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identified creature capture team RAW novel - Chapter 543
542화
드드드드드…….
렙틸리언의 기지가 떨려오자, 강신과 일행들은 자세를 낮추고 그에 대비했다.
잠시 후 지진이 멈추자, 이순자가 입을 들썩이다 어렵게 입을 열어 강신에게 물었다.
“살아날 방법은…. 없겠죠?”
그 질문은 이미 답을 알고 있는 그녀가 스스로 되뇌는 질문이었다.
그리고 강신은 그런 그녀의 질문에 아무런 대답도 해줄 수가 없었다.
“하…. 진짜 꼴 좋다. 지지리도 말도 안 듣더니만 마지막까지 지멋대로 하고. 아주 후련해 죽겠네. 썩을 놈.”
심석현을 욕하고 있었지만, 그녀의 목소리에서 물기가 느껴졌다.
자신이 하고 싶은 것을 하겠다며 자주 이순자와 의견이 부딪혔지만, 그래도 그녀에게 심석현은 다른 요원들보다 조금 더 아픈 손가락이었다.
이순자의 제자까지는 아니었어도 심석현이 처음 회사에 입사했을 때, 그 기수의 훈련을 담당했던 게 바로 이순자였으니까.
그녀는 훈련 성적이 낮아 수료조차 하지 못할 위기에 빠져 있던 심석현의 멱살을 붙잡고 수료시켰다.
그래서일까, 그 이후 심석현은 이순자가 이끄는 팀에 지원했고 그녀의 팀원으로 일하게 되었다.
처음 현장에 적응한다고 힘들어하긴 했지만, 이순자는 그가 노력하고 있음을 알고 있었기에 남들 모르게 꾸준하게 도와주었다.
그러던 어느 날 심석현은 자신의 직감이 남들과 다르게 매우 예민하다는 것을 깨달았고 3팀에서 활약을 이어가기 시작했다.
그가 H가 되지 않은 이유가 현장에 자주 나가지 못하고 선두에 설 수가 없어서라고 했지만, 사실 이순자는 그 말이 반은 농담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가 3팀을 떠나지 않는 것은 이순자에게 은혜를 갚기 위해서였다.
그리고 이순자도 그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
그는 자신이 낙오하지 않게 이끌어준 이순자를 위해 3팀 소속으로 언제나 선두에서 서서 이순자와 3팀 요원들이 위험에 빠지지 않도록 노력해 왔다.
이순자는 그 사실을 알고 있었지만 심석현이 원하지 않았기에 굳이 내색하지 않았다.
‘그래서 나도 모르게 심대리의 호의가 당연하다고 생각하고 있었어.’
도대체 언제부터 그런 생각을 하게 된 것일까.
언제나 위험을 무릅쓰며 선두에 서는 그에게 고맙다는 말조차 제대로 하지 못했다.
‘앞으로도 고마움을 전할 수는 없겠지. 그간 못난 팀장 만나서 고생이 많았다. 그곳에서는 편히 쉬어라….’
그녀는 눈가에 차오르는 습기를 참아내며 눈을 질끈 감았다.
그렇게 이순자뿐만 아니라 심석현과 가까웠던 3팀 요원들은 이제는 다시 보지 못할 동료를 위해 각자만의 방법으로 이별을 준비했다.
“끄허어엉…. 이 새낀 진짜 마지막까지 또라이였어, 이렇게 제멋대로 가버릴 줄이야.”
심석현과 가장 가까웠던 그의 동기가 통곡하며 그를 욕했고, 그의 선배들은 소리 내 울지 않았지만 고개를 숙여 묵념을 이어갔다.
방법은 달랐지만 3팀 요원들은 모두 눈시울이 붉었고 그건 그들만의 비밀이었다.
그렇게 동료를 잃은 이들이 진정할 때쯤, 강신이 신하린에게 물었다.
“이제 상황도 얼추 다 정리되었으니까, 그간 너에게 무슨 일이 있었는지 자세히 설명해줄래?”
“그냥 이야기하기에는 꽤 긴데…. 그전에 뭐라도 먹으면서 이야기해도 될까요? 식량이 떨어져서 며칠을 굶었거든요.”
때마침 신하린의 뱃속에서 꼬르륵 소리가 들려왔고 그녀가 얼굴을 붉히며 고개를 푹 숙였다.
“아…. 그렇겠네.”
강신은 자신이 배려가 부족했다는 것을 깨닫고는 배낭에서 각종 비상식량을 꺼냈다.
그녀는 정말로 허기가 졌는지, 그것들을 받자마자 허겁지겁 먹으며 그간 자신이 겪은 일들을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합, 냠냠. 처음 렙틸리언의 본거지로 들어왔을 때, 움직이는 방들이 있는 거 알고 계시겠죠? 냠….”
