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identified creature capture team RAW novel - Chapter 542
541화
첫 번째 렙틸리언이 나왔으니, 두 번째, 세 번째가 나타나도 이상하지 않을 상황이었다.
하지만 의외로 전진하는 강신과 일행들에게 어떤 위기도 찾아오지 않았다.
가끔 방위 시스템이 작동해 중간중간 터렛이 나타나긴 했지만, 후방에서 따라오는 심석현이 경고해 주었기에 어렵지 않게 처리할 수가 있었다.
그렇게 계속 나아가는 강신과 일행들은 본거지의 마지막 부분에 도달할 수 있었다.
그곳에는 이제까지 한 번도 보지 못한 거대한 금속 덩어리가 반쯤 차 있는 물속에 들어가 있었다.
매끈한 알약 모양의 금속 덩어리는 딱 봐도 범상치 않아 보였다.
당연히 강신과 일행들은 잔뜩 긴장하며 금속 덩어리를 경계하며 다가갔다.
“음…. 이게 뭐람….”
통. 통.
이순자가 겁도 없이 금속 덩어리를 주먹으로 살짝 두드리자, 금속에서 비어있는 소리가 났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낯선 목소리가 들려왔다.
“아니, 준비될 때까지 시간 좀 벌고 있으라니까, 왜 자꾸 인간을 놓쳐서 귀찮게 하는 거야.”
목소리는 금속 덩어리 위에서 들려왔고 일행들의 시선이 옮겨졌다.
그리고 그곳에는 청바지에 후드티를 입은 여성이 강신과 일행들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방금 한 말을 생각해보면 인간이 아니겠지.’
이곳에서 저렇게 태연할 수 있는 것은 렙틸리언 밖에 없을 것이다.
이전 렙틸리언이 그랬듯 그녀 또한 인간과 전혀 다른 점이 없어 보였다.
“아…. 다 귀찮은데, 그냥 조용히 나가주면 안 될까?”
그녀는 진심으로 그렇게 이야기했지만, 강신과 일행들이 이곳에서 물러날 일은 없었다.
강신과 일행들이 보는 시선이 바뀌지 않자 그녀가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전에 도착했던 인간처럼 전혀 나갈 생각이 없네. 그럼, 어쩔 수 없지.”
그녀가 손뼉을 쳤다.
짝!
그러자 매끈한 금속 덩어리에서 수십 개의 구멍이 생겨났고, 그곳에서 온갖 무기들이 강신과 일행들을 조준했다.
“이런….”
“음….”
수많은 무기가 계속 자신들을 조준하고 있자, 강신과 일행들은 침음만 흘릴 뿐, 어떤 말도 할 수 없었다.
누가 봐도 그 무기들이 평범한 무기가 아니라는 것쯤은 알 수 있었으니까.
저 무시무시한 공격을 막을 방법이 있을까?
아무리 생각해봐도 답이 나오지 않았다.
막는 것을 떠나 단순히 피하는 것도 불가능해 보였다.
‘내가 너무 섣불렀던 것은 아닐까….’
만반의 준비를 하고 왔다면 지금 상황을 모면할 방법이 있지 않았을까?
하지만 강신은 이내 고개를 저을 수밖에 없었다.
어떤 준비를 했다고 해도 이 상황을 모면할 방법은 없었다.
미리 설야의 날개 가루를 섭취해 두었다면 일말의 희망이라도 보였을지 모르겠으나, 그것도 아니었다.
총구가 자신을 향한 것을 다시 한번 보자 등 뒤에서 식은땀이 흘렀고, 죽음이 코앞까지 다가온 느낌이었다.
‘정말 이대로 끝이라고?’
발버둥이라도 쳐보고 싶지만, 발버둥도 작은 희망이라는 발이 있어야 가능한 일이었다.
“후히히…. 인간이 삶을 포기한 모습은 언제봐도 날 설레게 한다니까, 뭐 귀찮긴 했지만, 좋은 구경하게 해 줬으니, 그 보답으로 최소한 고통스럽지 않게는 보내 줄게, 전탄 발….”
여성형 렙틸리언이 알약 모양의 거대한 금속 덩어리에서 튀어나온 무기에 명령을 내리려 했다.
하지만 그녀는 끝까지 말을 이을 수 없었다.
갑자기 목에서 타오르는 듯한 고통이 느껴지며 목소리가 나오지 않았고, 그저 입만 뻥긋거릴 뿐이었다.
“캬…. 학….?”
생전 처음 느껴보는 고통이 그녀를 덮쳤다.
‘아파, 너무 아파!’
그리고 그게 그녀가 생전 마지막으로 느낀 고통이었다.
쿵!
