바늘이 부착되어 있었다.
특이한 것은 바늘이 외부를 향하는 게 아니라 내부를 향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주르륵….
장비를 벗기자, 바늘에 찔려있던 것으로 추측되는 렙틸리언의 몸에서 인간으로 치면 혈액으로 보이는 파란색 액체가 흘러나왔다.
“꺄뤅퉈러럭”
렙틸리언은 알 수 없는 언어로 비명을 질러댔지만, 곧 잡고 있던 요원에 의해 손쉽게 제압되었다.
“강책임님, 이것 좀 봐주십시오.”
송기덕은 탈력감으로 인해 움직이지 못하는 강신에게 렙틸리언의 장비를 가져왔다.
그런 그의 옆에는 기본 엔지니어 교육을 수료한 현장 요원이 함께 있었다.
그는 강신이 보는 앞에서 렙틸리언이 걸치고 있던 장비를 조심스럽게 하나씩 분해했다.
“이쪽은 수납공간이 있었네요.”
장비 왼쪽과 오른쪽에는 사람 손이 들어갈 만한 공간이 있었고, 그 안에 손을 넣으면 도축용 칼을 꺼낼 수 있도록 자동으로 올려주는 장치가 있었다.
그리고 렙틸리언의 몸을 찌르고 있던 주삿바늘을 뽑자, 주삿바늘과 연결된 얇은 관이 딸려 나왔다.
그 관에는 렙틸리언이 흘렸던 액체와 조금 다른 색의 액체가 흐르고 있었다.
“이곳에서 이 액체의 정체를 확인할 수 있는 방법은 없겠네요. 일단 샘플로 채취해야겠습니다.”
요원이 액체가 들어 있는 관을 자르려고 공구를 꺼냈지만, 투명한 관은 특별한 재질로 제작된 것인지, 끊어지지 않았다.
“이런….”
요원이 곤란해하자, 강신이 힘겹게 입을 열었다.
“괜히 억지로 분해하다가 망가질 수도 있으니, 분해 가능한 것들만 분해하죠.”
강신은 장비가 망가져서 쓰지 못하게 되는 것은 상관없었다.
그냥 망가지는 것으로 끝나지 않고, 폭발하거나 오작동을 일으켜 주변 사람들이 다치는 일은 만들고 싶지 않았다.
“알겠습니다. 그럼 분해한 것들을 제외하고 나머지는 부상자에게 맡겨서 연구소로 가져가겠습니다.”
강신이 고개를 끄덕였다.
요원은 그 이후로 땀을 흘리며 하나씩 장비를 분해했다.
그렇게 분해 가능한 것들을 벌려 놓자, 강신은 한 가지 사실을 알 수 있었다.
“여러 개의 장비를 붙여 놓은 것이었네요.”
지직거리는 소리를 내는 작은 원판 모양의 장비 하나와 주삿바늘과 투명한 관들이 이어진 내부를 열 수 없었던 공처럼 생긴 장치 하나.
그리고 손을 넣으면 그때마다 도축용 칼을 꺼낼 수 있게 해주는 기능이 달린 보관함이 있었다.
그중 지직거리는 소리를 내는 작은 원판이 어떤 물건인지 대략 짐작할 수 있었다.
강신은 렙틸리언의 머리를 제외하고는 다른 곳을 공격하지 않았다.
그런데, 복부 쪽에 있는 장비가 망가졌다는 건 충격을 받았다는 뜻이었고, 그게 의미하는 것은 하나였다.
“이게 아마 렙틸리언이 사용하던 보호막을 담당하던 장비겠죠.”
“오…. 그 신기한 막을 말씀하신 거죠?”
자신의 공격을 막았던 보호막을 치는 장비라니.
송기덕이 조금 흥미를 보이며 지직거리는 원판을 겁도 없이 만지작댔다.
하지만, 제대로 고장이 난 것인지 어떠한 반응도 나타나지 않았고 이내 흥미를 잃었다.
“회사에 가져가서 고쳐달라고 해봐야겠네요.”
송기덕은 고장 난 원판을 자신의 배낭에 챙겼고, 나머지 장비들도 곧 다른 요원들의 배낭에 나누어서 챙겼다.
도축된 인간들 사이에서 휴식한다는 건 꽤 역겨운 일이었지만, 강신과 일행들은 묵묵히 체력이 돌아올 때까지 기다렸다.
강신이 다시 움직일 수 있을 때까지 멀쩡한 요원들이 경계를 섰고, 다행히도 그동안 습격이나 방위 시스템이 작동하지는 않았다.