“물론이지.”
“쩝, 쩝. 그러면 이야기가 편하겠네요. 제가 따라갔던 팀은 그 공간에서 괴멸에 가까운 피해를 입었어요.”
신체가 하나씩 잘리고 정신없이 방이 움직이자, 그녀가 몰래 따라 들어왔던 기업의 요원들은 만 하루도 되지 않아 멘탈이 터져버렸다.
특수 훈련을 받은 것치고는 멘탈이 약하다고 생각할 수도 있었다.
하지만 어디로 얼마나 가야할지 모르는 상황에서 방을 이동할 때마다 일행들의 사지가 하나씩 잘라나가니, 맨정신을 유지하는 게 더 대단한 일이었다.
처음 신하린도 사지가 떨어져 나가는 모습을 보며 잔뜩 긴장했다.
몰래 따라갔던 기업의 요원들이 인원이 얼마 남지 않자 전진을 포기했다.
그 모습을 보고 홀로 움직이기 시작했는데 오히려 그것이 그녀에게는 기회로 작용했다.
“마지막으로 문을 통과하는 사람의 사지를 찢는 것을 보면서 많이 걱정했는데, 의외로 그 공간은 제 은신을 꿰뚫어 보지 못하더라고요.”
문을 열 때는 은신을 풀고 문으로 들어갈 때는 은신을 유지했다.
그렇게 문을 열고 들어가기를 반복한 끝에 그녀는 나흘 만에 출구에 도달할 수 있었다.
“그 공간을 탈출하고 나서는 더 편해졌죠.”
렙틸리언의 보안 시스템은 아예 은신한 신하린을 인식하지 못했기에 그녀는 렙틸리언의 본거지를 제집처럼 돌아다닐 수 있었다.
그녀는 본거지에서 빠져나갈 방법을 찾으며 첩보 임무를 충실히 이행했다.
“그러면서 렙틸리언이 사용하는 장비로 보이는 것들을 따로 챙겨서 제 피를 잔뜩 뿌리고 함께 은신할 수 있게 만들어 가지고 다녔죠.”
“사용 방법을 모르지 않아?”
“그래서 렙틸리언이 주로 사용하는 장비들만 챙겼어요. 그들의 주변을 맴돌면서 계속 어떻게 사용하는지 관찰했거든요. 여기 보이시는 게 렙틸리언들이 사용하는 보호막 장치고, 이건 그 보호막을 상쇄할 수 있는 기능이 있는 장치에요.”
그녀는 그 장비로 우주선 위에서 거드럭거리던 여성형 렙틸리언의 보호막을 무시하고 단번에 찌를 수 있었다.
그렇게 그녀는 렙틸리언이 모르게 훔친 장비들을 하나씩 짧게 설명했다.
그녀의 설명을 듣던 강신은 살짝 의아함을 느껴야 했다.
그녀가 설명하는 장비는 하나 같이 요원들의 공격을 막던 보호막만큼이나 뛰어난 것들이었다.
그런데 강신이 상대했던 두 명의 렙틸리언은 저런 장비가 있음에도 사용하지 않았다.
“왜 이런 장비를 사용하지 않았지?”
자기도 모르게 속에 있던 궁금증을 꺼내자, 신하린이 정답을 알려줬다.
“아, 저도 뒤늦게 알게 된 건데, 렙틸리언들은 자기가 쓸 장비가 아니면 아예 만들지를 않는 것 같더라고요.”
“아, 그래서 처음에 포획했던 렙틸리언의 보호막 장치의 내구도가 그렇게 약한 건가….”
강신은 다른 공격은 아무 이상 없이 막아냈지만, 자신의 공격을 받자 바로 고장 났던 보호막 장치를 떠올렸다.
“그건 그렇고 오다가 렙틸리언이 만든 비상식량이 있던데? 왜 안 먹었어?”
임시 동맹이 발견했던 식량을 신하린이 발견하지 못했을 리가 없었다.
“적들이 뭘 먹고 사는지 알고 그런 걸 먹어요.”
신하린은 평소에도 첩보 임무를 진행할 때, 원재료나 원산지를 알 수 없는 수상한 음식을 입에 대지 않았다.
“그리고 오시면서 봤겠지만, 죽은 인간들이 걸려 있는 모습을 보고나니 왠지 렙틸리언이 만든 음식은 입에 담기가 좀….”
“뭐, 그건 그렇네. 그런데, 이곳에 렙틸리언이 총 몇 명이나 있었어?”
“제가 마주친 것은 4명이었어요. 그리고 그중 두 명은 팀장님이 오기 전에 우주선에 탑승한 상태였죠.”