방금까지 목숨을 위협받았던 강신과 일행들이 갑작스럽게 일어난 일에 놀란 듯이 두 눈을 크게 치켜떴다.
“후후, 오랜만이네요! 역시 제가 없으니, 조금 힘들죠?”
여성형 렙틸리언 옆에 나타난 것은 강신이 가장 먼저 탐사를 보냈던, 현재는 생사불명으로 걱정하고 있던 신하린이였다.
“하린이?”
“네, 팀장님. 저에요. 그보다 이곳까지 오시면서 다친 곳은 없으시죠?”
그녀가 태연하게 강신의 안부를 묻자, 강신은 자기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의 몸에는 처음 그녀가 렙틸리언의 본거지로 진입했을 땐, 볼 수 없었던 온갖 특이한 장비들이 주렁주렁 매달려 있었다.
“궁금하신 게 많겠지만, 지금 당장 설명하기에는 시간이 많이 부족해서요. 설명은 나중으로 미루고 일단 용건만 간단하게 말할게요.”
“그래.”
“지금 내 아래에 있는 이 금속 덩어리는 렙틸리언이 사용하는 우주선이에요. 그리고 렙틸리언들은 곧 이 우주선을 사용해 이곳을 빠져나가려고 하고 있어요.”
신하린은 자신이 올라가 있는 알약처럼 생긴 금속을 발로 두드리며 말했다.
“그게 우주선이라고? 그냥 방위 시스템이 아니라?”
네, 이게 렙틸리언의 우주선이에요. 잠시만요. 일단 이것부터 좀 해결하고….”
신하린은 대답하며 목숨을 끊긴 여성형 렙틸리언에게 다가가 그녀가 끼고 있던 반지를 빼앗아 자신의 손에 끼고는 작게 손뼉을 쳤다.
그러자, 우주선이라고 말했던 금속에 나와 있던 무기들이 다시 내부로 들어갔다.
또 발을 한번 구르자, 사람이 들어갈 만한 작은 입구가 나타났다.
“그보다 팀장님, 이곳으로 오기 전 팰로우님에게 받은 물건 가지고 오셨죠?”
강신은 권영식이 이곳으로 향하기 전 초월체의 수확제에서 얻었던 씨앗으로 만든 물건을 떠올리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초월체가 만든 씨앗은 인간의 입장에서 봤을 때, 무궁무진한 가능성을 품고 있는 물건이었다.
한 연구원의 말에 따르면 그 작은 결정에 들어간 에너지는 서울 전체를 몇 달 동안 밝힐 수 있는 에너지를 품고 있다고 했다.
재질도 성분도 제대로 분석되지 않았지만 연구할 가치는 매우 높았기에 많은 연구원이 초월체가 만든 씨앗을 연구해 보고 싶어 했다.
하지만 권영식은 다른 연구원들의 요구를 무시하고 단독으로 그 씨앗을 이용해 어떠한 물건을 만들어 냈다.
그렇게 권영식이 만들어 낸 물건은 바로 폭탄이었다.
정확히는 씨앗에 압축된 에너지를 단번에 풀어버리는 것에 불과했지만, 그것만으로도 폭탄이라고 부르기에는 부족함이 없었다.
권영식은 그 물건을 강신에게 넘겨주며 분명 이렇게 말했었다.
-내가 임상무를 위해 바치는 마지막 축복일세, 나 대신 크게 한 방 날려주고 오게.
물건을 넘기던 권영식의 목소리는 정말로 간절했다.
새로운 물질이나 U.M.A를 발견하면 연구하고 싶어서 눈이 돌아가던 권영식이 씨앗이라는 하나의 가능성을 완전히 파괴하면서까지 만들어 낸 물건이었다.
‘팰로우님이 어떤 심정으로 이것을 만들었을지 잘 알고 있어.’
그랬기에 강신은 그가 건네준 물건을 고이 간직해 이곳으로 가져왔다.
강신은 배낭에서 권영식이 주었던 물건을 꺼내며 우려 가득한 목소리로 말했다.
“작동은 할 거야. 하지만 너도 알다시피 이곳으로 들어오면서 전자 장치가 먹통이라 타이머 기능이나 원격 폭파 기능은 사용할 수 없을 거야, 그리고 파괴력 계산이 제대로 되지 않아서 여기서 터트리면 렙틸리언 본거지에 있는 모든 이들이 위험할 수도 있어.”
수동으로 작동해야 하는 것만으로도 당장 사용하기 곤란한 물건이었다.
만약 이 물건을 사용하려면 누군가가 저 우주선 내부로 들어가 직접 사용해야 한다는 말이었으니까.
그것뿐만이 아니었다.