그러는 동안 자신들을 뒤따라오던 임시 동맹이 다시금 그들이 있는 곳에 도착했다.
그들은 성신이 포획한 렙틸리언을 보고 신기해했다.
그리고 공장 내부에 있는 고기들이 무엇인지 듣고는 안색이 창백해졌다.
게다가 그 고기들로 비상식량을 만들었다는 소리를 듣자, 몇몇 인원들이 구석에서 헛구역질했다.
“우욱….”
“젠장, 우웩!”
그야 그들이 발견했던 통조림은 누가 봐도 렙틸리언이 만든 비상식량이었으니까.
살기 위해 먹긴 했어도 인육을 먹는 건 아무리 훈련을 잘 받은 요원이라고 해도 거부감이 드는 행위였다.
그나마 멀쩡한 것은 존 멕커니 정도였다.
“이미 소화가 된 것을 어쩌겠습니까. 프리온이 걱정되긴 하지만, 외계기술로 만들었을 테니, 그 부분은 그쪽에 기대할 수밖에 없죠.”
프리온은 인간의 신경 조직이라면 어디에나 존재하는 것으로 단백질을 변형시켜 질병을 만들어내는 조직이었다.
그 부분은 열이나 방사선으로 없앨 수 없었기에 매우 위험했다.
“일단 여기서 나가면 제대로 검사받아야겠지만요. 그보다 부상자가 늘어난 것 같은데, 그분들은 저희 쪽으로 합류시키시겠습니까?”
“아무래도 그러는 편이 좋을 것 같습니다.”
이미 임시 동맹에 성신의 부상자들이 포함되어 있었기에 강신은 망설임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게 부상자들은 임시 동맹에 포함되었다.
하지만 곧 다른 곳에서 작은 소란이 일어났다.
“~~!!!”
“!!~!!”
현재 상황에서 소란이라니, 좋게 볼 수 없는 상황이었기에 강신이 직접 확인하기 위해 이동했다.
소란을 일으킨 이들을 확인한 강신은 두통이 일었는지, 관자놀이를 손으로 꾹 눌렀다.
“그러니까, 이제 제대로 움직일 수 있다니까요?”
“도대체 무슨 미친 소리야! 너 임마 몸에 구멍 뚫린 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제대로 움직일 수 있다니. 그냥 뒤쪽에서 다른 부상자들과 쉬고 있어!”
그렇게 온화했던 이순자가 이 중요한 장소에서 큰소리를 칠 정도로 화가 나 있었다.
부상당한 요원 한 명이 계속 억지를 부리고 있으니 화가 날 만도 했다.
“심대리님.”
강신이 심석현을 부르며 다가오자, 그들의 소란은 소강상태로 돌아섰다.
“크흠, 미안해요. 강책임, 못 볼 꼴을 보여줬네요.”
뒤늦게 자신의 잘못을 깨달은 이순자가 사과했지만, 심석현은 그렇지 않았다.
“강책임님, 저 진짜로 제대로 움직일 수 있습니다. 한 번만 믿어 주십시오.”
심석현은 부상자들 사이에서 답답했는지, 고집을 부려왔다.
가볍게 뛰며 자신이 멀쩡하다는 걸 보여주고 싶어 했다.
하지만 인상을 살짝 찌푸리는 모습이 그가 아직 멀쩡하지 않다는 것을 알려주고 있었다.
분명 여기서 강신이 안 된다고 한마디하면 심석현은 포기하겠지만 상황이 여의치가 않았다.
이제 막 하나의 렙틸리언을 포획했을 뿐이다.
만약 다른 렙틸리언도 방금 포획한 개체처럼 강력한 뭔가를 숨기고 있다면 상당히 곤란해질 터였다.
‘그런 상황에서 심석현이 가진 직감이 있다면 나름 도움이 될 텐데….’
그렇다고 부상자를 대놓고 선두에 세울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강신은 짧게 고민하다 고개를 막 저으려고 할 때, 그 모습을 지켜보던 송기덕이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의무병 말로는 응급조치가 잘 끝나서 움직이는 것 자체는 문제가 없다고 합니다. 본인이 저렇게 원하는데, 뒤쪽에서 따라오게 하는 정도는 괜찮지 않겠습니까?”
강신은 송기덕의 의견을 듣고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심석현에게 뒤쪽에서 따라온다면 함께 이동할 수 있게 해주겠다고 했다.
그는 불만이 가득한 표정이었지만 어쩔 수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습니다. 아예 후방 부대에서 쉬는 것보다는 낫겠죠.”
심석현이 동의하자 강신은 남은 인원들로 팀을 재구성하고 탐사를 재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