자신이 포획한 렙틸리언 하나, 그리고 신하린이 사살한 렙틸리언이 하나이니, 딱 떨어지는 숫자였다.
“그러면 여기는 렙틸리언이 없다고 봐도 무방하겠지?”
“음…. 아마 그럴 것 같네요. 후아…. 이제 좀 살겠네….”
신하린은 어느새 강신이 건네주었던 비상식량을 싹싹 긁어먹고는 행복한 표정을 지었다.
그들이 대화하는 동안 이순자와 송기덕, 3팀 요원들은 슬픈 감정을 애써 떨쳐내고 현장을 수습하고 강신에게 다가왔다.
“강책임님, 수습 끝났습니다….”
“고생하셨습니다.”
송기덕이 이순자를 대신해 보고하자, 강신은 고개를 끄덕이며 신하린에게 들었던 내용을 그대로 전해주었다.
“신하린 요원도 고생이 많았겠군요.”
이순자는 신하린의 이야기와 그녀 옆에 수북하게 쌓여있는 비상식량의 빈 통들을 보며 측은하게 그녀를 바라봤다.
“첩보부 소속이면 이정도야 일상이죠. 그럼 팀장님, 이제 어떻게 하실 거에요?”
이미 이곳에 들어온 목표는 모두 달성했다.
하나의 렙틸리언을 사로잡았고 하나는 사살했다.
나머지 둘은 탈출했지만 초월체가 만든 씨앗으로 만든 폭탄이 분명 그들을 처리했을 것이라 믿었다.
그러니, 지금 강신과 일행들에게 당면한 과제는 단 하나였다.
“그럼, 이제 이곳에서 탈출해야죠.”
* * *
강신은 렙틸리언들을 모두 처리했다고 믿었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았다.
어두운 공간의 원탁, 그곳에는 수십의 인영이 자리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들 중 하나가 심각한 목소리로 그곳에 있는 이들을 소집한 이유를 설명했다.
“보급 기지를 빼앗겼어.”
“뭐? 아니, 누구한테?”
“인간에게 위치를 들켰어.”
“설마 인간에게 보급 기지를 빼앗긴 거야?”
인간에게 보급 기지를 빼앗겼다는 소리에 그곳에 모인 이들이 웅성대기 시작했다.
“아니, 지금 고작 인간에게 보급 기지를 빼앗겼다고? 거기를 지키고 있던 동족이 없었어?”
“있었지, 그것도 넷이나. 인간들이 아주 작정하고 쳐들어와서 철수 명령을 내리셨다는데, 탈출하지도 못했나 봐.”
동족이 넷이나 당했다는 말에 웅성거림이 잦아들었다.
“정말로 인간한테 당했다고? 아니 애초에 그 보급 기지 위치를 어떻게 찾았지? 거기 주요 거점이라 위장을 철저하게 했을 텐데?”
“그곳을 지키던 동족에게 원한을 가진 인간들이 있었나 봐. 하필이면 그 인간들이 U.M.A 뭐시기에 연락하는 바람에 이 상황이 된 거지.”
“아…. 거기에 중요한 물자들이 상당했는데, 인간들에게 빼앗긴다고 생각하니 괜히 배가 아프네…. 혹시 거기 원격 자폭 장치 같은 거 없었나?”
“누가 찾을 거라고는 생각도 못 했으니까 만들지 않았지. 인간이 쳐들어와도 기계 장치를 사용하지 못하고, 방위 시스템도 나쁘지 않았을 텐데. 그걸 뚫었네.”
서로 의견을 나누던 그들 중 하나가 갑자기 처음 안건을 꺼냈던 이에게 질문을 던졌다.
“그래서 우리 보스는 뭐래?”
질문한 이는 보스라고 칭했지만 다른 이들은 지도자, 지휘관, 일인자 등등, 각자 원하는 호칭으로 부르는 이가 있었다.
그는 이들을 이끄는 자로서 다른 이들의 다툼을 중재하거나 동족이 나아갈 길을 선택하는 이였다.
“……비축된 인간의 간뇌를 소모할 때까지, 외부 활동을 모두 중지하고 모든 동족은 남극 빙하 아래에 있는 본 기지에서 이탈을 금지하신다고 했어.”
순간 그곳에 정적이 흘렀다.
“정말?”
“그래, 이건 선택이 아닌 강제니까, 모두들 떠날 준비해.”
그들에게 있어서 이끄는 자의 명령을 절대적이었기에 불만은 많았지만, 그 말을 따를 수밖에 없었다.
‘렙틸리언’들은 그들을 이끄는 자의 명령으로 남극 아주 깊은 빙하 속으로 몸을 감춰야 했으며, 그렇게 그들은 수십 년 혹은 수백 년 동안 인간 사회에 모습을 드러낼 수 없었다.