렙틸리언의 본거지에 있는 사람들의 안전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우주선이 출발하고, 일정 시간 그 안에서 다른 이들의 눈을 피하거나 버텨야 했다.
솔직히 그 일에 가장 적합한 것은 바로 신하린이었다.
하지만 강신은 그 누구에게도 그런 역할을 강요하고 싶지 않았다.
“무슨 소리인지 알겠으니, 어서 주세요.”
신하린이 강신이 들고 있는 씨앗으로 만든 폭탄을 요구하듯 손을 내밀었지만, 강신은 그저 고개를 저을 뿐이었다.
그러자 신하린이 덤덤하게 말했다.
“지금이 아니라면 렙틸리언을 일망타진하기 어려울 거예요. 아니, 어쩌면 이곳에서 놓치면 영영 찾지 못하게 되겠죠.”
그들이 가진 기술력이라면 충분히 가능할지도 몰랐다.
이번에 인류가 렙틸리언의 본거지를 찾은 것은 정말 우연에 우연이 겹친 일이었다.
그런 행운이 다시 올거라 생각할 수는 없었다.
“안돼.”
강신은 고개를 저었다.
분명 렙틸리언은 강신에게 있어서 적이었지만 렙틸리언이 인류의 멸망을 바라지 않는다는 소리를 들었기에 이 이상 희생자를 만들고 싶지 않았다.
“고집부리지 마세요. 누군가가 꼭 해야 할 일이에요.”
“그게 꼭 우리일 필요는 없어.”
렙틸리언도 생존을 위해 인간이 필요하니, 멸망을 바라지 않을 것이고 그렇다면 인류에게는 아직 시간이 많이 남아있었다.
기술이 더 발전하면 지금보다 더 유리하게 렙틸리언을 토벌할 방법이 있을 것이다.
‘그게 얼마나 걸릴지는 모르겠지만….’
강신과 신하린이 양보하지 않는 동안, 갑자기 알약 모양의 우주선이 작게 진동했다.
“팀장님! 싸울 시간 없어요! 이거 지금 진짜 출발한다니까요?”
신하린이 다급하게 말했지만, 강신은 마음을 돌릴 생각이 없었다.
그렇게 언성만 높아지고 있을 때, 누군가가 재빠르게 강신의 손에 있는 폭탄을 가로채버렸다.
긴장을 살짝 풀었다고 해도 강신의 손에서 물건을 빼앗다니, 강신이 깜짝 놀라며 물건을 빼앗은 사람의 이름을 불렀다.
“심대리님?”
“신하린 요원님 말대로 지금이 절호의 기회인 건 사실 같아서요.”
그는 강신에게 빼앗은 폭탄을 들고 그대로 신하린에게 다가갔다.
신하린은 심석현이 자신의 의견에 동의했다 판단하고는 폭탄을 요구하듯 손을 내밀었다.
하지만 심석현은 그런 신하린을 무시하며 말했다.
“그러니, 그 역할 제가 맡죠. 저의 직감이라면 충분히 가능한 일이니까요.”
그러자, 당황한 신하린이 외쳤다.
“잠깐 멈추세요!”
하지만 그녀가 말릴 새도 없이 심석현은 폭탄을 들고 그대로 그녀가 열어둔 입구로 뛰어들었다.
강신과 신하린은 순간 닭 쫓던 개가 되어버렸다.
당황한 것은 둘뿐만이 아니었다.
대기하고 있던 다른 요원들도 조차도 갑작스러운 그의 행동에 당황하기는 마찬가지였다.
그리고 그중 가장 당황한 것은 그를 지휘하는 처지인 이순자였다.
“저, 저…. 미친놈이!! 심석현 야 이 미친 새끼야!!!”
오죽했으면 이순자의 입에서 걸쭉한 욕설이 튀어나왔을까.
그가 들어간 우주선으로 들어가자 신하린이 다급히 따라 들어가기 위해 우주선 위에서 뛰어내려 문이 있는 곳으로 향했지만, 그보다 우주선의 문이 닫히는 게 빨랐다.
“안돼!”
신하린이 우주선을 다시 한번 발로 찼지만, 우주선의 문이 열리는 일은 없었다.
그리고 우주선이 천천히 물속으로 가라앉았다.
위이이잉~!
첨벙!
그리고는 출구로 보이는 곳으로 쏘아지듯 발사되었다.
촤아악!
그리고 우주선이 있던 장소에는 물보라를 맞은 강신과 심석현을 제외한 현장 요원들만 남겨졌고, 쏘아지듯 발사된 우주선은 이미 육안으로는 볼 수 없었다.
쿠구구궁.
그리고 몇 분이 지나지 않아 커다란 충격과 함께 렙틸리언의 본거지가 지진이 난 것처럼 흔들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